[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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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씨’라는 호칭에서도 보면 ‘나’라는 인물은 엄마인 추자씨에게서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자씨와 본인을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나‘는 바뀐 추자씨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꿀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그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인물이 그걸 마지막에 깨달은 순간, 제 마음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재와 그들의 밤>! 저의 모습을 소설에서 본 느낌이라 기분이 이상하네요.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요. 화자의 여러 모습에서 저를 보았어요. 그 덕분에 이 소설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126쪽의 ‘나는 옛 시절을 지우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애쓰며 지난 몇 년을 살아왔으나, 그들은 과거의 내 모습만을 기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나를 평가했다.’ 이 문장이 와닿았어요.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느낌도 들었구요. 저는 과거에 얽매이게 하는 세상과 사람이 싫었고 여전히 그러해요. 과거와 저와 현재의 저는 분명히다르고,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과거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는 과거의 제가 강렬해서일까요, 아니면 과거의 본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걸까요?) 저는 그래서 151쪽의 말처럼 ‘모든 것이 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지기를’처럼 바랐던 적도 있어요. 저는 제 과거가 재처럼 사라졌으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재가 된 그 순간들을 새롭게 채우고 싶었어요. 과거의 제가 있기에 현재의 제가 있는 것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재로 태우는 대신 일상에선과거 대신신 제 성장점을 봐주는 사람들을 두고, 더 큰 세상에선 과거를 안고 저의 길을 개척하려고 합니다. 또 세상이 증오스러워질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세상이뭐라 하든든 과거의 저를 사랑하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주위 사람들을 과거로 매몰지 않기 위해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소설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주저리주저리 했던 것 같네요 🥲 마음이 많이 울린소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화분을 나르고 있으니 며칠 전 서울에서 짐을 정리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많은 것을 버려야 했다. 택배로 보낼 상자는 한정적이었고 가져갈 물건은 차고 넘쳤으니까. 덕미 씨의 화분을 하나씩 나르며 상자에 담은 것들을 곰곰 되짚어보았다. 당시에는 신중히 골랐던 물건들인데 왜인지 생각나는 게 별로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설 보다 : 여름 2023 p. 136-147, 재와 그들의 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바람은 몇 시간 전보다는 잦아들었지만 방심하지 못하도록 간간이 매섭게 불어닥쳤다.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지 모른 채 발걸음이 움직이는 대로 걸었다. 어느 도시든 큰길을 따라 걸으면 중심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
소설 보다 : 여름 2023 p. 146 - 147,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밤이라는 심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년 사이에 온 고향은 많은 게 달려졌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살았던 아파트는 재와 함께 타올랐고, 추자 씨에게서는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일말의 혼란은 때때로 밤의 시간을 더욱 길게 늘어뜨립니다. 막상 걷고 또 걸어도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바쁘게 움직이게 되는 거 같아요.
(···) 그 시절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 둘 중 어느 쪽이든 이제는 내 두 발로 걸어갈 필요가 있었다. 사진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 149 - 15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정은비 정은비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소설 속 화자처럼 타지에서 생활 중이시군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고향이란 단순히 ‘태어나 자란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장 아프고 서툴렀던 시절을 환기시킨다는 면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곳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나’와 고향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나’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는 고향은 내가 잊고 살았던, 잊고 싶었던 ‘나’를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겹쳐 흐르는 기묘한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소설을 발표하면서 독자 분들에게는 고향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는데, 소중한 감상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화자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여러 가지 '공존'의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사람을 설명하는 이론들에서는 다양한 측면의 공존을 중요시하곤 하더라고요. 과거와 현재의 통합, 이상적인 자기상과 현실에 있는 자신 사이의 타협, 타인의 좋은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공존하는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화자가 추자 씨와 자신의 과거, 현재의 모습을 통합시킴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걸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벌써 초가을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 저 또한 집을 떠나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고향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반복되는 소진에 지치면서 고향을 그리워 했으나, 막상 집에 가서 그동안 쌓아만 두고 미뤄왔던 기억들, 감정들과 마주하면 그것 또한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쩐지 화자의 어딘가 쓸쓸한 모습들이 더 측은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나날들이 화자에게 새로운 힘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혜원 박혜원님, 안녕하세요. 🌿 소설을 여러 방향에서 세심하게 들여다봐 주셨네요. 제가 신인이라 그런지 독자님들의 긴 감상을 읽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제 글과 인물을 이렇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보아주셨다는 점이 무척이나 감사하게 느껴져요.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혜원님의 감상을 읽으며 다시금 하였습니다. 맞아요. 아픈 기억이 전환점이 될 때도 있지요. 어떤 아픔은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할 때 비로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 속의 화자도 로터리를 도는 택시처럼 돌고 돌아 다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소설보다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도 언젠가 울산을 배경으로 하여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요. 아직은 막연히 구상만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bookulove bookulove님, 안녕하세요.🤓 타지 생활을 하지 않고, 태어난 곳에서 계속 자라온 분은 고향을 어떻게 감각할까?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실까? 궁금했는데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bookulove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소설을 쓸 당시의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특히 화자가 고향에 왔지만, 본가가 아닌 ’덕미씨‘의 집에서 낯선 하루를 보낸다는 점, 식물의 잎과 형광등에 쌓인 먼지와 벌레를 언급해 주신 부분들이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표현하고 싶은 시간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덕미씨 집에 있는 ‘나’의 어린 시절 식탁이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도 모르는 새 쌓여 있는 먼지들을 통해 ‘고향’이 가지는 익숙하지만 낯선 성격,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겹치고 빗나가는 흐름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차례로 인용하며 그에 대한 감상을 달아주셔서, 저도 bookulove님의 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좋은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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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휸휸 휸휸님, 안녕하세요. 🌷 저도 ‘추자씨’라는 호칭에서 화자의 마음을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 처음에는 어머니, 라고도 써보았는데 아무래도 화자의 입장에서는 추자씨를 추자씨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추자씨’는 ‘어머니’와 달리 일정 부분 거리감을 두고 있는 지칭이죠. ‘추자씨’라는 지칭에는 화자의 양가적인 마음, 즉 과거의 모녀 관계에서 벗어나 추자씨를 하나의 개인으로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와, 자신의 기억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추자씨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는 태도를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상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휸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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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오유경님, 안녕하세요. 💐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건 이 소설의 어떤 부분이 유경님의 마음과 깊이 닿았다는 것이겠지요? 유경님과 마음으로 닿을 수 있어 무척 기뻐요. (구체적인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글로써 통할 수 있다는 게 저는 여전히 신기해요. 소설은.. 짱이다!✨) 타인을 특정한 형태로 규정하며 파악하는 태도는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면서도 편견에 갇히기 쉬운 방식인 것 같아요. 비슷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근 MBTI 유행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는데요. (물론 재밌습니다만..!) 타인이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우리가 타인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내 과거를 모르는 사람들, 묻지 않는 사람들, 관계없는 사람들. 고향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과 새로이 삶을 쌓아갈 수 싶다는 소망이 깃들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유경님만의 깊은 얘기를 들려주셔서 저 또한 감사합니다. 소설은 화자의 미래까지 보여주지는 않지만, 유경님은 더욱 멀리 가시기를, 그리고 종종 이 소설을 떠올려 주시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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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안지영님, 안녕하세요🌱 ‘혼란은 때때로 밤의 시간을 더욱 길게 늘어뜨린다’는 표현이 마음에 남아요. 정말 멋진 문장이에요!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에 나오는 한 문장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빛은 그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다 하나, 밤의 지배는 시간도 공간도 없이 이루어지도다. ― 잠은 영원히 지속되나니) 말씀해 주신 것처럼 밤은 이성이 잠들기 쉬운 이상한 시간대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 쉬이 말 못 할 비밀스러운 생각들,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다가도 해가 뜨고 낮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보내니까요. 저도 지금 새벽에 답글을 달고 있지만 ㅎㅎ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공간과 시간대를 오가는 기분이네요. 멋진 감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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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그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다 하나, 밤의 지배는 시간도 공간도 없이 이루어지도다. ― 잠은 영원히 지속되나니.
밤의 찬가 / 철학 파편집 13-14pp, 노발리스
밤의 찬가 / 철학 파편집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노발리스의 미번역 작품들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출간된 작품으로는 유일한 〈밤의 찬가〉를 비롯하여 슐레겔 형제의 문예지 《아테네움》을 통해 발표되었던 철학적 파편집 〈꽃가루〉 그리고 노발리스의 정치적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신앙과 사랑〉까지, 그의 생전에 출간되었던 세 작품은 물론이고 스물아홉에 맞이한 때 이른 죽음으로 출간되지 못하고 유고로 남은 철학적 파편들도 엄선하여 담았다. 문학과 철학
작가님께서 추천해주시는 책들도 작가님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저는 흥미있게 살펴보는데요, 이 책을 언급하신 김에 혹시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좋아던 책이 있으시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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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te Charlotte님, 안녕하세요. 💃🏼 소설 문장을 인용해 주셨네요. 저는 여러 SNS에서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리뷰들을 종종 찾아 읽곤 하는데요. 👀 이 부분을 언급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마도 다들 비슷한 마음을 느낀 적이 있는 거겠죠? 문장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셨다면, 23일(오늘) 이어서 뭐든 물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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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김민경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 과거와 현재의 통합! 그렇게 된다면 큰 혼돈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건 타인을 이해하는 데(완전한 이해란 불가하겠지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맥락에서 소설 속 화자는 타인의 싫어하는 모습(과거를 기반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감시하는)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인에게 내재되어있는 모순을 체감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기도 합니다. 화자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군요! 화자의 미래까지 응원해 주시다니 무척이나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민경님의 미래에도 밝은 기운이 가득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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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댓글 달아주시는 하가람 작가님 감사합니다🙏 이제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소설 보다: 여름 2023』🌞 온라인 독서모임. <소설 보다> 시리즈에 대한 독자님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제, 마지막 일정 안내드릴게요:) 23일(일) 하가람 저자에게 질문을 남겨주세요-! 24일(월) 하가람 저자가 질문에 답변해드립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질문은 9시까지 받겠습니다. 주말이니 느긋하게 즐겨주시기를요!
화분이 없어지면 분갈이를 해야지, 우짜겠노.
소설 보다 : 여름 2023 141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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