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D-29
그런면에서 맹희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지 않나 생각해요. 맹희의 열정의 근원이랄까. ☺️
작가님 인터뷰 중 '나를 나답게 하는' 사람이 좋은 짝이라는 믿음이 있지요. 하지만 종국에는 도무지 '나'에 포함될 수 없는 대상과 함께하는 게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 다. 그러므로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모험이며, 드물지만 확장과 초월의 기회를 제공하는 걸지도요. 맹희 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 알고 있기 전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그 뒤 정상에서 보낸 15분은 어떤 카메라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맹희는 "저는 조맹희인데요"로 시작해서 "저는 여기 와서 제일 관심 가는 사람이 ....'로 말을 이어갔다. 우엉은 진지하게 들어줬지만 물론 그에게도 그의 이유가 있었다. 상투적이지만 정중해. 우엉 당신, 거절도 마음에 들게 하네. 다만 이제 산 아래로 바위가 굴러떨어질 차례.
소설 보다 : 여름 2023 p.88,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실패의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결국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마는 맹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어색함을 가슴에 안고 하산하는 긴 여정… 맹희에게 어쩌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군요. ^^ 한 수 배우고 싶어서 궁금한데 소개되지는 않았던 ‘정중한 거부’를 선택한 우영도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랑, 엘 오 브이 이 화이팅!!!
"나 조맹희. 37세 독신. 한 손에는 총, 한 손에는 장미를 들고......"
소설 보다 : 여름 2023 p.63,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나 조맹희. 시원하게 굴러보고 싶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71,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나 조맹희. 나는......" 식탁 위의 호랑이. 솜으로 만든 맹수. 구르고 포효하고 플라스틱 이빨로 남과 나를 물어뜯고, 완두처럼 작지만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상대에 따라 콩알도 총알도 되지. 사랑이라면 삽질을 하다 내 발등을 찍지만 얕본다면 당신 정수리를 찍을거야.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0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맹희가 "나 조맹희" 하며 다짐하는 말들의 변화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경계하다, 다짐하고, 실천해서 변화하는 맹희를 보며 제가 잊고 살았던 제 모습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네요! 살아가면서 본인의 취향보다는 현실에(빨래 건조대와 같은) 맞춰져 살아가고 있던 맹희가 초반부에 사랑은 하고싶지만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낭만을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지극히 현실적인 마음을 담은 묘사라서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자각한 맹희가 생각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시원하게 구르고 온 맹희가 돌멩이처럼 더 단단해지는 과정은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가 됐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이 많이 나와 기분 좋게 봤고 궁금한 노래들은 검색을 해 들어보며 눈으로, 귀로 소설을 즐겼습니다!
저는 총이 낭만에 한정되지 않은 37살 직장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자기 방어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독신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살기 위해선 진짜 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요. 😥
"너는 무슨 노래 좋아하니?" 글 중간에 인용된 노래 가사가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준 거 같아요. 알고 있는 노래가 많아서 더욱 반가웠어요! 특히 "록은 안 죽었어. 죽은 건 세상이 아닐까. 전자 기타 멜로디가 뇌리를 파고들었고 그녀는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 " 이후에 등장한 '호랑이 인형'과 기리보이의 '호랑이 소굴' 가사 (WHAT 나는 호랑이 소굴로 돌아가), 글의 마지막에 "오늘은 호랑이에게만 들리는 기타 솔로. 제목을 붙인다면 롤링, 롤링 선더······!"까지 맹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절로 나왔어요. 그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같았던 한 편의 이야기가 블로그 '맹이의 대모험'과도 연결되는 거 같았어요. "이를테면 그 블로그는 섣불리 사버린 선물과 수신인을 잃어버린 편지, 고장 난 장난감과 짝을 잃은 액세사리의 수납함, 고대의 맹희가 건축하고 현대의 맹희가 낙서하는 사적인 유적지였다. 행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스스로도 완전히는 기억하지 못했다." p. 65 굳이 '대모험'이 붙은 이유는 그 시절 어느 밤의 맹희에게 물어봐야 되고, 잊어버릴만 하면 한 번씩 쓰고 싶은 글이 포스팅되는 공간이었는데, "너 조맹희. 네가 원하는 게 뭐니."를 시작으로 "아근데. 나는 사랑이 좀 하고 싶다.", "나 조맹희. 시원하게 굴러보고 싶다."에 이르러 결국 <솔로농장>에 참여하면서 사랑과 삶 등과 같이 맹희가 지니고 있던 고민 같은 것들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메라가 많아서 담당 PD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글이 시작되면서 뭔가 직감적으로 출연진이 아닌담당 PD와의 만남이 그려졌고, 사실 둘이 잘 이어지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저는 조맹희인데요"로 시작해서 "그래도 전 삽질한 거 후회 안 해요."라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한 맹희의 모습에서 끝내는 이러한 결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돌멩이의 대모험'이 된 블로그의 제목과 '구르더라도 부서지진 않지.'라는 글을 보며 맹희를 더욱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작가 Q&A 시대가 우울해서 '희망가능한' 희망을 주는 이야기들에 귀가 쏠리는 요즘입니다. 작가는 늘 세상에 귀가 활짝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영역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작가 Q&A 작가님 인터뷰에서 오해와 착각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말을 걸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맹희를 새로운 화자로 내세웠지만 그 안에도 작가님이 묻어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 화자이지만 작가님이 맹희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내면의 모습이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기태 작가님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두 번째 날! 💬21일(금) 저자 Q&A.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을 읽고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남겨주세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남겨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Q&A는 저녁 9시에 마무리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운데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
* Q1. 맹희가 골목에서 발견한 게 호랑이 인형이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뒤에 나오는 ‘호랑이’ 가사와의 연관성 때문일까요? 사실 맹희가 맹한 것 같으면서도 어떤 점에선 맹수 같은 면모를 보여줘서 호랑이가 아닌 다른 맹수 인형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해서 여쭤봅니다. Q2. ‘조맹희’라는 이름은 ‘돌멩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지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Q3. “사랑하고 왔다.” (p.99) 라는 맹희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실 이 표현에서 ‘돌싱’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사랑을 하고 왔다, 한 번 다녀왔다, 돌아왔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사랑과 비사랑 간에 어떤 뚜렷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느낌이고, 둘의 간극이 매우 먼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왔다’는 게 내 자리로 돌아왔다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이 문장을 쓰시게 된 작가님의 이야기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Q4. 작가님은 앞으로 소설을 통해 어떤 ‘모험’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Q. 인터뷰지에서 말씀해주신 광장에 대한 얘기나 당사자성에 대한 얘기들을 읽으며 작가님께서 굉장히 다양한 고민을 하셨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광장은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기능하기도 했으니 '잃어버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부분을 읽고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본작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도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다양하게 고민하신 작가님께서 요즘에 관심이 가는, 또는 자주 생각하시는 토픽은 어떤 게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희 | 맹희는 스스로 의심하듯 '철 지난 생각을 하는 철 지난 사람'일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해도 옹호해야 할 어떤 힘을 갖고 있지 않을까, 라는 데에서 출발한 소설 같기도 합니다. 맹희를 '진취적 인간'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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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 저 자신도 맹희보다는 훨씬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편인데요. 그래서 소설을 쓰며 잠시 해방감(?)을 느꼈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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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 사랑이라는 개념에서 보통 성애를 떠올리게 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말씀을 듣고 든 생각은, 다른 '사람'이 '나'의 투쟁심을 자극하는 가장 적절한 위상이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나의 인격적 부피'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사물은 너무 작고, 신이나 세계는 너무 크잖아요. 사물보다는 크고 세계보다는 작아서, 한번 싸워 보고 싶은 상대가 '너'여서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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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 그러고보니 하산하는 길이 어땠을지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지 않았는데요. 맹희는 얼마간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편하게 떠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엉도 좀 미안하긴 했겠지만 일부러 맹희에게 거리를 두진 않았을 것 같아요. 내려갈 때는 촬영할 필요도 없으니 그냥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내려오는 두 사람이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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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휸휸 | 경계와 기대, 다짐과 포기, 전진과 후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게 삶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뭔가 더 강해진 것도 같고... 아니 그냥 기분만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사운드트랙처럼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실천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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