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D-29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있어야 짝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절실하게 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4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하나씩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제가 이 우연히 책을 처음 봤을 때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수영을 막 배우고 있는입장에서 '어차피 세상은 멸망한 텐데'는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단체 활동의 당연한 규칙' 이라고 불리는 '암묵적인 약속'은 제가 발을 들인 사회와 수영의 세계에서도 '당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규칙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서로 지키면 한결 편해지고, 효율이 올라가고, 수고를 덜 하게 되는 마법같은 규칙이랄까요. 하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잘못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희주와 주호의 태도에 제 모습을 투영하며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당연한 규칙을 배우기 위해 애를 썼고, 그러한 행동들이 훨씬 전문가 같이 보여 빨리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마음이 급해져 제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보다 놓치는 것 들이 많았습니다. 주호와 희주가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에 리듬을 맡기듯이 저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을 찾아야 한다고 매 번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 마음의 소용돌이가 엎치락 뒤치락 싸우며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소설을 읽으며 이러한 마음가짐만은 현대 사회의 많은 희주와 주호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이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약속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그 약속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속으로 고민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꾸준히 본인의 템포로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가 만드는 규칙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구요. 서로 다른 템포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멸망하는 세상에 의지 할 곳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집 안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오늘 버릴 물건을 골라야 했다. 그건 희주가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환경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 온종일 고심해서 물건 하나를 버렸다. 물건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물건을 잔뜩 사버리는 날이 있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6,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꿀벌 무리와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체인처럼 고리로 연결되어 있고, 그 고리 끝에 자신이 매달려 있다. 나는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주호는 무슨 일이든 거기에 자신이 얼마나 엮여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어느새 습관이 됐는데 자기가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죄책감을 느끼기 위함인지 죄책감을 덜기 위함인지 헷갈렸다. 한편으론 그 헷갈림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8-1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지 않은 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떠올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그 자리에서 흩어지고 휘발되어버리는 말들. 그런 말들이 오가다 보면 아무 말이나 하게 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는 너무 깊은 이야기를 불쑥 하게 된다. 그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고 희주는 생각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8-2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있어야 짝을 이루는 것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살고 싶다는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절실하게 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때로 희주의 장바구니 앞에서 흩뿌렸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9.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종종 고민합니다. 잘 살아간다는 것, 죽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 우리 발 딛고 있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되 그 결과가 결코 허무로 이어지지 않는, 각자의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우리 삶이 완벽하진 못해도, 그걸 고민하는 과정 자체로 인생의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눈치 없다는 소리 많이 듣죠?
소설 보다 : 여름 2023 14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희주와 주호의 차이라면 균형을 어떻게 잡나인 것 같은데요. 희주는 저울에 올렸을 때 한쪽으로 쏠리는 걸 경계해서 계속 뭔가를 찾아 자신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하고, 그와 달리 주호는 자기 무게를 받아들이고 쏠린 상태로 있으려 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 둘이 같은 저울에 올라간다면 비로소 무게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눈치 잘 보는 사람과 눈치 없는 사람의 만남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작가님은 극과 극의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해서 잘 산다고들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희주와 주호가 결은 서로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기에 잘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일주일동안 함께 읽는『소설 보다: 여름 2023』🌞 벌써 저자 Q&A를 남겨주신 분이 계시네요! 오늘의 미션, 💬19일(수) 저자 Q&A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을 읽고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남겨주세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남겨드리겠습니다:) Q&A는 저녁 9시에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도 모두 즐거운 독서시간 보내시기를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유경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당연하다'라는 게 무언지 의아하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가요. 무너져보이는 듯한 균형도 주호와 희주의 한 개성일 것이란 말이 참 좋네요! 공감하며 유경님이 남겨주신 감상평을 즐겁게 읽었어요ㅎㅎ 사색의 시간을 소설과 더불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Q&A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 (p.16)’ 희주에게 균형을 맞춘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상처와 결핍은 언제든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슬픈 일도 그렇다고 기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희주는 수동적인 인물이라 느껴집니디. 의대 진학을 강요하는 엄마부터 시작해 애인에게 버림 받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항의를 듣게 된 순간에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습니다. 폭력에 익숙해진 아니, 질려버린 사람 같았어요. 절제되어 있다기 보다는 억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희주가 강박적으로 삶(물건)을 덧셈과 뺄셈으로 계산하는 행동이 어떤 결핍으로부터 생겨났는지 짐작은 가능합니다. 🔍 그렇다면 희주가 부당한 일에 왜 분노가 아닌 참는 것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혜원님~! 저는 희주가 각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평범해서 좋다는 말을 하는 걸 봐서 주목받는 걸 피하기 위해 분노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또 화낼 일과 화낼 필요가 없는 일을 정해두었고 어차피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어차피 사람은 죽으니 사람에 관한 일에는 화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래서 참는다기보다는 그냥 분노하지 않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bookulove님, 안녕하세요! bookulove님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는 감상평이네요:) 수영을 좋아하시는군요!(와, 반갑습니다ㅎㅎ) 물속을 유영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물위를 떠다니는 방식도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뭔가 마음이 편안해진달까! 우리 각자의 호흡으로, 하루를, 시간들을 잘 보내보아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Q&A 주호는 무슨 일이든 거기에 자신이 얼마나 엮여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p.18) ’죄책감을 느끼기 위함인지 죄책감을 덜기 위함인지‘ 모르겠는 주호처럼, 저 또한 기사를 보면서 스스로와 연관지어 보곤 했습니다. 행동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인데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주호도 자신을 대입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주호는 카샤의 죽음을 시작으로 점차 자신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주호를 변화시킨 건 카샤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면, 나 자신조차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주호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죄책감을 만들고 없앤 건 아닐까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주호가 일을 그만두고 수영을 하기 시작한 게, 기울어진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 또한 부족하면 연습을 하라는 수영강사의 말대로, 노력하면 삶의 균형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그게 아니라면 삶의 균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 사심 Q&A 여담이지만, 희주와 주호. 희주호의 케미가 너무 좋았습니다. 인물의 대화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같이 떠내려가는 것.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희주에게, 주호는 괜찮은사람인 것 같아요 ! 연인은 아니더라도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겠죠? 좋은 글을 읽게 되면, 작가님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해져요! 그런 것들을 흡수해 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공현진 저자 Q&A 작가님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등단작 「녹」과 이번 『소설 보다 : 여름 2023』에 실린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그리고 현대문학에 실린 「돌아가는 마음」까지 세 편 다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각 작품마다 사회적으로 나름의 인정(학업이나 직업적인 성취면)을 받은 인물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떠한 환멸을 느끼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점들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다가왔는데요. 꼭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개인의 능력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필수 요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과 우리에게는 다 각자의 삶이 있다는 선선한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작품을 보면 작가님이 다문화, 노동현장, 인간관계, 환경문제 등에 깊이 탐구하고 있다는 것 역시 잘 느껴졌고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어떠한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제를 소설 안에 녹여낼 때 가장 주의를 두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소설에서 희주는 "잘하면 30년 뒤에 다 같이 죽는 거지. 희주가 그 말을 한 건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라는 말을 하고, "같이 떠내려가는 것,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등의 사랑과 관련되어 있는 말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희주가, 주호가, 그리고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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