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정은비님, 안녕하세요! 정은비님의 감상평 즐겁게 읽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서로에게 멸망'이라는 말, '그래서 멸망하지 않으려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필요한 것이다'라는 말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멸망과 사랑을 엮어서 읽어낸 감상이 무척 좋네요. 뭉클하고요. 이 소설에서 '사랑'을 길어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요즘 저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정확히는 정의에 꽂혀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공현진 작가님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도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인풋에 “적당해야 하며, 사회가 순응할 수 있는” 아웃풋이 나와야 한다. 이 문장이 사회에서 추구하는 선 같습니다. 선을 넘거든 그렇지 못하면 결국엔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곤 합니다. 읽다 보니 우리 사회가 당연한 걸 원하는데 ‘당연한 게’ 무엇인지 또 궁금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있긴 할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저는 사람이 백 명이면 백 개의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아웃풋이 결국은 개인의 개성일 텐데, 사회가 개성을 너무 획일화하는 거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에서 다루는 주인공들의 삶의 균형도 사회의 잣대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무너져 보이는 듯한 균형도 주호와 회수의 한 개성일 텐데 말이죠 🤔 더운 여름, 수영장이 주 배경인 작품을 읽게 되어 시원했습니다 🌊 그리고 사회를 생각할 수 있어 저에게 사색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물속과 물 밖. 시끄러움과 고요함. (…)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p.4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극한 호우’라고 불릴 만큼의 비가 퍼붓고, 그로 인해 많은 생명이 숨을 거두었고, 농작물, 건축물 등 할 것 없이 모두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소설 속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너무나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어른이 된 후 기억에 남는 참사가 너무 많다. 물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은 더더욱 많겠지만. 어쨌든 그런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가고, 시간은 흐른다. 슬프게도. 수영을 좋아한다. 물속은 몹시 고요해 가끔 그 안에 있다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숨쉬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아주 부자연스럽고 절실한 일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는 주호의 말처럼, 물속에서는 물 밖과 달리 숨을 참아야 하고, ’호흡‘이 매우 소중해진다. 하지만 수영에는 물속을 유영하는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 물 위를 떠다니는 방식도 있다. 몸에 힘을 적당히 빼야 물에 뜰 수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적당히 힘을 주고, 적당히 힘을 빼서 물에 뜨는 균형점을 찾는 일, 삶도 그런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희주와 주호가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는 건, 어쩌면 열심히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 모두 이유는 모르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살아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보면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살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인 게 아닐까. ‘딱 그만큼, 갈 수 있는 만큼 가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된다’는 것.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함’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받은 듯하다. --------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호흡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어요. 따뜻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아릿한, 그런 글이어서 더 좋았어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읽는 내내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설을 다 읽고나서, 아 이렇게 소설다운 결말이 있다니,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누군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힐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믿어온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상상력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르고 개개인으로는 너무 작지만, 그 작은 흐름이 큰 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마지막 장면을 쓰며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울러 혹 제 글을 읽은 다른 독자 분들은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읽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
다가오는 멸망의 시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과 불안으로 대책없이 맞이할 것 같은데 작가님이 그린 멸망으로 가는 시대의 주호와 희주는 그 멸망을 다른 이들보다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도 현자스럽게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봄에 대략 10년만에 다시 시작한 수영과 지난 달에 읽었던 소설 '기후 변화 시대의 사랑'(톤은 상당히 다르지만요.)이 소재로 이 작품에 드러난 것도 개인적으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수영강습시간, 같은 레인에 있지만 너무나 차이가 나는 실력들, 잘 하는 사람은 잘 하는 대로,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대로의 불만... 물론 악당같은 강사님은 없습니다.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소소하지만 현명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미소와 함께 마무리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오늘날 전 인류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는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이상 기후에서 촉발된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를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린다.
희주는 주호가 신기했다. 자신도 실력이 엉망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주호의 엉망진창 수영은 자신과는 결이 달라 보였다. 자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뭐랄까, 주호는 실력이 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p.25,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우린 어려서부터 성장하고, 더 좋아져야 하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공부하고(시험을 못보더라도...), 운동하고(잘 하진 못하더라도), 그 자체를 즐기며 살 수도 있었을텐데... 봄부터 시작한 수영은 (그래도 예전에 수영을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한 달만에 2레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 후론 굳이 더 상위 레인으로 옮겨갈 필요가 꼭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쉬게 두고 지나가면 되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면서 그냥 더 잘하는게 목표가 아닌 그저 수영을 즐기는 것일뿐...
잘하는 사람은 앞줄, 못하는 사람은 뒷줄. 그건 딱히 수영 수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뭘 하든 단체 활동의 당연한 규칙이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있어야 짝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절실하게 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4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하나씩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제가 이 우연히 책을 처음 봤을 때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수영을 막 배우고 있는입장에서 '어차피 세상은 멸망한 텐데'는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단체 활동의 당연한 규칙' 이라고 불리는 '암묵적인 약속'은 제가 발을 들인 사회와 수영의 세계에서도 '당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규칙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서로 지키면 한결 편해지고, 효율이 올라가고, 수고를 덜 하게 되는 마법같은 규칙이랄까요. 하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잘못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희주와 주호의 태도에 제 모습을 투영하며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당연한 규칙을 배우기 위해 애를 썼고, 그러한 행동들이 훨씬 전문가 같이 보여 빨리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마음이 급해져 제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보다 놓치는 것 들이 많았습니다. 주호와 희주가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에 리듬을 맡기듯이 저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을 찾아야 한다고 매 번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 마음의 소용돌이가 엎치락 뒤치락 싸우며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소설을 읽으며 이러한 마음가짐만은 현대 사회의 많은 희주와 주호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이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약속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그 약속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속으로 고민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꾸준히 본인의 템포로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가 만드는 규칙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구요. 서로 다른 템포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멸망하는 세상에 의지 할 곳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집 안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오늘 버릴 물건을 골라야 했다. 그건 희주가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환경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 온종일 고심해서 물건 하나를 버렸다. 물건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물건을 잔뜩 사버리는 날이 있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6,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꿀벌 무리와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체인처럼 고리로 연결되어 있고, 그 고리 끝에 자신이 매달려 있다. 나는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주호는 무슨 일이든 거기에 자신이 얼마나 엮여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어느새 습관이 됐는데 자기가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죄책감을 느끼기 위함인지 죄책감을 덜기 위함인지 헷갈렸다. 한편으론 그 헷갈림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18-1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지 않은 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떠올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그 자리에서 흩어지고 휘발되어버리는 말들. 그런 말들이 오가다 보면 아무 말이나 하게 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는 너무 깊은 이야기를 불쑥 하게 된다. 그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고 희주는 생각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8-2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있어야 짝을 이루는 것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살고 싶다는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절실하게 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때로 희주의 장바구니 앞에서 흩뿌렸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29.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종종 고민합니다. 잘 살아간다는 것, 죽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 우리 발 딛고 있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되 그 결과가 결코 허무로 이어지지 않는, 각자의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우리 삶이 완벽하진 못해도, 그걸 고민하는 과정 자체로 인생의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눈치 없다는 소리 많이 듣죠?
소설 보다 : 여름 2023 14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희주와 주호의 차이라면 균형을 어떻게 잡나인 것 같은데요. 희주는 저울에 올렸을 때 한쪽으로 쏠리는 걸 경계해서 계속 뭔가를 찾아 자신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하고, 그와 달리 주호는 자기 무게를 받아들이고 쏠린 상태로 있으려 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 둘이 같은 저울에 올라간다면 비로소 무게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눈치 잘 보는 사람과 눈치 없는 사람의 만남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작가님은 극과 극의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해서 잘 산다고들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희주와 주호가 결은 서로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기에 잘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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