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D-29
역시 푸구이죠. 망나니였지만 또 미워할 수도 없고, 불쌍하기도 하고요. 굴곡진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라는 것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중국 사회 과도기에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은 그의 인생을 통해 사회적 구조가 얼마나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말 못하는 펑샤에게 가장 애정이 갔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는데, 왠지 엄마처럼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슬픈 운명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쏠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들 괴로운 현실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고, 가족끼리 보듬어주는 모습 때문인지 그들이 굉장히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편히 살고 있는 제가 할 소리는 아닙니다만.... 저도 제 가족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아래의 대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가족끼리 매일 함께할 수만 있다면, 복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것이 가장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못했지만, 제가 위화의 형제에서 문화혁명기 홍위병의 공포스러운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어서 이 시대를 다룬 인생에서 더 생생한 묘사를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을 읽는 중인데, 죄책감에 시달리는 푸구이에게 어머님이 해 주신 말이 기억에 남네요.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다.”(p.57)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었을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많은 독자님들이 <인생>과 그 등장인물들에 애정을 갖고 읽고 계시네요 :) 혹시 독자님들은 읽으시면서 챽에서 나오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생>에서의 ‘사랑’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일종의 인류애 혹은 신의를 가리키기도 하는데요. 이 다른 유형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요즘 세상엔 용기있다고 할까요? 저도 인류애와 신의를 갖고 사랑하려고 했는데 주변의 반대가 엄청나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거든요. 그건 참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끝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참 겁도 없이 눈에 뵈는게 없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인생에 나오는 사랑을 보면서 마음 절절히 아프면서 지키려는 그 사랑이 용기있는 대단함으로 느껴졌어요.
때론 숭고하고 고귀한 사랑으로 그려졌던 예전의 사랑은, 사실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일방적이거나, 사회적인 묵계로의 강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하는게 모두에게 (너는 제외되더라도) 이로운’ 사랑이라니요! 현시점에서는 도대체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다 싶습니다.
삶이 때론 많이 힘들죠. 그런 삶을 이겨내고 묵묵히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삶을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 푸구이가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안심이 된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었으니 내가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마음에 팍 꽂히더라고요…마치 [아Q정전]에서 정신승리법을 외치며 삶을 이어가려 했던 것처럼 푸구이 역시 아픔을 그렇게 이겨내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며 살아있음에 [인생]이 있고, [대지]가 있는 게 아닐까요. 나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려우면서도 매우 소중한 가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과 대지에 대한 베아트리체님의 마지막 문장이 멋져요 :)
가족들의 죽음을 모두 지켜본 게 푸구이에게 주어진 고통이겠죠. 종종 소중한 사람들보다 제가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남은 사람들이 저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어쩌면 이게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인 걸까요.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가만히 인내하며 지켜보는 것' 같아요. 푸구이의 아버지는 전재산을 털어 노름 빚을 갚아주었죠. 자전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자전의 아버지도 푸구이와 함께 하겠다는 자전을 막지 않고 쌀을 내어줄 뿐이죠. 사실 부자간이야 속이 터져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싶지만, 부부간에 자전처럼 의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언제든 딸이 돌아오길 바라는 아버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이요. 글로 읽으니 숭고한 사랑이지만 현실에서 제 주변에는 없었으면 하는 사랑의 형태예요.
글이 중복해서 써졌네요ㅜ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수정합니다. p.278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내 주검을 거둬줄 사람을 구태여 바랄 필요가 없단 말일세. (...)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사람이란 말일세, 살아 있을 때 아무리 고생을 많이 해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를 위로할 방법을 찾는 법이라네.” P.255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p.279 —>푸구이가 자기를 위로할 방법을 찾는 것 같았어요.
사랑은 다양한 색깔을 보유한 프리즘 같아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핑크빛 사랑은 달콤하지만 다른 유형의 사랑도 있거든요. 인류애 혹은 신의는 폭넓은 의미로 사랑이라 할 수 있겠죠. 그 의미까지 이해하는 데는 사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겠지만요. 연인간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나도 모르는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도 사랑이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개인주의와 갈등대립으로 인해 인류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긴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시궁창같은 현실을 견디게 해 주는?)과 타인에 대해 원한을 갖지 않는 용서의 마음-> 인류애적 사랑을 느꼈습니다. 일본 책들을 읽으면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도, 의도치 않게 본인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거나 자신의 기준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뒤에서 귀신의 원한보다 무서운 복수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위화의 작품을 읽으면 딱 그 대척점에 인간의 행동 양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식이 누구 때문에 죽었다고 해서, 본인이 누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크나큰 원한을 품거나 복수하지 않는 모습요. 그런 점들이 위화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란 인간이 그렇지 못해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인생>에서 등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이 <인생>을 재밌고, 뜻깊게 읽어주시는 걸 댓글 볼 때마다 느낍니다 :) 책을 읽으면서, 독자님들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또는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2번 미션! 1번 미션 완료해주셨나요? 2번 미션까지 달성하면 커피 기프티콘과 현장프로그램 앞좌석 리워드가 제공됩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인생 278,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사람은 이 네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네.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잠은 아무데서나 자서는 안 되며, 문간은 잘못 밟으면 안 되고, 주머니는 잘못 만지면 안 되는 거야." (…) “그게 다 사람 된 도리지.” (p.200) 사람 된 도리를 하면 산다는 게 참 힘드네요.
저는 서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소개해보려구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눈 앞에 있는 무언갈 쥐고 놓치지 않으려 살던 삶에 약간의 느슨함이 생겼어요. 푸구이도 살아간다는 거 그 자체로 사는 사람 같구요.
어찌되었건, 소설의 주인공인 노인 푸구이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며 한 말이 내내 기억에 남습니다. 처참했지만 그 나름의 인생이었노라, 그만하니 다행이다 말하는 모습이 묘한 감동까지 줍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p.546~547) 좀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과 묘하게 겹쳐지는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 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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