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독특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했다. 야구와 포청천의 결합으로 생겨난 비현실적인 세계관이 요즘 유행하는 현대판타지소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른 가상의 장소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장소만큼은 명확히 지정되어 있다. 절대 권력에 지배되어 불공정한 판정에 지배된 것이 작가가 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2. 작가가 결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야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야기에서 '야구'는 가장 거대한 무언가로 그려진다. 작가는 실제로 조기축구회원이자 농구팬이라고 밝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야구'의 어떤 점때문에 야구를 소재로 삼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3. 주인공 아버지는 항소전까지 평범하고 온순한 소시민으로 살아오면서도 손가락이 여섯개 중 한개를 잘릴까, 다른 평범한 다섯손가락의 사람이 되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이런 모습이 '튀고'싶지 않지만, 나를 잃고 싶지는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회적 한 조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에게 공감이 갔다. 나는 어떻게 보면 사회경제의 '변두리'에서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와도 상통하는 것 같이 느꼈다. 굳이 그를 '육손'이로 만든 것은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고 싶었던 것인가??
4. 글은 재치있고 가벼웠지만, 내용은 무거웠다. 어떻게 보면 우리 전통연희, 탈춤 등에서 흔히 보이는 해학적인 경향과 비슷해서 굉장히 한국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독특한 필체를 차용한(혹은 습득하게 된) 계기는?
5. 포청천의 오심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주인공 아버지에게 포청천은 죽기전까지도 특별사면이나 개봉부의 요직을 보장하는 등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회유하고, 주인공은 끝까지 반복해서 거부한다. "우리 둘이서 야구공을 주고받으면 세상은 야구장이나 마찬가지란다."라는 아버지 말에서 나는 오히려 그 가족의 자유를 느꼈다.
그러나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권력을 가진 포청천은 아무 영향력 없는 한명(한 가족)의 훌리건일 뿐인 그를 계속해서 회유하고자 했을까?
훌리건 K차별을 시종일관 뚝심있고 도발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차별받는 소수자의 중심에 육손투수 K가 우뚝 서 있다. 절대권력이라는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심판 '포청천'의 의도적이면서 정치적인 오심으로 야구 선수 생명을 마감한 아버지 훌리건 K의 굴곡진 삶을 통해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요소를 없애려는 소수자들의 저항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육손투수 K가 훌리건으로 낙인찍히는 과정을 작가는 아들의 목소리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약자들
책장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