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아버지의 상자>

D-29
안녕하세요. 마라카스 출판사의 L 에디터입니다. 마라카스는 지난 5월 <아버지의 상자>를 첫 책으로 낸 신생 출판사예요. :) <아버지의 상자>를 쓴 작가 루카스 베르푸스는 현재 스위스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는 소위 ‘빈곤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일컫는 스위스에서 몇 년간 길거리에서 노숙할 정도로 지독한 가난을 겪었어요. 그러나 그는 자기 출신에서 벗어나려 애썼고, 그 노력이 다행히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소설가로서 명예도 얻고 안정적으로 살게 되었죠. 적어도 겉으로는요. 그런데 그런 그의 앞에 과거의 출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난 ‘벼랑 끝의 삶’을 상기시키는 물건이 나타납니다. 바로 아버지의 유품이 담긴 상자였죠. 그는 상자를 열며 자기 삶에 남겨진 부모의 흔적을 회상하고, 그 과정에서 출신, 계보와 족보, 유산, 상속, 가족, 사유재산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이로써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곧 세계의 이야기로 뻗어나갑니다. “생각을 사건으로 만드는 작가.” “문장 하나에 전체를 담아내는 작가.”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가슴에 멍이 들 수도 있다.” 29일의 기간 동안 <아버지의 상자>를 읽고 인상적인 부분을 기록해주세요.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요 :) 기간: 2023년 7월 4일부터 29일간 특이사항: 29일간 함께해주신 분들 중 10분을 추첨하여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
구매해 두고 아직 안 읽고 있었는데(그런 책이 너무나 많...) 북클럽을 한다니 어느 정도 의무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겠네요! 반갑게 신청합니다~
하하 저도 그런 책 많아요😅 반갑습니다 노루님 :-)
내가 상자로부터 들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침묵이었다. 이 침묵이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까지 넘어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 상자에 마땅한 자리를 마련해줘야 했다.
아버지의 상자 p. 19, 루카스 베르푸스
20년 넘게 나는 과거의 짐으로부터 이 골칫거리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 상자와 그 속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언젠가는 그것과 직접 대면해야 했다.
아버지의 상자 p.28, 루카스 베르푸스
내 서가에 꽂혀 있던 디스토피아들이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 이것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의 진실이라는 것은 모두 거짓이고, 자유는 예속이고, 무지가 힘이라는 사실을.
아버지의 상자 루카스 베르푸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초반 첫 챕터를 읽었습니다.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새 토픽이 훅훅 지나가 있네요. 가족, 상속, 경제에서 어느덧 책, 그러더니 역사, 민족까지 이르고, 이 연쇄의 맺음이 《종의 기원》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마침 지난 달부터 《암컷들》이라는 진화생물학 책을 읽고 있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이며 영국의 자연사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 루시 쿡이 다윈에 대한 마땅한 경의와 우아한 분노를 모두 가지고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써내려가는 성과 젠더, 진화, 자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겹치는 내용이 나와 반갑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다음 챕터에서 저자가 가족과 상속, 사회라는 토픽에 《종의 기원》을 어떻게 얽어 들어갈지 궁금하네요!
노루님 읽고 계시다는 <암컷들> 찾아보니 흥미로워 보이네요. 바로 주문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착실하고 믿음직스럽고 출세욕이 강한 삼촌이나 고모는 이런 삶을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그들보다 가난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들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삶에 더 가까운 것은 우리였다.
아버지의 상자 p.39, 루카스 베르푸스
책 구입했어요. 오늘부터 읽기 들어갑니당~^^
초반부 읽고 있는데도 벌써 흥미진진하네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린 아버지의 상자... 과연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쩡이님, 반갑습니다! 저도 음미해가며 천천히 읽고 있어요. 함께해요. :)
아버지의 유골은 어쨌든 자기자리를 찾았지만, 이 물건은 갈 데가 없었다. 상자는 내 것이 아니면서도 내 것이었고, 내 집에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니면서도 내 집에 있었다. 20년 넘게 나는 과거의 짐으로부터, 이 골칫거리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 상자와 그 속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언젠가는 그것과 직접 대면해야 했다. 그건 곧 상자를 열고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p.28
아버지의 상자 루카스 베르푸스
오우~이책..아버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노루님 말씀처럼 가족, 역사, 민족, 경제...종의 기원까지! 계속 따라가고 있는 중이예요~ 과연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을까요? 책 재밌네요. 계속 궁금증과 호기심을 일깨웁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 거지 하고 쭉쭉 끌고나가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재밌게 읽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우리가 따르는 법칙은 결국 언어이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언어를 바꿔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과 혈통에 대해 다른 문법과 다른 개념이다. 특히 지금의 우리에게는 다른 상속법이 필요하다. p.101
아버지의 상자 루카스 베르푸스
현실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아버지의 상자 76, 루카스 베르푸스
이 세상에서 사람, 언어, 생각을 빼면 뭐가 남을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가 남긴 할 것이다. 세상이 언어로만 존재하지는 않으며 세상은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라는 사실은 어떤 인간에게는 필수적이다.
아버지의 상자 77, 루카스 베르푸스
2장은 더더욱 폭풍처럼 몰아치네요...! 거의 작가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면서 정신을 놓고 읽게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 (그만큼 번역도 정말 잘 되었다는 거겠죠?) 제가 나중에 다시 볼 용도로... 2장 내용 정리를 하고 가고 싶네요. 2장에서는 <종의 기원>을 언급하며 다윈주의를 비판하고, 여기서 나아가 '내러티브'와 언어/이야기/개념의 한계를 비판한 후 이와 연관지어 레비스트로스와 사회인류학의 한계를 비판하며 약자를 소외시킨다는 또다른 한계를 비판하네요. 이처럼 언어의 불완전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를 보완할 형이상학 등 다양한 분과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윤리학이나 정치학 같은 분과가 공정한 분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까지 시사합니다. [다시 다윈으로 돌아와, <역사>를 저술한 칼라일을 인용하며 내러티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갑니다(여기부터 대괄호 친 부분은 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어요...). 구조, 체계, 질서, 이성을 비판하며 위구르와 난민 이야기를 잠시 짚고 넘어가기도 하고요.] 그러다 다시 기원 이야기로 돌아와서, 국적과 국가는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지극히 자의적인 발명이자 허구라고 주장합니다. 국적이 자의적인 개념(?)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여러 분야와 소재를 오가면서 자유자재로 내용을 전환하고 그것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한 흐름의 글로 엮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말 휘몰아치는 내용들에 어어어..하며 끌려가면서 읽은 것 같아요ㅋㅋㅋㅠㅠ 사실 제가 역사 인문 철학 분야에 내공이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더 공부를 많이 하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면 더 풍성하고 풍부하게 지적으로 사유하며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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