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논객과 글쓰기

D-29
저는 이번 노정태의 글에서 3. 유시민 | 돌아온 지식소매상, 부도 난 정치도매상 / 4. 박노자 | 어디에도 없는 남자 / 5. 우석훈 | 청년들에겐 꼰대, 386에겐 광대 챕터를 읽어보았는데요. 꽤나 많은 분량이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유시민씨의 이력에 대해 꽤나 큰 호기심을 가졌었고, 노정태의 분석이 대체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에 그의 정치적 이력만 존재하지만, 사실은 그는 김어준과 더불어, 한국의 미디어를 재편한 공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관점이 옳건, 그르건 간에요. 그들은 이를테면 만우절에 외계인이 미국에 침략했다는 이야기를 라디오로 송출한 오슨 웰스와 같습니다. 물론 웰스의 예술적 천재성에 쥐꼽만큼도 미치지 못하지만요. 다만 어떤 기능, '진실'이 부재해있고, 이야기의 중심이 부재해있다는 어떤 가능성을 이들이 만들어냅니다. 2000년대 말부터김어준-유시민 쌍이 각각 담지한 정치적 기능은 분명히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추후에 김어준 파트에서 다뤄보죠
박노자와 우석훈에 그에 비해 중요성이 덜 합니다. 우석훈은 확실히 중요한 데가 있지만, 박노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진보 논객 리스트에서 박노자는 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 뿐 아니라, 생태요괴전(이 책은 프랑코 모레티의 흡혈귀-자본가 공식을 최초로 소개한 책입니다), 끊임없이 담론을 갱신하는 데가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중요성이 노정태가 분석한 우석훈이라는 학자의 입간판적인 면모에 한정되어 아쉽긴 합니다. 박노자는 소련 노스탤지어로 가득차 있고, 그것이 옳건 그르건, 저는 그다지 중요한 학자라고도, 논객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아니면, 시대가 변한 것이겠지요. 이제 진짜로 사회주의를 누구도 진지하게 언급하지 않는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GKD님이 소개해주신 이우창님의 논평은 잘 읽었습니다. 실명비판이라는게 참 감정다스리기 어려운 문제일텐데 다들 그만큼 자신이 있거나, 용감하신것으로 이해하면 될런지요. 토론에 참여하신, 저를 제외한 두분의 글을 보니 이 분야에 내공이 있는 분들로 보이는데, 2014년 이전에 이미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글을 모아 개고한 책을 8년이나 지난 시점에 다시읽기를 하고자 한 의도가 좀 궁금합니다. fn님도 언급하셨지만요. 저처럼 문외한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분석보다 일반적인 인상이나 단편적인 사실 하나가 의견형성에 더 크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즉, 지적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대상에 대해 호불호 혹은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기보다,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보고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해서, 인물이나 글에 대한 판단이 온전히 타당성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디다. 다만, 글이 이성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사람을 위장시키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책, 이게 뭐길레》에서 말이 더 그렇다고 보시는 것 같지만. 유시민은 한때 진보의 아이콘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는데 그사이 정치 사회활동을 보면서 본인이 그렇게 비판대상으로 삼았던 인물이나 행동과 본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가령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것.
이번주는 김규항, 김어준에 대한 이야기이죠? 김어준의 background에 대한 서술부분은 잘 읽었습니다. 새롭게 알게된 부분이 많아 책을 읽은 보람을 좀 느꼈습니다. 책을 쓰는 분들은 지식에 대한 깊이나 폭이 어느 정도라야 할까요? 김어준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많이 회자가 될만큼 대단한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인 면에서 회자가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라면 과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낭비가 아닐까요? 세계시민적 개인주의자라는 표현은 너무 대상을 미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겠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별히 득실에 관심이 없는데도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왜 이렇게 클까요? 무지의 소치일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가 마지막 주인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은 통 들어오시지 않네요. 혹시 논의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홍세화씨에 대한 서술에서 몇가지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똘레랑스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었는데 아니었나 보죠? 똘레랑스가 앵똘레랑스까지 용인해버리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똘레랑스는 개인이 권력에 요구하는 것이지 권력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상 똘레랑스는 권력이 개인에게 허용하는 것이지 개인이 권력을 똘레랑스할 수는 없다. 앵똘레랑스는 앵똘레랑스해야한다. 똘레랑스 세력도 앵똘레랑스 세력을 앵똘레랑스로 대응해야한다. 이것이 홍세화 본인의 주장인가요? 아니면 노정태 작가의 분석인가요?
고종석씨를 논의하는 부분에서 아래 내용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술에서든 저널리즘에서든 아카데미즘에서든 되풀이는 글쓰기의 커다란 악덕이다. 되풀이라는 것은 지적 담론이나 문학에서도 피해야 할 악덕이다. 지적 불성실의 가장 흉한 형태. 자기표절. 그러나 지금의 내가 열두해 전의 나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이상 되풀이를 피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비체계적인 글쓰기라 할지라도 어떤 주제에 접근하면서 빠뜨려서는 안될 고갱이가 있기 때문에 그리된다는 변명. 저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들, 작가든 논객이든 철학자든 이 되풀이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 내지는 변형시키면서 본인 정체성의 핵심을 유지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혹시 도움말을 주실 수 있는지요?
안녕하세요. 강덕구입니다. 약간 저도 주춤하게 됐는데, 김어준 씨를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가 정치적 비전(그 수준이 어떠하든)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최고라고 봅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동시대의 미디어 주술사 같기도 하네요. 저는 김어준 씨가 사악하다거나, 나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한국 사회가, 한국의 시민들이 바라고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그 역할을 사회의 곡절마다 찾아내는 김어준의 능력은 정말이지 탁월한데, 노정태는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되풀이의 문제는 필자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인 것 같습니다. 아니, 모든 콘텐츠 생산자가 갖고 있는 고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너리즘'에는 비단 조롱에 뜻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어떤 한 명의 작가, 생산자가 계속하는 하나의 주제 근처를 맴돌고, 또 돌아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그런 점에서 고종석의 자유주의는 분명히 그러한 매너리즘의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가 추구하는 보편성이 의미 없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어제로 마감이 되었어야 했는데, 이 모임을 운영하는 게 힘드네요. ㅎㅎ 참여해주신 map님께는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김어준씨에 대한 저의 생각은 논리적 근거가 있는 판단이라기 보다는 윤리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정치적 사회적 능력이 뛰어날수록 그사람에게 기대되는 윤리적인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능력이라는 것의 질적 의미에 의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처음 참여해 본 그믐 모임이었는데 정치적 색채가 드러나게 되어 있는 책이고, 개인적으로는 -ism에 따른 가르기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저는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함께 참여하신 분들께는 별 재미있는 참가자가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이렇게 길게 소통한 것은 처음이라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어쨌든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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