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4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_박완서

D-29
저지른 잘못이 아닌 태어난 잘못에 나는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p.187, 박완서 지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선 인종차별, 약자 등의 차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글에서 '저지른 잘못이 아닌 태어난 잘못'이라는 말이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사소한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아지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거의 눈엔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성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한테 미움받은 악인한테서도 연민할만한 인간성을 발굴해낼 수 있고, 만인이 추앙하여 마지않는 성인한테서도 인간적인 약점을 찾아내고야 마는게 작가의 눈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p. 221, 박완서 지음
악인과 성인, 빈자와 부자를 층하하지 않고 동시에 얼싸안을 수 있는 게 문학의 특권이자 자부심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p. 221, 박완서 지음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나를 숨겨준 여행가 방을 미련없이 버리고 나의 전체를 온전히 드러낼 때, 그분은 혹시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시지 않을까. 오냐, 그래도 잘 살아냈다. 이제 편히 쉬거라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가 될까 말까 하던 4년 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다."216쪽 박완서에세이를 읽으면서 순수함,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너무 멋진 분이셨네요.
@메이플레이 괜히 대작가가 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통해 참 멋진 분이구나를 느꼈어요
비켜나 있음의 쓸쓸함과,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거리를 가장 잘 보이게끔 팽팽하게 조절할 때의 긴장감은 곧 나만이 보고 느낀걸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로 이어졌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p. 232, 박완서 지음
단순히 비켜나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보이게 거리를 조절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록하는 삶. 저도 비켜나 있는건 잘하는데, 저의 비켜남은 어쩌면 외면이나 무시 혹은 간과와 별 다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뿌옇게 흐렸던 화면이 촛점을 맞추면서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Moonhyang 주목받지 않더라도 비켜서서 면밀하게 관찰하는 모습이 겸손과 세심함이 묻어나있는 것 같아요.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체험한 여자이기에 감수해야 했던 온갖 억울한 차별 대우를 딸에게만은 물려주지 않으려는 어머니들의 진지한 노력과 간절한 소망에 의해 여성들의 지위가 더디지만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P 202
p. 140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제일 예쁜 건 아이들다운 애다. 그다음은 공부 잘하는 애지만 약은 애는 싫다.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 미술 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고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대강 이건 것들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사람 됨됨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140~141, 박완서 지음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되길 바라셨는데 일부는 제가 제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와 일치했고 일부는 제가 되고 싶은 사람 됨됨이와 같아서 놀랍기도 하고 괜히 뭉클하고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무던하지만 멋쟁이가 되고 싶고 욕심이 과하지 않으며 넉넉하지 않아도 인색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마음은 넉넉하고 모나게 살지 말자고 다짐하거든요.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건지 이제야 조금 철이 들려고 하는 건지 선생님의 글이 마음에 깊이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진도가 조금 늦네요.^^ 주말에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다.
@hyeyum32 제가 본 혜윰님은 이미 충분히 그런 분이신 것 같은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주네요! 이번주 분량은 짧았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같이 생각 나누어요 :) 이번주 수요일 목요일도 많이 출석해주세요!
p.259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석 달도 안 된 어느 날 느닷없이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코에 와 닿았다. 살 의욕이 없이 어떻게 식욕이 생겨날 수가 있는지, 나는 짐승 깉은 나의 육체에 모멸감을 느꼈지만 결국은 식욕에 굴복하고 말았다. p.283 계절의 변화에 신선한 감동으로 반응하고, 남자를 이해관계 없이 무분별하게 사랑하고 할 수 있는 앳된 시절을 어른들은 흔히 철이 없다고 걱정하려고 든다. 아아, 철없는 시절을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여생이라는 말을 가만히 보자니 (앞으로) 남은 날..이잖아요. 남은 돈, 남은 시간, 남은 힘, 남은 밥, 남은 것들 .. 餘에는 나머지라는 뜻도 있어서 남은 것들을 생각하다가 뒷모습에 남은 나머지들도 생각해봅니다. 허투루 쓰이고 만 순간들이 떠올라 귀끝이 뜨겁네요 .. 나머지들이 사실 처음부터 나머지는 아니었으므로 남은 것들에도 애정을 가져야겠고 그런 애정들이 모이면 여생도 원하는 바로 조금씩 더 채울 수 있겠지 .. 기대합니다.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휴가 잘 보내셔요. :)
@매일그대와 매일그대와님의 글을 찬찬히 읽다보니 나머지로 쓰였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에게 나머지는 한숨 돌리는 시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여생은 한숨 돌리는 생이 될 것 같아요:)
추가 없으면 미도 없듯이, 슬픔이 있으니까 기쁨이 있듯이, 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살았다 할 것인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p. 247, 박완서 지음
죽음이 있어서 오늘 하루가 더욱 값진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한주였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책으로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다음 책에서 또 만나요:)
@프란 하루하루 생기있게 살기 위해 죽음을 상기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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