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14회차: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저

D-29
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14회차 도서는 아니 에르노 저, <부끄러움>입니다. 정해진 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게시글에 감상을 남겨주세요.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 역시 자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나 읽을 거리가 있다면 단체톡방이나 그믐, 에이츠 등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간 내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에이츠에 남겨주셔야 합니다. 중간 점검은 기간 중 불시에 시행되며, 진도가 가장 빠른 분은 선정 도서 추가 or 책에 대한 발제가 가능합니다. 모임에 대한 피드백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회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읽는 내내 작가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소설이었다.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부끄러움을 포함한 여러가지 다채로운 감정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고 정말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사건과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표현해낸 글이라 읽는 입장에서도 깊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인생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할텐데 그 때의 기억과 경험이 결국 삶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또 들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스토리가 존재하겠지만 글에서 서술된 이런 감정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나 역시 글을 읽으며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작은 찰나였을 뿐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이따금씩 떠오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떠올리기가 꺼려지는 어떤 일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글이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작가 본인에게 가장 불편한 기억들이었을텐데도 솔직하게 글을 써내려가며 정면으로 그 감정들과 부딪혀 작품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더 좋은 글이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그 때의 상황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떠올려보려 하니 기억나는 건 일부 장면 (주로 그 날 입고 있던 옷, 날씨 등 상황 자체와는 별 상관도 없는)과 대사,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뿐이었다던지 하는 대목도 완벽하게 공감이 가서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기존에 잘 모르던 작가라 작가에 대해 약간 찾아봤는데 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서 지금 나는 하나의 장편에서 일부 챕터를 읽어본 셈이구나, 싶었고 또 다른 인생의 시기에 대해 쓴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작가의 다른 출간작들도 시간이 날 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직접 경험한 것만 쓴다는 그녀만의 규칙은 이 책과 그 전에 쓴 글까지 모두 흥미가 생기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으나 이런 글을 써서, 책으로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타인의 시선처럼 남의 일처럼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마치 묻어둔 잊기로했던 흑역사를 헤집어내는 것처럼.. 덕분에 나까지 과거를 떠올리게 했고 그래서 괴롭기도 했다 작가는 이 글을 쓰고 속이 시원해졌을까 또.. 계층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속마음, 종교학교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의 기묘함.. 그런 것과 그 시대를 서술하는 글을 보며 어쩐지 해외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 새삼, 어린시절의 경험이 사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하는 기분도 들었다.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인상적이었던 문장. 나는 사립학교, 그곳의 품위와 완벽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 속에 편입된 것이다.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일단 읽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 들어있던 발췌한 글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어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가 하나씩 묘사되는데 잘 읽히지 않아서 2번 3번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서 읽었고,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생각이나 기억을 들여다보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옮긴이 해설을 보니 소설이라고 할 수 없다는걸 겨우 깨달았다. 나의 부끄러움, 내면의 감정을 이렇게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써내는 과정은 힘들거나 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후련했을까..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내가 갖고 있는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어릴 때 자존감이 낮아 혼자 부끄러웠던 일들이 조금씩 같이 떠올랐다.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사람의 부끄러움까지 닿을 수 있는 글이란 것도 대단하지 않은가? 대단한걸?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용이 무거운 부분이 많았는데, 글로 읽을 때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읽혀서 작가가 많은 고민과 공을 들여 쓴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덕분에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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