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 모임에 참가하고 나서 수십 년만에(응?) 다시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있어요. 제가 차음 읽었던 도스토예쁘스키의 작품이라, 읽다보니 예전에 느꼈던 것들이 떠오릅니다. 전에는 서간체 서술이 거슬렸는데 지금은 서간체 즉 대화형식 서술의 진가가 무엇인지 아니까 첫 작품을 쓰면서 이런 형식적 실험을 했던 도스토예쁘스키가 얼마다 대단한지 알지만 더 감탄했답니다.
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 1 (총 10개의 작품 중에 첫번째 책)
D-29
까만콩
호혁선율
네 까만콩님, 책나눔 잘 읽었어요^6 저도 계속 읽다보니 대화 형식이 익숙해져갑니다. 각자의 입장과 생각, 느낌을 깊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위대함이 이런 소설적 형식에서도 드러나는군요!
호혁선율
제가 비록 무지몽매하고 어리석기는 하지만 심장만큼은 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 거라는 얘깁니다. 81쪽
도덕이란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단 말입니다! 82쪽
서류를 정서하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일이 자랑스럽습니다. 그것도 나름대로 노동이고 저도 땀을 흘리고 있단 말입니다. 83쪽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작문한 한다면 정서는 누가 합니까?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겁니다. 당신도 대답을 좀 해보세요. 나의 소중한 사람. 하지만 저는 이제 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83쪽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얼마나 슬퍼 보이고 가엾던지. 어쩌면 입 하나를 덜게 되어 사는 게 조금은 수월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겐 아이 둘이 더 있어요. 젖먹이하고 여섯 살이 조금 넘은 여자아이예요. 어린아이가,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어린아이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아이의 존재가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겠습니까! 88쪽
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바보같이 앉아 있을 뿐입니다. 제가 너무 창피스럽습니다. 공동의 화제에 한마디라도 끼여 보려고 저녁 내내 할 말을 궁리하지만, 말 한마디 찾기가 어쩌면 그러게도 어려운지요! 바렌까, 그러다 문득 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제 스스로가 불쌍해집니다. 속담에도 있듯이 몸만 자랐지 지혜는 얻지 못한 거예요. 91쪽
가끔 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내가 글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제 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저는 네프스끼 거리엔 얼씬도 못할 것 같습니다. 96쪽
<단상>
자신의 일을 무시하고 인격까지 낮추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마까르. 자기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뭔가 공허하게 들린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 특히 아이의 죽음은 "가난하다 가난하다 해도 어쩌면 그렇게도 가난"한지를 보여준다. 제대로 슬퍼할 기력 조차 없는 그 부모의 모습이 더 처참하다...
가난한 이가 문학을 사랑하고 책 쓰기를 꿈꾸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호혁선율
“ 문학이란 정말 심오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교훈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또 저기…… 아무튼 문학 속에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가 씌어 있어요. 정말 훌륭합니다. 문학은 그림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그림 같고 또 거울 같기도 합니다. 욕망에 대한 표현, 신랄한 비평, 가르침을 주는 교훈들, 방대한 자료가 그 안에 들어 있어요. ”
『가난한 사람들』 91쪽, 표 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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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혁선율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28~29쪽
"도스토옙스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에 하나는 가난이다. 그의 첫 작품 제목이 '가난한 사람들' 아니던가. 가난이라는 테마는 이후에도 줄곧 작품의 중심이 되었다. 그가 남긴 작품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생가에 직접 와서 느낀 것이지만 이는 그의 출생, 성장과 깉은 관계가 있는 듯이 보인다. 도스토옙스키는 어려서부터 물질적 부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작가였다. 웅장한 저택과 잘 다듬어진 정원, 화려한 응접실과 편안한 침실, 실크 드레스를 입고 보석으로 몸을 치장한 부인들, 주인을 따르는 여러 명의 시종들, 황금색으로 칠한 사륜마차, 여름밤을 유혹하는 낭적인 야회, 입맛을 다시게 하는 진기한 요리들, 향수, 고급 포도주와 보드까, 이런 디테일을 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톨스토이와 자주 비교된다. 톨스토이가 러시아 최고의 귀족 집안 출신인 반면 그는 평범한 잡계급, 지금으로 말하면 쁘띠부르주아 계급 출신이다. 톨스토이 소설을 읽어보면 귀족 생활에 대한 묘사가 자주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귀족 생활을 그린 그이 섬세한 필치는 매우 자연스럽고 전형적이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그렇지 않다. 도스토옙스키가 귀족 생활을 묘사하는 장면도 흔지 않지만, 그것도 자세히 읽어보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오는 귀족들은 몰락했거나 갑자기 출세한 인물이 대부분이다."
보라수국
“ 화가 났고 슬펐다. 어떤 광기 같은 것이 나를 엄습해 왔다. 나는 그의 책을 마지막 한 권까지 전부 다 읽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꼭 그렇게 하고 말리라며 그 자리에서 마음을 먹었다. 나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나는 그가 아는 것을 나도 다 알아야 그와 우정을 나눌 자격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P57)
”[선물이 아드님의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나느 덧붙여 말했다. [그것으로 당신이나 제가 선물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노인은 이 말에 전적으로 안심했다”(P72)
”어린아이가,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어린아이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아이의 존재가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겠습니까!”(P88)
(단상)
바르바라의 행복했던 시절... 비록 가난하고 사랑하는 어머니는 아프고, 안나에게 받는 인격적인 모욕감이 있지만, 그녀는 사랑을 하고, 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그의 이웃들과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나눈다. 특히 뽀끄로프스끼 노인을 향한 그의 연민과 배려를 보며 그녀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그의 인간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그것이 사람답게 만드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작가가 표현한 가난의 실상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아이의 죽음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부모의 입장에서 그러한 마음이 충분히 들 수 있을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근원적 기쁨을 삼켜버리는 고통... 그 시절 러시아는 그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했구나.. 싶으면서도 현대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입맛이 썼다.
호혁선율
상처와 가난에 점철되더라도 이웃의 소소한 삶에 즐거움을 느끼는 바르바라 모습에서 인간다움을 느꼈다는 말이 와닿네요. 가난은 '근원적인 기쁨을 삼켜버리는 고통'을 주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현실에 저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ae18studio
나도 그 사람 모임에 다녀요. 우린 담배를 피우 고 라타자예프는 낭독을 하지요. 한 다섯 시간 읽기도 하는 데 다들 계속 듣고 있어요. 문학이 아니라 진수성찬이에요!
정말 아름다워요. 꽃이에요, 그냥 꽃이에요. 페이지 하나하 나로 꽃다발을 만들 수 있어요! p98.
호혁선율
문학=진수성찬=꽃다발, 너무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저는 완전 공감해요. 진수성찬과 꽃다발 속에서 살고 있네요~
호혁선율
5일차 98쪽~119쪽
하지만 당신이 주신 작품은 마치 제가 쓴 것처럼 정말 제 생각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더군요.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라들 앞에서 뒤집어 보인 것 같았다니까요! 그 정도로 자세하게 씌어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평범하더군요. 세상에, 어떻게 그런 글을 썼을까요! 정말 저라도 그렇게 썼을 거에요. 안될 게 뭐예요? 저도 책에 씌어진 것하고 아주 똑같이 느끼고 있는데요. 게다가 저도 가끔은 가엾은 삼손 비린과 비슷한 처지에 처하는걸요. 109쪽
acorner
같은 대목이네요~~~
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호혁선율
사실 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한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어요.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도 익숙한 곳에서 사는 게 아무래도 더 낫겠죠.
『가난한 사람들』 99쪽,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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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혁선율
“ 제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당신께 필요하다는 겁니까? 제가 당신에게 뭐 좋은 일을 해드린 게 있어요! 영혼으로 당신과 하나가 되어 당신을 깊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밖에는 없잖습니까! 하지만-아, 슬픈 내 운명이여!-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 다른 좋은 일을 해드릴 수 도 없고 당신의 은혜에 보답을 해드릴 수도 없잖아요. 더 이상 저를 붙잡지 마세요. ”
『가난한 사람들』 106쪽,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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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혁선율
네 푸시킨의 <역참지기>(1830) 작품을 보고 마까르가 계속 사실적이고 칭찬하네요. 이 책은 상류층 젊은이를 따라 가출한 14세 소녀 듀냐 이야기라고 합니다. 삼손 비린은 듀나의 아버지이구요. "이 소설의 내용은 일반적인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제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p.110) 바르바라를 듀나로, 자신은 삼손 비린으로 비유한 것 같아요^^
호혁선율
6일차 119쪽~140쪽
우연히 저의 불행한 처지를 아시고 마음이 움직여서 관청에서 가불까지 하셨으며 제가 아팠을 때는 가지고 계신 옷가지마저 내다 파신 것을 알게 된 지금, 모든 것이 밝혀진 지금, 저는 너무나 괴로워서 이걸 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정녕 모르겠습니다. (…) 당신은 우리의 우정을 배신했습니다. 그동안 제게 솔직하지 않으셨으니까요. (…) 당신께서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베푸신 모든 것이 이젠 슬픔으로 변해 버렸고, 제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았습니다. 120쪽
불행은 전염병입니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전염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122쪽
주변을 항상 잔뜩 주눅이 든 눈으로 살피면서 주위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씁니다. 누가 자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다른 사람들이 <뭐 저렇게 꼴사나운 놈이 다 있어!>, <대체 저렇게 가난한 사람은 무슨 느낌을 갖고 살까?> 아니면 <이쪽에서 보면 보면 어떤 꼴을 하고 있고 저쪽에서 보면 또 어떤 꼴일까?> 등등의 말들을 할까 봐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겨을 씁니다. 바렌까, 모두 알고 있듯이 가난한 사람들은 발닦개만도 못한 인새이고 아무도 그들을 존중해 주지 않습니다. 129쪽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구경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에요. 요즘은 선행이라는 것도 이상한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더군요. (…) 저희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일은 몰라도 그런 일이라면 훤하죠! 가난한 사람들은 왜 이런 것을 다 알고 항상 이런 생각만 하고 있냐고요?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130쪽
내 팔꿈치에 구멍이 나서 찢어진 게 자기하고 무슨 상관이라고요! (…)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은 누가 자기의 누추한 집을 들여다보거나 가족 관계가 박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런 거라고요. 131쪽
말을 끝까지 하지도 않았는데 저는 숨겨진 말을 짐작해 버렸고,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았어요. 대머리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고요. 사실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 않고 참기 힘든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더라고요. 132쪽
<단상>
이사가기 위해 돈이 필요한 바르바라. 왠지 마까르는 그 돈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불행은 전염병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어 한다는 말이 복선처럼 들린다.
가난한 것이 잘못도 불행한 일도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 가난하면 불행하고 자존심 상하고 억울하게 죄인취급당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더더 많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결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비참함이 아닌가...
호혁선율
@모임 모두들 <가난한 사람들> 잘 읽고 계신가요? 일정상 오늘 중반을 넘어섰어요. 내일 쯤 <분신> 모집 공고와 일정표를 올려드릴까 합니다. 무더위가 시작되려고 하네요. 건강 챙기면서 도 작가님 책도 슬쩍 읽어보아요^^
acorner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은 누가 자기의 누추한 집을 들여다보거나 가족 관계가 밝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런거라고요.
『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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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rner
나의 천사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못 꾸면 정말 큰일이에요! 하숙집 주인은 저를 쫓아 내려 안달이고 이젠 식사도 주지 않습니다. 제 신발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고, 옷의 단추도 다 떨어졌어요……. 하긴 제게 남은 것 중에 성한 게 뭐 있겠습니까! 만약 상관들 중 누구라도 저의 흉한 모습을 보시게 되는 날엔 어떻게 하죠? 끔찍합니다, 바렌까.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 끔찍합니다!
ae18studio
완독.
[평]
다읽음.
싫다.
끝까지가난하다.
호혁선율
아 끝까지 가난하군요 ㅠ
그래도
완독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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