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2. BIFAN과 함께 ; 이상해도 괜찮아

D-29
제 사랑도 항상 괴로웠던 기억이 더 많은 거 같아 이 부분은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 가장 큰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엔 도망가기. 상처 받기 싫어 먼저 외면하는 중이라 이게 문제라는 걸 인자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네요. 마음에 크게 멍이 들고난 뒤로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렇다고 사랑을 안하는 건 아닌데.. 혼자 삭히는 중이구요. 아마 모든 사랑엔 고통과 아픔이 따를 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서로가 같은 마음이라면 그걸로 일단 행복한게 아닐까요.
먼저 자존감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자존감이라.... 자존감을 충전하는 건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할 정도로 어려워요. 지금까지 한번도 자존감 만땅 상태였던 적이 없거든요.. 자존감을 쉽게 풀어쓰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도 느끼신 것처럼 사랑은 힘들잖아요?ㅎㅎㅎ 그럼에도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진부하지만-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나온 것처럼-자신에게 작은 성공을 주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해낼 수 있어.'라는 마음을 얻는거죠. 스스로 인정하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자연스레 사랑으로 인한 상처 극복 방법으로 넘어가면... 제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건 답할 수 없는 걸로...ㅋㅋ 그렇지만 자존감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상대를 인정해주기. 나는 나고 너는 너야. 그럴 수 있지. 근데 상대에게도 내 감정을 얘기해서 상대에게 인정받는 거?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왠지 인정 욕구가 점철된 글이네요.ㅎㅎ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대체로 저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끊어내기보다는 그 원인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고쳐나가는 편이라서요… 그것이 지속적으로 두려움을 마주하게 하는 존재라면 처음부터 변화를 꾀하긴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귀하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평소의 저라면 내렸을 결정들에 반항도 해보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몇번을 겪어봐도 저는 아직까지도 적응을 못하겠어요.. 극복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하지만 너무 힘들다가도 내가 상대방을 그만큼 좋아했으니까 이정도로 힘든거겠지 하면 나름 그 아픔을 수용할수 있겟더라구요. 물론 수용해도 아픈것은 없어지지는 않지만요. 극복방법 까지는 아니겠지만... 상대방이 나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상대방에게 담담한척 하면서 연락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상대방 얼굴이나 목소리를 들으면 감정이 터져나올것 같아서 인데.. 조금 텀을 두고 조금씩 멀어지면서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이야기도 가능해지더라구요. 무던해지는 느낌인것도 같아요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나 자신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근데 원인이 사랑이라면... 저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도 영 방법을 못찾겠더라구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정인혁 감독님의 질문2] 이 영화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나오는 것 뿐 아니라 주인공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점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죠. 저는 퀴어 정체성을 캐릭터나 이야기적인 특이점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퀴어라는 것을 특이한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이야기의 폭이 좁아지고,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극복해야 더 많고 다양한 퀴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한국에서 어떤 퀴어영화를 보고 싶으신가요?
감독님의 말씀처럼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이 한 인물의 정체성이 되지 않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인물의 삶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특성에 질질 끌려다니는 서사는 큰 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그 인물을 구성하는 한가지 내용일 뿐, 그 인물의 삶의 1순위가 퀴어정체성이 되지 않는 영화를 기대합니다.
저도 감독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퀴어 정체성이라는게 물론 누군가에겐 특이하고 신기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냥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거니까요. 그래서 그 퀴어 정체성이 그냥 드라마나 영화 속에 엑스트라 커플들의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그들의 퀴어 이야기도 그저 흔하고 당연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한국사회에선 '소수자'일수 밖에 없고, 그 몰인정과 배제의 연대는 제법 견고합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기본적으로 제시되어야 퀴어를 조금이라도 인정하게 될 듯 합니다. 사실, 이번 영화는 불편한 요소 전혀 없이 동성애를 다뤄서 좋았습니다. 우리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친구로 여기는 과잉 허그가 오히려 경쾌하게 느껴졌고요.
불편하지 않은 영화. 너무 과하지 않은 표현, 다름을 인정하자는 메세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작품에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무해한' 약자를 (무해하니까) 인정하고 지지하자는 부류의 이야기는 답답합니다. 제자리걸음이에요. 자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약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올바름을 과시하는 액세서리용으로도 좋겠죠. 중요한 건 자신에게(다수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는, 실제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퀴어영화도 그런 방향의 작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어쩌면 이미 많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특히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아 좋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퀴어 정체성이 특이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동성 간의 사랑을 특이하다고 생각한다는 시점을 반대로 표현한 영화가 궁금합니다. 마치 모두가 퀴어 정체성을 가진 세상에서, 이성애를 하게 된 둘의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그들은 이성애가 가장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현실은 그 반대라 오히려 숨어 다니는 거죠. 그렇지만 결국은 성별에 관계 없이 사랑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성애라는 것이 연애 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둘은 서로가 동성이었어도 그대로 사랑했을 것임을 알게 되는 세계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불편함을 주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가 보고 싶어요! 요즘은 퀴어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
퀴어 영화에 거부감이 없지만 특별히 찾아본 경험도 없어서 이미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으론 20대를 주인공으로 한 퀴어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 것 같고 상대적으로 중년이나 노년의 퀴어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윤희에게' 정도가 생각나네요. 사실 이건 퀴어 뿐만 아니라 이성애를 다루고 있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긴 하지만요. 사실 사랑은 편안해지기 마련이고, 사람은 늙기 마련인데 뜨겁고 짜릿한 사랑의 순간만을 다룬 영화를 많이 봐서 따듯하게 오래가는 뚝배기같은 영화도 보고 싶네요!
1-3. 주제가 오히려 퀴어가 아닌 퀴어 이야기! 퀴어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도 사람인데(외계인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의 고민과 그가 만나는 세상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요. 물론 그 캐릭터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니 어떤 주제든 괜찮지만요! 퀴어 캐릭터에 대해 특이하게 상정하거나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가 보는 세계를 보여줬으면 해요. 감독님 말씀처럼 중요한 이야기가 많고 중요한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은 퀴어 캐릭터든 외계인이든! 누구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로 최근 퀴어 영화는 '윤희에게' 만 기억이 나네요. 감독님 말씀처럼 제가 보고 싶은 영화는 특이한 퀴어영화가 아니라 그저 좋은 영화입니다. '퀴어라서'가 아니라 제게 좋은 영화라서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좋은 영화인데 퀴어영화라고 소개되면 조금 더 특별하게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동성간의 연애, 사랑과 결혼 등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여전히 날선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판타지라는 장르안에서기에 퀴어도 평범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상한나라의 이야기는 이상해도 괜찮은 법이니까요. 감독님 말씀처럼 동성애를 특이점으로 가져가는 영화들은 누구나 익히 아는 좁은길을 갑니다. 퀴어라는 장르안에서 퀴어는 도드라지기 마련이지요. 퀴어가 주가 되지 않았던 경험을 저는 가족영화에서 봤습니다. 최근 가족 영화의 흐름을 보면 혈연을 벗어나 관계만으로 맺어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지요. 그 새로운 가족 구성원에 퀴어 구성원을 담은 작품들도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종을 극복하기도 하지요.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 처럼 유쾌한 스타일의 퀴어가족영화가 저는 보고싶습니다.
퀴어 영화니 특별하게 봐야한다는 그 점부터도 문제라고 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파트너가 이성일수도 있고 동성일수도 있고 제3의 어떤 다른 대상이 될 수도 있죠. 내 파트너의 존재가 중요한거지 그 성이 왜 중요할까요? 이렇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죠. 퀴어관련 축제만 얘기가 나와도 반대에 표현들도 강하니깐요. 그럴수록 더 다양하게 양지로 노출되야 한다 생각해요. 다른 두 존재가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맞춰가는 그길에 대한 얘기가 중심이 되야 한다 생각하구요. 다양하게 더 많은 사랑으로 이런 사랑도 있다고 작품으로든 표현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기 전 주제가 퀴어여서 주인공이 자신의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극복 과정을 담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볼 때도 주인공이 문정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의 질문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등장인물 모두 수진이가 동성의 연인이 있던 것도 동성과의 관계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네요. 관객의 생각에 따라 의도한 영화의 메세지가 틀려질 수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역시 예술은 여러 관점에서 봐야하는 것 같아요. 다시 질문으로 넘어가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아직 퀴어 작품이라고 하면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생각하지 않을까 해요. 어쩌면 하나의 클리셰처럼 된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출이 되면 오히려 저처럼 혼란을 느끼는 관객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저만의 편견으로 인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요..). 퀴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되지만 조심스럽게도 저는 아직 그런 건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의견을 남겨봅니다. 현실과 비슷한 시점이지만 많은 로맨스 작품들처럼 담담히 그들의 사랑에 대한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 늘어가다 보면 점점 자연스레 인식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라는 매체에서 퀴어 소재는 꽤나 특별하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감독님 말씀처럼 영화 속 퀴어에 대한 고정관념은 앞으로도 꾸준히 극복해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이한 존재로 여겨져 되려 어설픈 존중과 동정을 받기 보다는 그저 덤덤하게 일상 속 소재로 그려내는 것도 퀴어영화의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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