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2. BIFAN과 함께 ; 이상해도 괜찮아

D-29
지구 종말과 사랑, 두 개념이 당연히 양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었기 때문에, 조별과제를 부여할 때 영지가 말했던 '타인을 초대하는 경험'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두 인물 모두 타인을 초대하는 경험에 익숙하지 않아보인다는게 재밌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전수빈 감독님의 질문1] 영화를 보신 분들은 '윤진'과 '해경' 중 누구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시는지, '지구 종말'과 '사랑'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해경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구가 종말하게되면, 사랑도 소용없어지지만 종말이 될 지 안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구가 종말 될거라고 사랑을 외면하거나 소홀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에 정말 공감이가서 윤진의 이야기를 들으면 윤진이가 맞다고 생각이들고 해경의 이야기를 들으면 해경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지구 종말' 인 것 같습니다. 사랑은 위대하고 흔하여 힘이 크지만 동시다발적이진 않거든요.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받지만 그걸 받지도 하지도 못 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 다양한 사랑이 하나가 되기 힘들고 더욱이 지구종말 같은 것을 이겨낼만큼의 시너지가 나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위기가 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서로의 사랑을 바라보기 바쁘고 종말은 보지 않겠죠. 그리고 종말이 눈 앞에 있으면 그 옆의 사랑과 함께인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끝나겠죠. 이겨내기 보단 견디게 만드는게 사랑이라서 결국엔 세상은 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종말이라고 말하는 윤진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갔습니다.
혜경의 사랑이요 사랑같이 어려운 것을 지구인들이 제대로 할 줄 알게된다면 지구위기는 저절로 극복되지 않을까요
캐릭터로서는 둘 다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고 영화가 이미 사랑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서 불공평한 질문 같지만, 그리고 종말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려는 작품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게는 지구종말이 좀 더 중요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윤진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며 윤진의 이야기를 들을 수록 '너 T야?'라는 밈이 자꾸만 생각나더라고요. 해경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종말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하더라도 달라질게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윤진이의 말처럼 재벌들이 구원해줄 수도 없고,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무리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영화 '돈룩업'처럼 말이죠.
지구 종말로 다 죽고 없어지게 되면 사랑이란 감정은 무슨 쓸모가 있나 싶지만,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에 사랑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 종말... 정말 사랑이 해결을 못할까요? 단순하게 지구를 사랑하면 지구 종말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만물사랑론인 것 같지만, "사랑은 세상을 구할 수 있어요~!"라는 해경의 말처럼요ㅎㅎ 결국 세상이 멸망해가도 누군가는 사랑을 느끼고 누군가는 그저 종말의 과정을 바라보겠죠. 그렇다면 저는 마지막까지 열렬히 사랑을 느끼고 싶어요!
저는 해경의 입장에 더욱 공감하지만 저 역시 가끔은 종말이 올 것이라는 생각과 수명이 정해져있는 삶을 떠올리며 회의감을 느끼곤 합니다. 지구 종말이 아니더라도 삶이 끝나는 날이 있다면 그 자체로 종말과 다름없기에 그 회의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경의 입장에 공감하는 이유는 사랑은 종말 속 인류가 살아가야만 하는 가장 보통의 이유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너져가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인류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를 좋아하는 저는 종종 이런생각을 합니다. 종말이 다가왔을때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길까. 가장 사랑했던 이에게 늦은 고백을 한 번 더 하는 나를 보곤합니다. 종말에서도 사랑을 찾으니 저도 해경처럼 사랑이 더 중요해요.
2-2. 저는 윤진에 더 공감했습니다.'지구 종말'과 '사랑' 둘 중에는 둘 다 경중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해경이 사랑이 중요하다고 설파하면서도 정작 좋아하는 윤진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엔딩에 다가서게 되면 해경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 같았습니다. 제가 방어적이고 회의적인 면이 있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윤진이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저도 해경에게 방어적이었나 자아성찰을 하게 되었네요..! 지구 종말과 사랑, 계속 고민해도 모두 중요했지만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저는 '사랑' 을 뽑을 것 같아요. 넓은 우주의 먼지보다 더 작고 하찮은 존재인 제가 지구가 망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사랑일 것 같습니다.
영화속 토론처럼 둘다 중요하지만서도, 저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구 종말도 진짜 중요하지만 우선 내 앞에 있는 사랑이 저에게는 더 가깝고 저의 중심 관심사이면서 저를 아우르는 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해경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요! 약간 INFP느낌 ..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사랑 정말 어렵죠 .. 저도 해경이처럼 사랑에 대해 시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지구종말 보다는 사랑이 제게는 중요해요! 짝사랑만 주구장창 해보고 진실된 사랑을 못 해봐서 ㅎㅎ 해경이 처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네요!
지구 종말과 사랑 중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랑이지만 더 공감이 되는 건 아무래도 윤진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짝사랑의 대상 앞에서 본인의 감정을 윤진이 앞에 없는 것처럼 열심히 묘사하는 부분에서 저한테까지 거부반응이 나타나더라구요. 하지만 그만큼 사랑이라는 주제에 공감을 한다는 거니까요. 윤진-종말-현실주의 / 해경-사랑-이상주의 이렇게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주의의 자리를 찌질함이 대체했다보니 인물과 개념을 따로 놓고 보게 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전수빈 감독님의 질문2] 여러분들은 인류가 (환경 파괴,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한) 종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비관적으로 전망하시는지, 아니면 희망을 갖고 계시는지요.
극복 할 수 있다라고 희망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지금 종말을 최대한 늦춰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현실인데, 이러다보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요? 비관적으로 정해놓고 사는 것 보다, 희망적으로 정해놓고 사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전 비관적으로 봅니다. 윤진의 말처럼 재벌들이 해결해 줄거라고 막연히 바라는 것도 웃기고 애초에 사람은 더 잘 살기위해 겨루기 때문에 나아지기 보단 악화되겠죠. 세상을 다치게 하면서요. 그렇기에 정말 해경의 말처럼 온세상 인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점프를 하지 않는 이상은 종말을 극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종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션임파서블급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어마어마한데 가능할까 싶습니다
3-1. 여러분은 어떤 작품을 고르셨나요?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주세요. (링크를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네 명의 어른이들 (Four Little Adults) https://www.bifan.kr/program/program_view.asp?pk_seq=6631&sc_category_seq=6008&sc_num=1&actEvent=view 3-2. 121편의 작품 중에서 왜 그 작품을 고르셨는지 궁금해요. (소개글을 보고 / 좋아하던 감독이라서 / 이번 BIFAN에서 유명한 작품이라서 등등) 그리고 어떠셨는지 감상도 남겨주세요. 영화소개(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보고 골랐습니다. 로맨스,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는데 로맨스라하기엔 좀 애매하고 코미디도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폴리아모르, 다자연애가 소재였고 다자연애를 하는 주인공들의 직업으로 남자는 교회목사, 여자는 성공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결혼생활을 이어가고자 하는 성공한 목사와 정치인 부부가 다자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무거운 갈등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다자연애를 통해서 아무도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고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전통 결혼 가족’과 같은 세상의 틀들이 욕망과 충동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이든 목사가 말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인물들은 기꺼이 사랑하며 기어이 혼란을 겪고 마침내 ‘진실함‘을 통해 서로의 곁에 머물게 됩니다. 사랑하는 당사자들이 처음엔 부부 둘에서, 시간이 흐르고 달이 바뀌어감에 따라 남자목사의 애인을 받아들이고 여자정치인의 애인, 부부의 아들, 남자목사의 애인이 낳은 아기, 남자목사의 부모님, 여자정치인의 애인의 남자애인까지 점점 확장됩니다.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때쯤 영화마지막에 여자정치인은 이들 모두를 한사람 한사람 자신의 정치적 동료에게 소개 하고 남자목사는 이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탄예배에서 ‘흠결과 불완전함’으로 가득차 용감하게 태어난 예수님을 소개합니다. 사랑안에 진실이 있는지 진실안에 사랑이 존재하는 것인지, 진실이 사랑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 엄청난 확장력의 원동력은 ‘진실함’ 하나였고 이 영화는 오로지 진실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제게 남게 되었습니다. 그믐클럽지기 3-3.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총 3편의 작품을 보았어요. BIFAN 의 테마는 ‘이상해도 괜찮아’ 인데요 관람한 3편의 작품들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이상했나요? 이상하다는 건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이상함을 좋아하시는지 들려주세요. 세 편의 영화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일까요 세 편 영화의 이상함은 처음만나는 누군가의 담담한 손내밈으로 느껴집니다. 이상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잘은 모르겠습니다. 세 편의 영화을 본 것처럼 담담한 새로움이라면 충분히 이상해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희망을 갖고 있지 않고 현대 인류의 상당수가 얼마나 호화롭고 편리하게 살고 있는지, 얼마나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지 알기 때문에 대가를 치르게 돼도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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