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2. BIFAN과 함께 ; 이상해도 괜찮아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정인혁 감독님의 질문1] 안녕하세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를 연출한 정인혁입니다. 우선 제 영화를 봐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다들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지속적으로 두려움을 마주하고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틴더 시대 사랑>의 경우는 오로지 홀로 극복해야함을 그렸고 이번 작품은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극복함을 그렸습니다. 여러분은 자존감의 바닥을 느꼈을때 어떤 극복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 영화가 시작된 계기중 하나는 사랑이 너무 힘들어서,,,,;;; 인데요. 나만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것인가 자주 궁금해합니다. 여러분은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어떤식으로 수용하고 극복하시나요?
2. 사실 자존감에 대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찾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상황은 언제나 다시 괜찮아지고 나아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는 가끔 자존감의 바닥을 보기도 하지만 언제나 괜찮아졌었지”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지냅니다. 그러다보면 또 괜찮아지겠죠! ㅎㅎ 저는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지속하고 싶은 사랑이라면,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상처를 받더라도 울며불며 사랑을 지속하다보면 나아지거나 더 악화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보통 나아진다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이해도가 더 높아져 사랑이 더욱 커지고, 악화된다면 그냥 그 사랑을 포기하는 쪽을 택합니다. 사랑을 포기하는 것도 상처받는 길이겠지만 가끔은 포기도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고 난 뒤에는, 사랑하던 사람을 잔뜩 욕하는 것도 극복 방법일 것 같아요 ㅎㅎ..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왜 내가 이 상태가 됐는지 먼저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누구 탓을 시작하거나 나를 온전히 탓하는게 아니라 원인을 알고 그걸 고쳐나가고 싶달까요..? 그런게 있어서 혼자 조용한 공간에 가서 멍하니 자존감이 바닥친 이유와 해결법을 생각하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사랑으로 받은 상처를 수용하는 방법이라..전 아직 이성간의 사랑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어서 그쪽으론 아직 아파본 적이 없는데요, 그런 사랑말고 친구와의 혹은 가족들간의 사랑으로 아팠던 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그냥 직접 말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속상했고 화났다고. 전 직접 말을 하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려서 이런 부분에서도 그냥 힘들고 아팠던 것을 말하고 사과를 받고, 나도 사과하면서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연애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건, 각각의 개체가 스스로를 사랑해낼 수 있어야 상대 사랑하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바닥을 치는 자존감이라... 잘은 몰라도, 어떤 상태의 자존감이든 그건 극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이자 더 나아질 일만 남은 희망덩어리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인정하고 외부에서 핑계를 찾지말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뻥!.. 제 가슴도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이 극복법을 솔직히 찾기 힘들죠... 그래서 그런가 아직도 낮아진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고 있네요... 굳이 극복법을 찾자면 내 자신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사랑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건 내 사랑이 그만큼 진실했다는 증거예요. 거기서 오는 괴로움은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습니다. 벗어날 수는 있어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면 됩니다. 그만두지 않았다는 건 그 고통이 내가 선택한 고통이라는 걸 의미해요. 그걸 깨달으면 그 고통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 사랑에서 오는 특유한 고통이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겁니다. 어려운 일이지만요.
평소에도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라 제 자존감의 바닥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대한 그 감정을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외모나 내면적으로 느끼는 나의 컴플렉스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님을 주입시키는 거죠. 물론 타인의 시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크게 다가오는 문제가 사실은 세상의 수많은 고민들 중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거든요. 그리고... 스스로를 좋아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을 사랑하니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사랑을 경험해 봤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애인 뿐만이 아니라 친구와 같은 다양한 관계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합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나를 안 좋아한다면, 앞으로 나도 너를 좋아하지 않겠어!' 이런 마인드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관계에서 좋은 추억도, 아쉽고 속상했던 추억도 많지만 더이상 이을 수 없는 관계라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묻어두려 노력합니다. 그래도 가끔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불쾌함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저는 짝사랑은 길게 해보면서 상처도 받고 자괴감도 많이 느낀 사람인데요 ..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노래를 듣는다거나 활동적인 봉사나 모임으로 푸는 편이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잊어버리자! 라는 주의랄까요..? 예전에는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개인적으론 달라지는 게 없더라구요 ... 그래서 저는 무언갈 봉사든 모임이든 계속 하고 있는 편이에요 ㅎㅎ
자존감 바닥을 느낄 땐 지구의 인구를 생각합니다. 하다 못해 롯데월드만 가도 바글바글한데 이 세상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뭐!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극복할 때는 세무조사를 하듯 탈탈 털어봅니다. 왜 그 사람은 아닌가에 대한 이유를 탈탈 털어 생각하다보면 마음에 걸렸던 구석 한 개쯤은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럼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는 그보다 좋은 사람일 때도 있지만 다시 볼 일 없는 마당에 어떻게 생각하든지 내 마음이지!라며 정신승리를 해버립니다!!
1-2.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마치 엄청난 미션처럼 스스로에게 주고 하나씩 해결하면서 회복해요. 1일 1영화 보기라든지 좋아하는 일을 미션으로 줘서 쉽게 해내면서 살아볼 만한 세상이다 느끼고 자신감을 얻곤 해요. 영화에 집중하거나 해외 여행을 꿈꾸며 외국어 공부를 해본다거나 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게 하는 현실이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하지만 사실은.. 자존감 도둑을 속으로 시원하게 욕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1-1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사랑으로 약간 바닥은 가보아도 밑바닥은 아직 가보지 못해서ㅠㅠ 사랑이 너무 힘들어서 고민했다는 감독님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상처가 없지는 않은데 그저 서로 다른 사람들이고 합이 잘 안 맞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신기하게도 전부 저와 반대라고 할 법한 사람들과 연애를 해왔는데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온전히 내 잘못도 네 잘못도 아니다 생각해요. 물론 수진처럼 가스라이팅이 있었던 경우는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는것,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수진처럼, 감독님처럼 사랑때문에 '낮아진 자존감' 을 겪었고, 또 극복을 했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단지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데 오랜 시간을 쏟았다는 기억만 납니다. 극복하는게 아니라. 잊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사랑도 항상 괴로웠던 기억이 더 많은 거 같아 이 부분은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 가장 큰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엔 도망가기. 상처 받기 싫어 먼저 외면하는 중이라 이게 문제라는 걸 인자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네요. 마음에 크게 멍이 들고난 뒤로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렇다고 사랑을 안하는 건 아닌데.. 혼자 삭히는 중이구요. 아마 모든 사랑엔 고통과 아픔이 따를 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서로가 같은 마음이라면 그걸로 일단 행복한게 아닐까요.
먼저 자존감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자존감이라.... 자존감을 충전하는 건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할 정도로 어려워요. 지금까지 한번도 자존감 만땅 상태였던 적이 없거든요.. 자존감을 쉽게 풀어쓰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도 느끼신 것처럼 사랑은 힘들잖아요?ㅎㅎㅎ 그럼에도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진부하지만-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나온 것처럼-자신에게 작은 성공을 주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해낼 수 있어.'라는 마음을 얻는거죠. 스스로 인정하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자연스레 사랑으로 인한 상처 극복 방법으로 넘어가면... 제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건 답할 수 없는 걸로...ㅋㅋ 그렇지만 자존감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상대를 인정해주기. 나는 나고 너는 너야. 그럴 수 있지. 근데 상대에게도 내 감정을 얘기해서 상대에게 인정받는 거?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왠지 인정 욕구가 점철된 글이네요.ㅎㅎ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대체로 저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끊어내기보다는 그 원인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고쳐나가는 편이라서요… 그것이 지속적으로 두려움을 마주하게 하는 존재라면 처음부터 변화를 꾀하긴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귀하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평소의 저라면 내렸을 결정들에 반항도 해보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몇번을 겪어봐도 저는 아직까지도 적응을 못하겠어요.. 극복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하지만 너무 힘들다가도 내가 상대방을 그만큼 좋아했으니까 이정도로 힘든거겠지 하면 나름 그 아픔을 수용할수 있겟더라구요. 물론 수용해도 아픈것은 없어지지는 않지만요. 극복방법 까지는 아니겠지만... 상대방이 나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상대방에게 담담한척 하면서 연락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상대방 얼굴이나 목소리를 들으면 감정이 터져나올것 같아서 인데.. 조금 텀을 두고 조금씩 멀어지면서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이야기도 가능해지더라구요. 무던해지는 느낌인것도 같아요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나 자신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근데 원인이 사랑이라면... 저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도 영 방법을 못찾겠더라구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정인혁 감독님의 질문2] 이 영화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나오는 것 뿐 아니라 주인공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점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죠. 저는 퀴어 정체성을 캐릭터나 이야기적인 특이점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퀴어라는 것을 특이한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이야기의 폭이 좁아지고,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극복해야 더 많고 다양한 퀴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한국에서 어떤 퀴어영화를 보고 싶으신가요?
감독님의 말씀처럼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이 한 인물의 정체성이 되지 않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인물의 삶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특성에 질질 끌려다니는 서사는 큰 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그 인물을 구성하는 한가지 내용일 뿐, 그 인물의 삶의 1순위가 퀴어정체성이 되지 않는 영화를 기대합니다.
저도 감독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퀴어 정체성이라는게 물론 누군가에겐 특이하고 신기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냥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거니까요. 그래서 그 퀴어 정체성이 그냥 드라마나 영화 속에 엑스트라 커플들의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그들의 퀴어 이야기도 그저 흔하고 당연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한국사회에선 '소수자'일수 밖에 없고, 그 몰인정과 배제의 연대는 제법 견고합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기본적으로 제시되어야 퀴어를 조금이라도 인정하게 될 듯 합니다. 사실, 이번 영화는 불편한 요소 전혀 없이 동성애를 다뤄서 좋았습니다. 우리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친구로 여기는 과잉 허그가 오히려 경쾌하게 느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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