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안온] 화씨451 목요자유독서모임 지정도서

D-29
불태우는 일은 즐겁다. 불꽃은 춤추면서 천천히,(...)마침내 본래의 것과는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해 버린다.(...)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쾌감이 온몸에 번져 오는 것이다.
화씨 451 p1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이 소설의 첫 문장 '불태우는 일은 즐겁다.' 방화수인 몬태그의 불태우는 것에 대한 표현입니다. 책을 태운다는 이야기의 전개 전이어서 인지 왠지 '불멍'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불과 만나면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해 버린다는 몬태그의 표현이 이상한 쾌감을 함께 느끼게 하기도 한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불멍 참 좋아하는데, 태우는 물체가 책이라면 상당히 씁쓸할 것 같습니다.
빗방울은 많이 가늘어졌다. 소녀는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 보도 한복판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위로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소녀는 몬태그를 보고는 생긋 웃었다.
화씨 451 p4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클라리세 였나요? 이런 소녀는 지금도 보기 힘든 것 같아요. 비를 맞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많겠지만, 자연과 책이주는 힘을 느끼며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요.
{빗방울은 감촉이 참 좋아요. 이렇게 비를 맞으며 걷는게 좋아요.} 몬태그의 마음에 새로운 공기의 움직임과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던 클라리세. 클라리세 처럼 세상 호기심의 눈으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는 경험이 멋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고 보슬보슬 내리는 비정도는 맞아서 기분이 좋은 저지만 비맞는 저의 모습 역시 남을 의식하며 가리게 됩니다.
책이 금지된 세상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때 쇼킹했었습니다.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수색하는 후각이 발달하고 주사를 놔서 죽일 수까지 있는 강력한 로봇 개 역시 너무 무서웠습니다. 책이 없으니 집의 사방 벽에 벽걸이 텔레비젼을 설치해서 생각없이 보고 있는 일상의 모습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만약 이렇다면 정말 끔찍할것 같아요ㅠㅠ 그러지 않은 지금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늘 독서 인구가 적다고들 자주 언론에 나오는데 사람들은 또 하지마라는 것은 기필코 숨어서라도 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으니 차라리 소설만큼의 끔찍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서의 양과 독서할 자격의 기준을 준다면 숨어서라도 읽는 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ㅎㅎㅎ
사람들에게 해석이 필요없는 정보를 잔뜩 집어넣거나 속이 꽉 찼다고 느끼도록 '사실'들을 주입시켜야 해. 새로 얻은 정보 때문에 '훌륭해'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화씨 451 p10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그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거야.
화씨 451 p10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책을 금지하는 세상을 비판하고자 쓴 소설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기를 포기한다는 건 마치 일제시대 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의 말과 글, 생각까지도 뺏겼던 시대와 다를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나라를 빼앗겼던 옛날의 시대도 아닌데 과연 우린 생각하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방화수들이 별로 필요치 않아요. 대중들 스스로가 책 읽는 것을 포기했소. 당신 같은 방화수들이 때때로 서커스하듯이 건물을 폭파시킬 때면 군중들이 마구 몰려와서 현란한 불꽃 구경이나 즐기지.
화씨 451 p14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가만히 이 문장을 읽다보면 그냥 슬퍼진다ㅠㅠ 국가가 책을 금지하기 위해 방화수라는 직업까지 만들었음에도 이미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사람들은 생각하기도 않고 매체에 의존한다? 뭐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 게임 끝이된 상황을 상상하니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삶, 이것은 현대 사회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역시도 책을 읽고 고민하는 대신 검색창에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라며 검색하기 바빴던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선 지금 우리가 하고있는 독서모임이 정말 소중한 시작인것 같네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해서 다시 또 그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 정말 소중한 움직임인것 같네요.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또 결정내려보는 삶. 필요한것 같습니다.
정말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인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또 결정내려보는 삶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이런 생각을 한번이라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사람과 아예 이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사는 사람의 삶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봐요.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내가 절대적으로 맞지 않다는 걸 배워갈 수 있죠! 물론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매체를 보고도 생각을 나눌 수 있으나 시각적 정보가 제한되면 나누는 생각 또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글은 똑같이 적혀있어도 그 이미지는 개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억 같은 글을 봐도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볼 수 있지요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 속의 미래가 조금씩 현재가 되어가고 있음은 느껴지시나요? 책을 불에 태우진 않지만, 책은 자연스레 멀리하고 자극적인 영상에는 쉽게 접하고 노출되고, 거대한 tv가 거실 벽을 둘러싸진 않았지만 거실이 아니더라도 늘 tv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히려 지금이 더 무서운 시대 같기도 합니다
화씨451이 쓰여진 시대를 생각하면 늘 우와~이런 이야기를 그때 짐작을 했었다고?라며 감탄하며 읽었어요. 근데 설마 그런 날이 오겠어?라고 살짝 가볍게 생각한 것이 점점 지금 현실에 맞아 떨어지는 현상들을 인정해야 되는 순간에는 등골이 오싹 해지기도 한답니다. 제발 소설 속 그런 미래는 소설 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길🙏🙏
안녕하세요. 아직 <화씨451>은 안 읽었지만 관심이 있어 조만간 읽어보려고 눈여겨보던 책이라서 들어와 봤습니다. 덕분에 창원 북카페 안온도 알게 되어 반갑네요. 저는 지금 [번역가의 인생책] 송은주 번역가와 데이비드 미첼의 장편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읽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6명의 인물 중 한 명인 '손미~451'이라는 이름이 바로 이 소설 <화씨451>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어서 찾아보게 됐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손미~451이 등장하는 '손미~451의 오리즌'이라는 챕터 속 배경이 미래 세계 속 서울이고, 손미~451을 비롯한 복제인간들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를 묘사한 대부분의 소설에서 인간에게 문학 작품을 접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세익스피어의 책을 읽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던 게 떠오르기도 하고요. 감정의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예술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가장 쉽지 않을까 싶어요. 독서를 금지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성장한다면 처음부터 책을 접하지 못할 테니 그것이 불합리하다거나 우울한 일이라는 사고조차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책을 폐기하고 독서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끊임없이 책을 찾아내 읽어나갈 거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학부 때 사회학과에서 계급론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금서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그 책을 읽고 공부하셨느냐고 질문하니, 동아리방에서 학생들끼리 몰래 돌려가면서 다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사회주의 사상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에서 맑스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지만 그래도 인간은 어떻게든 그것을 찾아내 읽고, 어쩌면 금지하기 때문에 더욱 더 간절하게 찾아서 읽어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와~그런 썰도 있었나 보네요. 미래는 왜 더 인간들의 기본적인 권리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요 그런 미래라면 별로 미래로는 가고싶지 않을것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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