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안온] '츠바키 문구점' 함께 읽기

D-29
바바라 부인이 포포에게 마치 행복의 마법을 알려주듯 속삭이죠.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그리고 포포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죠. 그날밤, 포포는 밤하늘의 별처럼 마법 같은 기분을 맛보았겠죠.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에 대해 기록해 놓았던 것을 여기에 옮겨 씁니다. 코노다 카오루씨가 사쿠라 사쿠라씨에게 보낸 평범한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편지에는 용건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 편지는 그냥 잘 살고 있다는 기별의 편지다. 결국 맺어지지 못한 상대에게, 이제는 결혼을 해 아이도 있고 가정도 생긴 남자가, 반려자가 생겨 행복하게 산다는 그 옛날의 그 여자에게 잘 살아 있다는 기별의 편지를 보내려 한다. 그런데 이미 반려자가 있는 그 여자의 입장을 미리 배려해 여자 글씨체로, 여자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자 한다. 옛날의 관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도 아니고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상대의 행복과 건강을 원하며 쓴 편지. 그 용건이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아주 순수한 기별의 용건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편지를 쓸 때 포포가 유리펜으로 편지를 썼다고 해서 나도 당장 유리펜을 주문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
어제 안온 카페에서 모임 하면서 인덱스로 표시해 놓았던 구절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1. 먹을 가는 작업에는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오랜만에 의식이 엷어지는 듯한 기분 좋은 감각을 온몸으로 맛보았다. 졸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식이 어딘가 깊고 어둡고 끝없는 곳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고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한 걸음 더 가면 황홀의 경지에 이를 것 같았다. (26쪽)
어렸을때 서예시간에는 왜그리 먹을 가는 게 싫었는지 모르겠어요ㅎ 한국인이라 빨리빨리에 익숙한 나머지, 기성품 먹물을 먹에 넣고 갈았더랬죠ㅎ
2. 외출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늘 바바라 부인 쪽이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바바라 부인은 또 거울 앞에서 위아래 입술을 포개고 음빠, 음빠를 되풀이했다. (39쪽)
바바라 부인과 포포를 보면서 친구란 꼭 나이가 엇비슷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 둘 사이의 우정이 편해보이고 좋아보였어요. 사람을 만나면 넌 몇 살? 응, 난 몇 살! 이라는 절차가 필요없는건 참 세련된 일인것 같아요.
3. 뚜껑을 따서 유자 사이다를 고케시 앞에 내밀었다. 내 몫도 가져왔다. 너무 더워서 땀이 등에 폭포수처럼 흘렀다. 참을 수 없어서 단숨에 마셨더니, 차가운 거품이 입속에서 작은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뛰었다. 삼키고 나자, 몸속에 차가운 터널이 지나갔다. (47쪽)
몸속에 차가운 터널이 지나갔다는 문장이 찐 공감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의 그 쾌감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요!
4. 소노다 씨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사쿠라 씨라는 사람도 역시 그러지 않았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한, 자신을 자제하기 위한, 상대가 동요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배려의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89쪽)
5. 그러나 어쩌면 세상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다 보면, 설령 혈육인 가족과는 원만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지지해줄지 모른다. (231쪽)
저도 이 부분에 밑줄 쫙~~그었더랬어요^^ 가끔은 사랑하는 가족에게서가 아닌 내 주위에 있는 통하는 이들에게 위안을 받을때가 있다는걸 인정하게 되네요. 어쩌면 이또한 소노다씨의 편지처럼 선을 넘지않은 사이라..자신을 자제하기도 하는 사이라..그리고 상대의 동요를 굳이 기대하지 않을 만큼의 사이라 그럴지도..
6. "안 돼, 제대로 닦아야지." 싫어하는 큐피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 손수건으로 닦는 모리카게 씨는 진지함 그 자체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평소에는 잠들어 있던 마음 어딘가를 따끔하게 꼬집힌 듯이 무언가가 꾸역꾸역 차올라왔다. 안 돼, 안 돼, 지금은 눈물 흘리지 마. (295쪽)
7. 추신. 나도 당신처럼 대필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필가로 살아갈 것입니다. (312쪽)
포포처럼 츠바키문구점같은 환경에서 딱 그만큼의 바쁨과 딱 그만큼의 이웃과 딱 그만큼의 대필 일거리가 들어온다면 참 좋겠다..상상도 해보았습니다ㅎㅎㅎ
적당한 바쁨, 적당한 선을 지켜주는 이웃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점을 이 책 속 포포를 통해 대리만족 한 건 아닐까요
딱 좋겠네요~^^
포포, 인생은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더라.(중략)정말로 그렇다.오히려 무엇이든 예측대로 된다면 시시할 터다.
츠바키 문구점 p288,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남작과 빵티의 교제사실을 알고 놀란 포포에게 빵티가 한 말에 밑줄 쫙~~~~^^ 빨강머리 앤이 그랬죠 {생각대로 되지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인생이 너무 뻔~~해도 참 시시할거예요^^
ㅎㅎ전 혼자 남작과 포포가 이어지지않을까~했답니다.
정말 그랬다면 전 포포를 말렸을거예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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