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안온] '츠바키 문구점' 함께 읽기

D-29
이 소설 맨 뒷장에는 가마쿠라 안내도가 있다. 언젠가 문득 가마쿠라에 가고 싶을수도..
전 지금 무척 가고싶어요^^
어찌보면 의뢰자들은 무심하게 편지 대필 의뢰를 맞기기도 하는데, 주인공 포포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진지하게 의뢰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거기에 맞는 펜, 잉크, 종이, 우표를 고르는 것은 물론이고 글자체와 글 쓰는 방식(가로쓰기, 세로쓰기, 뒤집어쓰기 등), 글에 담긴 말투까지 하나하나 고려해서 써주는 것을 보고, 누구든 이런 편지를 받으면 거기에 담긴 정성과 감정을 느끼겠구나 싶더라구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각자 마음에 들었던 편지와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저는 5번째 편지인, 돈을 빌려달라는 지인에 대한 거절의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돈이 얽히면 이상하게도 빌려주는 쪽이 약자가 된달까요. 빌리는 사람이 당당하고, 갚는 쪽이 당당한 느낌이 강했어요. 빌려주고 받아야하는 쪽이 눈치를 보구요. 돈 얘기가 나오면 수락하기도, 거절하기도 조금은 껄끄러움이 있는데 포포의 편지를 보면 딱 잘라 거절하면서도 도움이 절실한 지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식사 한끼 정도는 대접해주겠다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거절과 따스함이 공존했던 편지였어요
돈을 빌려 달라던 지인에게 거절의 뜻을 담아 보내는 편지! 통쾌하고 남작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편지글이라서 후련한 듯 재미있었다. 약간의 유머코드도 느껴졌고. - 나쁜 소리는 하지 않겠다. 다른 데서 알아봐라. 다만 돈을 빌려줄 수 없지만, 밥은 사줄 수 있다. 배가 고파서 미칠 것 같으면 가마쿠라에 와라. 네가 좋아하는 것을 배불리 먹게 해주지. 건투를 빈다. 이상. -
어제 독서모임에서 의외로 '돈 빌려달라던 지인에게 거절하는 포포의 편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서 놀라웠어요^^;; 최근 저에 일도 생각나고.. 편하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저에게만 돈 얘기를 하던 지인에게 나름 모질게 한다고 아니 일부러 비수를 꽂고싶은 생각에 제가 한 말은.."내가 당신의 전당포도 아니고.." 그럼에도불구하고 돈부탁을 하는 지인은 오죽하면 그랬을라고..라며 빌려줬던 기억이..ㅠㅠ 저도 담번엔 포포에게 대필을 의뢰해야겠어요
하나하나 다른 글씨체와 편지지 그리고 내용에서 각자 그 편지 사연의 주인공들이 느껴지고 나도 어느새 그 이야기 속에 있는듯 공감하고 사람을 대할 때 이래야하는 구나를 느꼈어요. 특히나 절연의 편지에서 마음을 나눈 사람과 끝을 맺을때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을 최대한 존중하고 아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혼을 알리는 편지에서도 내가 들인 온 마음과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상대방에게 쓰는 편지지만 왠지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이 두 편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끝맺음에 있어 시작만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던 편지였어요.
좋지 않은 일을 알림에도 감정의 앙금이 남지 않게 배려하고 조심한다는 그 정성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저는 '소노다'가 옛 연인 '사쿠라'에게 보내는 안부의 편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선을 넘지 않을 만큼의, 자신 역시 자제되는 만큼의, 상대가 동요하지 않을 만큼의, 그런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으며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있지만 옛 연인에 대한 '아련함'은 간직하고 느껴질수 있게 하는 편지여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이후에도 '소노다'씨는 지금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여전히 진행형으로 삶이 행복할것 같아 읽는이도 마음이 행복할것 같습니다.
내가 줄곧 외워온 행복해지는 주문.(중략)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거야.
츠바키 문구점 p156,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바바라 부인이 포포에게 마치 행복의 마법을 알려주듯 속삭이죠.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그리고 포포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죠. 그날밤, 포포는 밤하늘의 별처럼 마법 같은 기분을 맛보았겠죠.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에 대해 기록해 놓았던 것을 여기에 옮겨 씁니다. 코노다 카오루씨가 사쿠라 사쿠라씨에게 보낸 평범한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편지에는 용건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 편지는 그냥 잘 살고 있다는 기별의 편지다. 결국 맺어지지 못한 상대에게, 이제는 결혼을 해 아이도 있고 가정도 생긴 남자가, 반려자가 생겨 행복하게 산다는 그 옛날의 그 여자에게 잘 살아 있다는 기별의 편지를 보내려 한다. 그런데 이미 반려자가 있는 그 여자의 입장을 미리 배려해 여자 글씨체로, 여자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자 한다. 옛날의 관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도 아니고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상대의 행복과 건강을 원하며 쓴 편지. 그 용건이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아주 순수한 기별의 용건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편지를 쓸 때 포포가 유리펜으로 편지를 썼다고 해서 나도 당장 유리펜을 주문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
어제 안온 카페에서 모임 하면서 인덱스로 표시해 놓았던 구절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1. 먹을 가는 작업에는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오랜만에 의식이 엷어지는 듯한 기분 좋은 감각을 온몸으로 맛보았다. 졸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식이 어딘가 깊고 어둡고 끝없는 곳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고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한 걸음 더 가면 황홀의 경지에 이를 것 같았다. (26쪽)
어렸을때 서예시간에는 왜그리 먹을 가는 게 싫었는지 모르겠어요ㅎ 한국인이라 빨리빨리에 익숙한 나머지, 기성품 먹물을 먹에 넣고 갈았더랬죠ㅎ
2. 외출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늘 바바라 부인 쪽이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바바라 부인은 또 거울 앞에서 위아래 입술을 포개고 음빠, 음빠를 되풀이했다. (39쪽)
바바라 부인과 포포를 보면서 친구란 꼭 나이가 엇비슷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 둘 사이의 우정이 편해보이고 좋아보였어요. 사람을 만나면 넌 몇 살? 응, 난 몇 살! 이라는 절차가 필요없는건 참 세련된 일인것 같아요.
3. 뚜껑을 따서 유자 사이다를 고케시 앞에 내밀었다. 내 몫도 가져왔다. 너무 더워서 땀이 등에 폭포수처럼 흘렀다. 참을 수 없어서 단숨에 마셨더니, 차가운 거품이 입속에서 작은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뛰었다. 삼키고 나자, 몸속에 차가운 터널이 지나갔다. (47쪽)
몸속에 차가운 터널이 지나갔다는 문장이 찐 공감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의 그 쾌감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요!
4. 소노다 씨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사쿠라 씨라는 사람도 역시 그러지 않았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한, 자신을 자제하기 위한, 상대가 동요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배려의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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