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2.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무슨서점

D-29
여덟 분이나 신청해 주셨다니 영광입니다!! 서점이 지난달 말부터 월 초까지 이래저래 바빠, 저도 책만 읽고 그믐에 글을 못 남기고 있었어요. 그사이 많은 문장들이 수집 되었군요. 하나씩 톺아보니 거의 재독 수준 ㅎㅎ 제가 수집한 문장과 겹치는 문장들도 많지만, 수집한 마음들은 각기 다르겠지요. 만나서 윤독하며 그 마음들 들어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제가 마지막 자리의 기회를 붙잡았다니! '참 잘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행동한 제 자신을 칭찬합니다.
결론은 머리가 계산해주는 이익보다 마음의 이끌림을, 다시 말해 직관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 158, 임경선 지음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나 루틴이 되고,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172, 임경선 지음
저는 이 문장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선택이 쌓여 나 자신이 되어간다'는 말에 무척 공감하는 탓입니다. 선택 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되는 것들(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시 이렇게 갖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나 자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인생의 선택 > 나 > 선택 > 나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며 '나 자신'이 점차 단단하고 뚜렷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200페이지 이 책을 단 한 줄로 과감하게 줄이면 '인생의 선택이 쌓여 나 자신이 되어간다'
p.127 엄밀히 말해서 글쓰기는 가르칠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문장을 씹어 먹다시피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면 글을 쓰는 방식을 저절로 깨친다. 호흡, 리듬, 톤, 온도, 습도, 기법 이런 것들이 계속 읽다 보면 다 보이고 어느덧 내 것이 되어간다. p.128 너무 당연해서 말하기도 민망한데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하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세계 여행의 경험 같은 거라기보다 개인에게 닥친 고통의 경험에 가깝다. 사람이 살면서 고통은 피해갈 수가 없는데 실망, 좌절, 고통, 실패...... 이런 경험들을 내가 어떻게 직시하고 끌어안고 다시 털고 일어나 걸어갔는가,에 대한 경험치를 말한다. 여기서의 차이가 한 사람의 가장 선명한 개성과 사유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p.170 조금 손해 봐도 되니까, 힘들어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으니까, 라면서 간절히 선택한 것에는 단순히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가치가 숨겨져 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에 나오는 글인데 언젠가부터 좌우명처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언젠가는 쓰는 사람이 된다고. 쓰고 싶은 사람은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P.127) 많은 경험을 해봐~ 라는 말을 종종 하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걸 하라고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경험에 대해 말하면 해외 여행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콕 집어 주시고 경험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 느낌만 아는 내용을 정리해 주시니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이래서 전 임경선 작가님을 좋아하나 봅니다.
저도 '경험'이 가끔 '해외여행'의 다른 말인 것처럼 쓰여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임경선 작가님은 '경험'이 '고통의 경험'이라고 하시네요. 아픈만큼 성숙해지겠지만 아프기 싫은 이 마음 T.T
인생의 선택은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라는 크게 세 가지 형식으로 결단이 내려지는 것 같다. (중략) 1.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이것을 선택했다. 2. 다만 내 선택은 틀릴 수 있고 내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4.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p.172 그믐밤 참석을 일찍부터 신청하고, 책도 진작에 완독하였는데요 모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네요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어려워서일까, 생각해 봅니다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 결단을 내리는 절차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에는 불안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인생에서는 장전, 조준, 주저, 재장전, 재조준, 포기, 좌절, 재다짐 같은 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요...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라 하더라도 불안함은 있지 않을까요? ^^ 정말 괜찮다면 4번.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가 필요없을 것 같거든요. 4번을 주문처럼 외운다는 건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4번은 "난 괜찮지는 않지만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입니다. ^^
어떤 선택과 결정 들은 때로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만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힘든지도 모르고 성큼 나아가는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149, 임경선 지음
141p부터 시작되는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챕터엔 유독 밑줄이 많습니다. 작가님의 생각과 제 생각에 동일한 지점이 많아서 마구마구 그어댔네요. 특히 바로 위에 수집한 문장에서는 후련함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점 1년 회고를 하고 있는데요. 마침, 일과 생활 속 여러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계속 옳은 선택, 합리적인 선택만을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간의 많은 선택들이 그렇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 또렷하기에 할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변화를 도모하느라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잘 지켜내지 못하면 그게 거꾸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지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우선은 스스로 보기에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경계선이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거나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는데 자신의 내면이나 결이 주변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기 때문에, '여유'가 생겨서 그럴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64%, 임경선 지음
생업으로서 대필 작가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쓰고 싶은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있다면 써보면 된다. 대신 이렇게 글을 오래 썼는데 적어도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쯤은 있어야지, 같은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책을 쓰면서 스스로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남들의 이야기에 귀를 닫고 마음 가는 대로 하시라. 글만큼은 그렇게 해도 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69%, 임경선 지음
작가님의 글을 가만히 읽으며, 결국은 고유한 나로 어떻게 서야하는지를 천천히 배워가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작가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야 삶을 더 밀도 있게 가꿔가는 느낌도 들고 말이죠. 물론 책 출판과는 전혀 무관하게요. 저도 오프라인으로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함께 소통하고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네요. 이제 9일이면 이 모임이 끝난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느슨하게 연대하는 29일의 시간이 제 삶에도 꽤나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도 느리지만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 싶어요:)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독서모임이라고 해도 오프라인으로 만나 갑작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가 수집한 글을 읽으면서 저 분은 저런 문장들에 꽂히셨구나, 저런 지점에서 눈길이 오래 머무셨구나 라는 걸 알게 되니까 실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았습니다. 골라주신 문장과 남겨주신 생각들 너무 감사해요.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하라.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내림으로써 실패를 해도 후회하거나 남탓하거나 자학하지 말자. 그런 실패들을 거치며 지금의 내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선택할 용기를 가지자.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169, 임경선 지음
자기개발서에 나올 것 같은 문장들이긴 합니다만 적어둡니다. 저 세 가지 중에서 첫 번째부터 어렵네요. 정말로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하려면 일단 알아야 할 수가 있는데 그걸 발견하는 것부터 쉽지 않으니까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것은 사회인의 에티켓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180, 임경선 지음
p.180 얼굴에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것은 사회인의 에티켓이라고 생각한다. 공적인 인간관계는 그렇게 '머리'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최대한 자유롭고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p.192 현재 자유로운 선택보다 책임 잇는 선택에 마음이 납득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다만 어린 딸아이의 엄마 역할에 책임을 느끼는 건 알겠는데 남편은 '아들'이 아니라 내가 키워주거나 챙기지 않아도 되는 '성인' 아닌가. 아내의 역할...... 나는 그것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다. 침대에 반쯤 누워 마지막 묻고 답하기를 읽다가 이 두 곳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되는 거였구나. 그렇지, 왜 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이래서 내가 임경선 작가님을 좋아했었구나를 다시 또!!! 깨달았습니다. 내게는 멋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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