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2.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무슨서점

D-29
글을 쓴다는 건 영감이 찾아올 법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노트북 펼쳐놓고 그날의 기분이나 소소한 발견을 적는 것이 아닐 것이다. 쓰고 싶은 주제를 둘러싼 자료들을 찾아 읽고 공부를 해서 쓰고자 하는 것에 깊이와 풍부함과 디테일을 더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스스로가 잘 '소화'하고 있어야 한다. 필요한 주제에 대해서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쓰면서도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서 내 글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12 / 50%, 임경선 지음
@토끼풀b "책을 읽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말정말 아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에요."라는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어릴 때는 부모님의 강요 때문인지 책이 정말 싫었는데(원래 억지로 하라고 하면 다 싫으니까), 성인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책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깊이 알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고쿠라29 님 말씀처럼 너무 제 세계에만 몰입해서 세상을 잊거나 주위에 무관심해지지 않으려고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가끔 책의 세계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다보면 현실을 살아가는 게 벅찰 때가 있더라고요. 지나친 이상주의에 갇혀버릴 것 같달까요. 책 속에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동경하다 현실 속에서도 그런 (정의로운)인물들을 찾게 되는데 현실은... 흠, 마치 연애와 결혼의 차이처럼요(아 근데 저는 아직 미혼인...) 그럼에도 저 또한 독서가 짱! 이라고 생각합니다:)
p.19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평하거나 투덜대거자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무의미한 말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떼 지어 몰려다니지 않고 나대지 않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능한 한 계속하는 것. 현재로서는 이것이 내가 나이 듦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다._ 자유로울 것 중 241쪽 p24. 전형적인 그 나이의 여자나 남자에 대해 우리가 지닌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매력으로 설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이 나이보다 먼저 명징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p.37 서로의 나이를 잊고 접해도 즐거운 사람들을 주변에 두었으면 한다. 자기 의견을 말할 때 '꼰대처럼 들릴까' 자기검열하는 습관도, 특정 시대는 이럴 거라는 선입견도 버리자. 같은 내용이라도 꼰대처럼 들을 사람은 듣는 것이고, 거기서 뭐라도 건지고 배울 사람은 배워간다. ' 저 때가 좋을 때다' 라면서 젊음을 질투하거나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며 한심해하지 말았으면. 단신도 한때 무모하고 답답했던 시절이 있었다. p.37 그렇다고 해도 건강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어쩐지 서글프다. 그럼 애초에 건강에 한계를 가진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p. 40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p.41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을 제어할 수 있어서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제목만 보고, 임경선 작가님이라서 산 책이고 그래서 신청했다.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5권 정도를 사서 읽었던 것 같다. 별로라고 생각한 책은 아직 없었다. 사실 제목만 보고도 끌려서 표지에 나와 있는 다른 글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 아무 정보 없이 읽게 된 책의 첫 주제가 나이듦이라니.... 요즘 내가 신경쓰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사십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되니 나이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여기 나온 것처럼 나이포기파와 자연주의파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할까.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 되어 버렸다. 40대 이상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다. 건강도 신경써야 하고 꼰대같은 어른이 되어서도 안되고 세상 쿨하고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 작가가 말하는 나이듦에서 바라는 것이 내가 생각해온 나이듦과 다르지 않아서 놀랐고 나는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역시 실천은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기 어렵고 좋아하는 것을 할 용기가 부족하여 여기저기 기웃대며 나 이거 해고 될까를 물어보고 다닌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 읽으며 반성해 본다.
이 책은 임경선 작가님이 자신의 세 가지 화두를 펼치고 있는데요, 머릿말에서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나이 : 어쩔 수 없이 닥쳐오는 나이 문제로 공포에 질려 있었고, 글쓰기 : 영상 콘텐츠가 우세한 환경에서 계속 글을 쓰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막막했고, 선택 : 수시로 불시에 찾아오는 삶의 기로에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위 세 가지 고민거리들이 저와도 너무 맞닿아 있어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어요. 저 역시도 hyeyum32 님과 비슷한 또래라 요즘 나이듦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네요.
나이 들어서 수치심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주로 탐욕 때문인 것 같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30, 임경선 지음
나이가 더 많으면 죄인인가? 서로의 나이를 잊고 접해도 즐거운 사람들을 주변에 두었으면 한다. 자기 의견을 말할 때 '꼰대처럼 들릴까' 자기검열하는 습관도, 특정 세대는 이럴 거라는 선입견도 버리자. 같은 내용이라도 꼰대처럼 들을 사람은 듣는 것이고, 거기서 뭐라도 건지고 배울 사람은 배워간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36~37, 임경선 지음
건강이 다다, 건강이 최고다,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건강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어쩐지 서글프다. 그럼 애초에 건강에 한계를 가진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 사람들은 영원히 '미달'의 자책감에 시달려야 하는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37~38, 임경선 지음
그렇다 해도 이제 나는 내게 재능이 있나 없나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오늘의 원고를 쓸 수 있을까만을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스스로에게 지지 않으면서 남 잘되는 것엔 신경을 끊고 끊임없이 나를 책상 앞에 갖다 놓는 것, 그뿐이다. P120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지음
"양귀자 작가님이 예전에 똑같이 가정을 돌보느라 바빴는데, 매일 점심시간 30분만 소설 쓰기에 할애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누적되어 소설<모순>이 나왔습니다." / 당근도 채찍도 아닌 건조한 팩트를 듣고 '아 그냥 하는 것(just do it) 말고는 역시 방법이 없구나' 싶었다. P137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지음
나는 뼛속 깊이 개인주의자인데, 개인주의자의 특성상 큰 과업을 이루지는 못하겠지만 이미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라,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어떤 고통이 닥치고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내 방식으로 버티거나 스스로를 통제할 뿐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41, 임경선 지음
나이 들어가는 문제보다 내가 더 마음을 둘 열정의 대상-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일'이 가장 항상성 면에서 우수한 것 같다 -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43, 임경선 지음
지속 가능하게 작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내, 규율, 자기통제도 필수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 51%, 임경선 지음
글을 쓰는 사람에겐 흔히들 슬럼프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이것이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슬럼프가 있는 게 아니라 잘 써지는 날과 덜 써지는 날이 있을 뿐이다. 초고의 경우 웬만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어떻게든 시작했으면 끝을 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썼는데 원고가 너무 거지같다거나 나는 여기서 더 이상은 한 글자도 못 쓰겠다 싶으면 그 원고는 애초에 책이 될 수가 없는 운명이었을 뿐.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 52%, 임경선 지음
저는 작가는 아니지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임경선 작가님의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에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로 시작되는 문단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보다 자기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고요. 적어도 무언가를 쓰면서 이름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글을 그만큼은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가 너무 고루한 것인가 생각이 깊어집니다. 임경선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속이 후련하고 명쾌해지는 것도 맞는데, 가끔 저도 찔리는 부분들을 만날 때면 뜨끔하기도 한 것 같아요(허허).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그믐의 안내자 도우리입니다. 오는 7월 16일 일요일에 열리는 열두 번째 그믐밤 소식을 알리러 왔어요. 이제 몇 자리 남지 않았습니다, 혹시 오프라인 그믐밤에도 참여하실 계획이 있던 분들은 신청해주셔요. 감사합니다 :) ☾ 열두 번째 오프라인 그믐밤 1부 - 온라인 그믐밤에서 수집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문장을 함께 읽는 ‘윤독의 시간’ 2부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언제 : 7월 16일 (음력 그믐날) 일요일 저녁 7시 29분 (1부 : 45분, 2부 : 44분) -어디서 : 무슨서점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17길 105-4 201호) -인원 : 8명 -참가 비용 : 1만원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제공합니다) -신청 링크 : 아래 구글폼 링크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고, 참가 비용을 이체해주시면 됩니다. https://forms.gle/tqThREkqpGNnStReA
가장 명징한 감정 메마름의 상징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엿보면서 그들 인생의 희로애락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55, 임경선 지음
위 문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은 연예인,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 게임 속 캐릭터 등이겠지만 저는 부모자식 관계도 떠올랐어요.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한없는 간섭은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측면이 있지만 때로 과도한 분들을 보면서 제발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말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자식은 내가 제대로 못 산 인생의 대리물이 아니건만...
저도 이 부분을 읽을 때, 감정의 메마름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어요. 흔히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차피 다 아는 거'라고 심드렁하게 반응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는 게...? 이건 감정의 메마름보다는 감정의 게으름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말이죠. 부모 자식 관계가 떠올랐다는 말씀도 공감됩니다. 경제적으로, 정식적으로 독립하려고 하는 자녀를 계속 당신 품에 넣어두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죠.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서"라고 말씀하시지만,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행복의 방식과 다른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는데, 그걸 되게 불쾌해 하시더라고요. 실은 그건 본인의 삶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에게 자신의 행복을 의탁한 것이라고 거칠하게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여야할 테니까요. 조금 다른 결일지도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스마일펄 작가의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라는 책의 문장도 떠오릅니다. "엄마의 진심은 자식들이 영원히 자신에게 의존하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몸과 마음이 다 자란 자식을 어린아이 돌보듯이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품 안의 자식으로 키우는 데 머물고자 했다. 이를 거부하면 말로는 "괜찮다"라고 하지만 얼굴 표정과 온몸으로 크게 실망한 티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너는 애가 참 특이하다" 또는 "독특하다"라며 교묘하게 자식을 탓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어린아이 상태로 머물기를 바라는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았고, 만일 이를 거절하면 죄책감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된 자식에게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강한 애착을 나타내는 엄마는 자식들의 독립을 지연시키고 무기력감을 불러일으켰다."
지속적으로 작가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고유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글만 읽어봐도 '아 이건 OO작가의 글이다'라고 알 수 있을 정도의 문체를 뜻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 53%, 임경선 지음
문체는 사용하는 단어의 결, 온도, 습도, 리듬의 복합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한 작가의 문체는 그 작가의 삶의 방식이나 세계관 그 자체를 반영한다고 본다.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다정'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편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삶에 저항하며 자기 줏대대로 살아온 삶이 있는 작가들에겐 자신만의 확실한 문체가 있다. 반대로 무해하고 따뜻하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글만 쓴다면 그만큼 고유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없다면 애초에 책은 왜 쓰는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 53%, 임경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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