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2.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무슨서점

D-29
작가는 독자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작가들은 외롭고 인정욕구가 강하고 또 자신감이 자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칫 독자들의 달콤한 말에 의존하기가 쉽다. 한데 심리적으로 독자에게 의존하면 자기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지면서 정신적으로 느슨해진다. 작가는 일부러라도 스스로를 조금 외롭게 만들어줘야 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56%, 임경선 지음
요새는 작가들도 많은 경우 개인 SNS가 있어 독자가 작가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있는 통로가 생겼지만 작가는 거기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 내키면 답해도 되지만 내키지 않으면 답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것은 야박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거리 설정이다. 독자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정신을 유지하며 계속 견고하게 써나가기 위해서다. 작가는 독자에게 개별적으로 친절해야 할 의무나 필요가 없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56%, 임경선 지음
저는 임경선 작가님에게 가끔 친구가 되자며 접근하는 '잘난' 독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저도요. 내가 이렇게 사회에서 잘 나가니 너는 나를 만나는 게 이득이야. 그리고 내가 맛있는 밥도 사줄게. 이런 황당한 사고방식이...
약간 과장해서 연예인에게 연락하는 재벌들의 마음이 이런 거겠구나 싶었네요. 남여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성이건 동성이건 간에 나는 굉장히 지위가 높으니 누구나 내 연락을 반길 것이라는 그 자신감! 한편으로 실제 많은 이들이 그러한 연락을 반기기도 하겠지요. 임경선 작가님은 사람을 만날 때 무조건 흥미와 재미가 우선이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주의신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테니까요. 상호간에 주고받음이 적당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네요.
'책을 읽어보니 분명 당신과 나는 잘 통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피력하기 전에 내가 직업적 작가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그런 공감을 느끼게 하는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물론 나는 이러한 초대를 100퍼센트 거절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정한 호의가 아니라 자신의 에고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를 들러리 세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심심함이나 정신적 공허감을 채워주기 위해 내가 거기까지 가서 즐겁게 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57%, 임경선 지음
대중에게 인지도가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사랑받거나 이유 없이 미움받는 일이 생기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작가 생활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112, 임경선 지음
방금 참석 신청했습니다~ 그믐 밤에 뵈어요~^^
넵. 다음 주 일요일(16일) 저녁에 뵐게요. 책 읽으시면서 좋은 구절 공유해 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프라인 그믐밤 좌석은 신청 마감되었어요.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라인 모임은 계속되니 같이 책 읽으면서 이 공간에서 계속 문장수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읽으셔도 2주 내 충분히 완독 가능합니다.
여덟 분이나 신청해 주셨다니 영광입니다!! 서점이 지난달 말부터 월 초까지 이래저래 바빠, 저도 책만 읽고 그믐에 글을 못 남기고 있었어요. 그사이 많은 문장들이 수집 되었군요. 하나씩 톺아보니 거의 재독 수준 ㅎㅎ 제가 수집한 문장과 겹치는 문장들도 많지만, 수집한 마음들은 각기 다르겠지요. 만나서 윤독하며 그 마음들 들어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제가 마지막 자리의 기회를 붙잡았다니! '참 잘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행동한 제 자신을 칭찬합니다.
결론은 머리가 계산해주는 이익보다 마음의 이끌림을, 다시 말해 직관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p. 158, 임경선 지음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나 루틴이 되고,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172, 임경선 지음
저는 이 문장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선택이 쌓여 나 자신이 되어간다'는 말에 무척 공감하는 탓입니다. 선택 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되는 것들(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시 이렇게 갖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나 자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인생의 선택 > 나 > 선택 > 나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며 '나 자신'이 점차 단단하고 뚜렷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200페이지 이 책을 단 한 줄로 과감하게 줄이면 '인생의 선택이 쌓여 나 자신이 되어간다'
p.127 엄밀히 말해서 글쓰기는 가르칠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문장을 씹어 먹다시피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면 글을 쓰는 방식을 저절로 깨친다. 호흡, 리듬, 톤, 온도, 습도, 기법 이런 것들이 계속 읽다 보면 다 보이고 어느덧 내 것이 되어간다. p.128 너무 당연해서 말하기도 민망한데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하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세계 여행의 경험 같은 거라기보다 개인에게 닥친 고통의 경험에 가깝다. 사람이 살면서 고통은 피해갈 수가 없는데 실망, 좌절, 고통, 실패...... 이런 경험들을 내가 어떻게 직시하고 끌어안고 다시 털고 일어나 걸어갔는가,에 대한 경험치를 말한다. 여기서의 차이가 한 사람의 가장 선명한 개성과 사유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p.170 조금 손해 봐도 되니까, 힘들어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으니까, 라면서 간절히 선택한 것에는 단순히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가치가 숨겨져 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에 나오는 글인데 언젠가부터 좌우명처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언젠가는 쓰는 사람이 된다고. 쓰고 싶은 사람은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P.127) 많은 경험을 해봐~ 라는 말을 종종 하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걸 하라고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경험에 대해 말하면 해외 여행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콕 집어 주시고 경험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 느낌만 아는 내용을 정리해 주시니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이래서 전 임경선 작가님을 좋아하나 봅니다.
저도 '경험'이 가끔 '해외여행'의 다른 말인 것처럼 쓰여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임경선 작가님은 '경험'이 '고통의 경험'이라고 하시네요. 아픈만큼 성숙해지겠지만 아프기 싫은 이 마음 T.T
인생의 선택은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라는 크게 세 가지 형식으로 결단이 내려지는 것 같다. (중략) 1.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이것을 선택했다. 2. 다만 내 선택은 틀릴 수 있고 내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4.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p.172 그믐밤 참석을 일찍부터 신청하고, 책도 진작에 완독하였는데요 모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네요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어려워서일까, 생각해 봅니다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 결단을 내리는 절차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에는 불안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인생에서는 장전, 조준, 주저, 재장전, 재조준, 포기, 좌절, 재다짐 같은 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요...
직진, 절충, 그리고 내려놓음이라 하더라도 불안함은 있지 않을까요? ^^ 정말 괜찮다면 4번.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가 필요없을 것 같거든요. 4번을 주문처럼 외운다는 건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4번은 "난 괜찮지는 않지만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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