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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 독서 세번째 📖
D-29
유빈모임지기의 말
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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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윤희
p65
“국회의원이 역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오늘 홍 의원님이 건넨 말은 권유가 아니라 명령입니다, 명령.”
“그런 명령 난 받은 적 없어요. 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요.”
p73
“그게 제일 최악이야. 시키는 대로 했다. 명령에 복종하면 모든 게 면죄되는 거야?”
p184
“왜 진실을 알고 싶으세요?”
“…….”
“단순한 호기심입니까, 아님 직업적 본능입니까?”
“틀렸어.”
“그럼 뭐죠?”
“알고 싶어. 그냥, 막.”
말을 이어나가는 민서의 입술이 떨렸다. 민서는 승호를 보지 않았다. 취조실 벽면 너머의 아득한 곳, 희미한 불빛 속에 가려진 실체의 세밀한 면, 그 아득한 곳을 넘보고 있는 듯했다.
“사람 열 명이,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사지가 훼손되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이 침묵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고 싶어.”
p210
다수로 볼 수 있는 짐승인 사람은 자신들만의 질서를 부여받기를 원하네. 기업의 선봉에 선 선각자는 그들에게 그들만의 판을 만들어주고 그 판 안에서 현대화, 문명, 지성, 사랑 등의 모든 감정의 배설과 순환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줘야 하지. 물론 그 수고에 따르는 전리품은 선각자와 기업의 몫으로 돌아가. 선각자는 알고 있어. 짐승인 사람들에게 욕망의 전리품을 적당히 나누어주면 그 전리품의 규모가 점점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p239
핵심 인재, 핵심 기술이 전체를 먹여 살린다. 그런데 그 전체에 핵심 기술의 공유와 교란을 야기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전체의 거시적 번영을 위해 핵심의 혼란을 유발하는 세력의 초자연적 제거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당위적 선택이다. 그런 내용이에요.
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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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윤희
p182
꿈에서도 생각하기 싫던 과거의 기억과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반복했던 살인의 감각이 되살아나버린 자신이 끔찍하게 싫었다. 정인은 알고 싶었다. 이 악몽을 되풀이해서 재생하는 인간의 정체를 미치도록 알고 싶었다. 알아야 했다.
p270
조민은 숨겨진 진실을 보존하는 결정체야. 그 궁극은 언제나 순수하지. 하지만 탐욕에 물든 이들에게 순수는 쓸모없는 장식품에 불과해. 어떻게든 순수를 파괴하고 모든 걸 훼손해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려고 해. 우린 그 포악한 파괴자들로부터 조민을 지킬 의무가 있어.
p331
— 우린 이 구제받을 수 없는 인간에게 구원을 행하는 중이야. 어처구니없는 죽음들 앞에서 사죄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중이라고.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 누구도 심판할 권리 같은 건 없어.
— 법, 체제, 이념은 심판할 권리가 있고?
p343
사이코 맞아.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겠어. 세상 자체가 미쳤는데. 난 내 식으로 순수를 재건설하고 있어. 피로 물든 악행의 밤을 보내면서 우리만의 기적을 꿈꾸는 일 말이야. 그런 거, 매력적이지 않아?
p400
정권 바뀌고 체제 바뀌고 설령 국가 자체가 꺼져버려도 영구 집권이 가능한 권력을 창출하는 것. 이봐, 어르신들. 우리 솔직해집시다. 까놓고 말하자고요. 당신네들 이렇게 모인 게 바로 이 권력, 그 빌어먹을 걸 자손대대로 물려주고 싶어 모인 거 아닙니까? 내 말 틀립니까? 시정잡배만도 못한 조잡한 논리를 늘어놓는 함문형의 강연은 언어 선택의 저급함만큼이나 거침이 없었다. 재우는 강연자의 노골적인 막말을 시종 경청하다 심지어 강연이 끝나고 난 뒤에는 기립해 박수까지 치는 참석자들의 작태를 보며 함문형이 A에서 갖는 위치를 짐작했다. 재우는 함문형의 강연을 들으며 지나치게 단순한 A의 목표를 예단할 수 있었다. A의 목표는 오직 하나, 배금(拜金)이었다.
p441
맞아. 난 전달자야. 내 기억 속에 담겨 있는 것. 사람들의 기억, 사람들의 말, 사람들의 영혼, 감정, 난 그것들을 말할 수 있어. 나는 그것들을 말하는 순간에만 살아 있는 나야. 그리고 그 기억은 이제 나에게만 남아 있어. 전달한 이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오직 이 지구상에 나 홀로만 남아 있는 유일한 기억. 그러므로 나는 그 유일한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어.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말하는 나, 기억으로만 살아 있는 나 말이야.
기억의 문주원규의 장편소설 『기억의 문』. 기억 전달이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 '조민'을 뒤쫓는 택시 운전사 '정인', 비리 경찰 '재우', '비밀단체 'A'의 각기 다른 욕망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폐되어야만 했던 학살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구형 소나타 택시에 올라타 거대한 지옥도로 묘사되는 대한민국의 곳곳을 누빈다. ‘돈 앞에서 과연 무엇으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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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13p
고통이 수반되는 난자 채취와 다르게 정자 채취는 쾌락이 수반되었다. 난자 채취에 비해 간단했으므로 남편은 시험관 시술이 실패할때마다 문정처럼 절망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것이 문정의 신경을 건드렸다.
43p
“어차피 잃을 아이라면 심장소리를 듣기 전이 나아요, 더 자란 상태로 유산이 되면 소파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끔찍해서 자기 자신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98-99p
간장과 비슷한 색의 소독약이 배꼽 밑으로 두 세 개의 구멍을 내고 치골 상방에 4센티미터 정도 작게 절개를 할 것이다. 혜경은 코로나가 끝나면 따듯한 나라로 휴가를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며 생각했다. 비키니 라인 밑으로 개복을 해야 할텐데.
145p
설주는 쌍둥이를 낳고 인력사무소를 통해 조선족 시터를 소개 받았다. 설주 또래의 시터는 말수가 적었지만 설주의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면접을 볼 때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성경을 읽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설주는 그녀를 믿었지만 친구들의 충고대로 녹음기를 숨겨뒀다. 녹음된 소리를 확인한 설주는 충격을 받았다. 녹음기에는 욕설이 가득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183p
혜경은 단골 꽃집에 들러 노란장미를 샀다. 혜경은 플로리스트가 건넨 꽃다발에 코를 묻으며 노란 장미의 꽃말을 떠올렸다. 노란장미의 꽃말은 완벽한 성취였다. 그리고 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