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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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적통 확보를 위한 후계자들의 혈투 (p.71~p.97) 첫 문장이 마음에 든다. "질서와 균형을 겸비한 정치조직의 형성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시신과 무덤을 둘러싼 현상들과 맞물려 있다." 이 문장은 시신에서 오는 영향력이 권력의 전복을 넘어 권력을 유지하는 데까지 닿음을 암시한다. 권력에 관한 길고 복잡한 개념 설정이 이어진다. 책을 인용하면 권력이란 결국 "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매체를 상징적으로 장악하는 것", "사회가 작동하는 체계인 정보의 전달방식을 선점하는 것이 권력이다." 헤로도토스가 증언하는 스키타이, 콜롬버스가 도착하기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의 모치카 문화,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만든 그리스 모두 인신공양의 흔적이 존재한다. 인신공양은 정점에 있는 권력이 어떠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를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통제하는 사람에게 권력이 있다고 본다. 권위는 피지배자가 자신을 지배하는 사람을 인정하게 만든다. 시민의 몸으로 프랑스 왕위에 오른 루이 필리프 역시 권위가 필요했다.이전의 프랑스 왕조가 가지고 있던 정통성은 루이 16세의 목과 함께 단두대에서 떨어졌다. 대신 루이 필리프는 나폴레옹 1세의 시신을 매장지였던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파리까지 호송해와 성대한 기념비를 세운다. 아돌프 히틀러 역시 비시프랑스를 괴뢰정부로 세우며 파리의 대성당에 놓인 나폴레옹의 석관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나폴레옹 아들의 시신을 아버지의 곁에 두라고 명령한다. 권력의 행동 반경은 권력의 정통성에 의해 제한된다. 한 사람 혹은 집단에게 주어지는 권력은 실제 능력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력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세 가지 요인에는 정권의 합리성과 합법성, 권력 아래 놓인 전통, 그리고 카리스마인데 이 책에서는 카리스마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카리스마가 이중 유별나 보이는 이유는 다른 두 요인과는 반대로 추종자들의 인정에 기반하기 때문인데, 인정이라는 요소는 카리스마를 권위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놓는다. 그렇기에 정치는 유동성을 띈다. "권력자가 카리스마를 잃었다. 그러면 그의 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카리스마의 권위는 상실 이외에도 일상화와 실질화라는 단계로 나아간다. 일상화는 카리스마적 권위가 제도로 정착되며 합법성과 전통성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실질화는 카리스마의 전달과 관련이 있다. 실질화가 최고로 작동하는 순간은 혈통을 따라 전달되는 때이다.
4. 적통 확보를 위한 후계자들의 혈투 (p.71~p.97)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자 숭배는 권력의 변곡점에서 벌어진다. 취임식, 새 왕조의 출현, 국가의 설립 등 권력의 굴절이 일어나는 순간. 시저의 죽음 역시 불이 지펴진 순간이다. 공화정의 제 2집정관 안토니우스조차 노예로 변장하며 반군을 두려워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라더는 반란군이 군중의 지지를 기대하며 조용히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로마의 시민이 독재자의 죽음을 기뻐할 것이라 기대하던 반란군과는 달리 시저의 지지자들은 카이사르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장례식은 화려했다. "비너스 신전을 모델로 한 금박 모형물", "상아로 특별 제작된 관", "금으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자포", 관의 머리맡에 놓인 살해될 당시의 옷. 이와 더불어 암살자들을 향한 분노를 되새길 만한 문학 작품의 낭송이 이뤄졌다. "그때 갑자기 칼을 차고 창을 든 남자 둘이 나타나서는 횃불로 모형을 불질러버렸다." 제5로마제정기의 역사가 카시우스 디오는 안토니우스가 계속해서 민중을 자극했다고 증언한다. 그의 지시 아래 시저의 시신이 광장 한가운데에 전시되어 칼에 찔린 상처를 드러낸다. 선동에 가까운 연설 아래 군중의 분노는 끓어오른다. 열기가 극에 다한 순간에 시저의 시체는 들어 올려지고 광장 한복판에서 화장된다. 역사가 아피아노스의 저술은 더욱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안토니우스는 극적인 순간에 시저의 밀랍 인형을 공개했다고 한다. 칼로 난도질 당한 인형 앞에 군중은 비명을 질렀고 분노에 가득 차 원로원으로 들이닥쳤다고 한다. 그리고 암살과는 무관한 호민관 한 명이 시저를 비판했던 자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살해당한다. 장례식 이전에 시저의 후계자는 유언장에 따라 옥타비아누스로 정해졌었고 안토니우스는 축출 당할 위기에 놓였다. 올라프 라더는 안토니우스가 장례 의식을 주도하면서 후계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주장한다.
카리스마적 권위의 기초는 바람처럼 나타난 "선지자에 대한 믿음이다. 또 전쟁영웅이나 거리의 투사 혹은 민중선동가가 갖는 인격적 바탕이 획득하는 인정받음이며, 대중적 지지가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카리스마다
사자와 권력 p.81~p.82, 올라프 라더
카리스마를 갖는 권위가 "그 본질상 특히 불안정하다" 해도 타인의 일회적인 인정에 의존하고 있다고만 볼 수는 없다. ...... 다시 말해서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지도자는 밤낮없이 노심초사하며 늘 새롭게 정통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사자와 권력 p.83, 올라프 라더
"그리고 안토니우스는 군중을 격정의 도가니로 몰아가면서 시저의 시신을 차례로 벗겼다. 벗겨진 옷은 창대 끝에 매달려 바람에 펄럭였다. 칼자국으로 생긴 구멍들이 시저의 혈흔으로 선명하게 나부꼈다. 마치 비극이 공연될 때의 합창처럼, 군중은 안토니우스와 하나가 되어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신음을 내뱉었다. 슬픔은 점점 분노의 불길로 변하고 있었다.
사자와 권력 p.93, 올라프 라더
5. 무덤에서도 쉬지 못하는 죽은 권력자들 (p.99~p.123) longue durée라는 단어를 정리해야 한다. 페르난드 브라우델이 제안한 이 단어는 프랑스어로 '오랜 기간'이란 뜻이다. longue durée는 최소 수백 년의 시간을 기준으로 인간의 궤적을 그리는 행위이다. 하나의 사건 혹은 십 년의 단위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도와는 반대에 위치한다. 이 단어가 필요한 이유는 사자 숭배의 근본은 '마법'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의 마법은 아니다. 여기서 '마법'이라는 단어는 합리적인 목적과 비과학적인 배경을 지닌 행위를 의미한다.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왕이 치르는 기우제를 예시로 들어본다면 조금 더 확실해진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 배경에는 느슨한 사상적 추론과 절박함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우제는 비를 오게 하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왕의 권위를 증명하고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낸다. 따라서 기우제라는 '마법'은 합리성을 띈다.
막스 베버는 목적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그 행위의 배경이 비과학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목적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다.
사자와 권력 p.107, 올라프 라더
사자 숭배라는 '마법'은 불변의 권위를 지니지 못했다. 근대적인 합리가 제안 되기 전에도 사자 숭배는 이성의 관점 아래 끊임 없이 의심 받았다. 로마가 받은 그리스 철학은 영혼이 떠난 육체의 무가치함을 비웃었다. 종교라는 영역이 합리적인 이성의 영역에 포섭되기 시작하면서 사자 숭배의 전통에도 타격이 가해졌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에 관한 온갖 전통을 들먹이고 이렇게 주춤하는 작가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longue durée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자 숭배의 권위가 인정 받은 순간이나 인정 받지 못한 순간 자체는 무의미하다. 그 순간이 나오게 된 배경만이 중요하다. 이 책은 사자 숭배와 권력의 연관성을 하나의 명제로 요약하지 않고 사자 숭배가 어떠한 맥락 속에서 이뤄졌는지 기술하는 목적을 지녔다.
6. 시신들, 단절 그리고 극복 (p.135~p.177) 권력의 쟁취와 계승은 다른 영역에 속한다. 권력을 이양하고자 하던 자들은 죽은 사람을 이용하여 정통성과 카리스마를 획득했다. 이번 장은 크게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사례로 나뉜다. 모든 사례를 다 적지는 않고 흥미로운 일화만 요약하고자 한다. 짐바브웨의 영토는 19세기 말엽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 땅을 관리하는 사람의 이름은 세실 로즈, 그는 1896년 일어난 응데벨레 족의 저항을 제압하고 종전 협상을 준비했다. 그런데 로즈에게 도움을 준 영국군이 원주민의 전설적인 추장의 묘를 파헤치는 사건이 일어난다. 로즈는 서둘러 응데벨레의 민족적 영산 마토포스로 올라가 황소 10마리를 바치고 추장의 무덤에 절을 하며 위로했다. 로즈는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고자 자신의 인종차별적 성격까지 억눌렀다. 그는 엄연히 침략자이자 제국주의자였지만 자신의 권위를 원주민의 영웅과 일치시키면서 그들의 추장이 된다. 이 땅은 그의 이름을 따 로즈디아로 불린다. 이후 마토포스 산은 로즈디아의 민족적 성지가 되는데 흥미롭게도 로즈는 이 산에 응데벨레에게 살해당한 영국 정찰대의 유골을 안장한다. 라더는 이를 “높은 산 위에서 흑인들을 굽어보는 백인의 위령탑”이라고 표현한다.
권력 다툼에서 시신을 차지하는 것은 정통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로마라 이름 붙은 두 제국의 사례를 보고자 한다. 첫 사례는 신성로마제국의 오토 3세의 죽음이다.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죽은 오토 3세의 후계자 후보로는 총 일곱 명이 있었다. 그들 모두 공작 혹은 그에 준하는 작위와 권력을 가졌다. 그중 새로운 왕이 된 사람은 하인리히 공이었다. 그가 오토 3세의 시신을 다룬 방법을 적어둔다. 오토 3세의 군대는 죽은 왕의 시신을 이끌고 떠돌았다. 하인리히 공은 군대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미리 목적지로 움직여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시신을 거의 훔쳐내듯이 이양받았다. 공작은 황제의 영혼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영지 100 후페를 교구에 기부한다. 1 후페는 한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소출을 내는 정도라 한다. 하인리히는 노이부르크에 이르러 다른 이들과 함께 시신을 어깨위에 걸쳐 메고 도시 안을 행진한다. 이 과정이 있고나서 공식적인 왕의 선출을 기다리지 않고 바이에른 시과 프랑켄 시는 하인리히를 왕으로 추대한다. 물론 소수의 지지 아래 왕이 되었기에 하인리히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귀족들의 충성을 맹세 받아야 했다. 또 다른 예시는 우리가 잘 아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죽음이다. 경건했던 황제의 죽음은 온 제국에 슬픔을 불러 왔지만 동시에 피바람을 몰고 왔다. 황제의 후계자 후보는 총 다섯 명, 그중 유력한 후보는 황제의 아들 세 명이었다. 막내는 형들에 비해 군사적 권위가 부족하였으므로 황제 자리는 사실상 두 명이 노리고 있었다. 팽팽한 눈치 싸움 도중 둘째 아들이 콘스탄티누스의 장례를 주관한다. 이후 권력의 추는 기울게 되고 자신의 형과 동생의 죽음 이후에 콘스탄티우스 2세가 군림하게 된다.
7. 성자의 유골, 신이 인정하는 법통의 담보 (p.179~p.211) 인간은 볼 수 있는 신을 원한다. 오늘날 종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윤리의 영역 내로 한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다음은 올해 6월 2일 YTN에 곽현수 기자가 등록한 기사의 일부이다. “미국 미주리주의 한 마을에서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수녀의 시신이 거의 부패하지 않아 순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 이 현상은 곧 ‘기적’으로 받아들여져 이 시신의 모습을 보기 위한 순례객들도 몰려들고 있다. …… 이에 신자들은 마을을 찾아 시신 앞에 무릎을 꿇는가 하면 시신의 손을 직접 만지며 축복을 빌기도 했다. 한편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은 오는 5일 베네딕토 수도원 성당 유리 성전에 안치될 예정이다.”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다른 곳도 아닌 수도원에 시신을 둔다니. 마치 성당 측에서 이 시신이 상하지 않은 것이 기적임을 공인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난 수백년 동안 시체에 어떠한 신성한 권위가 있다고 믿어왔다.
초기 크리스트교 사회에서 성자의 유골이 갖는 권위는 대단했다. 성자의 뼈는 절도의 대상이었고, 심지어 아무 뼈에다 성자의 이름을 붙여 장사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1215년 제 4차 주교회의에서는 유골 날조의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고 해결 방안을 훈령으로 공표했다. 유골의 신성은 비유로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부패하지 않은 수녀의 시신처럼, 각각의 유골은 실제로 기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여겨졌다. (안디옥으로도 알려진)안티오키아의 부왕 콘스탄티누스 갈루스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갈루스는 아폴론 사원 앞에 순교자 성(聖) 바빌라스의 관을 담은 교회를 세웠는데, 놀랍게도 교회가 세워진 이후로 아폴론이 내리던 신탁이 끊겼다고 한다. 갈루스가 정치적인 이유로 살해당하자 그의 이복동생 율리아누스가 새로운 부왕 자리에 올랐는데, 기독교 질서를 거부했던 율리아누스는 다시 한번 고대신 신앙을 부흥시키려고 한다. 그렇지만 (기록에 따르면) 신탁이 들리는 일은 없었고, 부왕은 그리스도 신봉자들에게 바빌라스의 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허락한다. (테오도레트라는 기록자는 아폴론의 신탁이 멈춘 이유는 성자의 신성함 때문이 아닌 단순히 자신의 신전 앞에 시체가 있는 것을 아폴론이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성자의 유해 한 구가 기독교와 '이교도', 이전 왕과 새로운 왕이라는 권력 질서의 다툼 한 가운데 놓여있었다.
성자의 유골은 도시에게, 심지어는 국가에게도 권력의 기반을 제공했다.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이 다섯 도시는 초기 기독교를 이끌었다. 그 중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은 크리스트교의 수도 후보로 부상했는다. 예상했겠지만 성자의 뼈 덕분이다. 콘스탄티노플은 로마에 존재하는 사도의 두 묘, 이름만 으로도 위세를 자랑하는 베드로와 바울의 묘를 앞서기 위해 예수의 제자 안드레아의 유골을 아시아에서 가져온다. 그 후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은 순교자의 유골을 경쟁적으로 수집한다. 이 싸움은 1204년 십자군이 목표였던 이슬람 제국은 제쳐두고 경제적인 목적으로 같은 크리스트교인 동로마 제국을 치면서 마무리된다. 불타는 콘스탄티노플은 자신이 보관하던 안드레아의 유골을 로마에게 빼앗긴다. 성자의 유골은 산 사람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대신했다. 정치 질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 집단, 공동체가 동의하였을 때 생겨난다. 따라서 성자의 유골은 인간을 중재함과 동시에 인간과 신을 매개했다. 맨 처음 수녀의 사체에서 기적을 보았던 것처럼 성자의 유골은 인간을 향한 신의 섭리, 즉 인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증언한다. 성자의 유골은 예수의 몸에 난 구멍과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어떤 한 대집단이 형성되면서 따라붙은 건국설화를 웅변할 수 있는 기초가 유골이다. 날조된 역사일수록 유골은 더욱 소중하다. 꾸며낸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듭 강조하고 되풀이하면 현실이 되는 법니다.
사자와 권력 p.210, 올라프 라더
수백 년 이래 인류는 성자의 유골이 막강한 신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왔고 또 보고 있다. 물론 그렇기를 바라는 믿음이 전부라 할지라도 말이다. ......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 새로운 방향설정이 불가피할 때조차 성자의 유골은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안정감을 심어주곤 한다.
사자와 권력 p.182, 올라프 라더
유골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다. 요지는 유골이 보이냐의 문제이다. 강한 신앙이 있기에 메카로의 순례가 성립하지 않는다. 메카의 존재가 신앙을 가능하게 한다.
8. 알렉산더 대왕과 에리스의 황금사과 (p.213~p.251) 알렉산더는 시신을 좇았고, 그의 시체 역시 추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가 추모했던 대상은 영웅 아킬레우스이다. 알렉산더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친우 파트로클로스의 묘를 찾아간 뒤, 고국으로 돌아와 신전의 사제에게 트로이 전쟁에서 사용되었다는 무기와 방패를 받는다. 이는 아킬레우스가 신의 무기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한 행위이다. 알렉산더는 스스로가 아킬레우스라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 그라니코스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다. 물론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알렉산더의 역사는 대부분 그의 행적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에 기반한다. 시기와 저자에 따라 그의 출신과 행적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알렉산더의 신화는 당대의 정치 상황에 따라 수정 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집트의 기록이다. 이집트는 특이하게도 알렉산더가 필리포스 2세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은 알렉산더가 이집트 마지막 왕 넥타네보스 2세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이 전설 때문에 알렉산더의 시신을 둘러싼 싸움이 발생한다. 알렉산더의 거대한 제국은 대왕이 죽고 난 다음 위기를 맞게 된다. 직계 후손은 살해 당했고, 친척 역시 정신 장애를 가졌다. 따라서 알렉산더의 측근들이 권력 다툼에 참여할 명분이 존재했다. 페르디카스 장군이 알렉산더의 시신을 확보하면서 승리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는 왕의 관이 놓인 홀의 입구를 막고 600여 명의 병사를 동원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뒤이어 이집트 왕국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를 향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후 페르디카스는 안티파트로스, 크라테로스와 함께 제국의 섭정을 맞으며 삼두체제를 형성한다. 그렇게 제국은 이전의 통일된 모습을 유지할 것처럼 보였으나 알렉산더의 묘역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는 문제로 사건이 벌어진다. 페르디카스는 바빌론에 두기로 한 무덤을 마케도니아의 전통적인 왕조 묘역으로 옮긴다. 독단적인 그의 시도가 성공만 한다면 페르디카스는 마케도니아와 알렉산더의 정통성을 업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런데 프톨레마이오스가 끼어든다. 그는 병사를 데리고 관을 습격한 다음 이집트로 돌아가 버린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파라오로 임명 받지 못하고 섭정으로 있던 자신의 위태한 처지를 개선하고자 일을 꾸몄다. 그는 이후 룩소르라는 고대 신전에 알렉산더 신전을 만들고 이집트를 통치하지도 않았던 알렉산더의 죽은 혈육을 파라오로 모신다. 이후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더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동시에 파라오가 되는데 이는 고대 이집트의 장례식이 새로운 파라오의 즉위식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더의 시신을 되찾고자 쳐들어온 페르디카스를 무찌른다.
9. 카를 대제의 장구한 숨결 (p253~p291) 유럽 역사에 대한 무지로 요약이 어렵다 카를 대제는 샤를마뉴 대제의 다른 표현이다. 카를 대제는 알렉산더보다 높은 영향력을 지녔다. 알렉산더는 전설에 가깝지만, 카를 대제가 남긴 업적은 유럽인들의 기억과 두 눈에 남아 있었다. 영향력을 원했던 많은 정치가들이 카를 대제를 숭배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제는 중세 프랑스와 독일의 시초처럼 여겨졌다. 히틀러 역시 스스로를 대제와 동일시했다. 그는 카를 대제가 아니었다면 삐딱한 독일 민족을 하나로 묶을 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히틀러는 카를 대제가 온 서양의 수호자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분열된 카를의 제국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죽음 이후에도 많은 호출이 있던 탓일까? 그의 묘 역시 산 사람의 영역으로 여러 번 나오게 된다. 신성 로마 제국의 오토 3세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카를 대제의 묘를 열게 된다. 오토 3세는 독일 교회를 로마로부터 독립시키려는 목적 아래 대제의 묘를 찾는다. 대제의 묘는 종교적 가치를 부여받고, 대제의 묘를 찾는 과정 역시 종교적 구도의 형상을 띈다. 오토 3세는 카를 대제의 유물을 폴란드 왕과 나눠 연대를 꾀하고, 카를 대제의 ‘이교도 전도자’라는 명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앞선 챕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자 숭배는 권력의 굴절이 일어나는 순간에 발생했다. 크리스트교의 비대해진 몸집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누운 것처럼 잘려나갔다. ‘대(大) 시스마’라는 단어는 크리스트교의 분열을 이야기하는 용어다. 분리, 분열이라는 그리스 말에서 온 ‘대 시스마’는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로 나뉘는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 신성 로마 제국의 왕, 프리드리히 1세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서로 다른 두 명의 사람이 자신이 교황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각각 알렉산더 교황과 빅토르 교황이라 불린 두 사람은 제국 내의 반목을 불러온다. 프리드리히는 빅토르의 손을 들었지만 유럽의 다른 실권자들은 알렉산더의 손을 들었다. 싸움은 빅토르 교황이 병사하면서 일단락 되는듯했지만 프리드리히의 자문 역을 맡은 대주교 라이날트 폰 다셀이 부추기는 바람에 거세진다. 프리드리히는 기도 폰 크레마를 교황 파스칼리스 3세로 멋대로 세우고, 제후들은 프리드리히에게 등을 돌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카를 대제의 관이 열렸다. 프리드리히는 카를 대제의 유골을 관에서 드러내고 성대한 예식을 치렀다. 프리드리히의 호출을 들은 체도 안 하던 제후들은 카를 대제의 예식에는 얼굴을 보여야 했다. 프리드리히는 스스로를 새로운 카를로 포장하며 카를 대제의 초상화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도 했다!
이쯤 되면 그림이 그려진다. 사자 숭배는 권력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에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더 매력적이다. 오토 3세와 프리드리히 역시 교회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했고, 나폴레옹과 히틀러 역시 그러했다. 나폴레옹은 교황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나는 카를 대제요”라고 일갈하며 자신이 쥔 권력을 정당화했고, 히틀러가 카를 대제의 제국을 독일인과 함께 수고하겠다고 말한 것은 1943년, 스탈린그라드에서의 패배 이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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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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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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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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