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대 뇌를 이해하는 “열두 발자국” 읽기 모임

D-29
익숙한 양식에 담겨있는 여러가지 의미를 알아갈 때의 희열을 생각해본 다섯 번째 발자국 "새로고침"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소개된 전설적 실험(원숭이 실험)에 빗대 보자면 문서를 작성하는 여러 양식(또는 직업 특성상 자주 만나게 되는 공공기관-세무서-의 서식)들에 대해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복잡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다가 다양한 상황을 접하다보면 '아~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양식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또는 '이렇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겠네..'라며 감탄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거든요. 그 양식에 대해 불평했던 때는 해당 업무의 일부를 몰랐었다는 인식을 뒤늦게 하게 되는 거죠.(작가의 글 쓴 의도와 왠지 반대로 가는 느낌입니다..^^) 다른 조직에 비해 회계사 조직은 상하관계가 불분명하고 연차가 좀 차이나더라도 다소 수평적인 문화에서 일하기때문에 수시로 번뜩 떠올린 아이디어를 쉽게 제시하고 삽니다.(대부분은 물론 폐기됩니다. ^^) 그리고 과거에 해오던 방식으로 하는게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에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다 좋아보였던 방법이 어딘가에 치명적인 결합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디어도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힘들기때문에 그 수고를 좀 덜어보려는 잔머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방법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굳이 새로운 방법에 대한 시도는 줄어들고 해오던 대로, 시키는 대로 하다가 새로고침은 쉽지 않은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직에서는요. 그래도 언젠가 잔머리에서 출발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업무를 좀 드라마틱하게 줄여주면 좋으련만... 그럼 또 투입 인력을 줄일까요? ㅜㅜ
오늘로(일정상은 내일까지지만) 책의 절반을 읽었습니다.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 "미신"의 이야기는 다른 주제보다 쉽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사무실에는 4층과 13층이 없습니다. 엘리베이터가 홀수층, 짝수층을 운행하는데 근무하고 있는 3층에서 사무국이 있는 12층에 다니기가 좀 귀찮습니다. 12층에서 3층으로 갈 수가 없는데 그 대신 4층으로 갈 수도 없고, 2층은 원래 안서는 층입니다. 물론 11층으로 내려가서 3층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또 하나의 고민의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종교와 미신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의 눈으로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신을 믿는 이들을 비과학적이라고 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종교에 대해 과학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과학자들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의 존재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정도로 만족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의 종교이야기는 점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로 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시기별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신에 대한 여러가지 모습들을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이 대목에선 또 비종교적이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군요.) 예를 들어 한 동안 신을 선한 것(사람)들의 집합체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는 뭔가 나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설명할 때 했던 생각 같아요.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이고 내 행동이 이러이러 했을 때 선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 어떤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류의...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좀 더 기독교의 의미를 배워가는 상황에서 그런 보상의 관계로 보고 뭔가를 기대하는 건 다분히 미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소위 기복신앙이라는 거 말이죠.). 그보다는 우리의 처지와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고난을 헤쳐나갈 지에 대한 삶의 태도로 보고 있습니다... 만 역시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를 꺼낸 것 같습니다. 설명하기가 어렵고 글로 쓸 수록 뭔가 더 정리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권면한 회의적인 태도는 30년 가까이 회계사로 살아오면서 탄탄해진 것 같습니다. 그럴 듯한 사람들의 말을 의심하는 태도가 어떨 때는 시니컬하게(삐툴어졌다는 뉘앙스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회계담당자의 이야기보다는 현업부서원의 이야기를 들으려하고, 이야기보다는 실제 상황을 설명해주는 증빙을 보려하고, 증빙보다는 그 때의 상황을 상상하고 의심하는 태도는 이미 갖춰진 것 같은데 또 다른 한 축... 즉 새로운 주장에 귀기울이는 연습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건, 저 같은 뇌과학자에게는 '나는 내 전전두엽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으로 들립니다.
열두 발자국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고침'할 수 있을까, 정재승
다섯번째 발자국. 새로고침. 좀 늦었습니다. 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인생은 똥싼 바지 입고 걷는 것과 비슷하다는. 늘 새로고침 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던 제게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어쩌면 비슷한 느낌의 깨달음을 준 이야기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차원(?)에서 20%쯤 열어두는 삶. 이라는 말이 울림이 있었네요.
하나더.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가는게 실은 그만큼 삶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가게하려면(?)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의 삶이 온전히 새로고침되긴 어렵지만 똥싼바지 입고 걸으면서도 20%쯤은 새로운 것들에 열어두고 가다보면 언젠가 조금 더나은 나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는 한 살 한 살 더 먹었지만 이렇게 모여서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도도 꽤 괜찮은 도전 같습니다만...^^
물론이지요!! 감사하고 있답니다!! 진심!^^
"창의성"을 다룬 일곱번째 발자국을 걸어봤습니다. 언젠가 유명한 천문학과 교수가 창의성은 학교에서 교육으로 길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그래서 많이 암기하라고 암기가 쌓여야 이해도 되고, 창의력이 발동되어야 할 때 잘 작동될 거라고...), 대략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처럼 같은 성향의 사람끼리만 몰려다니며 의견을 나누거나(아니죠. 나누지도 않고 서로 확인만 하죠. 너도 나랑 같구나.) 이견을 보일 것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아예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는 상황이 이전에도 있었나 싶습니다. 염치없는 이야기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동의해준다면 서슴없이 하는 세상.... 언젠가 사무실 동료와 사회의 규범을 잘 따르는(그럴거라고 제가 생각한 사회는 독일) 집단과 서로 다르고 이견을 드러내지만 다름에서 오는 불편을 참고 이겨내는 집단(역시나 제가 생각한 사회는 프랑스) 중 후자가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물론 예로 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닐 테고 제가 착각하는 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읽기 모임도 친구들과 카톡하다가 문득 서로 돌아가며 책 정하면서 읽어보자고 시작한 것인데 그러다보니 평소에 관심없던 분야의 "열두 발자국"도 읽게 되었네요.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이렇게 모인 여러 분들(새로운 걸 시작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도 창의적으로 살아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책을 다 읽어갈 때 쯤 천장이 높은 맥주집(저의 집 인근에 데블스도어가 있습니다. :))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다음 책을 @꾸비 또는 @바라기 또는 @정쏘주 님이 정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흥하리라 님 덕분에 별 관심없었던 분야의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해요. 하하 천장이 높은 집에서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참 좋을 듯 하고, 책 선정은 뭐 언젠가... 미래에 할 수 있을 듯 하네요. ㅋㅋ 요즘은 책을 도서관을 헤매다가 펼친 책에서 끌리는 문장 하나로 선정해서 좀 민망함요!
다섯째 발자국... 새로고침이 어려운건 당연하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편으론 이렇게 비대면으로라도 같은 주제의 책을 읽으며 나누는 이런 새로고침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전에는 사소한 고민을 했었지만요..)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괘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겁니다
열두 발자국 p.154, 정재승
여섯번째 발자국을 함께 밟으며, 함께 여러 IT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고객사의 지인이 생각난다. 되는 일이 정말 너무도 없어 힘들어 했던 시기에 내게 함께 점을 보러 가자던 사람이 있었다. 기독교인 인걸 알면서도, 종교와 상관없다며, 권사님인 자기 엄마도 점을 본다나 하며... 명함에 Dr.을 찍고 다니며 나름 가방끈을 자랑하고 해외 유학 및 기타등등의 온갖 세미나를 쫓아다니던, 나보다 7-8살쯤 어렸던 그 친구는 자주 점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점장이가 일러준대로 개명까지 했다. 그 이후로 일이 잘 풀리냐 물었더니 예전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결국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무언가를 해서라도 억지 인과관계를 만들어서라도 위안을 받으려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병원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갈 때, 일이 잘 안 풀릴까봐 밤잠 설쳐가며 '사서' 걱정하던 우려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때 마다 , 난 왜 각오가 안되지? 왜 고통이 더 커지는 걸까는 생각에 더 힘들곤 했다. 예상했던 일인데 왜 담담하지 못하나 하는 자책까지 생기곤 한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감당할만 하다... 그런거였어. 당연한 거였어... 모르는게 약이라는 거였어...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한 그리고 견딜 만한 탐험인 것입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여섯번째 발자국.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비교적 이 부분에 있어 전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서 미신에 빠지거나 하는 사람들을 정말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 할까요. ㅋ 거래처 병원 원장님 중 그런 분이 계셨습니다. 일류대를 나오시고 정말 어쩌면 나름의 과학을 다루시는 분께서 세무조사를 받게 되셨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요건충족도 되고 해서) 조사 연기신청을 하고 승인받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오셔서 그냥 그 해에 받을 수는 없겠냐고 물으시더군요. 이유를 여쭤보니 .. 점을 보니 그 해에 조사를 받는 것이 추징이 덜 될거라고 했다고 말이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ㅎ
일곱번째 발자국을 읽으며...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주제는 왜 2부인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에 포함됐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창의성이 아직 오지 않은... 상상해야하는 뭐 그런 뜻일까? 라는 시덥잖은 생각도 해보구요. ㅎㅎ 언젠가 모 대기업 임원인 친구가 했던 말도 생각났어요. 판교에 있는 천장이 높은 건물을 건설했는데, 이후 방문한 그 천장 높은 건물이 너무 부러웠다고, 본인들 회사 건물은 천장이 높지 않아서 성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항상 핑계가 있어야 맘이 편한거 아니냐고 웃고 말았죠. )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었지만(개발자 시절엔 복붙이 많아서..) PM, 사업관리를 하면서 가끔(?)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했어요. 숙고 끝에도 가장 많이 하는게 레퍼런스 체크였어요. 제안발표에서도 경쟁사 사이트가 이렇습니다~ 하면 어지간한 질문은 패스 됐구요.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대부분 입을 닫고 있고, 말을 꺼낸 사람이 주 담당자가 되기도 했고, 기껏 의견내면 누군가에게 묵살되기도 했을테고... 우리 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지 못하는 분위기로 자라서 그럴지,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걸지, 학교도 집도 천장이 낮아서 그럴지,그것도 아니면 개인이 못나서 인걸지도... 그래도 독서를 통해,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새로운 것에 대해 알고 배워가며 살아야겠죠. 읽고 배워도... 기억이 잘 안나는게 함정이지만, 뭐 계속 읽고 배워보죠!
이 글을 읽다가 무심코 생각이 났는데... 그래서 오프모임을 천장이 없는 한강공원같은 곳에서 하면 어떨까요? ㅎㅎㅎ 공원 책하고 의자나 돗자리 들고와서 (아무래도 캠핑의자) 두어시간 조용히 책 읽고 뭐 그런.... @바라기 님은 한강공원 어느 쪽이 가까우신가요?
ㅎㅎ 경기도 시흥시라 가까운 한강이 어딜까나... 여의도쯤?
여의도 좋네요!!
전혀요~~
의미 있는 세상과의 충돌, 이것이 우리의 인생을 바꿉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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