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송은주 번역가와 클라우드 아틀라스 함께 읽기

D-29
이분들 원래 형제로 태어나서 활동하다가(매트릭스 당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촬영하고 개봉할 당시 형이 먼저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해서 남매로서 활동 했죠 ㅎㅎ 그러다가 동생까지도 여성으로 성전환을 해서 이제 워쇼스키 자매가 되었는데, 그냥 The Wachowskis 라고 통칭한다더라고요. 저는 이분들이 차례로 성전환을 한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성전환 이전에 결혼한 여자 배우자들과 결별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첫째인 라나 워쇼스키만 성전환을 하고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차 한국에 내한 했을 때 촬영장 에피소드로 자기 아내가 샌드위치를 싸다줬다나 그런 이야기도 하고 ㅋㅋ 한국인 부부 중 남편이 성전환수술을 한다면 집안 다 뒤집어지고 애들 상처받고 가정 파탄날만한 일이고, 드라마로도 이런 이야기 종종 봤는데... 그래서인지 저는 워쇼스키스보다 그들의 배우자 분들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더욱 재밌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모임이 하루 남았다고 해서 부랴부랴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환생'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불교의 업이 함께 떠오르긴 합니다. 역자 님이 설명해주신 것처럼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에 불교의 업에 대한 개념이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저로서는 아무래도 동양적인 시각으로 읽게 돼서 그런지 나름의 업에 대한 순환고리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했습니다. 흔히 쓰는 '업장소멸'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환생을 거듭한다는 것은 그들의 업이 아직 모두 소멸하지 않았다는 방증이지 않을까요? 그것이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이 존재하기에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환생을 거듭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반점을 가진 중심인물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돕거나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도 환생을 거듭한다는 인상이 듭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애덤 어윙을 도운 오투아는 손미 이야기에서 임혜주로 환생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애덤 어윙과 오투아는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인연이 시작되는 게 흥미로웠는데, 353쪽에서 손미는 임혜주가 이례적인 헹동을 했다면서 "나를 쳐다본 것입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전생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단지 자신에게 닿은 시선만으로 서로를 알아보거나 각성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렇죠ㅎㅎ 벌써 모임이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업이 소멸되지 않아서 계속해서 환생한다는 말씀 재미있네요 저는 서양인 작가라 환생 개념을 우리보다 쿨하게? 혹은 가볍게 쓰는구나 생각했는데요 환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의 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볼수도 있겠네요 오투어와 임혜주의 연결고리 흥미롭습니다. 저도 전생과의 연결이 언뜻언뜻 보이는 복선들을 찾는 ㄱ것이 재미있었는데 세밀하게 읽어내셨네요
혜주는 다음 순간 이례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나를 쳐다본 것입니다. 그게 이례적인가요? 순혈인간들은 항상 우리가 눈앞에 있어도 우리를 보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의식과 배경, 인물, 소재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게 여전히 신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소소한 소품처럼 등장하는 요소들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제가 본 게 틀릴 수도 있긴 하지만, 루이자 레이는 자기 자동차에 '가르시아'라고 이름 붙이고 부르죠. 그리고 티머시 캐번디시의 첫사랑 이름은 어슐러, 에스파냐어로 우르슬라가 맞겠죠? 제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해서 그런지, 데이비드 미첼 또한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서 이런 요소들을 재미로 넣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우르슬라라는 인물은 어머니로 등장하고, 나중에는 손녀 이름으로도 나왔던 거 같아요(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가물가물 합니다만...). 그리고 제가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우르슬라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그녀가 마지막에 죽을 때까 되자 몸이 점점 작아지고 쪼글아들어 나중에는 태아와 같은 상태로 회귀합니다. 이 소설은 환타지는 아니고, 매직컬 리얼리즘을 사용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고, 나선형의 돼지꼬리를 가진 인물이 태어나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저 혼자 생각으로는 데이비드 미첼도 <백년의 고독>을 좋아해서 이런 요소들을 응용해 넣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다양한 시대가 배경으로 나오다 보니 등장인물 이름이 영어식이 아닌 경우가 꽤 있는데요. 어슐러도 그렇지만, 저는 사실 손미와 혜주의 경우 원어의 철자가 어땠을지 궁금했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손미'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쓴 것인지 '선미'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썼을지 궁금하고, '혜주'는 한국에서 주로 여자 이름으로 쓰니까 혹시 작가는 '해주'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었을지도 궁금하더라고요. 한영 번역자들이 한국이름을 영어로 쓸 때 달라지는 발음 때문에 고민하는 것처럼, 역자 선생님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아하 이름들에도 그런 의미가 숨어있을 수도 있겠네요ㅎㅎ 대단하십니다 손미의 영어이름은 Sonmi였구요 혜주는 Hae-joo였어요. 손미는 별 고민없이 옮겼는데 혜주는... 음... '해주'로 쓸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왜 '혜주'를 썼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ㅎㅎ 아무생각 없었나봐요 사실 이 부분은 한국인으로서는 쓰지 않는 아주 기묘한 이름이 나오거나 부정확한 지명이 나와서 작가가 좀 무신경하게 쓰지 않았나 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주변의 한국인에게 이런 이름을 쓰는지 한번이라도 물어봤으면 바로 알수 있었을 텐데 요즘은 좀 나아졌을것 같지만 예전에 한국 배경이라면서 일본풍 소품들이 버젓이 등장하던 무신경함이 느껴진달까요 솔직히 그 부분은 조금 마음에 안들었답니다:( 이름 옮기기는 항상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랍니다. 특히 네덜란드어 노르웨이어 이런 익숙치 않은 언어에서 유래한 이름들은.. 정말 힘들어요. 국립국어원의 외국어표기법을 일일이 확인해서 옮기는 수밖에 없지요.
한국 시인 중에 '손미'라는 시인이 있어서(성이 손 씨예요) 저는 이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는데, 영화를 보니까 다들 "썬미"라고 부르더라고요 ㅋㅋ 그래서 어쩌면 '선미'가 더 흔한 이름이다 보니 작가도 선미를 생각하고 스펠링을 Sonmi로 적은 것 아닐까 싶기는 했어요.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역사 님께서 설명해주신 부분들 보니 손미 편에 등장하는 작중인물들 이름에 작가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을 것 같기는 하네요.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어차피 복제인간이니 이름 자체에 별 의미 없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작가가 무신경하게 이름 지었다는 설명에는 동의합니다. 특히 김범석의 친구들이 찾아올 때 이름이 '민식'과 '팽'이라고 해서 황당했죠.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극대화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도 중국인 재무대신으로 '핑', '팡', '퐁'이라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중국을 비하하는 '칭챙총'의 의미를 대놓고 담았다는 등의 해석이 있더라고요. '퐁'의 경우에는 아예 표준중국어(베이징 관화) 기준으로 존재하지 않는 발음이고, '팡'은 표준중국어 기준 '뚱뚱하다'(胖)는 뜻이라서, 서양인 작가가 한국인 등장인물을 만들 때 그냥 '뚱뚱'이라고 지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마찬가지로 <손미~451의 오리즌> 인물인 '팽'도 한국에는 없는 이름인데 뭐 그냥 미래사회라고 치고 대충 써넣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손미가 파파송에서 나온 뒤 머무는 숙소에 일본풍 소품과 의상, 벚꽃, 다다미방 등으로 꾸며놓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이게 당최 중국인지 동남아인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ㅎㅎ 이런 논란에 대해 워쇼스키 감독들은 갑자기 오리엔탈리즘을 들먹이면서 한국 그 자체만을 표현한 게 아니라 동양의 전체적인 요소들을 넣어서 표현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급조해서 대답했다는 설이 있기도 했어요. 사실 직접 그 나라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정확히 알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본인만 그렇게 아는 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는 될 작품이라면 정확하게 조사하고 사용하는 게 맞죠... 조사하기 어려운 숨겨진 역사나 문화적 배경도 아니고, 그냥 한국인 감수자만 한 명 있어도 됐을 텐데 이런 부분이 아쉬웠어요.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 접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이번 기회를 통해 읽어보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 데이비드 미첼의 작품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우선 추천해주신 <야코프의 천 번의 가을> 먼저 읽어보려고 해요. 송은주 역자님 번역서도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재밌는 책 소개해주시고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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