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 다리 위 차차 @송송책방

D-29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여기 앉아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행사 내내 들었습니다. 아직도 그뭄밤에 다녀온 게 꿈 같습니다. 퇴근하고 한시간 반정도 걸려서 도착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맥주만 마셨는데 하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내가 뭐라고' 에 답변을 드리자면 챠우챠우님은 읽는 분! 그믐밤에 모이신 분들은 대부분 읽는 사람들이셨습니다. ^^ (책을) 읽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그믐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우성 독서클럽의 회장님께서 그 중에 최고는 (책을) 사는 사람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도 완전 동의하구요. ㅎㅎ 읽는 사람을 만나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챠우챠우님.
@챠우챠우 자리가 좀 멀어서 이야기 많이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1권이 에피소드 중심이라면 2권은 좀 진중한 방향으로 가는데 두 권이 각각 다른 매력이 있는거 같아요!
그믐밤은 지났지만 아직 이 공간은 10 여일 정도 열려 있어 저의 짤막한 소회와 과정을 이 곳에 풀어볼까 합니다. 못 다한 <다리 위 차차> 이야기도 계속 하고 싶고 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도 일일이 드리지 못해서 변명과 사죄(?)의 공간처럼 이 곳에 그 때 그 때 마다 제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내 볼까 싶은데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좀 얼떨떨해서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혔고, 오늘에 서야 조금 제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북토크는 많이 가봤지만 제가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라 제일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음식은 많이 먹어봤지만 막상 요리는 처음인 기분. 일단은 송송책방 대표님께서 행사 진행 경험이 몇 차례 있으시다는 걸 알기에 ‘송송책방에 묻어가자’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하하 모르는 건 일단 무조건 여쭤보자! 대표님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잉? (물론 송송책방 대표님과 이 사실은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송송책방은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서점으로 지하철역 등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나름 쾌적하고 많이 복잡하지 않은 편에다가 서점 내부도 너무 예뻐서 북토크 장소로 제가 전부터 찜해 놓았던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간단한 식음료도 판매하시다 보니 이보다 더 안성맞춤일 수는 없었죠.
송송책방 대표님께 윤필 작가님, 재수 작가님께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조심스레 떨리는 마음으로 여쭈어 보았는데, 채 얼마 시간도 되지 않아 바로 가능하시다고 즉답을 주셨습니다.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북토크, 별 거 아니구먼.
행사 준비는 제가 쓰는 이 글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하게 되었어요. 가만있자... 사람들이 모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아 맞다. 다 서있을 순 없고…엉덩이 붙일 의자가 필요한데, 송송책방에 의자가 그렇게 많았었나? 대표님께 연락함=> 대표님 의자 충분한가요?
제일 처음엔 숫자 29에 집착하다 보니 손님을 29명을 모시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29명이 송송책방에 물리적으로 못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약간의 준비 인원들, 또 작가님들 숫자까지 더해지면 공간이 조금 빡빡하게 느껴져서 즐거운 기분으로 오셨다가 숨 막히는 느낌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 싶어 쾌적한 북토크를 위해 참석자 숫자는 20명으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막판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숫자가 관건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믐 플랫폼에 찾아와 주시고, 부러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다리 위 차차> 에 관해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고 당일에 물론 급작스러운 일들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오시지도 않을 행사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신청하시지는 않으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4시간의 시간을 드렸으나 아무도 그만 하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계속 이야기 해볼게요. 모든 준비는 다시 의식의 흐름대로 갑니다. 북토크는 북이 있고, 토크가 있어야 한다. (비장함) 북에 해당하는 <다리 위 차차> 는 걱정할 필요가 없이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올 책이고… 토크? 가만 있자. 토크 전달을 위해 마이크가 필요하구나. 송송책방 대표님께 여쭤보니 이미 책방에 2개의 마이크를 보유하고 계신다고요. 그런데 저희는 작가님 2분 + 사회자 장강명 작가까지 1명이 더해져서 최소한 3개 이상의 마이크가 필요한데…얼른 4개 짜리 세트를 주문 했습니다. 역시나 세상의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는 나라에서 배송이 된다더군요. 그런데!! 그믐밤은 다가와 오는데 마이크가 2주가 지나도록 안 오는 겁니다. 어떻게 되는거야 라고 방방 굴렀는데 그믐밤을 며칠 앞두고 마이크가 무사 도착했습니다. 마이크에 배터리를 채우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집에 있는 앰프와 연결을 하는데 뭔가가 안 됨. 그 뭔가가 뭔지는 모름. 앰프가 고장 난 건지, 전력을 연결하는 전원부가 잘못 되었는지, 어쩌면 처음부터 고장품 아니었을까? 스피커와 연결해 보겠다고 스피커 케이블도 샀는데 역시나 작동이 안 되고… 행사날이 다음날이라 이미 대여하기도 늦고, 일단은 대표님께 송송책방에 있는 마이크라도 챙겨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대표님, 마이크가 안 되요 T.T 그래도 어쩌면 혹시나 싶어서 제가 산 마이크를 챙겨왔는데 송송책방 앰프에 끼우니 작동만 잘 되더군요. 며칠 간 마음속으로 중국 물건을 욕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안 그래도 윤필 작가님이 북토크 하실 때 우리 안의 편견 이야기하셨는데 저 얘기하시는 줄 알고 뜨끔해서 작가님 계속 외면함.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께는 곽재식작가의 단편 로봇복지법 위반(단편집 토끼의 아리아), 로봇 살 돈 모으기(단편집 지상 최대의 내기) 도 추천드립니다. 두 편다 결말이 너무 좋습니다.
“전송절 기념사(단편집 행성 대관람차)”도 좋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이 북토크 사회자로 나선다는 소식을 보고, 서점에서 <다리 위 차차> 두 권을 주문해 읽었어요. 와아아! 놀라운 작품이네요. <지하철도의 밤>을 좋아하는데요. 윤필 작가님이 그새 작가로서 성장하신 모습이 놀라웠고요. 재수 작가님의 그림 연출도 탁월했어요. 장강명 작가님이 왜 이 책을 가지고 저자 토크를 하고 싶어하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믐>이라고 장강명 작가님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책 읽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달려가 회원 가입을 하고 북토크 참가 신청을 했어요. 마침 모임 장소인 송송책방은 제가 좋아하는 양재천 근처에요. 저녁 6시 30분. 선선해서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 양재천을 걷습니다. 내가 흠모하는 장강명 작가님을 뵈러 가는 발걸음은 이렇게 들뜹니다. 윤필 작가님을 처음으로 뵙는다고 생각하니 더 설레네요. 그런데요, 그날 북토크에서 오은 시인님을 만났어요. 얼마 전 플래카드에서 이름이 바뀌어 페북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직접 만나뵙게 될 줄이야! 이 신기한 인연의 이야기, 긴 버전은 블로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당~^^ https://free2world.tistory.com/2877
피디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 ㄹ리가 없고, 완전 됩니다. ^^ "노후에는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의 삶을 살자. " 그믐밤에 유독 활기찬 목소리와 큰 웃음소리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해주신 분이 바로 피디님이셨는데 이런 이유가 있으셨군요. 오은 시인님과의 인연은 좀 단편영화스러운데요. ㅎㅎ 남녀로 성별이 달랐다면 이거 완전 로맨스 영화의 시작 아닙니까?
그믐밤 토크 이어가 봅니다. 한편, 참여해 주신 분들께 드릴 작은 기념품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역시나 이런 디자인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천재 디자이너다, 내 안에는 뛰어난 미적 감각과 센스가 내재되어 있다’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안을 4개 정도 만들어서 다른 분들께 공유해서 어떠냐고 여쭤보니 제가 미는 시안은 만장일치로 거절되었습니다. 천재란 동시대와 불화 할 수 밖에 없구나…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의 비애를 느꼈지요.
책갈피는 한 면은 그믐밤 관련이고, 다른 한 면은 <다리 위 차차>의 이미지인데 차차 쪽 디자인은 손댈 것 없이 송송책방에서 주신 이미지와 문구를 그냥 그대로 이용하였습니다. 그믐밤 1회 책갈피를 받으신 분들은 잘 소지하고 계시면 나중에 유명 NFT 저리 가라, 경매에 엄청난 금액을 받고 파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역사의 시작을 목격하셨던 것입니다!
북토크 질문지는 저의 사심을 듬뿍 담아 제가 궁금한 것들 위주로 18개 정도의 질문을 작성했어요. 토크 시간이 45분이라 더 많이 질문을 골라도 어차피 다 여쭤볼 수 없을 거 같더라구요. 궁금한 점이 많아서 최소한으로 줄여도 질문 개수가 더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 실제 북토크에서는 질문의 방향이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 2,3개 정도만 제가 미리 골라 놓았던 질문이 나왔습니다. 미리 짜 놓은 대본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윤필 작가님, 재수 작가님의 대답에 따라 토크는 유기적으로 흘러갔고 사회자 장강명 작가가 즉석에서 대화의 흐름에 맞는 질문들로 바꿔갔어요.
작가님들과 사회자 간의 본토크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참석자들과의 대화 시간이 되어 각자가 궁금한 것들, 작품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항상 이런 시간이 되면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어쩌지..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데 그런 걱정은 필요없었습니다. 다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작가님들께 궁금한 점들을 열정적으로 물어봐 주셔서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지요.
약 44분 정도의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 북토크 때문에 가장자리로 밀어 놓았던 커다란 테이블을 가운데로 옮겨 두런 두런 자리를 잡았습니다. 송송책방 대표님께서 미리 준비해 두신 과일과 여러 안주에 맥주 한 잔을 하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지요. @남극의주방 님이 직접 남극에서 찍으신 사진을 보여주시고 그 중 원하는 사진들을 골라 갖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사진은 지금 저희 집 냉장고 여행 갤러리에 제주도와 일본에서 가져온 엽서, 사진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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