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멋짐이 폭발하네요. 앞부분 읽고 있는데 놀랍고 유쾌합니다. 성선택에 대한 관심이나 『아름다움의 진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같은 책에서 기존에 알고있던 암컷들에 대한 지식을 깨뜨리는 재미를 아시는 분들 있으면 함께 해요. 우선은 저 혼자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부분이나,
챕터를 요약하여 내용을 올리거나,
감상이나 다른 책과 다큐/영상에서 본 내용, 의견 등 잡다하게 공유합니다.
책소개&추천
- 생물학계에 드리운 성차별적 신화를 넘어 ‘암컷의 생물학’을 재구성한 문제작 『암컷들』
- 다윈은 그의 성선택 이론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짝짓기의 선택권은 궁극적으로 암컷에게 있으며(암컷 선택), 암컷의 간택을 받기 위해 수컷들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수컷 경쟁). 수컷들은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한 깃털로 치장하고 밤이 새도록 노래하고 춤을 추며 교태를 부리거나 근력, 재력, 권력을 키워 아예 다른 수컷들이 암컷에게 접근조차 못 하도록 막는다. (최재천 추천사 중)
- 이 책은 원제 ‘Bitch’에서부터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렬히 드러낸다. 동물의 암컷을 가리키는 수많은 영어 단어 중 굳이 선택된 ‘비치(암캐)’는 ‘성깔 더러운 여자’를 가리키는 비속어다. 『암컷들』은 (둔하게) 크고 정적인 난자 하나를 품고 얌전하게 기다리는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역동적이고 재빠른 정자 군단을 앞세워 고군분투하는 수컷에게만 관심을 쏟아 부은 진화생물학 연구사에서 지워지고 잊혔던 암컷, 그리고 그들이 고군분투하며 이루어낸 무궁무진한 진화적 혁신에 대한 책이다. ‘여자답지 못한’ 암컷과 ‘남자답지 못한’ 수컷을 연구하며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라는 틀이 얼마나 자연적이지 않은지, ‘찐’ 자연은 얼마나 다양하고 화려한지 보여주는 과학자들의 여정에 연대하며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상희 추천사 전문)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원제: 『BITCH』) 읽습니다.
D-29
ㅇㅅㄹ모임지기의 말
ㅇㅅㄹ
이 책에 쓰인 언어에 관하여 (8p)
“비인간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사실은 과학자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학문의 영역에서 동물의 성적 특징이나 행동을 설명할 때 굳이 그런 젠더화된 용어를 쓸 필요는 없고 써서도 안 된다.
스토리텔링의 목적에서 팜파탈, 여왕, 레즈비언, 자매, 부인, 계집과 같은 의인화된 용어도 사용했다.
독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런 명칭들을 복제하여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의인화가 의도치 않게 젠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ㅇㅅㄹ
들어가며: 다윈의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암컷들 (17p)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서글픈 부적합자가 되었다.
내 불안의 근원은 성性이었다. 이 분야에서 여자는 딱 한 가지를 뜻했으니까. 패배자.
이제 죽을 때까지 여자는 정자를 쏘는 자들의 보조 역할이나 할 운명이다.
나는 (명백히 사소한) 이런 성세포의 차이가 성 불평등의 확고한 생물학적 토대라고 배웠다.
“암컷에 대한 착취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난자를 제조하는 진화전공자로서 나는 성역할을 구분하는 이 올드한 1950년대 시트콤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뭐 여자 돌연변이쯤 되는 걸까?
고맙게도 답은 "아니요"이다.
과거 성차별적 신화가 생물학에 도입되면서 동물의 암컷을 바라보는 방식이 크게 왜곡되었다.
실제 자연 세계에서 암컷의 형태와 역할은 대단히 폭넓은 스펙트럼의 해부구조와 행동을 아우른다.
전체 종의 7퍼센트만 성적으로 일부일처이며, 많은 암컷이 여러 상대를 전전하며 섹스하는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다.
알파 암컷은 여러 분류군에서 진화했고, 자애로운 보노보에서 잔인무도한 여왕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암컷은 수컷들만큼이나 서로 살벌하게 경쟁한다.
나는 세상의 다채로운 암컷과 암컷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소개할 것이다. 종의 암컷뿐 아니라 진화의 엔진 자체를 재정의한 인물들이다.”
ㅇㅅㄹ
빅토리아 시대와 진화론의 아버지 (19p)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내세운 다윈의 진화론은 어떻게 공통 조상에서 시작해 생명의 풍부한 다양성이 유래했는지를 설명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살아남아 자신의 성공을 도운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준다
다윈은 자연선택과는 전혀 다른 진화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성에 대한 추구였고, 그래서 그는 그것을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고 불렀다.
자연선택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면, 성선택은 본질적으로 짝을 찾기 위한 투쟁이다.
암수의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은 행동으로 연장되었다.
수컷은 암컷을 ‘소유’하기 위해서 특별히 진화된 ‘무기’나 ‘매력’5을 들고 치열하게 싸움으로써 진화의 주도권을 잡는다
반면 암컷은 애초에 변이의 필요성이 적다.
다윈은 성선택의 역학에서 수컷끼리의 경쟁 외에도 ‘암컷의 선택female choice’이라는 요소의 필요성을 알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몹시 껄끄러웠으니, 암컷에게 수컷을 쥐락펴락하는 불편할 정도로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발상이었고, 궁극적으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과학적 가부장제의 입맛에 맞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다윈은 암컷의 선택이란 수컷들의 허세전에 ‘관중으로 서 있는’ 여성에 의해 ‘비교적 수동적’9이고 덜 위협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함으로써 여성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윈이 성을 적극적인 수컷과 소극적인 암컷의 이미지로 굳힌 것은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마케팅 회사의 작품처럼 효과적이었다.
(--> 적극적인 경쟁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수동적인 심사위원들 ㅋㅋ)
우리 뇌는 이런 깔끔한 이분법을 직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여 크게 반기기 때문이다. 옳거나 그르거나, 흑이거나 백이거나, 친구이거나 적이거나.
지금까지 모든 영역에서 과학이 가르쳐준 한 가지가 있으니 직관은 종종 인간을 오도한다는 사실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분법적 분류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틀렸다는 점이다.
동물의 암컷은 수컷만큼이나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적극적, 공격적이고 우세하고 역동적이다. 암컷에게도 변화의 버스를 운전할 똑같은 권리가 있다. 그저 다윈은 진화론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준 여타 동물학자 신사분들처럼 암컷의 진면목을 볼 수 없었거나 아니면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윈은 결혼의 장단점을 종이에 적어보고 따져본 후에 결혼을 했다. 여러 단점들도 적은 후에 그나마 장점으로) ‘집안을 돌볼 사람’이 생긴다는 것과 ‘소파에 앉아 있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아내’가 ‘어쨌든 개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다윈은 용감하게 모험을 시도했다.
다윈이 남성 중심으로 성을 읽은 것은 그 시대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 탓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ㅇㅅㄹ
생물학자들의 확증편향 (25p)
“동물의 암컷은 빅토리아 시대의 주부처럼 소외되고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다. 저 성차별의 얼룩을 과학에서 씻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그 깊은 상처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가이다.
다윈의 뒤를 이은 생물학자들이 확증편향이라는 만성질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저들은 수동적 여성의 모태를 찾아 헤매며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발정기에 다수의 수컷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짝짓기하는 암사자의 방종한 행위처럼 예상 밖의 상황과 마주치면 조심스럽게 외면했다.
('피뇬제이'라는 까마귓과의 종은 지능이 높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한다. 1990년대에 조류학자 두명은 피뇬제이 사회의 위계질서를 해독하기 위해 무리의 '알파 수컷'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본격적인 관찰을 시작하면서 연구자들은 독창성을 발휘해야 했다. 피뇬제이 수컷이 어찌나 평화를 사랑하는지 어지간해서는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여전히 수놈들은 전쟁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 이런 알 수 없는 연구 결과와 수컷들 사이에서 적대감이란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여전히 자신에 차서 “수컷들이 적극적으로 무리를 통제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이 새들이 신경전 수준을 벗어나 훨씬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 분명 목격되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무시무시한 공중전을 벌이는 새들을 기록했다. 대결에 나선 피뇬제이 한 쌍이 공중에서 뒤엉켜 싸우다가 ‘땅에 떨어져서도 격렬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그 상태에서 ‘강력한 일격을 가하며 서로 쪼아댔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싸움은 ‘그해에 관찰된 것 중에서 가장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가해자가 수놈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배 계층에 포함되지 않았다. 맞다. 싸움꾼들은 모두 암놈이었다. 연구팀은 여성들의 ‘격분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호르몬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봄철에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피뇬제이 암컷들이 ‘인간 여성의 월경 전 증후군(PMS)에 해당하는 번식 전 증후군(PBS)’에 시달린 탓이라는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 이 책 너무 재밌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 ㅋㅋㅋㅋㅋ)
ㅇㅅㄹ
다윈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 (29p)
“빅토리아 시대의 쇼비니즘 문화에서 시작한 것이 한 세기 동안 과학의 힘으로 배양되었고 결국 다윈에게서 인증 도장을 받은 정치적 무기로서 다시 사회에 분출되었다. 그러면서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에 헌신한 일부 소수의 남성에게 강간에서부터 강박적인 스토킹, 남성 우월주의에 이르기까지 온갖 파렴치한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할 이데올로기적 권위를 주었다. 왜? 다윈이 그렇다고 했으니까.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은 닫혀 있던 실험실의 문을 열었고, 여성은 일류 대학의 복도를 걸으며 스스로 다윈을 공부했고, 야외로 나가 수컷에 대한 똑같은 호기심으로 암컷을 관찰했다.
‘양쪽’ 성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표준 행동 측정법을 개발했으며, 신기술로 암새를 정찰하여 그들이 수컷에 의한 성적 지배의 희생자이기는커녕 실제로 쇼를 이끄는 배후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다윈에 도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윈은 상징적인 지성 이상의 존재다. 그는 영국의 국보다. 어느 베테랑 교수가 나에게 지적했듯이 다윈의 견해에 반기를 드는 것은 이단임을 선언하는 행위다. 하여 영국에서 시작한 진화 과학은 뚜렷한 보수주의로 이어졌다. 다윈의 고향이 아닌 대서양 반대편에서 미국 과학자들이 진화, 젠더, 성생활에 대해 대안적인 서술을 과감히 시도하며 반란의 첫 씨앗을 뿌린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차세대 생물학자들이 암컷의 몸과 행동을 조사하고 딸, 자매, 엄마, 경쟁자의 관점에서 진화의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함으로써 동물의 암컷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문화적 규범을 기꺼이 넘어서고 성역할의 유동성에 관한 비정통적 발상을 즐기면서 진화생물학의 남성주의를 타도했다.
동물계에서 성적 표현의 놀라운 다양성과, 진화를 추진하는 다양성의 근본적인 역할에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 결과는 동물의 암컷에 대한 풍성하고 생생한 초상화이며 진화의 뒤엉킨 역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놀라운 통찰이다.
수컷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이 성선택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진화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다윈은 빅토리아 시대의 핀홀 사진기를 통해 자연의 세계를 보았다. 여기에 암컷의 성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생명을 총천연색 와이드스크린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ㅇㅅㄹ
여성의 본성을 찾는 여정 (33p)
“이 책에 나오는 계집들은 암컷으로 태어나 어떻게 단순한 수동적 보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는지 보여줄 것이다.
한 암컷의 특징을 성이라는 수정구슬을 보고 예측하는 대신, 환경, 시간, 기회가 모두 그 형태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에 합당한 진실을 찾아야 한다.”
ㅇㅅㄹ
1장. 무정부상태의 성
암컷이란 무엇인가 (39p.)
“암두더지의 생식샘은 난소고환ovotestis이라고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내부 생식기관은 한쪽에 난소 조직, 다른 쪽에 정소 조직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난소 쪽은 번식기의 짧은 기간에만 팽창하여 난자를 생산한다. 그리고 생식이 완료되면 수축하고 그때부터 정소 조직이 확대되어 난소보다 더 커진다.
남성호르몬이 넘치다 보니 두더지 암컷은 수컷과 구분할 수 없는 생식기가 발달하게 되었다. ‘남근phallus’ 또는 ‘음경음핵penile clitoris’이라 불릴 정도로 음핵이 확대되고 번식기가 아닐 때는 아예 질이 막혀 있다.
생물학자는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 젠더란 성별을 나타내는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개념이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태초에 생물은 단순하게 번식했다. 처음에는 갈라지고 합쳐지고 싹이 트거나 복제하여 수를 불리는 게 전부였다. 성은 나중에야 나타났는데 그러면서 일이 다소 복잡해졌다. 성이 생기면서 이제는 서로 다른 성세포, 즉 생식세포가 결합해야만 번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상호작용하여 성을 결정하고 구분하는 유전자와 성호르몬의 오래된 네트워크에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을 무시하고 생식세포, 생식샘, 생식기, 몸, 그리고 행동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성을 구분하는 일을 전혀 간단하다고 볼 수 없는 아주 복잡다단한 과정으로 만든다.”
ㅇㅅㄹ
두더지와 하이에나 암컷의 가짜 음경 (42p.)
“두더지 암컷의 ‘남근’이 그런 통념을 박살 낸다. 하지만 두더지 암컷은 어디에도 없는 망측한 생물이 아니다. 다듬이벌레*부터 아프리카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암컷이 흔히 남근으로 묘사되는 애매한 생식기관을 자랑한다.
아마존에서 거미원숭이 암컷을 처음 봤을 때 아랫도리에 매달린 부속물을 보고 나는 영락없이 수놈인 줄 알았다. 크기도 작지 않아서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걸려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옆에 있던 영장류학자들이 점잖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오히려 수놈 쪽은 제 물건을 안쪽 깊숙이 넣고 다니기 때문에 겉에서는 음경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암컷은 보란 듯이 음핵을 덜렁거리고 다닌다. 생물학계에서는 ‘가짜 음경pseudo-penis’이라고 칭하는 해부 구조다. 거미원숭이 암컷의 ‘가짜’ 남근이 수컷의 ‘진짜’ 남근보다 더 길다
암컷 포사는 작은 음핵과 외음부를 정상적으로 잘 갖추고 태어난다. 하지만 생후 7개월쯤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음핵이 커지면서 안쪽에 뼈가 자라고 가시까지 달려 음경의 복제품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수컷처럼 안쪽에서 노란 액체까지 흘러나온다.9 이 음경 같은 음핵은 1~2년 정도 유지되다가 포사 암컷이 번식기에 들어서면 마술처럼 사라진다. 포사의 생식기로 논문을 쓴 저자들은 이처럼 음경을 닮은 음핵이 어린 암컷을 수컷의 성적 강압이나 다른 암컷의 거친 텃세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20센티미터짜리 음핵은 모양과 위치가 수컷의 음경과 똑같을 뿐 아니라 발기하기까지 한다.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사내다운 특징 중 으뜸은 털 달린 한 쌍의 고환이다.
물론 이 음낭은 가짜다. 하이에나의 음순은 융합되어 지방세포로 채워졌으며 수컷의 생식샘과 똑 닮았다. 그 말은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이 외부에 질 입구가 없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뜻이다.
야생에서 암컷 점박이하이에나는 수컷보다 몸이 최대 10퍼센트 더 묵직하다(사육 상태에서는 20퍼센트). 일반적으로 포유류에서는 수컷의 크기가 더 크므로 아주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대 80마리가 우두머리 암컷의 지배하에 모계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수컷은 태어난 무리에서 방출되고 하이에나 사이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을 차지한다. 수용, 먹이, 성을 구걸하는 복종적인 낙오자가 점박이하이에나 수컷이며, 반대로 암컷은 모든 상황에서 지배적이고16 거친 놀이와 강한 냄새 표시는 물론이고 영역 방어에도 관여
측정해보니 놀랍게도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몸에서 순환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은 수컷과 견줄 만큼 많지 않았다.
발생 초기에 수컷 배아에서 생식샘을 제거했더니 태아는 음경과 음낭 대신 질과 음핵이 발달했다. 하지만 암컷 배아에서 발생 중인 난소를 제거했을 때는 성의 발생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발생 중인 정소 세포에서 생산된 고농도 테스토스테론이 배아를 수컷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비교해 암컷의 창조 과제는 수동적이었다. 생식샘에 테스토스테론이 부재할 때 발생하는 ‘기본값’이었기 때문이다.”
ㅇㅅㄹ
남성성과 여성성의 기원을 찾아서 (48p.)
“테스토스테론은 실제로도 전능한 호르몬이다. 적절한 시기에 노출되면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암컷에서 타고난 생식샘의 성을 역전하는 능력이 있다.
“남성호르몬이니 여성호르몬이니 하는 것은 없습니다. 흔히들 착각하지만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똑같은 호르몬을 갖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란 성 스테로이드를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꾸는 효소의 상대적인 양과 호르몬 수용기의 분포와 민감성, 그게 전부입니다.”
드레아의 연구는 암컷을 만드는 과정이 절대 ‘수동적’이지 않으며 그 안에서 안드로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 아닙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명확히 발현되는 호르몬일 뿐이에요.” 드레아가 반복해서 말했다. ”
“지금까지 성 분화 연구는 어떻게 여성과 남성이 되는지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남성이 되는지만 파헤쳤지요. 수십 년간 사람들은 실제로 암컷의 형태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저절로 발생한다’고 하면서 만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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