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원제: 『BITCH』) 읽습니다.

D-29
제목부터 멋짐이 폭발하네요. 앞부분 읽고 있는데 놀랍고 유쾌합니다. 성선택에 대한 관심이나 『아름다움의 진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같은 책에서 기존에 알고있던 암컷들에 대한 지식을 깨뜨리는 재미를 아시는 분들 있으면 함께 해요. 우선은 저 혼자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부분이나, 챕터를 요약하여 내용을 올리거나, 감상이나 다른 책과 다큐/영상에서 본 내용, 의견 등 잡다하게 공유합니다. 책소개&추천 - 생물학계에 드리운 성차별적 신화를 넘어 ‘암컷의 생물학’을 재구성한 문제작 『암컷들』 - 다윈은 그의 성선택 이론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짝짓기의 선택권은 궁극적으로 암컷에게 있으며(암컷 선택), 암컷의 간택을 받기 위해 수컷들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수컷 경쟁). 수컷들은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한 깃털로 치장하고 밤이 새도록 노래하고 춤을 추며 교태를 부리거나 근력, 재력, 권력을 키워 아예 다른 수컷들이 암컷에게 접근조차 못 하도록 막는다. (최재천 추천사 중) - 이 책은 원제 ‘Bitch’에서부터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렬히 드러낸다. 동물의 암컷을 가리키는 수많은 영어 단어 중 굳이 선택된 ‘비치(암캐)’는 ‘성깔 더러운 여자’를 가리키는 비속어다. 『암컷들』은 (둔하게) 크고 정적인 난자 하나를 품고 얌전하게 기다리는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역동적이고 재빠른 정자 군단을 앞세워 고군분투하는 수컷에게만 관심을 쏟아 부은 진화생물학 연구사에서 지워지고 잊혔던 암컷, 그리고 그들이 고군분투하며 이루어낸 무궁무진한 진화적 혁신에 대한 책이다. ‘여자답지 못한’ 암컷과 ‘남자답지 못한’ 수컷을 연구하며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라는 틀이 얼마나 자연적이지 않은지, ‘찐’ 자연은 얼마나 다양하고 화려한지 보여주는 과학자들의 여정에 연대하며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상희 추천사 전문)
이 책에 쓰인 언어에 관하여 (8p) “비인간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사실은 과학자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학문의 영역에서 동물의 성적 특징이나 행동을 설명할 때 굳이 그런 젠더화된 용어를 쓸 필요는 없고 써서도 안 된다. 스토리텔링의 목적에서 팜파탈, 여왕, 레즈비언, 자매, 부인, 계집과 같은 의인화된 용어도 사용했다. 독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런 명칭들을 복제하여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의인화가 의도치 않게 젠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들어가며: 다윈의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암컷들 (17p)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서글픈 부적합자가 되었다. 내 불안의 근원은 성性이었다. 이 분야에서 여자는 딱 한 가지를 뜻했으니까. 패배자. 이제 죽을 때까지 여자는 정자를 쏘는 자들의 보조 역할이나 할 운명이다. 나는 (명백히 사소한) 이런 성세포의 차이가 성 불평등의 확고한 생물학적 토대라고 배웠다. “암컷에 대한 착취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난자를 제조하는 진화전공자로서 나는 성역할을 구분하는 이 올드한 1950년대 시트콤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뭐 여자 돌연변이쯤 되는 걸까? 고맙게도 답은 "아니요"이다. 과거 성차별적 신화가 생물학에 도입되면서 동물의 암컷을 바라보는 방식이 크게 왜곡되었다. 실제 자연 세계에서 암컷의 형태와 역할은 대단히 폭넓은 스펙트럼의 해부구조와 행동을 아우른다. 전체 종의 7퍼센트만 성적으로 일부일처이며, 많은 암컷이 여러 상대를 전전하며 섹스하는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다. 알파 암컷은 여러 분류군에서 진화했고, 자애로운 보노보에서 잔인무도한 여왕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암컷은 수컷들만큼이나 서로 살벌하게 경쟁한다. 나는 세상의 다채로운 암컷과 암컷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소개할 것이다. 종의 암컷뿐 아니라 진화의 엔진 자체를 재정의한 인물들이다.”
빅토리아 시대와 진화론의 아버지 (19p)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내세운 다윈의 진화론은 어떻게 공통 조상에서 시작해 생명의 풍부한 다양성이 유래했는지를 설명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살아남아 자신의 성공을 도운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준다 다윈은 자연선택과는 전혀 다른 진화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성에 대한 추구였고, 그래서 그는 그것을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고 불렀다. 자연선택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면, 성선택은 본질적으로 짝을 찾기 위한 투쟁이다. 암수의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은 행동으로 연장되었다. 수컷은 암컷을 ‘소유’하기 위해서 특별히 진화된 ‘무기’나 ‘매력’5을 들고 치열하게 싸움으로써 진화의 주도권을 잡는다 반면 암컷은 애초에 변이의 필요성이 적다. 다윈은 성선택의 역학에서 수컷끼리의 경쟁 외에도 ‘암컷의 선택female choice’이라는 요소의 필요성을 알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몹시 껄끄러웠으니, 암컷에게 수컷을 쥐락펴락하는 불편할 정도로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발상이었고, 궁극적으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과학적 가부장제의 입맛에 맞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다윈은 암컷의 선택이란 수컷들의 허세전에 ‘관중으로 서 있는’ 여성에 의해 ‘비교적 수동적’9이고 덜 위협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함으로써 여성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윈이 성을 적극적인 수컷과 소극적인 암컷의 이미지로 굳힌 것은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마케팅 회사의 작품처럼 효과적이었다. (--> 적극적인 경쟁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수동적인 심사위원들 ㅋㅋ) 우리 뇌는 이런 깔끔한 이분법을 직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여 크게 반기기 때문이다. 옳거나 그르거나, 흑이거나 백이거나, 친구이거나 적이거나. 지금까지 모든 영역에서 과학이 가르쳐준 한 가지가 있으니 직관은 종종 인간을 오도한다는 사실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분법적 분류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틀렸다는 점이다. 동물의 암컷은 수컷만큼이나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적극적, 공격적이고 우세하고 역동적이다. 암컷에게도 변화의 버스를 운전할 똑같은 권리가 있다. 그저 다윈은 진화론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준 여타 동물학자 신사분들처럼 암컷의 진면목을 볼 수 없었거나 아니면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윈은 결혼의 장단점을 종이에 적어보고 따져본 후에 결혼을 했다. 여러 단점들도 적은 후에 그나마 장점으로) ‘집안을 돌볼 사람’이 생긴다는 것과 ‘소파에 앉아 있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아내’가 ‘어쨌든 개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다윈은 용감하게 모험을 시도했다. 다윈이 남성 중심으로 성을 읽은 것은 그 시대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 탓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물학자들의 확증편향 (25p) “동물의 암컷은 빅토리아 시대의 주부처럼 소외되고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다. 저 성차별의 얼룩을 과학에서 씻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그 깊은 상처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가이다. 다윈의 뒤를 이은 생물학자들이 확증편향이라는 만성질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저들은 수동적 여성의 모태를 찾아 헤매며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발정기에 다수의 수컷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짝짓기하는 암사자의 방종한 행위처럼 예상 밖의 상황과 마주치면 조심스럽게 외면했다. ('피뇬제이'라는 까마귓과의 종은 지능이 높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한다. 1990년대에 조류학자 두명은 피뇬제이 사회의 위계질서를 해독하기 위해 무리의 '알파 수컷'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본격적인 관찰을 시작하면서 연구자들은 독창성을 발휘해야 했다. 피뇬제이 수컷이 어찌나 평화를 사랑하는지 어지간해서는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여전히 수놈들은 전쟁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 이런 알 수 없는 연구 결과와 수컷들 사이에서 적대감이란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여전히 자신에 차서 “수컷들이 적극적으로 무리를 통제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이 새들이 신경전 수준을 벗어나 훨씬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 분명 목격되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무시무시한 공중전을 벌이는 새들을 기록했다. 대결에 나선 피뇬제이 한 쌍이 공중에서 뒤엉켜 싸우다가 ‘땅에 떨어져서도 격렬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그 상태에서 ‘강력한 일격을 가하며 서로 쪼아댔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싸움은 ‘그해에 관찰된 것 중에서 가장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가해자가 수놈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배 계층에 포함되지 않았다. 맞다. 싸움꾼들은 모두 암놈이었다. 연구팀은 여성들의 ‘격분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호르몬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봄철에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피뇬제이 암컷들이 ‘인간 여성의 월경 전 증후군(PMS)에 해당하는 번식 전 증후군(PBS)’에 시달린 탓이라는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 이 책 너무 재밌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 ㅋㅋㅋㅋㅋ)
다윈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 (29p) “빅토리아 시대의 쇼비니즘 문화에서 시작한 것이 한 세기 동안 과학의 힘으로 배양되었고 결국 다윈에게서 인증 도장을 받은 정치적 무기로서 다시 사회에 분출되었다. 그러면서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에 헌신한 일부 소수의 남성에게 강간에서부터 강박적인 스토킹, 남성 우월주의에 이르기까지 온갖 파렴치한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할 이데올로기적 권위를 주었다. 왜? 다윈이 그렇다고 했으니까.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은 닫혀 있던 실험실의 문을 열었고, 여성은 일류 대학의 복도를 걸으며 스스로 다윈을 공부했고, 야외로 나가 수컷에 대한 똑같은 호기심으로 암컷을 관찰했다. ‘양쪽’ 성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표준 행동 측정법을 개발했으며, 신기술로 암새를 정찰하여 그들이 수컷에 의한 성적 지배의 희생자이기는커녕 실제로 쇼를 이끄는 배후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다윈에 도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윈은 상징적인 지성 이상의 존재다. 그는 영국의 국보다. 어느 베테랑 교수가 나에게 지적했듯이 다윈의 견해에 반기를 드는 것은 이단임을 선언하는 행위다. 하여 영국에서 시작한 진화 과학은 뚜렷한 보수주의로 이어졌다. 다윈의 고향이 아닌 대서양 반대편에서 미국 과학자들이 진화, 젠더, 성생활에 대해 대안적인 서술을 과감히 시도하며 반란의 첫 씨앗을 뿌린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차세대 생물학자들이 암컷의 몸과 행동을 조사하고 딸, 자매, 엄마, 경쟁자의 관점에서 진화의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함으로써 동물의 암컷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문화적 규범을 기꺼이 넘어서고 성역할의 유동성에 관한 비정통적 발상을 즐기면서 진화생물학의 남성주의를 타도했다. 동물계에서 성적 표현의 놀라운 다양성과, 진화를 추진하는 다양성의 근본적인 역할에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 결과는 동물의 암컷에 대한 풍성하고 생생한 초상화이며 진화의 뒤엉킨 역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놀라운 통찰이다. 수컷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이 성선택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진화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다윈은 빅토리아 시대의 핀홀 사진기를 통해 자연의 세계를 보았다. 여기에 암컷의 성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생명을 총천연색 와이드스크린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본성을 찾는 여정 (33p) “이 책에 나오는 계집들은 암컷으로 태어나 어떻게 단순한 수동적 보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는지 보여줄 것이다. 한 암컷의 특징을 성이라는 수정구슬을 보고 예측하는 대신, 환경, 시간, 기회가 모두 그 형태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에 합당한 진실을 찾아야 한다.”
1장. 무정부상태의 성 암컷이란 무엇인가 (39p.) “암두더지의 생식샘은 난소고환ovotestis이라고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내부 생식기관은 한쪽에 난소 조직, 다른 쪽에 정소 조직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난소 쪽은 번식기의 짧은 기간에만 팽창하여 난자를 생산한다. 그리고 생식이 완료되면 수축하고 그때부터 정소 조직이 확대되어 난소보다 더 커진다. 남성호르몬이 넘치다 보니 두더지 암컷은 수컷과 구분할 수 없는 생식기가 발달하게 되었다. ‘남근phallus’ 또는 ‘음경음핵penile clitoris’이라 불릴 정도로 음핵이 확대되고 번식기가 아닐 때는 아예 질이 막혀 있다. 생물학자는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 젠더란 성별을 나타내는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개념이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태초에 생물은 단순하게 번식했다. 처음에는 갈라지고 합쳐지고 싹이 트거나 복제하여 수를 불리는 게 전부였다. 성은 나중에야 나타났는데 그러면서 일이 다소 복잡해졌다. 성이 생기면서 이제는 서로 다른 성세포, 즉 생식세포가 결합해야만 번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상호작용하여 성을 결정하고 구분하는 유전자와 성호르몬의 오래된 네트워크에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을 무시하고 생식세포, 생식샘, 생식기, 몸, 그리고 행동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성을 구분하는 일을 전혀 간단하다고 볼 수 없는 아주 복잡다단한 과정으로 만든다.”
두더지와 하이에나 암컷의 가짜 음경 (42p.) “두더지 암컷의 ‘남근’이 그런 통념을 박살 낸다. 하지만 두더지 암컷은 어디에도 없는 망측한 생물이 아니다. 다듬이벌레*부터 아프리카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암컷이 흔히 남근으로 묘사되는 애매한 생식기관을 자랑한다. 아마존에서 거미원숭이 암컷을 처음 봤을 때 아랫도리에 매달린 부속물을 보고 나는 영락없이 수놈인 줄 알았다. 크기도 작지 않아서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걸려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옆에 있던 영장류학자들이 점잖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오히려 수놈 쪽은 제 물건을 안쪽 깊숙이 넣고 다니기 때문에 겉에서는 음경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암컷은 보란 듯이 음핵을 덜렁거리고 다닌다. 생물학계에서는 ‘가짜 음경pseudo-penis’이라고 칭하는 해부 구조다. 거미원숭이 암컷의 ‘가짜’ 남근이 수컷의 ‘진짜’ 남근보다 더 길다 암컷 포사는 작은 음핵과 외음부를 정상적으로 잘 갖추고 태어난다. 하지만 생후 7개월쯤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음핵이 커지면서 안쪽에 뼈가 자라고 가시까지 달려 음경의 복제품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수컷처럼 안쪽에서 노란 액체까지 흘러나온다.9 이 음경 같은 음핵은 1~2년 정도 유지되다가 포사 암컷이 번식기에 들어서면 마술처럼 사라진다. 포사의 생식기로 논문을 쓴 저자들은 이처럼 음경을 닮은 음핵이 어린 암컷을 수컷의 성적 강압이나 다른 암컷의 거친 텃세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20센티미터짜리 음핵은 모양과 위치가 수컷의 음경과 똑같을 뿐 아니라 발기하기까지 한다.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사내다운 특징 중 으뜸은 털 달린 한 쌍의 고환이다. 물론 이 음낭은 가짜다. 하이에나의 음순은 융합되어 지방세포로 채워졌으며 수컷의 생식샘과 똑 닮았다. 그 말은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이 외부에 질 입구가 없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뜻이다. 야생에서 암컷 점박이하이에나는 수컷보다 몸이 최대 10퍼센트 더 묵직하다(사육 상태에서는 20퍼센트). 일반적으로 포유류에서는 수컷의 크기가 더 크므로 아주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대 80마리가 우두머리 암컷의 지배하에 모계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수컷은 태어난 무리에서 방출되고 하이에나 사이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을 차지한다. 수용, 먹이, 성을 구걸하는 복종적인 낙오자가 점박이하이에나 수컷이며, 반대로 암컷은 모든 상황에서 지배적이고16 거친 놀이와 강한 냄새 표시는 물론이고 영역 방어에도 관여 측정해보니 놀랍게도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몸에서 순환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은 수컷과 견줄 만큼 많지 않았다. 발생 초기에 수컷 배아에서 생식샘을 제거했더니 태아는 음경과 음낭 대신 질과 음핵이 발달했다. 하지만 암컷 배아에서 발생 중인 난소를 제거했을 때는 성의 발생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발생 중인 정소 세포에서 생산된 고농도 테스토스테론이 배아를 수컷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비교해 암컷의 창조 과제는 수동적이었다. 생식샘에 테스토스테론이 부재할 때 발생하는 ‘기본값’이었기 때문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기원을 찾아서 (48p.) “테스토스테론은 실제로도 전능한 호르몬이다. 적절한 시기에 노출되면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암컷에서 타고난 생식샘의 성을 역전하는 능력이 있다. “남성호르몬이니 여성호르몬이니 하는 것은 없습니다. 흔히들 착각하지만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똑같은 호르몬을 갖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란 성 스테로이드를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꾸는 효소의 상대적인 양과 호르몬 수용기의 분포와 민감성, 그게 전부입니다.” 드레아의 연구는 암컷을 만드는 과정이 절대 ‘수동적’이지 않으며 그 안에서 안드로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 아닙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명확히 발현되는 호르몬일 뿐이에요.” 드레아가 반복해서 말했다. ” “지금까지 성 분화 연구는 어떻게 여성과 남성이 되는지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남성이 되는지만 파헤쳤지요. 수십 년간 사람들은 실제로 암컷의 형태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저절로 발생한다’고 하면서 만족했어요.”
혼돈의 염색체 (53p.) ‘무엇이 동물의 암컷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의 궁극적 해답이 한 쌍의 XX 염색체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은 생물 시간에 이 특이한 한 쌍의 성염색체가 남성은 XY로, 여성은 XX로 성별을 정의한다고 배웠으니까. 하지만 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X 염색체와 비교했을 때 Y 염색체는 가장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크지도 못했고 유전물질도 훨씬 적게 갖고 있다. 그러나 염색체에서는 크기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암호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Y 염색체에는 SRY(Sex-determining Region of the Y, Y 염색체의 성결정 지역)라는 아주 중요한 성결정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 독자는 정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Y 염색체에 있고 난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있다고 생각해도 용서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성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진화는 유전학자들이 슬렁슬렁 일하게 두지 않는다. 생식기관을 결정하는 일은 약 60개의 유전자가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는 과정이다. 진화가 성에 대해 그렇게 단순한 이분법적 해결책을 제공했다는 생각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성이 굉장히 복잡해진다. SRY 유전자 외에도 60개의 성결정 유전자로 이루어진 이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단원의 구성이 동일하다. 이 유전자들은 난소도 만들 수 있고 정소도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생식샘을 형성할지는 유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협상에 달렸다. “많은 유전자들이 ‘정소’ 유전자 아니면 ‘난소’ 유전자로 구분되지 않아요. 보통 ‘둘 다’에 해당합니다. 다만 개수가 얼마나 많고 또 어느 쪽으로 생화학 반응을 이끄는지에 따라 성별이 달라지죠. 이 유전자들 중 일부는 한 단계 이상에서 하나 이상의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정소를 만드는 경로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단순화예요. 난소를 만들지 ‘않게’ 하는 경로도 있기 때문이죠. 모순된 반응들이 뒤죽박죽 섞였어요. 한 경로는 억제하고 다른 경로는 강화하는 중간적 유전자가 너무 많거든요.” …이 돌연변이는 정소 발달에 중요한 유전자가 암컷에서도 억제되지 않게 스위치를 계속 켜두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두더지 암컷의 난소에서 크게 확장된 정소 조직이다.
‘남성’ 염색체가 사라지고 있다? (58p.) 변이는 얼마든지 더 있다. 60개의 단원으로 이루어진 성결정 유전자 오케스트라의 유전적 방아쇠인 SRY는 동물계 전체는 고사하고 포유류에서조차 보편적인 마스터 스위치가 아니었다. 새, 파충류, 양서류, 어류에서 정소와 난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모두 포유류와 비슷한 유전자 집합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경로를 자극하는 마스터 스위치였다. “SRY 유전자는 경로를 시작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에요. 사실 성결정 유전자 중에 어떤 것도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브스의 말에 나는 더 놀랐다. “성이 기이한 이유가 그겁니다. 성을 결정하는 방법은 정말 가지각색이고 각각 서로 아주 달라 보이지만 또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거든요. 모두 이 60개 유전자가 만드는 반응의 경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차피 경로는 모두 비슷합니다. 방아쇠가 다를 뿐이에요.” Y 염색체는 유전물질을 잃어가고 있었다. 염색체 가운데 제일 약체인 이 염색체는 실제로 수축하고 있다. 그레이브스는 오리너구리의 Y 염색체가 인간의 Y 염색체와 비교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했고, 우리 종이 분지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유전물질을 잃어버렸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그레이브스는 인간의 Y 염색체가 사라질 시기를 추정할 수 있었다. “인간의 Y 염색체는 100만 년에 10개씩 유전자를 잃고 있어요. 이제 남은 유전자가 45개밖에 안 됩니다. 450만 년이면 Y 염색체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계산은 아인슈타인이 아니어도 할 수 있겠죠.” 일부 (저명한 남성) 유전학자들은 ‘남성’ 염색체가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전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데이비드 페이지David Page(그레이브스의 예측에 발끈한 MIT 유전학 교수)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페미니스트들이 ‘이봐, 당신들 다 죽었어!’라는 말로 공격한다고 보았죠. 지금도 Y 염색체가 소멸할 거라는 주장에는 반대 의견이 많습니다. 일본의 류큐가시쥐Tokudaia osimensis와 남캅카스두더지들쥐Ellobius lutescens는 Y 염색체를 완전히 잃었지만 고환이 아직 달려 있는 두 종의 포유류이다. 암수 모두 X 염색체만 갖고 있고, 성 발달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전혀 다른 마스터 성결정 유전자에 의해 촉발된다. ... 암컷의 4분의 1이 XX가 아닌 XY 염색체를 보유한다. “하지만 진화가 저렇게 내놓았어요. 그렇다면 그걸 설명할 방법은 그것이 기존의 다른 시스템에서 진화했고 거기에는 틀림없이 이로운 점이 있다고 믿는 겁니다. 도무지 어떤 점에서 유리한지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말이에요.” 오히려 성이 막 시작할 무렵인 수억 년 전에는 한층 논리적이고 선형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억겁의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성을 결정하는 혼돈 속에는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지만 어쨌든 잘 돌아가고 있는 비정상적인 시스템들이 흔적으로 남았다.
성적 형질의 다양성 (63p.) 일부 파충류, 어류, 양서류는 성의 분화가 마스터 유전자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자극받는다 열은 성을 결정한다고 알려진 외부 자극의 하나일 뿐이다. 햇빛 노출, 기생충 감염, pH 수치, 염도, 수질, 영양, 산소 압력, 개체군 밀도, 사회적 상황(주위에 이성이 얼마나 많은지 등) 따위가 모두 한 동물의 성적 운명에 영향을 준다. 그들은 물속에서 올챙이 암컷으로 살다가 개구리가 되어 육상으로 올라올 때면 수컷으로 성이 전환되면서 난소가 정소로 바뀐다. 이 개구리들 몸에서 난소가 아닌 정소를 발달하게 하는 마스터 스위치가 때로는 유전적으로, 때로는 환경적으로, 때로는 둘 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셋 중 어떤 것이냐는 개구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따라 다르다. 올챙이는 모두 XX이고 암컷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연못에서 나올 때면 유전학적으로 암컷이었던 올챙이들의 절반이 성을 뒤집는다. 난소가 정소로 변형되어 결국 XX 수컷이 된다. 실험실에서 에스트로겐을 모방하는 화학물질에 개구리를 노출시켰더니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바꾸었다. 저 화학물질은 아트라진 같은 제초제에서 발견되는 성분으로 미국에서 잔디를 가꾸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한다.34 저 제초제를 생각 없이 사용하면 주변의 수컷 개구리가 강제로 암컷이 될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XY 암컷과 XX 수컷도 기록한 바 있다. 이 특별한 가소성은 다양한 범위의 파충류, 어류, 양서류에서 존재한다고 밝혀졌다. 발생 시기에 ZZ 수컷 알 무더기가 뜨거운 오스트레일리아 햇볕에 구워질 지경이 되면 염색체의 성과 상관없이 태아는 암컷이 돼버린다. 이처럼 성이 바뀐 ZZ 암컷은 수컷과 암컷의 신체적, 성격적 형질이 뒤섞인 독특한 구성을 갖게 된다. 이 도마뱀들은 알을 두 배나 많이 낳지만 행동으로만 보면 수도마뱀에 더 가깝다 생식샘은 암컷이지만 행동이나 형태가 수컷에 가까운35 저 초강력 성전환 도마뱀들을 분리된 제3의 성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전환 암컷들을 별난 ‘이상체’로 보는 대신 진화적 변화의 강력한 동인이 될 가능성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성적으로 모호한 동물에 대한 연구는 성 분화의 보편적 패러다임에 도전해왔고 동물계 전체에서 생식샘, 신체, 두뇌와 관련하여 대단히 복잡한 성과 성의 표현 방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와의 갈비뼈 (68p.) 자웅모자이크는 홍관조처럼 암수 사이에 성적 이형성이 강한 종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2세포기에서 64세포기 사이의 발생 초기에 쌍둥이 배아가 융합하면서 발생하여 한쪽에는 ZW 성염색체(여성) 그리고 다른 쪽에는 ZZ 성염색체(남성)가 있는 키메라가 된다. 자웅모자이크는 두 가지 성으로 구성되었지만 하나의 혈류를 공유한다. 그 말은 같은 호르몬에 노출된다는 뜻 자웅모자이크는 ZZ와 ZW 세포가 좌우로 반듯하게 나눠지는 대신 몸 전체에 뒤섞여 있는 성적 모자이크로도 발달할 수 있다. 성의 양식에는 염색체, 생식샘, 호르몬, 형태, 그리고 행동의 다섯 종류가 있다. 이것들은 서로 합의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평생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누적되고 창발적이며, 유전자나 호르몬은 물론이고 환경 또는 경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 발달 연구의 표준 동물로서 실험실에서 사육된 쥐가 아닌 야생의 파충류, 새, 물고기를 연구하면서 다져졌다. 그는 표준적인 실험 쥐 모델 너머를 보고 진화의 시간을 거슬러 포유류의 성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토대를 다진 시스템을 연구할 수 있었다. 표준 패러다임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본다. 이 한물간 사고방식은 포유류 중심에다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었고,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성호르몬으로서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무시한다 "결론은 이겁니다. 암컷이 성의 원형이라는 점이지요" “최초의 생물이 복제를 통해 번식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크루스가 내게 말했다. “최초로 번식한 생물은 알을 낳을 수 있어야 했겠죠. 그러니까 암컷입니다.” 6억 년 전에서 8억 년 전에 존재했던 유일한 생물은 복제한 알을 낳는 생물. 수컷은 성이 도래할 때까지 진화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 그 시기가 2억 5,000만 년에서 3억 5,000만 년 후라고 보고 있으며... 생식세포가 뚜렷하게 나누어지면서 서로 크기가 다른 생식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상호보완적 행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서로 상대를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성적으로 끌려야 하며 재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안드로겐에 의해 활성화되는 성적 이형이 진화한 것이다. “여성 성 스테로이드는 남성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합니다. 당연하죠, 남성은 원래 여성이었으니까요.” 성경의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태초에 여성이 있었고 여성이 남성을 낳았다 여성은 성의 시조始祖이다. 이 원시적 난자 제조기의 유물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 이 사실을 통해 남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접촉하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다.
======================================================== 1장 요약: ======================================================== 놀랍게도 암컷이란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무언가는 없다. 흔히 외부에 노출된 생식기로 암수를 구분해보자고 하면, 두더지, 다듬이벌레, 아프리카코끼리, 거미원숭이, 포사, 점박이 하이에나 등의 가짜남근, 가짜음경(pseudo-penis)는 골칫거리다. 수컷의 것보다 더 커다란 남근(처럼 보이는 음핵)과 가짜 고환도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암컷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수컷보다 높지 않았다. 게다가 호르몬 역시 여성은 에스트로겐,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이렇게 이분화되지 않는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똑같은 호르몬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서 더 명확히 발현되느냐의 차이이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성염색체가 남성은 XY로, 여성 XX로 성별을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고 한다. 생식기관을 결정하는 일은 약 60개의 유전자가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며 어떤 것은 만드는 스위치를 켜고, 어떤 것은 만들어지지 않게 억제하는 스위치를 켜고 하는 사이에서 일어난다. 심지어 XX, XY 염색체로도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 Y염색체는 사라지는 중이고, Y염색체 없이 암수 모두 X염색체만 가진 포유류가 있으며, 암컷의 4분의 1은 XY염색체를 보유한다. 성의 분화는 외부요인에 의해 변하기도 한다. 열, 햇빛, 기생충 감염, ph수치, 염도, 수질, 영양, 산소, 개체군 밀도, 사회적 상황(주위의 이성이 얼마나 많은지) 따위가 동물의 성적 운명에 영향을 준다. 외부요인에 의해 원래 가지고 있는 성염색체와 상관없는 성으로 성전환되어 태어나는 동물들은 제3의 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별난 이상체가 아니라 진화적 변화의 강력한 동인이 될 가능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초로 번식한 생물은 알을 낳아야 했으므로 암컷이고, 성이 도래한 후에야 수컷이 등장했다. 생식세포가 뚜렷하게 나누어지며 서로 크기가 다른 생식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상호보완적 행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서로 상대를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성적으로 끌려야 하며 재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안드로겐에 의해 활성화되는 성적 이형이 진화한 것이다. ========================================================
암컷의 선택은 진화의 힘 중에서도 가장 엉뚱하고 기발하며 자연이 만든 가장 사치스러운 창조물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가 ,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기를 써서 살아남고 용케 포식자를 피했다 해도 짝짓기를 하지 못하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러니까 이곳이 진정한 진화의 시발점인 셈이.
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가,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가 산쑥들꿩의 아찔한 춤 (80p.) - (기존의) 산쑥들꿩의 레크에 관한 묘사에는 남성중심적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새들은 1932년 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에서 한껏 부풀린 주머니를 과시하는 수컷의 사진과 함께 조류학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논문의 저자인 로버트 부르스 호스폴Robert Bruce Horsfall은 수새의 ‘기묘한 행동’을 묘사하는 일에 큰 기쁨을 느꼈지만, 그들의 ‘고무주머니’가 암새가 아닌 다른 수컷을 향한 거라고 가정했다. 이런 관점은 ‘주인 역할을 맡은 수새’의 적극적인 과시와 별 볼 일 없는 암새의 ‘눈에 덜 띄고 소극적인’ 행동을 주제로 긴긴 토론에 돌입한 과학 논문들과 함께 20세기 내내 유지되었다.
암컷의 선택에 관한 논란의 역사 (84p.) 암컷의 선택은 오늘날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지만 과거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윈의 두 번째 위대한 진화의 원리는 사실 자연선택의 구멍을 메우려는 의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자연선택의 허점이란 일부 수컷의 화려한 장식과 기이한 구애 방식을 설명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했다. “더 매력 있는 수컷을 암컷이 선호하기 때문에 수컷이 변화한다" 다윈이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여성이 성적으로 자율적일 뿐 아니라 남성의 진화를 좌지우지하는 결정권을 가졌다는 주장이었다. 당시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예술과 음악을 논하는 것은 오로지 상류층의 특권이었으므로 하찮은 공작새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이 미적 능력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은 입 밖에 낼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아름다움은 신이 내린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성적 기호가 진화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생각은 이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1970년대의 성 혁명과 페미니즘이 진화론에도 영향력을 미치면서 다윈의 대담한 생각이 1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났다. 새에서부터 물고기, 개구리, 그리고 나방에 이르기까지 암컷이 감각적 평가를 내릴 수 있고 성적 기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또 받아들여졌다. 지난 30년간 여성의 선택은 산쑥들꿩처럼 레크를 형성하는 종과 함께 진화론 연구의 '가장 역동적인 영역'이 되어 경쟁적인 수컷과 까다로운 암컷이라는 패러다임의 사례를 제공했다.
수새는 선택받고 싶어한다 (88p.) 레크는 가장 극단적인 유혹의 시장이다. 소수의 운 좋은 총각들이 짝짓기 무대를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장이다. 곤충에서 포유류까지 레크에서 일어나는 교미의 70-80퍼센트가 고작 10-20퍼센트의 수컷에게 돌아간다. 승리한 수컷 혼자서 무리의 암컷 대부분에게 유전자를 전달한다. "레크를 형성하는 동물들은 막말로 자연계에서 볼수 있는 가장 정신나간 짓들을 합니다. 최고만 간택되니까요." 레크에서 날개를 연속해서 두드려 구애하는 꺅도요사촌 great snipe의 경우 과시 행위가 한 번 끝날 때마다 체중이 거의 7퍼센트나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알고보니 딕과 같은 최고의 수새는 레크에서 가장 요란한 춤꾼일 뿐 아니라 암새가 주는 미묘한 신호에도 잘 반응했다. 인기를 얻으려면 출중한 춤 솜씨는 기본이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는 암수가 소통하며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을 관찰했어요. 암새는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어요. 자신이 원하는 수새의 과시를 유도하거나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암새의 머릿속에 들어가 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패트리셀리는 산쑥들꿩 암컷 로봇새를 만들었다. (와우 ㅎㅎ) 펨봇은 다른 새에게 다가가 머리를 돌리고 시선을 주고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찾는 동작을 할 수 있고, 명령에 따라 진짜 암새처럼 추파를 던지거나 수줍게 행동할 수 있었다. ... 페트리셀리의 펨봇은 수컷들의 애를 태워야 한다. 게다가 수새의 관심을 끌다가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치면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 "로봇과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들이 있었어요" 이 복잡한 구애의 대화를 여성 쪽에서 제어하면서 패트리셀리는 암새의 행동 변화가 어떻게 수새의 공연에 영향을 주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암새가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수새가 과시의 수준을 조정하는 걸 확인했어요. ... 사회적 기술과 기본적인 체력 사이의 조합일 겁니다." 암새가 공연을 관람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일종의 웅크리는 동작을 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렇다면 수새들이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반응할까? 그래서 패트리셀리는 이런 동작을 흉내 내는 로봇 정원사새를 제작했고, 성공적인 수새는 실제로 굉장히 전략적이며 사려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암새가 웅크리고 앉아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보낼 때만 춤의 강도를 높였다. 암컷의 신호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 수컷의 짝짓기 성공과 연관이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추가로 패트리셀리는 적어도 정원사새의 경우 수컷의 성공에는 과시의 강도 못지않게 사회적 기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통적으로 구애는 수컷과 암컷이 수컷의 형질과 암컷의 선호도에 따라 분류되는 블랙박스로 여겨졌으며, 그 과정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거나 무관하다고 취급되었다. 패트리셀리는 레크가 상인과 고객 사이에 구매와 협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오픈 바자회에 더 가깝다고 본다. 구애를 수컷과 암컷이 흥정하여 거래를 성사하는 과정으로 강조하고, 그에 합당한 개념의 틀을 세우기 위해 협상의 경제 모델로 눈을 돌렸다. “성선택은 화려한 외적 형질뿐 아니라 사회적 지능도 함께 진화시킵니다. 이러한 구애 전술은 짝을 찾기 위한 경쟁에서도 중요한 일부이지요. 그래서 성선택은 처음에 가정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는 겁니다.” 새틴정원사새 수컷은 상대적으로 뇌가 크고 수명이 길며 7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사춘기를 보내는데, 그동안 암새를 흉내 내면서 지낸다. 어린 수새는 암새와 똑같이 깃털이 초록색이다. 패트리셀리는 수새가 복잡한 바람둥이 재주를 배우기 위해 이처럼 비정상적인 발달기 동안 암새의 옷을 입고 산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어린 수새는 바우어 제작을 연습할 뿐 아니라 동성의 어른들로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받는다. “어린 수새는 여성으로 사는 동안 구애에 관해 배우는 것 같아요." 인지 능력이 짝짓기 성공과 연관 있으며 암새는 가장 똑똑한 수새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다윈 역시 성선택으로 사람의 인지력이 크게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예술, 도덕, 언어, 창의력처럼 ‘자기표현’이 강한 행위에서 영향력이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여성의 선택이 인간의 두뇌를 명석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빅토리아 시대 가부장적 과학계의 급소를 가격하여 치명타를 입혔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유행성 욕망에 대한 답이 암컷의 감각을 조정한다고 믿는다. 수컷은 선택되고 싶어 한다. 즉, 군중에서 눈에 띄어 주목받는 것이다. 암컷의 관심을 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변장하는 것이다. 담수어 구피Poecilia reticulata 암컷은 대체로 몸집이 크고 주황색 반점이 진한 수컷과 짝짓기하고 싶어 한다. 이런 기호는 주황색에 대한 편향에서 출발했다. 웅덩이에 떨어진 잘 익은 열매는 척박한 환경에서 당분과 단백질이라는 필수 영양소를 제공한다. 따라서 구피 암컷은 양질의 식량원으로 안내하는 색이기에 주황색을 좋아하며 수컷은 암컷의 이런 편애를 성적으로 이용하는 것 실험 결과 새틴정원사새 암컷은 다른 색깔의 열매보다 유독 푸른색 포도를 반복해서 선택했는데, 그건 이들의 감각이 그 색깔에 반응하게 조정되었음을 암시한다.19 이런 선호도는 오랜 진화를 거치며 주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폭되었을지도 모른다. 수천 세대의 암컷이 푸른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취향이 심각하게 변형되어 푸른 열매에 대한 암컷의 애정이 결국엔 코발트색이면 뭐든 훔쳐오는 수컷의 도벽과 푸른색 전리품으로 가득 찬 집에 이르게 된 것 결국 산쑥들꿩 암컷이 수컷이 추는 춤의 에너지(즉, 그의 건강 상태), 유전자 적합성, 사회적 기술의 정도를 따져보아 행운의 짝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단지 그의 가슴 색깔이 저녁 밥상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또는 자신의 유난스러운 ‘미적 취향’을 저격했기에 골랐는지는 확인하기 힘들다. 암컷이 자신의 선택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얻었는지, 아니면 단지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미적 변덕에 불과한지를 두고 벌이는 의견 충돌은 150년 전 월리스와 다윈이 처음으로 벌인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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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작법서 읽기]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읽기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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