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혼자 읽기

D-29
‘근대 단편소설의 창시자’라든가 ‘19세기 3대 단편 작가’라는 거창한 수식을 평가할 정도로 모파상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제가 읽어본 그의 단편들은 차갑고 재미있고 효율적이더라고요. 모파상 단편 끝장판 같은 이 작품집을 읽으면 그런 글을 쓰는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808쪽짜리 책인데 틈틈이 밑줄 친 구절들 올리면서 가볼까 해요. 혼자 읽는 1인 모임입니다. 전자책으로 읽을 예정이라 페이지 표시는 따로 하지 않을게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부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 매춘부의 존재가 갑자기 그녀들을 친구로 만들고 거의 친밀감까지 느끼게 만든 것이다. 그녀들은 이 파렴치한 창녀 앞에서 합법적인 아내들로서 위엄 있게 행동해야만 했다. 합법적인 사랑은 자유로운 사랑에 대해 언제나 경멸의 눈길을 보내니까.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비곗덩어리,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나로 말하면 하얀 면 식탁보에 허리까지 파묻힌 기분이었어요. 이윽고 기묘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누군가가 이제는 식별조차 되지 않는 내 배에 올라타려 한다는 생각, 불투명한 안개에 감싸인 내 주변을 낯선 존재들이 떼로 헤엄치고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물 위,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러고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이들도 이 이상하고 불가능하고 엄청난 사실 앞에 어리둥절해졌던 것이다. 아빠가 없는 애가 있다니. 아이들은 놀라운 사건을 대하듯, 혹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바라보듯 시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납득되지 않았던, 라 블랑쇼트에 대한 어머니들의 경멸감이 자기들 안에서도 싹트는 것을 느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시몽의 아빠,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 순간 그들 사이에는 영원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구석에서 서로를 짓궂게 희롱했다. 건초 더미를 피해 달빛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편자를 박은 커다란 신발로 식탁 밑에서 서로의 다리에 멍 자국을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자 자크는 그녀에게 조금씩 싫증을 내는 듯했다. 그녀를 피했고, 거의 말을 걸지 않았으며, 그녀와 단둘이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심과 슬픔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그녀는 임신한 것을 깨달았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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