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22. <여름의 빌라>

D-29
저도 관광객으로서 동남아 여행을 즐기지 않습니다; 이성의 한편에서는 나 같은 구매력 있는 국가의 관광객이 놀러가는 게 이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막상 현장에서는 리조트 안과 밖의 풍경이 너무 대비가 되어서 도저히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엄마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그 대단한 사람이 그녀와 아빠를 얼마나 고독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퍼부었다.
여름의 빌라 폭설, 백수린 지음
그녀가 엿봤던, 그날 밤의 그녀보다 겨우 네댓 살 더 많았을 뿐이었던 엄마의 얼굴, 사랑에 빠져버린 그 여자의 얼굴이 실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 말했더라면.
여름의 빌라 폭설, 백수린 지음
<여름의 빌라> 를 읽고 우리가 타인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어떤 슬픔을 겪었는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보여지는 모습으로, 또 그 사람의 말 한 마디로 그를 재단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지요.
때가 되면 우리는 옷가지와 부려놓은 짐을 챙겨들고, 열차에서 내린 후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할 거예요.
여름의 빌라 <여름의 빌라> 중에서 , 백수린 지음
<고요한 사건> 소금고개라는 작품 속 동네 이름을 들으니 예전에 제가 살던 아현동의 옆동네 염리동이 생각났어요. 재개발을 앞둔 달동네에 저도 9살부터 근 20년 살았기에 작품에 나오는 모습이 저에게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연달아 읽은 백수린 작가의 세 단편에 모두 저의 개인적 경험이 많이 녹아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런데 한국에서 재개발, 재건축을 다룬 작품들은 제가 읽기에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어요. 보통 재개발 찬성 쪽은 악당으로 반대 쪽은 피해자로 그려지지만 제가 겪은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 이 3편은 각기 내용은 매우 다른데요 사실 상 저는 결이 같은 작품들로 묶었어요. 페미니즘 관점에서 모성의 역할만을 기대받는 어머니 (또는 할머니)의 다른 측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기능인 임신·출산·양육의 모성으로부터 비롯되어 자녀양육,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가정의 사적영역으로 여성의 역할이 제한되고는 하지요. 개인의 삶을 살고자 하는 여성의 다른 욕망들 (성적 욕망을 비롯)에 대해 보여줍니다. 이렇게 쓰니 너무 거창하거나 과격한 소설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세 소설 모두 아름다운 문장과 정교한 플롯, 살아있는 캐릭터로 구체성을 부여해 주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저는 전부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녀가 갈망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뭔가 특별한 것. 고양시켜주는 것. 그녀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줄 그 무언가.
여름의 빌라 <흑설탕 캔디> , 백수린 지음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 자신에겐 인생을 하나의 특별한 서사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여름의 빌라 <흑설탕 캔디> , 백수린 지음
YG와 JYP의 책걸상 「여름의 빌라」 편 잘 들었습니다.^^ 백수린 작가님께서 하신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본명이라고 하시네요~~
이런 깨알 정보 너무 좋아요. 전 방송 들으면서 분명 본명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문학적이면서도 흔치 않은 이름을 가진 작가님들의 본명이 실제로는 저처럼 평범한 걸 몇 차례 알게 되어서 다들 필명을 많이들 쓰시는구나 생각했었는데...'백수린' 작가님은 본명이셨군요. 성도 예쁘고 이름도 예쁘고 반칙이네요. ㅎㅎ
백수린 작가님 사진도 봤는데 얼굴도 예쁘시더라구요. 3반칙? ㅎㅎㅎ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잔 에뷔테른 닮으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신다고 해요.
저는 『여름의 빌라』 드디어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소설집 읽으면 뒤에 붙은 원래 발표 연도를 보고서, 발표 순서대로 읽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고요한 사건」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백수린 작가의 자전 소설까지는 아니겠지만, 아예 무관하지는 않겠다 싶은데. 90년대 초중반일 것 같은 소설 속 서울 동네는 어디일까, 궁금합니다.
저도 뒤에 있는 발표 연도를 보는데, 목적은 YG님과는 달라요. 저는 다 읽고 나서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작품을 줄 세운 뒤 발표연도를 보고 이 작가가 과연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 살펴봅니다. ㅎㅎ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히 제 기준이지만요. 단편 읽을 때 작품 순서는 이렇게 나열한 건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책의 편집된 순서대로 보는 편이에요.
아홉 살에 미국을 가 본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때의 경험이 [폭설]에 반영된 것 같아요. 이외에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수많은 이국의 도시들 모두 직접 다녀오신 곳이라고 하네요. 이게 되게 궁금했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그 부분 궁금했어요. 프랑스는 분명 거주하신 것 같았고요. 그래서인지 외국에서의 이방인의 삶을 그리시는 데 탁월하신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제 마음 속 작은 우려는 어쩌면 혹시 본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런 글에만 슈퍼 파워를 발휘하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는 첫 번째 소설 이후 두 번째 작품에서 힘을 못 쓰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런 저의 짧은 생각을 단편집의 <아주 잠깐 동안에> 가 전부 해소시켜 주었어요. 외국 이야기 전혀 나오지 않는데 너무 좋아요.
최근에 작가님 장편이 나왔나 봐요.
눈부신 안부소설가 백수린의 장편소설. 2011년 데뷔한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짧은 소설들과 산문을 발표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장편의 그릇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린 그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이다.
제가 오프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다음달 책으로 <눈부신 안부>가 선정되었어요. 저는 자체 백수린 주간이었는데...백수린월간이 되게생겼네요. 후훗 첫 장편이라고 해서 기대가 됩니다.
읽으시면 소감 남겨주세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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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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