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그건, 어리석은 한 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속삭임이었던가.
로기완을 만났다 p.169,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 드디어 김작가가 윤주에게 전화를 걸었네요. 그리고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도 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김작가가 겪은 마음의 아픔과 미안함을 어떻게 다 감당해낸 것인지... ㅜㅜ 윤주가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윤주의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도 김작가가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며 다행이다.. 윤주란 아이도 참 강한 아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영국으로 떠나기 전 박과의 마지막 인사의 장면도 마음이 뭉클했어요. 아내에게 목숨을 끊는 약을 줄 수밖에 없었던 그가 마음에 담고 살았을 살얼음같은 위태로운 아픔들에 반창고를 붙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번, 말해주겠소?
로기완을 만났다 186쪽 김작가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아내의 말을 부탁하는 박, 조해진 지음
눈물이 와락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싶어서 그렇게 냉철했던 박도 자신의 죄의식에 눈물을 흐리는 부분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랑을 보내고 혼자 또다시 남아야 하는 상실감과 미안한 마음을 김작가에게 이렇게도 말합니다. "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p.172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이제 나는 로에게도 나를, 그 자신이 개입된 내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 로기완이 내 삶으로 걸어들어온 거리만큼 나 역시 그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 오늘 제가 이 부분을 읽는 순간 타인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만 다시 나가 아닌 또 다른 타인으로 부터 치유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작가가 이니셜L을 통해 로기완을 만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참 아름다운 여정이였구나 싶어요. 갑자기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려지네요. 저도 그랬습니다. 타인으로 아팠지만 또 다른 좋은 사람으로 인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네요. 뭔가 상실을 크게 하고 나면 그만큼의 고통 뒤로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 제가 마음에 담은 문장은 바로 아래에 기록하겠습니다.
맞아요!! 나의 아픔을 타인으로부터 치유 받는 기분.. 그래서 또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 지나봐요.. 저는 약 4년간 계속했던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한 사람으로 인해 중단되면서 제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다시는 독서모임이란 걸 안하리라 ..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모두는 아니었구나 하고 힘들었었거든요.. 그러다 이 그믐 사이트를 알게 되고, 소개받고.. 한번 독서모임을 편안하게 운영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세 번째 모임을 운영 중이지만, 참 많은 힐링이 되고 있어요.. ^^ 로기완의 삶을 통해 김작가가 치유받게 된 것도 너무나 다행이고요.. ^^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암호이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한 주문이었던 이니셜 L이 아니라 나로 인해 아주 사소한 것에라도 즐거워질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P.172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이 문장을 읽으면서 김작가도 로기완에게 자신이 받은 밝은 에너지를 자신으로 인해 아주 사소한 것에라도 즐거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을 이름을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춘수 시인의 <꽃> 시가 생각이 나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로기완이라는 이름으로 김작가에게 다가온 것. 한 사람으로, 삶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다가온 것이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요.. 어쩌면 저에게도 이 책이 그저 송중기 배우가 주연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에만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로기완이란 인물 자체에, 그의 삶에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는 걸 보면 저에게도 커다랗고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소설 속 '김작가'가 바로 조해진 작가일 가능성이 아주 높겠죠..? 정말 궁금해집니다. 조해진 작가님께 소설 속 로기완처럼 그렇게 삶에 영향을 주고 관심을 갖게 된 인물이 있어서 이런 작품을 쓰시게 된 것인지 말이죠.. ^^
내가 지금 안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육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한 시절이며, 피와 뼈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이다. 12월 30일 P.187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박도 김작가를 통해 치유를 받고 있는 12월 30일 목요일 기록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으로 만나 이제는 의미가 부여된 관계로 삶을 조금은 예전보다 더 충만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여기에 나왔던 책 속의 인물들 뿐만이 아니라 저는 이 책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 그믐 동아리 회원들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으로 만났지만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은 관계로 변모가 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이 늦은 시간에 스스로 감동을 받고 글을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아리사김님, 바나나님, 글숲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빠르게 읽고 단시간에 끝내는 토론도 좋았겠지만 지난 한달간 저희 넷 그리고 로와 김작가가 박이 모두 함께 만나고 있는 신기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왕~~ 마음이 막 몽글몽글해집니다!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며 이렇게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런 삶이 제가 바라던 '행복한 삶'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 저도 감사드립니다 *^^*
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난민 지위를 얻은 로는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습니다. '진샨화'의 직장 동료였던 라이카. 그녀가 추방 위기에 처하자 그는 온힘을 다해 영국으로 탈출을 돕습니다. 툴출을 경험했던 그가 사랑하는 이를 필사적으로 탈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김 작가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은 아마도 윤주의 잘려진 귀라고 짐작됩니다. 순수하고 고결한 그 자체가 휴대폰으로 치환되어 재이와의 사랑을 되새기고 둘의 관계를정의내리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의 후반부로 가니 조해진 작가님의 문체상의 특징을 더욱 알 수 있었습니다. 몽환적인 상상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많고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로가 그나마 안정을 찾은 시기에 연인이 생겨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그간의 아픔과 고통을 위로 받고 또 치유 받을 수 있는 상대이길 저도 이 부분을 읽으며 간절히 바라곤 했습니다 ^^ 모든 걸 버리고라도 연인을 탈출시키려는 그 마음이 정말 찐사랑이죠.. 이기적인 사랑도 많은 시대에 로기완과 라이카의 모습은 단단한 위로가 됩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넘 안타깝기도 했어요. 어떻게 얻은 난민 지위인데...다시 불안정 속으로 뛰어드는 그 마음이 어떨까 싶은. 그래도 둘이니까 함께 잘 헤쳐나가길 응원할수 밖에요.
하긴 맞아요 저도 그 삶이 제 삶이라면 아마..ㅜ 현실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긴해요ㅜ 그냥 작품 속이라.. 마음이 로맨스에 더 기울어진 건 맞고요^^ 라이카를 도와주는 것 까지만 하고 난민 지위는 유지했다해도 로기완의 사랑은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바나나 @조은영 @글숲 님은 로기완의 선택이 곧 여러분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급 궁금해집니다^^
절대 사랑, 찐사랑을 만난 로였기에 그런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평범한 저는 로처럼 선택하지 못했을 것 같고요.^^
아리사김에게 댓글로 남긴 것을 다시 옮겨서 적어봅니다.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밤 - 처음엔 로기완이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받아 벨기에에서 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그에게 사랑이 빨리 찾아왔을까? 그것도 불법신분의 라이카를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이제 로도 박처럼 여기서 사람답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껄… 또다시 로에게 그런 힘듦을 주는 것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오늘 이 문장을 읽으면서 로와 작가님을 이해하게 되네요. 난민 지위를 얻은 2009년의 스물두살 로와 만료기간이 지난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한 상태였던 스물한살의 라이카, 그 둘이 함께 있으면 이제 더 이상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로의 고독한 마음이나 언제 어디서 불법신분이란 것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라이카의 불안감이 모두 희석될 수 있었다는 것! 로에게 라이카는 존재의 이유가 되어 준 거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오늘 재완독 후 제가 로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 상대를 만났다면 로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나의 존재의 이유가 바로 그 사람이니까요^^
그건, 어리석은 한 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속삭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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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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