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로의 사랑 얘기가 분위기를 반전시켜주었어요. 이 책이 영화화 될 때 러브라인이 나오는 이유겠구나하고 이해되었습니다. 로의 사랑도 좋았지만 김작가와 류 피디의 첫만남도 설렘을 주어 응원하고싶었습니다. 아직 3일분이 남았지만 결말이 기대되어요.^^
맞아요, 로의 사랑 이야기를 메인으로 다룰 것 같아요. 영화 '로기완' 소개글을 다시 찾아보니,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의 만남과 헤어짐, 사랑을 그린 영화'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다만 여자의 신분이 사격선수 출신인 것으로 나온 걸 보면 확실히 책에서 우리가 느낀 로와 라이카의 애절한 사랑과는 느낌이 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우리 모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또 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다가가다보니 어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그래도 그믐에서 이 독서기록들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몇 달 후... 아마도 반년 후에 개봉될 로기완을 보고 나서 다시 이 기록을 훑어보며 새로운 감상에 빠져볼 수도 있겠다 싶고요. 또 다른 의미의 로기완 독서모임의 발자취 다시 걸어보기가 될 것 같아서 내심 기대도 됩니다. ^^
그들의 시작은 어땠을까
로기완을 만났다 p.159,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3일 목 -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으면서 들켜버린 라이카를 로는 외면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가진 현금을 모두 써서 그녀를 영국으로 밀항시키죠. 이때 로가 라이카에게 한 말은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김작가는 자신이 재이에게 하고 싶거나 듣고 싶은 말로 공감해보는 부분이 마음에 남았어요.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우리를 막는 것은 없으니 우리는 언제까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말, 그런 솔직함.(167쪽)' 문득, 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작가의 여정에 재이도 함께했더라면. 다시 회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어쩌면 덧없는 기대를 해봅니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 박의 아파트에서 김작가가 박을 몰아붙인? 이후로 다시 박을 만나는 내용이네요. 역시나 박은 넓은 품으로 김작가의 무안함과 미안함을 어색하지 않게 대해주고요.. 그리고 김작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줍니다. 드디어 영국에 있는 기완과 닿을 수 있는 정보였죠. 라이카를 그렇게 영국에 먼저 보내놓고, 그도 영국으로 떠나기 까지 현실적으로 잃게 되는 것들 어느 하나도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았구나.. 싶으니까 라이카에 대한 로의 진실된 사랑이 너무나 애틋하고 따뜻해 보였어요. '로가 영국으로 간 건 여행을 하기 위해서도, 지인을 방문하기 위해서도 아니었으므로. 살기 위하여, 외롭지 않으려고 그는 떠났으므로...(175쪽)' 그는 살기 위해서 북한을 떠났고, 살기 위해서 어머니의 죽음을 담은 돈을 들고 벨기에로 떠났고, 이제는 단순히 살기 위함만이 아니라 더이상 외롭지 않게 살기 위하여 라이카와의 삶을 선택한 것이겠다 싶어요.
@아리사김 저는 지금 막 23일 기록까지 다시 읽었습니다.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밤 - 처음엔 로기완이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받아 벨기에에서 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그에게 사랑이 빨리 찾아왔을까? 그것도 불법신분의 라이카를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이제 로도 박처럼 여기서 사람답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껄… 또다시 로에게 그런 힘듦을 주는 것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오늘 이 문장을 읽으면서 로와 작가님을 이해하게 되네요. 난민 지위를 얻은 2009년의 스물두살 로와 만료기간이 지난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한 상태였던 스물한살의 라이카, 그 둘이 함께 있으면 이제 더 이상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로의 고독한 마음이나 언제 어디서 불법신분이란 것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라이카의 불안감이 모두 희석될 수 있었다는 것! 로에게 라이카는 존재의 이유가 되어 준 거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네요^^
사소한 기쁨은 포기하기도 하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지는 않으나 절대적으로 위험한 길보다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가고, 걷고, 결국엔 살아남아야 한다는p.166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기록 중에 로기완의 생의 이유가 적혀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남겨봅니다.
정말 그렇네요.. 살아내야만 했던 기완의 삶을 담은 표현으로 단단한 각오에 찬 그의 표정도 그려지는 것 같아요. 로기완의 삶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만한 경험은 저에게 없지만 왠지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란 표현이 마음에 콕 박힙니다..
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난민 지위를 얻은 로는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습니다. '진샨화'의 직장 동료였던 라이카. 그녀가 추방 위기에 처하자 그는 온힘을 다해 영국으로 탈출을 돕습니다. 툴출을 경험했던 그가 사랑하는 이를 필사적으로 탈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김 작가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은 아마도 윤주의 잘려진 귀라고 짐작됩니다. 순수하고 고결한 그 자체가 휴대폰으로 치환되어 재이와의 사랑을 되새기고 둘의 관계를정의내리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의 후반부로 가니 조해진 작가님의 문체상의 특징을 더욱 알 수 있었습니다. 몽환적인 상상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많고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해진 작가님이 윤주의 한쪽 귀를 이렇게 김작가의 상상 속에 나타나게 설정한 것이 생각할수록 저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예요. 그래서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땐 뭐지? 하고 넘겼다가 그것이 뭘까요 하고 질문을 남겨주신 덕분에 다시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지고, 23일 글을 읽으며 아하! 하고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건, 어리석은 한 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속삭임이었던가.
로기완을 만났다 p.169,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 드디어 김작가가 윤주에게 전화를 걸었네요. 그리고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도 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김작가가 겪은 마음의 아픔과 미안함을 어떻게 다 감당해낸 것인지... ㅜㅜ 윤주가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윤주의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도 김작가가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며 다행이다.. 윤주란 아이도 참 강한 아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영국으로 떠나기 전 박과의 마지막 인사의 장면도 마음이 뭉클했어요. 아내에게 목숨을 끊는 약을 줄 수밖에 없었던 그가 마음에 담고 살았을 살얼음같은 위태로운 아픔들에 반창고를 붙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번, 말해주겠소?
로기완을 만났다 186쪽 김작가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아내의 말을 부탁하는 박, 조해진 지음
눈물이 와락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싶어서 그렇게 냉철했던 박도 자신의 죄의식에 눈물을 흐리는 부분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랑을 보내고 혼자 또다시 남아야 하는 상실감과 미안한 마음을 김작가에게 이렇게도 말합니다. "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p.172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이제 나는 로에게도 나를, 그 자신이 개입된 내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 로기완이 내 삶으로 걸어들어온 거리만큼 나 역시 그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 오늘 제가 이 부분을 읽는 순간 타인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만 다시 나가 아닌 또 다른 타인으로 부터 치유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작가가 이니셜L을 통해 로기완을 만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참 아름다운 여정이였구나 싶어요. 갑자기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려지네요. 저도 그랬습니다. 타인으로 아팠지만 또 다른 좋은 사람으로 인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네요. 뭔가 상실을 크게 하고 나면 그만큼의 고통 뒤로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 제가 마음에 담은 문장은 바로 아래에 기록하겠습니다.
맞아요!! 나의 아픔을 타인으로부터 치유 받는 기분.. 그래서 또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 지나봐요.. 저는 약 4년간 계속했던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한 사람으로 인해 중단되면서 제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다시는 독서모임이란 걸 안하리라 ..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모두는 아니었구나 하고 힘들었었거든요.. 그러다 이 그믐 사이트를 알게 되고, 소개받고.. 한번 독서모임을 편안하게 운영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세 번째 모임을 운영 중이지만, 참 많은 힐링이 되고 있어요.. ^^ 로기완의 삶을 통해 김작가가 치유받게 된 것도 너무나 다행이고요.. ^^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암호이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한 주문이었던 이니셜 L이 아니라 나로 인해 아주 사소한 것에라도 즐거워질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P.172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이 문장을 읽으면서 김작가도 로기완에게 자신이 받은 밝은 에너지를 자신으로 인해 아주 사소한 것에라도 즐거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을 이름을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춘수 시인의 <꽃> 시가 생각이 나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로기완이라는 이름으로 김작가에게 다가온 것. 한 사람으로, 삶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다가온 것이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요.. 어쩌면 저에게도 이 책이 그저 송중기 배우가 주연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에만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로기완이란 인물 자체에, 그의 삶에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는 걸 보면 저에게도 커다랗고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소설 속 '김작가'가 바로 조해진 작가일 가능성이 아주 높겠죠..? 정말 궁금해집니다. 조해진 작가님께 소설 속 로기완처럼 그렇게 삶에 영향을 주고 관심을 갖게 된 인물이 있어서 이런 작품을 쓰시게 된 것인지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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