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아리사김 로기완에게 라이카는 새로운 생명의 빛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지구상에 홀로 있던 방랑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이 날의 기록을 읽는 동안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독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154쪽: 묵묵히 노동에 임하던 로의 태도에서는 엄숙함마저 느껴졌다고 씰비는 이어 말했다. 로는 일하는 매순간, 목소리는 잔뜩 쉬고 종아리는 퉁퉁 부은 채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를 떠올렸을 테니. 자신의 신변보호라는 명분으로 어머니만 노동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연길에서의 무력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의 나태함도 용납하지 않았기에 로의 노동은 엄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날의 기록에서 로가 절망에서 다시 희망으로 새 삶을 시작하는 기록이었죠. 저는 위에 기록한 부분이 로기완의 성정을 말해주는 부분인 것 같아요. 새로운 희망에 가벼운 들뜸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주어진 삶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로기완은 정말 진실되고 성실한 청년이죠.. 그런 청년을 바라보며 특별히 기억하고, 관심을 가진 씰비와 같은 사람들도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씰비는참 따스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죠. 다시 읽으며 제가 놓친 문장을 찾았어요^^ '로의 사소한 행동에서도 음악에 심취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노래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적어주는 세심함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154쪽)'
2010년 12월 20일(월)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날입니다. 로는 돈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돈이 떨어져 급기야 길에서 구걸까지 하게 됩니다. 하모니카를 불며 번 돈을 들고 식당가로 찾아가는 모습. 크리스마스 전 광장의 붉은 전구가 마치 나방처럼 보이는 장면은 매우 몽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기의 마지막 로가 잠이 든 후 경찰서에서 눈을 떴다는데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 마지막 문장 읽고는 깜짝 놀라서 다음 날 글까지 읽어버렸어요~~^^;;;; 세상에 경찰서라니! 최근에 뉴스에서 음주운전자가 경찰을 피해서 어느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거기가 경찰서였다는 기사가 떠오르며 심각한 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순간 웃픈 기분이었어요^^;;
2010년 12월 21일(화) 경찰서로 온 로의 모습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외소한 체격이 아이로 오인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체적인 약점이 기회가 된 시간이었다. 소년층에서 텃세에 시달리며 맞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단죄받고 싶은 심리가 아리게 느껴졌습니다.
미치도록 나를 더 패줘, 제발.
로기완을 만났다 p.141,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2일(수) 전날의 일기에서는 박과의 만남, 박의 호의가 드러나 있었습니다. 로의 일기 중에 웃음을 일으킬 내용이 들어있는 부분이라는 김 작가의 언급으로 시작하는 일기입니다. 박은 내부부 직원과의 협조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로를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로는 어린 시절 사별한 아버지를 떠올리고, 박은 어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한 로의 진술에 남모를 연대감을 느낍니다. 김 작가는 로가 묵었던 푸아예 셸라에 들러 씰비를 만나고 그들의 과거 인연들을 떠올려봅니다. 문제가 풀려가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로에 대한 박의 관심과 애정은 박 역시 모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뼈저린 회한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중략- 박은 로를 외면할 수 없었다.
로기완을 만났다 p.156,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2일(수) 밤 이 부분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로와 라이카, 그리고 김 작가와 류재이 피디. 로와 라이카는 거대한 유럽인들 사이에서 동양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결속하며 커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 작가와 류재이 피디도 회식 자리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핑크빛 분위기가 무르 익으며 그동안의 무거웠던 공기를 바꾸어주는 느낌입니다. 사랑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로와 라이카의 사랑이 부디 안전히 오래가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참 예쁜 사랑이다 싶었어요. 정말 다행이다.. 로는 어머니를 지켜내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너무나 한이 맺혔을텐데 이제 라이카는 절대 자신이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해서 잃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진정한 사랑의 힘이 참 아름답죠!
로의 사랑 얘기가 분위기를 반전시켜주었어요. 이 책이 영화화 될 때 러브라인이 나오는 이유겠구나하고 이해되었습니다. 로의 사랑도 좋았지만 김작가와 류 피디의 첫만남도 설렘을 주어 응원하고싶었습니다. 아직 3일분이 남았지만 결말이 기대되어요.^^
맞아요, 로의 사랑 이야기를 메인으로 다룰 것 같아요. 영화 '로기완' 소개글을 다시 찾아보니,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의 만남과 헤어짐, 사랑을 그린 영화'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다만 여자의 신분이 사격선수 출신인 것으로 나온 걸 보면 확실히 책에서 우리가 느낀 로와 라이카의 애절한 사랑과는 느낌이 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우리 모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또 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다가가다보니 어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그래도 그믐에서 이 독서기록들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몇 달 후... 아마도 반년 후에 개봉될 로기완을 보고 나서 다시 이 기록을 훑어보며 새로운 감상에 빠져볼 수도 있겠다 싶고요. 또 다른 의미의 로기완 독서모임의 발자취 다시 걸어보기가 될 것 같아서 내심 기대도 됩니다. ^^
그들의 시작은 어땠을까
로기완을 만났다 p.159,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3일 목 -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으면서 들켜버린 라이카를 로는 외면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가진 현금을 모두 써서 그녀를 영국으로 밀항시키죠. 이때 로가 라이카에게 한 말은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김작가는 자신이 재이에게 하고 싶거나 듣고 싶은 말로 공감해보는 부분이 마음에 남았어요.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우리를 막는 것은 없으니 우리는 언제까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말, 그런 솔직함.(167쪽)' 문득, 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작가의 여정에 재이도 함께했더라면. 다시 회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어쩌면 덧없는 기대를 해봅니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 박의 아파트에서 김작가가 박을 몰아붙인? 이후로 다시 박을 만나는 내용이네요. 역시나 박은 넓은 품으로 김작가의 무안함과 미안함을 어색하지 않게 대해주고요.. 그리고 김작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줍니다. 드디어 영국에 있는 기완과 닿을 수 있는 정보였죠. 라이카를 그렇게 영국에 먼저 보내놓고, 그도 영국으로 떠나기 까지 현실적으로 잃게 되는 것들 어느 하나도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았구나.. 싶으니까 라이카에 대한 로의 진실된 사랑이 너무나 애틋하고 따뜻해 보였어요. '로가 영국으로 간 건 여행을 하기 위해서도, 지인을 방문하기 위해서도 아니었으므로. 살기 위하여, 외롭지 않으려고 그는 떠났으므로...(175쪽)' 그는 살기 위해서 북한을 떠났고, 살기 위해서 어머니의 죽음을 담은 돈을 들고 벨기에로 떠났고, 이제는 단순히 살기 위함만이 아니라 더이상 외롭지 않게 살기 위하여 라이카와의 삶을 선택한 것이겠다 싶어요.
@아리사김 저는 지금 막 23일 기록까지 다시 읽었습니다.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밤 - 처음엔 로기완이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받아 벨기에에서 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그에게 사랑이 빨리 찾아왔을까? 그것도 불법신분의 라이카를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이제 로도 박처럼 여기서 사람답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껄… 또다시 로에게 그런 힘듦을 주는 것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오늘 이 문장을 읽으면서 로와 작가님을 이해하게 되네요. 난민 지위를 얻은 2009년의 스물두살 로와 만료기간이 지난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한 상태였던 스물한살의 라이카, 그 둘이 함께 있으면 이제 더 이상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로의 고독한 마음이나 언제 어디서 불법신분이란 것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라이카의 불안감이 모두 희석될 수 있었다는 것! 로에게 라이카는 존재의 이유가 되어 준 거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네요^^
사소한 기쁨은 포기하기도 하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지는 않으나 절대적으로 위험한 길보다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가고, 걷고, 결국엔 살아남아야 한다는p.166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기록 중에 로기완의 생의 이유가 적혀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남겨봅니다.
정말 그렇네요.. 살아내야만 했던 기완의 삶을 담은 표현으로 단단한 각오에 찬 그의 표정도 그려지는 것 같아요. 로기완의 삶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만한 경험은 저에게 없지만 왠지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란 표현이 마음에 콕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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