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2010년 12월 18일(토) 윤주의 수술 소식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오른쪽 귀를 잃은 결과는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재이에게 연락하고 무거운 마음에 시달리는 김 작가가 안쓰러웠습니다.
한밤중에 내가 잠깐 눈을 뜬 사이, '그것'은 함부로 옷섶을 해치고 들어와서는 내 심장의 온도를 재어주었다.
로기완을 만났다 p.131,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 로에겐 정말 위기의 순간이었어요. 남한의 위조 여권도 내놓지 못한 채 결국은 거짓 신분을 들킬 거란 생각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지만, 그를 유심히 살핀 경찰이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어요. 외소한 로의 행색을 보고 청소년이라 생각한 경찰은 그를 고아원으로 데려다 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물론 다른 분들께서 이미 언급하셨듯이 집단 구타를 당하며 속죄제를 올린다 여긴 그 경험이 나온 부분이기도 해서 이런 과정이 그에게 필요한 과정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가 북한말로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 하던 모습을 지켜본 엘렌은 또 다른 은인이죠. 어쩌면 로의 험난한 삶이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은 거라 여기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렇게 로를 살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엘렌의 관심 덕분에 로가 난민신청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헌신적인 조력자인 박을 만나게 되니까요... 험난했지만,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그를 돕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면해서는 안되는 진실입니다. 사무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로기완을 만났다 149쪽 박이 로를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요청하는 코멘트 중, 조해진 지음
저는 박이 로를 위해 쓴 코멘트 중 이 구절도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때로는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인간적인 면을 외면하고 사무적으로 타인을 대한 경험은 없을까요? 저는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땐 양심이란 것도 한쪽 귀퉁이에 접어두고 애써 펼쳐보지 않으면서 말이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타인을 냉대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도 분명 있어요.. 그럴 때마다 박이 쓴 이 말을 꼭 기억하고 싶어요. 결국은 인류애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니까요...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여전히 건강하며 나란하게 짝을 이룬 두 개의 귀를 갖추고 있는 내가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괴로움을 진심이라 불러도 되겠느냐고, 그것이 가능한 거냐고, 그 누구도 아닌 재이에게 묻고 싶다. 정말 김 작가는 자신의 진심에 대한 검열이 늘 자신의 삶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해진 작가님은 김작가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물이든 사람을 대할 때 마음가짐은 적어도 인간으로서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독자들에게 계속 알려주는 장치를 넣어 두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p.124에서 제가 남긴 인상깊었던 문장 에서 그랬죠.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라는 말도 떠올리게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작가가 자신의 진심에 대한 검열을 꾸준히 하려는 걸 보면 진실된 사람만이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속이는 데 이력이 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언행 하나로 인해 타인이 겪을지도 모르는 고통이나 불편함은 고려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도 이 책에서 김작가를 마주하며 사실 몇 번은 너무 지나치게 자책하는 것 아닌가.. 할 때도 있긴 했지만, 결국엔 선한 마음을 가진 자이기에.. 진실된 사람이기에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보이는 생각의 시간들 속에 갇힌 것 같이 살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당신도 최선을 다했다고..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싶고요...
이렇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읽으니 훨씬 좋네요. 그믐에 참여했던 여러 모임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모임이 될것 같아요.
참 소중한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 저도 그간 의무감때문에 읽은 책들이 더 많다보니 빠르게 읽고, 소감 정리해두고 그런 식이었거든요. ㅜㅜ 제가 이미 읽은 부분을 다른 분께서 또 정리해주시거나 소감을 나눠주셔도 새롭게 작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곤 했어요 ^^ 왠지 마지막 날 써야 할 글 같지만, ^^;;; 세 분이시지만, 인원에 상관없이 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자극해주셔서 저도 매일 기대하며 들어오곤 했어요 ^^ 남은 글도 차근차근 올리며 소통해보아요~! ^^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 김작가가 드디어 로의 일기를 읽으며 웃은 부분이라는 첫 문장에 저도 함께 웃어봅니다. 로가 난민으로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지원을 받아서 정말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데에 진심으로 도움을 준 박에게도 고마웠고요. 로도 드디어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이 시점에서 미소짓는 송중기 모습이 떠올라서 ^^ 살짝 난감하긴 했지만, 이미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로의 모습에 송중기 배우를 떠올리며 읽어서 인지 상당히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했어요 ^^) 박은 로의 삶을 통해, 로는 박을 통해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듯 서로 의지하고 챙기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박이 안락사를 도운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되며 마음도 많이 착찹해졌고요... 제가 박이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것보다 그렇게나마 도와주는 편을 택했을 것 같아요...
제가 박이라도 도왔을거 같습니다. 저는 존엄한 죽음을 자기가 결정하는것에 찬성인 입장이라. 도와야 할 사람이 배우자라면, 충분이 이해했어요.
가난은 늘 상대적이었고 더 가진 사람들의 시선으로 상상하여 바라본 대상화된 박탈감이었을 뿐이다.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p.132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처음 이 책을 읽어나갔을 때도 사로잡았던 문장이었는데 다시 읽어도 이 문장이 좀 신선하게 다가와서 오늘의 문장으로 남겨봅니다. 김작가에게 가난은 가상의 영역일 뿐 현실의 차원은 아닌 것이다 라는 문장이 이어져 나옵니다. 하지만 로기완의 가난을 통해 가난이라는 의미가 김작가에게 생생하게 가난의 의미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기록입니다. 이 기록에서는 로기완이 배고픔의 끝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구걸로 10유로 정도의 돈을 들고 거의 의식을 상실한 채 걷다가 온 천지가 붉은 나방으로 황홀감을 느낍니다. 그 나방만 쫓아가면 고향이 나올 것만 같았고 어쩌면 어머니가 마중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로의 걸음이 빨라졌으며 음식 냄새가 짙어졌다고 표현합니다. 주머니 안에는 어머니의 목숨과 같은 땀에 젖은 돈이 들어 있었지만 살고자 식당으로 들어가는 대신 벤치에 앉아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으므로 음식 냄새 향기롭고 붉은 나방 천지인 이곳에서 그만두어도 괜찮겠다고 의식의 뚜껑을 빈틈없이 닫으며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라는 문장을 읽고 저는 로기완의 마음에 공감이 되더군요. 어머니의 죽음으로 생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지만 살아야 한다는 의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두려움에 맞서 여기까지 왔지만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마중 나오는 이 곳에서 '의식의 뚜껑을 빈틈없이 닫으며' 이 표현이 그 동안 공감하기에도 벅찬 거리를 사정 없이 로의 마음에 다가가게 되네요. 인간적으로 처절함이 느껴집니다. 절망의 끝에 선 로의 마음이 너무 애처로운 날이었습니다.
통역과 조사를 받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이어질 거라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서로에게 되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박과 로의 인간적인 관계의 시작이야말로 로에게 새로운 삶을 이어주는 선물이자 그동안 로가 겪은 수많은 위험과 고통에서 이제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지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행정관들은 그런 관계를 외면하려는 태도가 더 일반적일 거라고 볼 때 박이 로에게 느낀 공감과 연민과 동정(같은 정을 나누는)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다시금 느낍니다..
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기록에서 문장을 남겨 보았습니다. p.146~p.147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밤 - 로와 라이카의 만남은 그 어떤 것으로도 검열되지 않는 결속력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김작가가 재이의 시작을 회상하는 내용이네요. 연인과의 첫 만남이 타인이 보기엔 그저 밋밋하고 일상적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 할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둘만 함께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게 할 수 있죠.. 문득 저에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싶네요^^ (셀프 회상..ㅜ) 그래도 로와 라이카의 만남을 생각해보며 김작가 역시 소리없이 오랫동안 웃을 수 있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행복감을 로와 공유할 수 있었길 바라며 읽었어요^^
@아리사김 로기완에게 라이카는 새로운 생명의 빛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지구상에 홀로 있던 방랑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이 날의 기록을 읽는 동안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독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154쪽: 묵묵히 노동에 임하던 로의 태도에서는 엄숙함마저 느껴졌다고 씰비는 이어 말했다. 로는 일하는 매순간, 목소리는 잔뜩 쉬고 종아리는 퉁퉁 부은 채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를 떠올렸을 테니. 자신의 신변보호라는 명분으로 어머니만 노동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연길에서의 무력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의 나태함도 용납하지 않았기에 로의 노동은 엄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날의 기록에서 로가 절망에서 다시 희망으로 새 삶을 시작하는 기록이었죠. 저는 위에 기록한 부분이 로기완의 성정을 말해주는 부분인 것 같아요. 새로운 희망에 가벼운 들뜸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주어진 삶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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