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그런 생각들 속에 결국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것도, 그래 봤자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과 설혹 보낸다 한들 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질 리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p. 7,8,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평화로운봄 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절대자 그리스도만을 지칭한다면 인간에겐 너무도 먼 존재로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유미소님이 올리신 글 <그리스도를 품은 인간의 눈일까요... 아니면 그리스도 그 자체 혹은 모든 인간의 모습일까요... > 이 모두를 포함한 < 눈빛>일 겁니다. 엔도가 문학에서 강조한 것은 < 인간.예수> 에 방점을 찍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독자가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게 하죠.
1.<편지쓰기>에 관한 이야기 다음에는 2.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당신> 과, 지금에 와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당신>은 <어떤 당신>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그림자>는 엔도의 성장과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톨릭작가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모든 영향들이 이 작품에 아주 많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해서 이 작품은 자세히 분류해서 분석해 보면 좋겠어요. <당신>에 대한 내 생각의 변화에 의해 4번째의 편지를 쓰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것에 대해 여러분의 느낌을 남겨주세요.
다행히 밀리에 있어서 바로 읽어볼수있을듯요^^; 아~~급 금욜이 6월이 행복해집니다^^//
신나는 아름쌤님 반갑습니다.책을 구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지금부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 그 큰 힘에 관해서 편지에 쓰고자 합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11,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 책을 2번째로 읽고 있는 지금, 처음 읽을 때는 그저 무슨 사연일까, 하는 의아함에 가득차서 읽었던 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슬픔에 가득차서 읽게 됩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문체에 가득 서려 있네요... 저는 이 소설의 화자가 '지금껏 알고 있던 당신'과, '지금에 와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당신'의 차이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나를 지켜보던 눈빛'이, 지금은 '당신을 지켜보는 눈빛'으로 옮겨간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러므로 과거에 알던 '당신'은 마치 '절대자'와 같은 위치에서 나를 내려다 보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였다면, 지금 어렴풋이 파악하게 된 '당신'은 나와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은, 나와 같은 '당신'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도 결국... 나와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라는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제 '나'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미소님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번역서가 출간된지 벌써 8년이 되었기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것을 그믐 독서모임을 위해 이번에 다시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지나쳤던 문장이 가슴을 치더군요. 번역을 할 때는 원서에 줄을 그으며 읽던 것을, 이번에는 번역서에 줄을 그으며 읽게 되었습니다.
늦은 인사 드립니다. 내가 모르는 좋은 책들을 만나보고 나의 취향을 알아가려고 합니다. 엔도 슈사쿠는 처음 읽어보는 작가입니다. <그림자>를 읽으며 헷세의 <수레바퀴 밑에서>가 생각났어요.
소설의 제목이 왜 그림자일까? 잘 모르겠어요. 한번 더 읽어보려고요.
영주님 반갑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질문을 남겨주셔서 올리겠습니다. 사실 제목 번역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지우고 다시 수정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그림자>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 影法師 kagebousi> 입니다. 1.번역하자면 <그림자>인데 그림자 중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뜻합니다.  2. 影kage는 일반적인 사물의 그림자 이고요 이 둘을 변별해서 번역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사람의 그림자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고민을 하게 된 것입니다. 3.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어떤 사물이 태양의 빛을 받았을 때 생기는 그림자를 <影法師/ かげぼうし/kagebousi>라고 합니다. 이 점도 함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목에 이런 다양한 뜻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서 놀랍습니다. 일본어를 알거나 원서를 접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내용인데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자에 이런 층위가 있었네요! 섬세한 번역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위에 던져주신 편지를 부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마들렌님께서 잘 말씀 해주셨네요. 가톨릭 작가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 잘 드러나는 단편이 이 <그림자>라는 작품이라 번역가님께서 설명해주셨으니, 편지도 실은 저 위에 계신 분을 수신자로 상정하고 쓴 것이 아닐까요? 그의 타락을 이해하지 못한 나와 어머니께서 소중히 여기신 그를 어떻게든 이해하려 한 나의 혼란을 글을 통해 풀어보며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가톨릭 버전) 펼쳐 보여드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부치는 행위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아버지의 대행격인 신부에게 보내진 않았지만 하느님 아버지께 보낸 것이 아닌가 마음까지 감찰하시는 그 분께 말입니다.
영주님 <그림자> 제목에 관해서 생각을 올려주셨는데, 다시 읽어보시고 정리가 되셨나요?
번역가님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방법을 따라 읽었을 때 어떠할 지 기대됩니다. ‘그림자’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엔도가 스스로에게 정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페이지의 ‘공허한 마음’이 그의 고뇌와 변화의 시작점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편지를 보내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혼란함 때문이기도 하고 41페이지에 나온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당신은 자신감과 신념에 찬 선교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불 켜진 빌딩과 기저귀를 말리는 아파트 사이에서 이제는 삶을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재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버려진 개의 슬픈 눈과 같은 눈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p. 63,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 부분에서 이전에 알던 ‘당신’과 지금 어렴풋이 알게 된 ‘당신’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 ‘당신’들과의 만남이 엔도의 성장기 인간 이해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강한 모습과 나약함을 동시에 가졌음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자신에게 강함을 요구했던 어머니와 ‘당신’에 대한 애증 혹은 원망이 어느 정도 사그러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믐 모임이 처음이라…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맞겠지요?
마들렌님 잘 하고 계십니다. 저도 그믐 독서모임이 처음인데 이런 형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세밀하게 읽고 생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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