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오늘부터는 <잡종견>으로 들어갑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그림자>에서도 나왔던 대상인 '강아지와 개'를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자>의 p.44 -"당신에 의해서 버려진 개" p.63 -"버려진 개의 슬픈 눈" 과 겹쳐집니다. 그리고 이 잡종견은 엔도 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읽어 보신 느낌이 어떠신가요?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우는 뒤를 따라왔다. 그러고는 더 이상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자,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언제까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스구로는 구우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저녁 안개 속에서 구우는 이쪽저쪽 전봇대에 소변을 보고, 풀숲에 코를 집어넣기도 하며, 그의 뒤를 따라온다.” 둘 다 어쩔 수 없이 키우던 개와 헤어지는 장면인데 다롄의 구우는 어린 주인공을 바라보았고, 지금의 구우는 그를 따라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차를 탈 때처럼 빨리 멀어질 수 없으니 어쩌면 계속 스구로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하며 읽었습니다.
여름바다님의 "어쩌면 계속 스구로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하며 읽었습니다."처럼 독자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엔도의 작품중에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역서가 나와 있습니다(2018/ 안은미 역/정은문고)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에도 엔도가 경험한 <잡종견>의 구우가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엔도가 처음으로 접한 애완견 내지는 동물입니다. 그 이후, 고양이,너구리,구관조 등 다양한 동물이야기로 발전합니다. 이 동물들은 어린시절 체험했던 '구우'에게서 출발함니다. 공동적으로 자신의 슬픔을 알고 있으며 곁에 동행하는 위로자 였습니다. 엔도의 동물사랑은 이 <잡종견>의 구우에게서 출발하여 다양한 동물로 성장하고, 마침내는 동반자 "예수"에 이르게 됩니다.
<잡종견>을 읽었습니다. 역시 자전적인 소설인것 같네요.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힘들었을 시기에 곁을 지켜준 구우를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 다시 잡종견을 키우게 되었는데, 잡종이라고 가족들이 미워하니 제가 다 야속하네요.
<잡종견>을 읽으면서 부모의 불화 가운데 고독했던 ‘스구로’에게 ‘구우’라고 불렀던 개의 존재가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개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얼마나 소중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구우 또한 잡종견으로 그 어느 종에도 속하지 못한, 더하여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개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스구로)과 비슷한 형편에 처하여 누구보다 그를 잘 위로하던 개, 어쩌면 더한 아픔을 가지고도 자신을 배웅하던 개에게서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p.44와 63 의 ‘개’를 이러한 이해로 바라보니 더 잘 이해가 갑니다.
마들렌님 감사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상처받은 어린 소년 스구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죠.
바나나님 감사합니다. 네,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림자>에 등장하는 개를 더 구체화 시킨 작품이죠. 잡종이라고 사랑받지 못 해서 안타깝습니다.
요즘 우리는 반려견이라고 하죠. 인생길을 함께 걷는 사람을 '반려자'라고 하고, 애완동물을 '반려견'이라고 할 만큼 친밀한 대상으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 와 있습니다. 저도 대형견을 집에서 키우고 있답니다. 그러면 애완동물 및 반려견을 곁에 두고자하는 심리 저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곁에 둔다기 보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 동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처음의 결심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감정적으로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끌림이 있거든요.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일상을 놓칠 만큼 큰일을 겪을 때 정말 슬픈 (혹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더군요. 반려동물을 곁이 두는 심리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함께하며 반려동믈을 통해 나를 보게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여름바다님 가입 반갑습니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라는 말씀 맞는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는 여러 이유에서 시작했겠지만, 정성들여 키우다 보니 어느새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반려견'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잡종견>에서 "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선택해서 키우게 되는 애완견의 이미지는 완전 배제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롄의 겨울은 4시경부터 어두워진다. 학교를 나와도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밖을 배회했다. 그때, 그의 뒤를 언제나 구우만이 따라다녔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서면 머리를 갸웃하며, 슬픈 듯한 눈으로 스구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p.75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그는, 개에게만은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한 마리의 까만 잡종견만이 소년 시절 스구로의 동반자였고, 그의 고독을 알고 있었다. 구우는 황혼 녘의 눈 속에 서 있는 주인을 고개를 갸웃하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p.77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부모의 불화로 불안했던 어린시절. 방가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밖을 배회해야 했던 유절시절. 누구와도 슬픔을 나눌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유일한 위로자가 되어 주었던 '구우'는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던 유일한 대상이었습니다. 그 구우가 슬픈 눈으로 스구로를 지켜보고 있네요. 자신을 지켜보는 구우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스구로는 그를 통해 위로받으며, 이 위로는 동반자의식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스구로가 겪고 있는 유년시절은 엔도의 유년시절이었고, 다롄에서의 체험은 엔도문학의 정체성에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오늘은 <노방초>를 읽었습니다. 아주 짧은 분량인데, 원하지 않는 곳(예루살렘)에 와버린 남편의 짜증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제목이 왜 노방초인가요. 글중에 노방초는 나오지 않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빨간색 꽃이던데...
바나나님 안녕하세요. 진도가 빠르시군요~ 원제는 <道草/みちくさ>입니다. 번역한다면 '길가의 풀'이란 뜻입니다. 하여 그 뜻을 가진 '노방초'라 붙였습니다. 자세한 것은 작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처음부터 쭉 읽으건 아니고, 정해주신 기간 맞춰 읽는 작품외엔 틈틈이 읽으려고요.
그러시군요. 같은 시간에 접속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저도 노방초 방금 읽고 궁금했는데^^;
따라서 이러한 잡종견 '구우'는 엔도가 유년시절 체험했던 위로와 사랑이었고, 이 테마를 한 평생 끌어 가게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스구로가 추구하는 사랑이자 엔도가 도달하고자하는 세계로 이어져 갑니다.
그렇다면 왜 멋있는 명견보다도 보잘 것 없는 '잡종견'에 끌리며 애착을 느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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