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1. <말이야 바른 말이지> 보고 말해요

D-29
4-3 음, 모호하네요. PC라는 단어는 사실 스스로가 정의내린게 아니라 그걸 멸시하는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뜻으로사용하는 담론이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감독 스스로의 생각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젠더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었다면 이 영화는 "정치적" 영화고 그냥 복잡괴기한 현대 사회애서 살아가는 기업인들의 고군분투이 테마였다면 이건 PC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목적을 띈 창작물도 엄연히 창작물이라는 겁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 감독의 특정한 메세지는 우선시될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4-3 저는 PC라는 말을 그걸 별로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가 PC하다가 아니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전 그래서 영화 볼 때도 PC 하다 안 하다로 나누진 않고 좋다 안 좋다로 보고요. 자기가 불편하거나 기분 나쁘다고 PC해서 영화를 망쳤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은 큰 틀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기 기분이 먼저 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4-3. 저는 PC라는 말을 자주 쓰지는 않아요. 왜냐면 애초 작품을 볼 때 이게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아닌지보다 재미가 먼저 와닿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라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소위 '과도한 pc'영화를 그냥 교조적이라고 비판했는데, 그 말을 냅두고 pc, pc하니까 진짜 pc를 강요하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아니, 그냥 작품에서 현실 윤리 따지는 독자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닌지... Pc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말바말>은 어쨌든 윤리성을 다루는 영화기도 하고 풍자성이 짙은 편이죠. 그럼 pc한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딱히 pc하지는 않은데 좋아하는 영화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대표적이겠네요. 판타지 세계관 주제에 현실보다 더 보수적인 세계관이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pc영화일까요, 아닐까요? 두 가지 다라고 볼 수 있는 게 재밌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다섯 번째 에피소드 <손에 손잡고> ■■■■ 네 번째 에피소드인 <진정성 실전편>에서 감독님의 질문에 많은 분들이 답변을 남기며 이야기 나눠주고 계신데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의 여섯 에피소드들이 ‘노사·젠더·지역·환경 등 우리 일상에 만연한 주요 소셜 이슈’를 다루는만큼 영화를 보고 이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다른 에피소드에 대한 질문을 드리지만, 아직 앞의 에피소드들에 대해 답변을 하지 못 한 분들은 여러분의 속도로 영화에 대한 생각 나눠주세요. 토요일까지 3일 동안 송현주 감독님의 <손에 손잡고>를 보고 이야기 나눠 볼게요! *그믐무비클럽은 6월 16일까지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5 <손에 손잡고> 연출/각본 송현주| 서벽준, 윤가이 프러포즈에 진심인 5년차 커플 ‘쭌’과 ‘람람’은 일생일대의 이벤트에 파괴적인 에너지를 쏟는다 5-1 여러분은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보셨어요? 흥미롭거나 인상 깊었던 지점들을 마음껏 이야기 해주세요!
5-1. 이번엔 ‘종교’?! 진짜 어려운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커플은 방법을 찾았네요. 교회 갈 사람은 알아서 가고, 안 갈 사람은 가지 말고, 교회 가는 사람은 안 가는 사람 기도도 해주고, 안 가는 사람은 종교와 관계 없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랑 해주고… 예쁘게 잘 사세요. 그나저나 (미래 안 보이는 한국 떠나서) “돈 벌어서 미국 가자”는 데는 의견이 합치했네요.
5-1. 프러포즈를 안 받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하며 보다가 '쭌'이 아니야 주님께서는 다 예비하고 계셔(이 대사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라는 너무나도 기독교적인 대사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커플 사이에서 종교 문제는 중요하죠... '람람'이 이제 지구는 망할 거라고 이상기후 현상에 대해 얘기하면서 휴지를 펑펑 뽑고, 프러포즈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화려한 종이들(?)을 뜯어버릴때, 실은 이들이 그다지 멸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쭌은 기독교인으로 지구 멸망보다는 사후세계에 관심이 있고, 람람은 어쨌든 물건을 마구 소비하는 현대인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냥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큰 일'로 막연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쭌이 우리 나중에 미국 가자 라는 대사는 죽어서 천국 가자 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어요. 우리가 지금 현실을 어떻게 만드는지에는 관심 없이, 낙원=천국=미국으로 도피하자는 태도. 신을 믿느냐 안 믿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둘 다 이런 현실회피, 도피적 성향이 있으니 잘 어울리는 커플이겠네요. 둘은 앞으로도 잘 살 것 같아요.
5-1. 저는 기독교인이에요. 그래서 더 숙연(?)하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종교가 달라서 갈등을 겪는 커플들이 실제로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종교를 소재로 다루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교인과 비종교인의 대화로 유쾌하게 내용을 풀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종교인으로서, 비종교인의 질문이라거나 둘의 대화에 따른 관객들의 반응을 괜히 더 신경쓰게 되더라구요. 현실적이고 모순적인 커플이었어요. 환경 오염을 걱정하면서 비이상적으로 휴지를 뽑아쓰는 모습이나, 한 번의 프로포즈를 위해서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보면서 참 착잡했죠. 람람, 너가 걱정하는 기후 위기 너희가 촉진하고 있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들이 참 귀여웠어요. 사실 쭌의 프로포즈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기도 하고, 뭔가 어색하고 부족한데, 옷마저도 삼색 그라데이션 니트라 ‘차이겠구만’ 싶었거든요. 근데 오히려 자신이 준비한 프로포즈로 한 번 더 감동을 주고, 종교 문제가 있지만 사랑이 더 강하다며 붙잡는 람람을 보며,, 역시 다들 제 짝이 있구나 싶기도 했어요. 귀여운 커플.. 그 둘을 바라보는 카페 주인이 있어서 더 객관적으로 지켜보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있겠구나. 나에게는 세상 달콤한 프로포즈의 순간일지 몰라도, 그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일 있는 일이고, 한바탕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업무’에 불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목이 <손에 손잡고>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노래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는데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손에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가사를 보니까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이렇게 나와 있네요. 뭔가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해요! 더 좋은 세상 만들자고 해놓고 ‘손에 손잡고’ 프로포즈를 하며 지구를 더 아프게 하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카페 대관을 예약한 사람들의 목록이 종이로 계속 프린팅되면서 끝나는 장면도 같은 이유로 인상적이었어요. 더 잘 살고 싶은, 함께 잘 살고 싶은 이들 덕분에 지구는 잘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요.
5-1 종교는 현실적인 문제죠. 결혼 전엔 서로 양보할 것 처럼 굴어도 막상 결혼하고나면 태도가 달라지기도 쉽고요. 저는 종교문제는 중요하다고 봐요. 근데 저는 티슈를 막 뽑아대는 장면이나 이벤트 후 쓰레기들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보일까요. 여자분이 티슈를 막 뽑아대면서부터는 대화에 집중이 안 될 정도였어요. ㅎ
5-1 우리 슈렉님 고생이 많습니다. 근데..앞서 사용된 아이템들 새로운 손님들 몰래 재활용하면..이거 비도덕적 사업 마인드라고 지탄받으려나요? 그리고, 람람님이 커튼 젖힐 때 벽면을 장식했던 프로포즈 문구에 M을 빼고 '_ARRY ME'로 보여준 것은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려나요?
4-3 ‘PC’가 정확히 어떤 단어인지 잘 몰랐는데 이번 계기로 확실히 찾아보게 되어서 좋네요! 네이버를 출처로 PC를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근거한 언어 사용과 활동에 저항하고 바로 잡으려는 운동으로 정의한다면 저는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PC한 영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네요! 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영화라 의미가 있어 좋아하기도 하지만 결말 부분을 정말 좋아해요. 살다보면 결말이 생각나게 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5-1 ‘사랑은 도대체 뭘까?’ 생각하게 되네요 ,, 처음에 어설픈 프로포즈부터 람람의 ‘이미 이야기 다 했잖아’ 라는 대사까지 사실은 쭌이 만족스럽기 위해 하는 이벤트인가 생각했었는데 ,, 사실은 ‘종교’ 문제가 있었다니 ,, ! 저는 람람의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라는 대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 사실 종교가 있는 사람으로서 또 집안 분위기 자체도 쭌처럼 종교에 밀접하기도 하고 정말 때로는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ㅎㅎ,, 정말 쭌과 람람이 종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을 ‘사랑’으로만 극복해서 살 수 있을까? 또는 내가 ‘람람’ 혹은 ‘쭌’이라면 어땠을까? 를 생각하며 집중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5-1. 종교문제를 염려하는 젊은 연인들이 귀엽다고 바라보다가 눈에 걸리는 것들이 많아요. 한없이 뽑아대는 티슈며, 버려지는 장식과 풍선들.... 아름다운 사랑고백을 위해 저 난장판을 만들다니요!!! 게다가 이벤트룸으로 예약이 쇄도하는 걸 보니 타임별로 저만큼의 쓰레기가 쏟아진다는 거네요. 저는 <손에손잡고>감독님의 질문이 궁금해요. 제목의 의도와 어느 부분에 방점을 찍으시는 건지 고민 좀 해볼께요
5-1 서로 울면서 위로해주기 위해서 티슈를 많이 뽑아주지만 적잖은 수가 무의미하게 낭비되는게 무언가 부조리극을 연상케하네요.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을 하면서도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하고싶은 말을 하는게 아닐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⑤ 송현주 <손에 손잡고> 연출/각본 송현주| 서벽준, 윤가이 여러분, 영화를 보면서 공유하고 싶었던 대사 있으신가요? 글 입력창 아래 "문장수집" 버튼을 누르시면 영화 속 대사를 문장 이미지로 공유하실 수 있어요. (더 자세한 설명은 https://www.gmeum.com/blog/douri/1233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그믐무비클럽에 참여하시면서 그믐에 처음 온 분들도 계실텐데요, 사용하시면서 문의하실 점 있다면 gmeum@gmeum.com으로 알려주셔요 :) 그럼 오늘의 질문을 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5-2 송현주 감독님이, 여러분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영화 속 커플인 쭌과 람람은 신의 존재 유무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합니다. 만약 당신이 신이라면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무슨 말이 하고 싶을까요?”
5-2. 아이고, 내가 있냐 없냐 이야기하기 전에 눈 앞에 쓰레기들을 좀 봐라. 죽어서 천국에 1+1로 갈 수 있냐 없냐 하기 전에, 지금 사는 곳을 아끼고 사랑해야지!!! 그리고 여기에 나 말고도 저 카페 직원도 보고 있는데, 너네 안 창피하냐~ 너네 어떻게 만나고,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겠는데, 그런 건 너네 둘이랑 나만 있는 곳에서 해라…! 그래도 잘 살아라, 손에 손 잡고!!!
4-1 사과는 반성의 의미라기보다 위기를 모면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나의 ‘미안함’을 어떻게 잘 표현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미안하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요. 4-2 남혐, 여혐 논란을 부추기는 선동꾼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도기라고 생각됩니다. 십수년전까지만해도 언급조차 되지 않던 일들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안하던걸 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니 이또한 지나가지 않을까요? 4-3 모든 영화나 소설 등 작품에는 작가의 사상이 들어있고, 그 사상은 선호하는 사람도, 비호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진정성 실전편’에 대한 pc 여부도 제각각 기준이 다르겠죠. 제 기준에서는 괜춘... / pc 하지는 않는데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 질문이라면 pc한 영화가 좋지만, 안 pc해도 좋았던 영화를 이야기하라는 건가요? ㅎㅎ 영화를 볼 때 ‘어 이영화 pc하진 않지만 좋은데?’ 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어요.
5-2 "그대들의 사랑을 축복하노라. 다만 한 가지, 쓰레기만 남기는 사랑은 하지 말지니.. "
5-1 위에 몇 분께서 '종교' 주제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봤을 때는 '환경'이 주제인 것 같아요. 유신론자인 남자는 하나님께 기도 열심히 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무신론자인 여자는 코로나며, 치매며, 호주 기온 50도를 이야기하며 세상이 끔찍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짐과 한탄과 무색하게 테이블 가득 낭비된 휴지가 쌓이고, 한 타임의 이벤트를 위한 폐기물이 쓰봉을 가득 채우죠. '손에 손 잡고' 다음 가사는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인데 이 둘은 종교를 뛰어 넘는 사랑의 화합은 보이면서 또한 환경을 해치는 일에도 동역하고 있어요. 말과 행동의 다름을 꼬집는 이야기를 전해 주신 것 같습니다. 5-2 "나 여기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좀 살아줘~"
5-2. "예쁘고 반짝이고 화려한 걸 좋아하지 마라. 사랑하는 마음. 환경. 너희를 위한 누군가의 노동 등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을 아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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