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같이 읽기

D-29
데이비드는 <당신의 가계도>라는 우생학 선언서에서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단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아랍의 속담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90, 룰루 밀러
지금 우리들도 이와 유사한 말을 많이 한다. "결국 유전이네~~" 이건 우리들의 합리화 과정일까?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면서 교육은 왜 하는걸까? 유전 만능주의라면 유전이 발현되기만을 기다리면 되나? 유전이 엄마 아빠의 유전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라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그 윗대 조상들에게 오는 거 일 수 있는데, 부모가 엑스라고 해서 자녀도 엑스이니 교육하지 마라?? 우리들은 그럼 무얼 기대하며 그렇게 공교육을 못 미더워 '사교육'까지 퍼붓고 있는 걸까??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 -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요-도 무시해버린 남자.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 더 커졌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어해야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202, 룰루 밀러
유전적으로 열성한 사람보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인 거 같다. 자신의 우월성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것, 이 모습은 현대 정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나이가 들 수록 내 주장을 밀고 나갔던 나를 반성한다. 내 생각도 맞고 다른 사람 생각도 맞다.. 토론의 장이 마련이 되면 적극적으로 내 주장을 펼치고, 내 주장에 반박이 들어오면 치열하게, 논리적으로, 분석적으로 따지고 공부하고 그래서 내 생각을 깨뜨리고 싶다. 그래야 '데이비드'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테니까.
저도 나이가 들수록 제 주장을 고집할까봐, 사고가 경직될까봐 스스로 많이 경계하고 조심합니다. 말씀대로 토론하는 습관, 경청히는 자세를 갖는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오랫동안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과 경청의 자세는 단시일내 만들어 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나는 그에게 통쾌하게 반박해줄 말이 있었으면 싶었다. 현란하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줄 방법이. 우리는 중요하다고, 우리는 사실 아주 중요하다고 말해줄 방법. 그러나 주먹이 올라가는 게 느껴지자마자 내 뇌가 주먹을 다시 잡아당겼다. 왜냐하면 당연히, 우리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정확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 때문에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도 괜찬하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럴 순 없다.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와 다르게 말하는 것은 죄를 짓고, 거짓을 말하고, 기만과 광기로, 그보다 더 나쁜 것들로 자신을 이끌고 가는 일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21-222, 룰루 밀러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26-227, 룰루 밀러
관점의 다양성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이렇게 결국 자신을 지배했던 아버지의 말도, 우주의 티끌같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한 부분인 거 같아서 반가웠다.
저도 읽으면서 관점의 다양성도 맘에 들고 종이나 집단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부분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 점이 이 책의 진짜 장점인듯 해요. 초반에 자신이 매료되었던 인물- 자연에 대한 자세,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추구한 강인함을 스스로 계속 뒤집고 있거든요. 이런 서술방식은 어떤 ‘강인함’ ‘자신김’ ‘학자로서의 권위’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게 하는 듯 합니다. 모든 경우에 항상 참이 되는 단 하나의 원리, 성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라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헛소리라는 진실 말이다. 윤의 설명을 빌리면, 그것은 마치 "빨간 점이 있는 모든 동물"이 한 범주에 속한다는 말이거나 "시끄러운 모든 포유 동물은 한 범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뭐, 원한다면 그런 범주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무의미하다. 진화적 관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40, 룰루 밀러
책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여서 너무 이상했다. 왜?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아??? 물고기는 물고기잖아!! 내가 내 상식을 편들어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이 모자랐단 걸 알았다. 단순히 물고기는 물에 사니까 물고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땅에 사는 건 땅고기? 그러다 땅에 사는 애들은 뭉뚱그려 말하지 않는데, 왜 물고기는 뭉뚱그려 말하지? 아니야, 그래도 갑각류와 무척추동물 같은, 말을 쓰잖아~ 하다가.. 그래도 내가 물에 사는 걸 물고기로 통칭하고자 했던 어리석음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이 책이 주는 띵~ 이 이건가보다.
이 부분이 진짜 가장 큰 반전이었습니다. 제게는.. 결국 물고기라고 분류하는 것이 자명해 보였지만 오류인것 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보는 것, 과학적 상식이라는 기존 관념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둬야 합니다. 그게 사실 다윈과 토마스 쿤의 지혜겠죠.
어떤 인지 과제에서 동물들은 우리보다 뛰어나다면 - 예를 들어 특정한 새종들은 수천 개의 씨앗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기억할 수 있다-그들은 그것을 지능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치부한다. 이와 같은 수많은 언어적 수법을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52, 룰루 밀러
'언어적 거세'가 갖는 폭력을 떠올려봤다. 인간은 가장 우월한 생명체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인간이고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만들어 냈고 전달을 하고 기록을 하여 역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어리석음일지도 모른다. '우리'라는 단어도 너와 나 외 다른 사람과 선을 그으며 '관계를 거세'하는 말로 상처주는 폭력이다. 다른 생명도 너그러운 눈으로 보고 그들도 우리보다 뛰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을 다시 새겨야겠다.
9장 세상에서 가장 쓴 것 (1)SF소설에 대하여 책의 중심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샛길로 빠져 보면 (전 이런 게 좋더라구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구절들도 좋구요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제인의 인생 마지막 날의 날씨는 아주 아름다웠다. 맑은 하늘에 최고기온은 섭씨 15도 이상이었다. 하와이에서 지낸 지 일주일쯤 지나서 제인과 두 수행원은 마차를 타고 팔리 전망대에 가서 경치를 즐기기로 했다. 그들은 호텔 주방 직원들이 마련해준 피크닉 바구니를 가져갔다. 거기에는 갓 구운 신선한 진저브레드와 완숙으로 삶은 계란, 고기와 치즈 샌드위치, 초콜릿과 커피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그늘에 앉아 바다의 경치를 즐기며 간식을 먹고 서로에게 SF소설을 읽어주며 몇 시간을 보냈다."(156~157p) Q. 그들이 서로에게 읽어준 "SF 소설"은 무엇인지 상상해 봅시다. (상상이 안 된다면 각자 읽은 책중 가장 재미난 or 가장 맘에 드는 SF 소설에 대하여 생각해봅시다.) 저는 <우리들><노변의 피크닉>이 떠올랐습니다.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피크닉이 들어가서일지도 모르겠지만요~:: (2)명성에 기반한 거짓에 속지 않으려면 "데이비드의 명성, 권력, 섬에 대한 미국의 무시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하와이 의사들의 이야기는 본토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167p) 우린 아니 저는 권위 있는 사람, 유명인, 전문가의 말을 쉽게 믿고 의지하곤 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무지하기도 하지만, 알고 판단 결정해야 하는 골치아픈 과정이 피곤하고 힘들어서이겠지요. 게으름을 반성하고 작정하고 대중을 속이려는 "명성, 권력"을 가진 이들의 거짓을 어떻게 판별해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들(페이퍼북)(MR KNOW 세계문학 3)
노변의 피크닉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전설적인 고전. 한국에 형제의 작품이 첫선을 보인 후 거의 30년 만의 사건이다. 이번 한국어판 <노변의 피크닉>은 스탈케르출판사의 2003년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집> 11권 제2쇄(2차 수정본)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7, 룰루 밀러
저도 이 문장 스크랩했습니다. 두둥~하며 머릿속에서 울리더라구요. 특히 전쟁반대를 외쳤던 조던의 목적이 우생학을 지지하는데서 비롯된 것에 경악했습니다. 과학이 종교보다 더한 신념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증거를 여기서 얻었습니다.
10장 진정한 공포의 공간 1.우생학 “그래서 그는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겨우 몇 십 년 전에 처음 생겨난 한 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책이었다. ‘그 단어’는 그가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미국에서 그리 인기가 없는 단어였지만, 그가 지극한 열성과 과학적 권위를 갖고 옹호했던, 그리하여 그의 도움에 힘입어 미국 땅에 널리 보급된 단어, 바로 우생학이다.”(181p) "내가 받은 전체 교육과정 가운데 이 나라가 우생학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우생학은 미국식 신여성과 포드 모델 T 못지않게 미국 문화의 두드러진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비주류가 아니었고, 당파를 가리지 않았으며, 20세기의 첫 다섯 대통령이 모두 우생학의 밝은 전망을 찬양했고, 하버드부터 스탠퍼드, 예일, 캘리포니아 버클리, 프린스턴까지 전국의 모든 명망 있는 대학들에서 우생학을 가르쳤다.“(185p) 2.우생학에 반기를 들다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 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 다윈은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주는지, ~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187~188P)
~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장 성가신 물고기를 잡을때 그가 가장 즐겨쓰는 방법은 뭘까? 바로 독이다. ~ “세상에서 가장 쓴 것”이라고 묘사했던 위험하고 강력한 물질, 바로 스트리크닌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75,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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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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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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