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 어느 사상의 일생 - 에드먼드 포셋] 안오면 혼자하는 벽돌책 모임

D-29
저자는 자유주의의 핵심을 갈등, 권력, 진보, 존중 네 가지 지도 이념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이념들에 대한 고유한 인식이 자유주의와 비자유주의를 구분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이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갈등의 평화적 형태인 경쟁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길 때, 그들은 정치적 경쟁자들이 지지하는 사회적 덕목들을 배제하거나 강등시킨 셈이었다. ... 전통에서 조화를 보는 보수주의자들과 동지애에서 조화를 보는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주의 이념이 사회의 진실된 그림을 크게 왜곡한다고 즉각 주장했다.
자유주의 서론 : 자유주의의 네 가지 지도 이념, 에드먼드 포셋
특히 1945년 이후의 자유주의자들은, 결국 사회는 피할 수 없는 갈등 속에 있지 않다며 스스로를 속이려 했다. 어느 정도 불신을 갖고 있던 그들은 근대인의 관심과 신념이 사회적 평화와 물질적 풍요라는 공통의 목표로 수렴되고 있다는 맹신적 믿음에 기대고 싶어했다. 그러한 소망의 그림 위에서는, 자유주의적 근대성에서의 갈등은 길들여지기보다는 삭제되는 것이었다."
자유주의 서론 : 자유주의의 네 가지 지도 이념, 에드먼드 포셋
그들(21세기의 자유주의자들)의 전망은 19세기 중반의 자유주의자들이 취했던, 활발한 논쟁과 생산적 경쟁이라는 밝은 전망이 아니다. ... 그것은 자유주의의 토대에 대한 의문으로 심해진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자유주의 서론 : 자유주의의 네 가지 지도 이념, 에드먼드 포셋
두 번째 지도 이념인 (분할된) 권력의 내용은 좀 더 분명합니다. 견제되지 않은 권력은 독단과 지배로 이어지기 마련이므로 견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견제의 수단이 오직 법과 제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견제장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이기 때문에 이 장치들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에게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 권력의 적절한 수준을 생각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세 번째 지도 이념인 진보에 줄곧 많은 것을 걸었는데, 그들은 진보가 사회와 시민을 덜 무질서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자유주의 서론 : 자유주의의 네 가지 지도 이념, 에드먼드 포셋
자연스럽게 세 번째 지도 이념으로 넘어갑니다. 자유주의는 인류가 진보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합니다. 진보를 야기하는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었는데, 이를테면 교육, 경제성장, 개인의 도덕적 고양, 공공 복지의 향상이 그것입니다.
진보와 관련해 자유주의자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진보를 위한 비용과 지속 가능성'입니다.
자유주의의 네 번째 지도 이념은, 우월한 권력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제한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억압하거나 배제하지 않도록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서론 : 자유주의의 네 가지 지도 이념, 에드먼드 포셋
네 번째 지도 이념인 (시민적) 존중에 대해 읽었을 때 그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보편화된 이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뒤에서 "배제를 종식하는 것"과 "시민적 존중을 쟁취하는 것"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좀 더 섬세하게 개념을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배제의 종식은 권리와 관련이 있고, 시민적 존중은 인정과 좀 더 연관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가 섞이면서 자유주의에 의해 분열적인 정체성 정치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정체성 정치는 분리주의 정신으로 추구될 때 그것의 모든 미덕에도 불구하고 좌파를 분열시켰으며, 우파에 무기를 쥐어주었고, 동등한 시민이라는 민주주의 사상을 약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배제의 종식으로 출발한 시민적 존중의 이념이 인정의 요구로 변질(혹은 확대)되었다고 이해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언급되는 신헤겔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저자의 이러한 관찰이 매우 예리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의 '자유 그 이상에 관한 것'은 제가 흥미롭게 읽은 대목입니다. 여기서는 - 자유주의자 간에도 자유에 대한 개념의 합의가 없다는 점. - 비자유주의자도 자유의 편이라는 점. - 많은 역사 서술에서 인류의 역사가 자유의 확대의 역사로 단순화되어 그려진다는 점. 을 언급합니다.
저자는 이런 단순화된 역사서술을 거부하면서 역사가 자유의 확대 이상으로 '교묘하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사실이 정당한 이유가 되는지(혹은 이유로 제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자유주의의 역사를 다루기 위해 자유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좋은 접근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유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는 대부분의 문헌들이 자유의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저자의 접근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입니다. 하지만 아직 왜 그래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뒷부분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론의 '자유주의의 독특함'에서는 시대별 자유주의자의 주된 경쟁자를 언급합니다. - 19세기, 보수주의 & 사회주의 - 20세기 초, 파시즘 & 공산주의 - 21세기, 일당 권위주의, 국가 자본주의, 민주주의적 국가주의, 이슬람 신정주의, 좌우의 비자유주의적인 포퓰리즘.
@존르카레라이스 정리 깔끔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마지막 ‘자유주의의 독특함’에서 경쟁적 이념들 (보수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공산주의…)과 자유주의를 상호 배타적인 정치적 관행들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또한 초기 자유주의의 네 이념은 이해하기 쉬웠지만 자유주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서론에서 진행되지 않아서, 아직 자유주의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는 제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회원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꼬마파수꾼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먼저 경쟁적 이념들과 자유주의를 상호 배타적인 정치적 관행들로 볼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 대해, 저자라면 자유주의의 네 가지 이념에 대해 적어도 몇 가지 다른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진보'에 대해 보수주의는 거부하고, 사회주의는 자유주의와는 다른 종류의 진보(평등한 사람들의 박애로의 도약)를 상정하고 있다든가, '갈등'에 대해서도 보수주의는 강력한 권위를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본 반면 자유주의는 디폴트이자 잘 제어하면 좋은 것으로 보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상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구분이 되지는 않는가하는 생각입니다. ^^
두번째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자들에게 국가가 권력으로 여겨지고, 자유주의의 네 가지 이념에 권력에 대한 견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는 개인들에 간섭말고 개인은 국가권력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일단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상가별로 또 시기별로 디테일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콩스탕은 사회가 변했기 때문에 국가가 가하는 낡은 형태의 간섭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프라이버시를 강조했습니다. 한편 밀의 경우 국가가 간섭해야 하는 예외상황들을 제시한 점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적으로 마련할 수 없는 공적 재화의 공급, 아동과 소수자와 하등 동물에 대한 보호...". 가 그것입니다. 대공황기 이후에도 관계설정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잘 읽고 계신지요? 벽돌책이고 말랑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도가이드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니까 각자 상황에 맞춰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부분을 읽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1부에서 다양한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나오는데, 사상 자체도 흥미롭지만 다들 인간 자체가 개성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많은 경우 단순히 사상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도 참여해서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적용시키려 한 점도 재밌습니다. 물론 정치가로서의 능력은 다른 종류의 능력이라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그때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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