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시 브뤼주' 를 죽이게 읽는 모임

D-29
@달여인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뤼즈에 가보셨던 기억을 상기하며 19세기 로젠바흐가 글로 표현했던 왠지 음습하고 암울한 브뤼즈를 연상해보시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제가 나름 이해하는 '상징주의'는 쉽게 이야기 하자면 '형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것. 즉, 관념이나 개념 같은 것에 이미지를 입히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무형적인 것에 (작가가) '형태'를 부여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작가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 되고 그것을 향유하는 3자는 자신의 주관과는 당연히 괴리되므로 마치 그것이 작품이라 한다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딴세상' 혹은 '다른 세계' 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겠죠. 제가 이해하는 '상징주의'는 이것인데 따로 벨기에의 상징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따로 학풍이나 사조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그냥 '벨기에의 상징주의 작가 로젠바흐'라고 소개시켜드리고자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크게는 '브뤼즈' 자체가 로젠바흐가 '죽음'을 생각할 때 떠올리던 어떤 물질이었고 형태가 아니었나 그래서 그것을 Symbol화 시키지 않았나 이해해봅니다. 그리고 작게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불안하고 음울한 수사가 문장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나 들기도 하구요. 아마 원문에는 우리가 파악하기 어려운 어떠한 리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해봅니다. 사진은 저도 아직 그것이 위그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는 어떤 것은 그럴 수도..어떤 것은 전혀...라는 기분이 들지만 분명 사진을 본문과 매칭한 이유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누군가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시거나 발견해주시면 좋겠어요. 아니면 저희끼리 의견이 분분해지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 모임 소개를 보고 책에 호기심이 생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문한 책이 오늘 도착해서 열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소설에 사진이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이라니..! 사진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매우 궁금합니다. 문학 초보라 아직 깊게 읽지는 못하지만 모임을 통해서 깊게 읽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릴루키 님 반갑습니다.
@릴루키 님 반갑습니다. 제가 모임 주관자이기는 하지만 저도 이 책 초보라서 편집자이신 @타민 님에게 마구(?) 물어보고 싶은 것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부디 느긋하게 독서자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혹시 궁금한거 있으시면 같이 이곳에서 공유했으면 하고요.
@미식한독설가 이 책이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가 안 된 건 아마도 벨기에 문학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일본, 프랑스보다 낯선, 거리,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거리감을 멀리 물리치고 책을 펼치면 다른 세계로 진입하실 수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작품이죠. 1892년 프랑스에 처음 소개되었을 땐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고 해요. 소설에 사진이 들어간다고?! 이러면서 다들 놀랐다고 하네요.
@달여인 맞아요! 저도 읽으면서 사진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사진이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소설과 사진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죠.
@릴루키 반갑습니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를 읽으시며 감상 들려주세요~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항상 그렇듯 책을 후루룩 살펴보는데요. 원래 흑백사진이 이렇게 음산한 거였나요? (제 이름이 흑백입니다. 으하하하) 수록된 사진만 봐도 유쾌한 소설이 아닐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설렙니다.
아, 현재 참가자 전원이 이렇게 멘트를 남겨주는 독서방이란 참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사진에 관하여 언급을 하셔서 1892년 출간 당시 이 책에 게재된 사진의 포토그래퍼가 누구인지 찾아봤더니, 재미있게도 J. Lévy a nd Co. 와 Neurdein Frères'가 제공한 원본 사진의 '35개 하프톤 복제본'으로 되어있네요. '하프톤 복제본'은 쉽게 말해 사진 원본을 dot(점)의 크기를 조정해서 명암을 만들어내 복제하는 방법입니다. ( 이 책의 사진을 아주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로덴바흐는 이미지를 찾으면서 파리에 위치한 두 개의 가장 큰 공급 업체에 갔었는데 그 곳 중 하나가 J. Lévy Co. 다른 하나는 Neurdein Frères' 였었다고 하네요. 지금으로 말하면 '이미지 뱅크'라고 보시면 됩니다.(당시 이미지 뱅크라니!) 여기서 로덴바흐는 카탈로그를 보고 사진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좀 더 검증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 조르주 로덴바흐가 사진도 찍은 줄 알았는데 이미지 뱅크에서 얻은 사진이었군요. 로덴바흐가 브뤼주에 살았던 적이 없고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만 애정을 갖게 됐다면서 브뤼주라는 도시를 다소 기괴하고 묘사한 것이 특이하네요.
어쨌든 당시 이 소설을 쓰면서 사진을 게재하려 고심해 두었고 Text와 적합한 이미지를 고르려 다녔다는 것은(만약 사실이라면) 한편으로는 다분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뜻 대부분 실내를 배경으로 하고 죽은 아내를 강박적으로 애도하는 위그의 이야기와 본문에 게재된 외경사진들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서문을 보면 그가 브뤼즈의 배경이 에피소드에 가담하기 때문에 책의 페이지 사이에 끼워 넣어 재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사진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을 다시 환기하게 되네요. 읽는 동안 사진과 텍스트의 연관성을 숙고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이 도시의 존재와 영향력을 감내하고, 물의 전염성을 더 가까이서 경험하며, 텍스트 위에 길게 뻗어 있는 높은 탑들의 그림자를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 10page 서문, 조르주 로덴바흐
잠깐, 책을 막 읽기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본문 사진에 대해 얻은 정보를 살짝(?)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위의 문장 수집은 서문인데 맨 마지막 구절 "텍스트 위에 길게 뻗어 있는 높은 탑들의 그림자" 는 이미지가 들어가는 소설의 전통에 있어서 첫 포문을 여는 비유라고 합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이미지가 책과 글 자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하네요. 12page에 드디어 등장하는 첫 사진에는 멀리 굴뚝이 보이고 아련하게 교회의 탑이 서있습니다. 그리고 수면에는 굴뚝과 탑이 반사되어 나타납니다. 등장 인물 중에 위그의 하녀 바르브가 있습니다. 저 탑은 그녀가 자주 찾는 베긴회 수녀원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15page의 두 번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10page 사진과 같은 풍경이지만 사진가가 첫 번째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던 위치에서 약간 앞으로 그리고 왼쪽으로 이동해 촬영한 것입니다. 가만히 보시면 첫 번째 사진의 왼쪽에 세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두 번째 사진은 그 세 나무 중 가장 가까운 나무 곁에서 촬영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나무 모양새나 잎 새로 보아서 같은 날 촬영된 것은 아닌 듯 하며 로젠바흐가 책에 쓸 사진을 카탈로그에서 골랐다는 심증을 굳건하게 만드네요. 왜 이렇게 같은 풍경을 앞뒤로 배치 했는 지에 대해서는 10page에 나오는 사진을 독자들이 다시 집중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몇 가지 차이점을 지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15page 두 번째 사진은 전체 페이지에 세로 형식으로 게재되어 있는데 옆의 text 맨 마지막에 등가 되는 듯 합니다. "그는 저녁 무렵 천천히 거닐면서 자신의 슬픔과 유사한 것들을 황량한 운하와 교회 동네에서 찾아보는 걸 좋아했다." 이상 수박 겉 핥기였습니다. 사진에 내재된 메타포들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후벼(?)파야 하는 듯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이러한 디테일이 필요한지 자문해봅니다.
코카콜라 실험이 있지 않나요? 영화 상영 중간에 짧게 코카콜라 사진을 삽입했더니(순식간에 지나가도록) 영화를 보고 나서 콜라를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실험이요. 이 책의 사진도 비슷한것 같아요. 회색톤으로 도시를 묘사하고 있긴하지만, 머릿 속에서 브뤼주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사진으로 인해 굳어지더라고요. 사진의 도시 모습도 회색톤에 좀 기괴스럽잖아요. 삽화같은 역할인가 싶었지만, 제 생각엔 위그의 정신 상태나 당시 종교적인 엄숙함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인듯 싶기도 하고요.
브뤼즈는 그의 죽은 아내였다. 그리고 죽은 아내는 브뤼주였다. 모든 것이 이런 운명으로 하나가 되었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 25page, 조르주 로덴바흐
대부분 '미행'책들의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이 참 책의 내용을 잘 살리는 것 같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실험적인 면모도 있고 이런 것이 조화로운 가운데 담백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커버의 재질, 색감, 판형 그리고 depth까지 모두 좋은 것 같습니다. @타민 살펴보니 초판본 표지그림을 페르낭 크노프가 작업한 거였는데, 생소했던 화가지만 검색해보니 '상징주의'에서 나름 일가를 형성한 아주 굉장한 화가였네요!
@미식한독설가 1892년 초판본에는 페르낭 크노프의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요. 원래 있던 그림이 아니고 죽음의 도시 브뤼주,에 어울리게 그린 그림이라고 해요. 초판본에는 브뤼주를 연상케 하는 다리가 보이고 그 밑에 여인이 누워 있죠. 여인 주변으로는 꽃이 장식되어 있어요. 한국어판 표지에서는 이 그림을 세워서 사용했어요. 여인이 운하에 흐르는 물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말이죠. 물의 색감은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게 했죠. 미행 책의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유행하는 표지와는 다르게 다소 심플하다 보니 밋밋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텍스트뿐만 아니라 표지, 레이아웃에도 많은 고심을 한 뒤에 보여드리는 결과물인데 티가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오필리아가 생각나네요.. 죽은 부인이겠죠. 저 표지에 여자가 그려진거 지금 봤네요. 왜 여태 인식을 못했을까요. 😱
@타민 설명을 듣고 페르낭 크노프의 초판본 그림을 보니, 미행의 한국어 판 표지가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미술 관련 글에서 페르낭 크노프를 "상징주의의 마스터"라고 지칭했네요. 미술과 문학에서 페르낭 크노프와 조르쥬 로덴바흐는 상징주의의 대가들끼리 만나 셈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둘 다 브뤼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친구였다고 하네요. 책에 사진 대신 크노프의 그림이 삽화처럼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최초로 사진이 들어간 책'이라는 가치와 역사성이 떨어졌을까요? 그래서 친구인 크노프에게 삽화를 부탁하는 대신 사진을 게재하려고 했던 것이 더욱 더 '의도'적이라고 한편으로는 추측되네요. (저의 비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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