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시 브뤼주' 를 죽이게 읽는 모임

D-29
저는 하이픈으로 연결된 한 단어로 이해했고 한국말로는 한 단어로 표현이 안되어 '죽음의 도시 브뤼주'라고 번역하신 듯 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번역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에선 브뤼주가 바로 죽음의 도시이고 죽음 하나로 꽉찬, 처음부터 죽음의 강렬한 욕구에서 시작되어 죽음으로 끝나는 죽음의 도시 브뤼주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기억에 있는 개인적인 아름다운 소도시 브뤼주가 아닌. 바로 위그의 감정이 재현되고 동질감의 대상이 된 회색빛으로 감싼 우울의 도시 브뤼주이기에 제목은 퍽이나 마음에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신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그믐을 처음 사용하는데 모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
@솔잎 님 안녕하세요. 먼제 이번 모임에 가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임의 운영은 간단합니다. 정해진 기한내 본 도서를 읽거나, 혹은 읽을 예정이거나, 읽고 있는중에 지금 댓글 남기신 것 처럼 ...이곳에 리뷰, 궁금한것.비판등등 그런 것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일종의 온라인 독서방인데 이것이 더 발전되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지는.. 저도 아직은 초보라...현재 이 모임에는 이 도서의 편집자도 있으니 책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라도 활발히 남겨주시면 선물도 증정할 예정입니다.
긴급 퀴즈 나갑니다! 이 책에서 대사가 있는 사람은 누구, 총 몇 명일까요? 정답을 써주신, 선착순 두 분께 여름이면 생각나는 그 사람~, 책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을 선물로 드립니다.
저 지금 읽고 있어요. 퀴즈 정답은, 위그 바르브 제인 로잘리 수녀 아닌가요? ㅎ 완독후 곧 다시올게요! 스포당할까봐..
@타민 님 저도 해도 되나요? @흑백 제목이 오역이라뇨. 제 생각은 절대 아닌것 같습니다. 오히려 작가가 다의적으로 생각하도록 여지를 준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책이 참 한편으로는 어려워요.
@타민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 이 책 저도 소유하고 싶다는...구입하겠습니다. 근데 이 책도 리뷰방 한번 만들어주세요.
@타민 조심히 답 얘기해 봅니다. 대사있는 사람 위그,바르브, 제인, 로잘리 수녀 4명 입니다. ^^
@타민 '위그,바르브, 제인, 로잘리 수녀' 입니다. 선착순에서 한발 늦었...
..그리고 눈동자와 대조를 이루는 호박색 머리카락, 길고 구불구불하게 늘어져 등을 모두 덮어버리는 그 머리카락을 너무나도사랑했다......꼼짝없이 누워 있는 시신 위에 위그는 그녀의 임종 직전에 기다랗게 땋아 놓았던 그 머리카락을 잘라 놓았다. 죽음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인가? 죽음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지만, 머리카락만은 그대로였다. 눈, 입술, 모든 게 흐려지고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변색조차 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통해서만 살아남는 것이다! 벌써 오년이 흐른 지금, 죽은 아내의 땅은 머리는 그렇게나 소금기 있는 눈물을 쏟았는데도 거의 바래지 않았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 14p, 조르주 로덴바흐
초반 머리카락에 대해 묘사한 부분입니다. 죽은 부인과 위그를 연결하는 매개체같은 것이죠. 매일 입을 맞추는 행위만 봐도요. 그러나 위그가 제인을 만나면서 이 머리카락은 제인을 죽이는 도구가 됩니다. 저는 깡총머리처럼 짧게 자른건 줄 알았는데 뱀처럼 목을 감았다라는 부분에서 이 머리카락이 상당히 긴것으로 다시 이해했습니다. 죽은 부인이 마치 복수라도 한듯해 괴기스럽더라고요.
제인을 만나면서 마치 죽은 부인 환생시키려는듯 제인을 바꾸려는 모습들은 많은 영화들에서 본 것 같아요. 말씀하신 현기증도 떠오르고요. 1800년대 쓰인 소설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부인이 살았을 때 방문했던 브뤼주는 엄청나게 우울한 도시였다고 했잖아요. 그럼에도 자신은 행복하기에 그것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요. 그리고 부인이 죽고나서 브뤼주를 회상하고 부인과 닮은 도시라고 생각해 다시 왔다라고 하는데, 저는 차라리 부인을 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브뤼주라고 하면 더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왜 죽은 부인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우울한 도시=죽은 부인, 그 그늘밑에 있어야하고 즐겁게 살면 안 돼서? ㅎ 저는 부인과 사별했고 정말 사랑했다면 부인이 가장 행복했을 도시로 갈 것 같은데 말이죠.
저는 위그가 부인을 애도하는 측면에서 이해했습니다. 사별한 부인에 강박의 애정을 보이는 위그는 온전히 거기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전혀 없고 그 슬픔에 젖어야 고통과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겁니다. 본문에서는 '그가 지닌 엄청난 슬픔의 감정이 그런 환경을 요구하고 있었다.' 라고 쓰여있죠. 그런 환경은 한편으로는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브뤼헤 사람들의 시선일 수 있고요.
저는 브뤼주의 이미지가 위그와 바르브에 따라 다른 게 흥미로웠습니다. 화창한 아침이었다! 해는 환하게 비추고 새소리와 이미 시골 분위기가 만연한 변두리 지역에서 피어나고 있는 어린 새싹의 향기에 감격한 바르브는 얼마나 쾌활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는지! 미네위터의 곳곳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미네워터는 사랑의 호수라 해석되지만, 사랑을 하는 호수라는 말이 그 뜻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83p) 바르브가 느끼는 도시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거든요. 위그는 이 도시의 회색빛에 잠식당하려고 왔는데 부인과 닮은 제인과 만나면서 회색빛에 균열이 일어나는듯하니 당황하며 다시 자기 안에 그 회색빛을 되찾으려고 하는 간절함이 읽히더라고요. 그런점이 저는 괴기스러웠고요. 위그가 제인을 만난 몇 달 동안 그 어면 것도 그가 다 시 겪고 있는 거짓말 같은 상황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의 삶이 얼마나 변했던가! 그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거대한 공허 속에서의 외로움을 더는 느끼지 않았다. 예전의 그가 했던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영원히 닿을 수없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제인이 그것을 위그에게 되돌려주였다. 그는 제인에게서 그 사랑을 다시 발견했고, 물에 그 모습이 그대로 비친 달을 보는 것처럼 제인에게서 그사랑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모습 전체를 일그러뜨리는 고약한 바람이 붙어도 이 사랑의 그림자에는 어떤 물결도, 어떤 떨림도 생기지 않았다. (70p)
아..
저도 동감합니다. 위그의 브뤼주와 바르브의 브뤼주는 같은 공간이나 다른 세계인 것이죠. 각자의 요구가 다르듯이요. -죽은 도시는 곧 죽은 아내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가 지닌 엄청난 슬픔의 감정이 그런 환경을 요구하고 있었다.(p.23) 수녀가 되기를 바라는 바르브는 플랑드르의 독실한 신앙과 엄격한 종교색으로 물들어 있는 부뤼주에서 행복한 듯 합니다. -바르브는 언젠가 자신도 그 일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예수의 신부이자 하느님의 종인 수녀원의...아! 그녀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P.88) 바르브의 도시가 행복한 만큼 위그의 도시가 더욱 우울해 지는 부분인 듯 합니다. 스마일씨님이 언급하셨던 "회색빛의 균열"과 그 회색을 간구하는 간절함. 그 간절함에 위그의 삶이 망가진 듯 해요. 저는 브뤼주의 건물들을 위그의 실체로, 물에 반영된 물그림자를 위그의 슬픔이나 죽음을 갈구하는 감정의 대상물로 보았습니다. 유사하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은...그래서 관념적으로 내면에 슬픔을 유지하고픈데 현실적으로는 제인을 사랑하고픈 호기심과 욕망으로 갈등하는 현실과 내면의 균열로 인해 이성을 잃게되는, 결국 비극으로 이끌어진 한 인간. 위그 비안. 저는 그림이나 사진에 묘사되는 운하에 비추어진 너무나 선명한 물그림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집니다. 좀 억지스럽기도 하지만요, ... 위그의 실체와 내면의 모습, 제인의 실체와 위그가 만들어낸 관념속의, 기억 속 부인모습. 이들을 도시의 건물들과 위그 내면의 세계인 물그림자로요. 닮아 있지만 결코 같지않은, 물결로 변형되거나 사라지는 물 그림자. 유사함의 균열로 괴리감이 생기고 고통과 죄책감으로 이끌어지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사진 속 너무 멋진 물그림자로 과다 몰입한 면 없지 않습니다.~~^^
슬픔에서 존재 이유를 찾는 사람들 있잖아. 행복보다 슬픔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요. 위그를 보면 슬플 때 더 생기가 도는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스마일씨 아! 로덴바흐가 브뤼헤에 실제로 살지 않았군요. 그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우연히 표지의 삽화를 그린 크노프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로덴바흐와의 관계에 대해 'Both spent their childhood in Bruges and were friends.'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글에서 로덴바흐는 브뤼헤에 산적이 없다고 하네요. 바로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머리카락이 살인의 도구화 되었다는 것이 물론 간단히 묘사했지만 상당히 기괴했습니다. 그 전에 당대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머리카락에 집착하고 강박이 있는 위그도 그랬구요.
@달여인 좀 결이 다른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표현에도 도시에 인구가 빠지고 활기가 없고 경제도 안돌아가고... 여러모로 쇠락된 이미지를 가리켜 '도시가 죽었다'라고 그러지 않나요? 얼핏 스치듯 읽었는데 당시 브뤼즈가 상당히 그랬다고 합니다. 뭐 이런 인상이 로덴바흐의 글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저 역시 제목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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