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사망한 여행작가 강영호의 동생이 죽은 형의 미완성 원고를 발견하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여행 작가였던 형은 '천산 수도원'이라는 곳에 관해 짧은 메모를 썼고요. 이 수도원 묘사를 읽으니 너무 가보고 싶어집니다. 물론 작가님 상상의 공간이겠지만요.
[헌책과그런책] 이승우 <지상의 노래>
D-29
김새섬
김새섬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한 소설은 '후'라는 낯선 등장인물이 나오며 갑자기 이야기를 달리 합니다. 계속 흥미가 동하는데요, 오늘 날도 흐리고 집에서 차분하게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아직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새섬
연희누나와 박중위의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챕터 제목 '사랑, 또는 죄'를 곱씹어 보게 되네요.
김새섬
흔적도 없는 사라짐. 그 바닥 없는 깊은 공허를 견딜 수 있는 담력을 소유한 사람은 많지 않다. 고통보다 공허가 견디기 힘들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74,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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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저 역시 공허를 견딜 수 있는 담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끝이 없는 심연을 바라보는 것 보다는 피와 눈물을 흘리는 쪽이 낫겠습니다.
김새섬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네요.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 기세대로라면 곧 다 읽을 것 같아요.
김새섬
“ 아내는 하나님의 생각과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능력이 없는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답했다. ”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80,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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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저는 종교는 없지만 한정효의 아내와 비슷한 생각입니다. 하나님이 있다 한들 하나님이 왜 '나'를 신경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왜 '나'의 사업을 지켜주고 '내 자식'을 시험에 합격시켜 주고 '내 부모'의 건강을 지켜줘야 하는지요? '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야지 하나님이 '나'를 신경써서는 안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기복신앙이 심정적으로는 이해되나 논리적으로 종교의 근본 원리와는 배치되는 것 같습니다.
김새섬
“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겪는 고난 역시 우리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나님은 우리 이성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라고. 우리의 옳음을 주장하기 위해 하나님이 옳지 않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알기 쉽고 다루기 쉽고 우리의 좁은 머리에 갇히는 하나님은 하나님일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라고. 그래서 믿는 거라고. 우리는 어떤 상황이든 왜냐고 묻지 말고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82,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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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다시 빠져들게 해주는 문장 모음들 음미하면서 휴일을 맞이합니다.
아는 무지도 그렇고 까뮈의 말도 그렇고 사는 것은 어쩌면 '고해(苦海)의 연속이며 죽을 날이 가까워지면 평온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도 같구요.
열정이 사그라진 자리에 동정심 자비심이 내려앉으면서사물을 바라보게끔 되는 것이 인간의 굴레인 듯 느껴집니다.
김새섬
평생을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한다. 그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삶 때문이다. 일을 위해 삶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일이 있어야 한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45,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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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작가님 특유의 문체 미학으로 작품 내내 아름답고 독특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앞 문장에서 나온 특정 문구를 반복, 이중 부정 등으로 문장들에 색깔을 부여하시네요. 피동 표현도 자주 사용되어지는데 수동적인 형태의 문장을 사용함으로서 작품 내내 인간의 구조적인 모순과 유한함, 운명에 의해 한계지어 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슬픔 같은 것들이 잘 표현됩니다.
김새섬
“ 세상은 크고 무섭고 힘이 세요. 언제나 그랬어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에 비하면 말씀은 무력하기 짝이 없어요. 그건 말씀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씀이 가진 힘이 다른 힘이기 때문이에요...(중략)...하찮은 것이 자주 위대한 것을 이겨요. 예수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생각해 봐요. 그분은 땅의 법칙에 철저히 무력했어요. 예수님은 '나의 나라는 이 땅에 있지 않다.'라고 했어요. 세상 권력에 대한 철저한 무능력 그것이 그분의 진짜 능력이었어요. ”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91,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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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당시 세상은 예수에게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는 정치 지도자로 남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있지 않'으니까요.
책을 읽다 보니 굉장히 기독교에 우호적인 마음이 들고 동화되네요. 여전히 교리에 대해서는 갸우뚱입니다만 책 속에서 믿는 자들이 보여주는 성스러움과 자기 희생, 절제는 분명 인간을 감동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람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신실한 종교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은 위에도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들이 어떤 궁극의 미, 아름다움에 도달한 느낌이랄까요.
김새섬
세상을 떠나지 않고 세상과 상관없이 살려고 하는 자는 세상으로부터 오는 상처와 굴욕을 각오해야 한다. 각오한다고 해서 상처가 나지 않거나 굴욕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92, 이승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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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부처님답게 예수님답게 살아가고자 발버둥치지만 또 각자의 천성과 본성의 업이 두터워서 많이 다르게 살아가는 듯합니다.
'한쪽에 상처를 주면 한쪽에는 도움을 준다'는 말이 참 와닿았는데요. 어설픈 관용이나 이해로 결국 등돌려 버리는 우리들이니까요. 요즘에는 '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거나 맞다 싶으면 따뜻하거나' 하라는 말도 맞는 말 같습니다. 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의 속성상 조금씩 외로워도 힘들지 않게, 피해주지 않게 사는 게 최선이며 진정한 자립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새섬
완독하였어요. 비 내리는 긴 주말, 지상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땅에 발 딛 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슬픔과 감사의 노래네요.
얇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지루하지 않아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하네요.
다 읽고 난 다음 책장을 덮으며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모임을 통해 좋은 작가님과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람
이승우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읽게 되는 것은 정작 자기 자신이다."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고, 내가 속해 있는 세계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함으로써 더 바람직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결단이나 선택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어떤 결단이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현실의 가학성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대개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책 에 썼던 이승우 작가는 책의 말미에 '나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이 땅에 복무한다"고도 썼습니다.
여러분도 이 땅에 복무 혹은 순명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시나요?
여러분은 책을 읽고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이 세계의 어떤 면을 더 잘 알게 되었나요?
책을 다 읽고 뒤에도 '지상의 노래'라는 제목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조금은 더 잘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 과정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임 종료 1분 남기고 급 마무리 할게요.
평화를 빕니다 🙏
@인선 @Andiamo @스케쥬리 @과백 @지금 @고쿠라29
ps. 2023년 5월 헌책그책 발제문 - 지상의 노래 by 이승우
https://paper.dropbox.com/doc/by-2023.05--B5euiI7JtapOGlP_5ARRMH2~AQ-DtaVlApdcCUKNUtfByM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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