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의 본질은 불가능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라 '시도'하는 일이라 믿는다. 보여지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 말해지지 않았던 것을 말하게 하는 것은 글을 쓰면서 품게 된 꿈이다. ”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10,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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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yum32
종종 가는 독립책방 지기님이 이 책 읽어 보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쩍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옷을 사러 간다며 같이 가자 하여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옷을 사고 헤어졌습니다. 어제 다시 만난 엄마는 그 날 헤어지기 싫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컸다고 헤어지기 싫었다고, 보내기 싫었다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엄마는 처음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엄마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겠습니다
무슨
전 엄마랑 마지막으로 쇼핑을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 병원 투어도 쇼핑으로 쳐 준다면 모를까... 같이 쇼핑하러 다니시는 모습 자체가 부럽습니다. 그날 어머님은 어떤 마음이 드셨길래 그랬을까요. 제가 편지라도 써서 여쭙고 싶군요.
겨울매미
[27쪽]
착하다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닌 남의 의지대로 사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언제부턴가 저도 ‘착하다’라는 칭찬을 듣거나 혹은 남에게 그런 칭찬을 하는 것을 경계해 왔는데, 바로 위의 문장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남들에게 착한 사람 되려 애쓰는 일을 그만두니 전보다 더 소신껏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 좋아요.
무슨
'착하다'라는 건 뭘까요. '성실하다' 라는 건 대체 뭐죠. 저마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고 깊이도 다른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을 읽으며, 저도 그동안 이 두 단어가 뜻하는 바를 타인의 기준에만 입각해 해석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에 자꾸만 나를 맞추려니, 스스로에게는 결국 채찍질 뿐. 이런 과정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몸에 입력돼 있어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겨울매미
[34쪽]
엄마에게 여성의 일생이란, 특별한 사람으로 고독하게 지내는 삶과 평범한 사람으로 원만하게 지내는 삶으로 이분되어 있었고,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후자가 더 행복한 삶이라고 믿었다.
위의 양자택일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거라면 저는 ‘특별한 사람으로 고독하게 지내는 삶’을 택해 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양자택일 자체가 허구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고른다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저는 결혼했지만 며느리에게 요구되는 많은 역할을 대부분 거부한 채 시댁 어른들을 그냥 인간적인 우정에 의해서만 대하고 있고 (서운해하시는 건 그분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비출산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비전공자로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고, 기타 등등 주변 사람들과 다른 점이 많은데… 때로 고독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기 삶을 살아가는 데에 행복이 있다고 믿어요.
무슨
다들 비슷한 부분을 많이 체크해 두셨군요!
@노니 님이 수집해 두신 문장도 그렇고요.
저희 엄마가 정말 딱 이러셨거든요. 평범하게 살지 않으면 세상이 두 동강 날 것처럼 굴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본 경험이 없으니 딸이 그러는 게 몹시 두려우셔서.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도 할머니가 살라는 대로 곧 죽어도 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사람이었더라고요. 하지만 그랬던 삶이 너무 고되었기에 제게도 할머니처럼 이것저것 만류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의 지난한 역사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드문드문 이야기해 주시는 에피소드만 들어보아도....
예전에 비하면 빈도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지금은 이해하는 양 굴기라도 하지만, 어렸을 땐 도무지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왜 자기 딸이 평범해지는 게 좋다는거야? 왜 자꾸 남들이 사는 대로 살라는 거야? 왜 내 삶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해? 내 삶인데? 하며 대들기도 많이 대들었지요, 까지 쓰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너무 깜짝 놀랐네요.
차이브
너는 평범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바란다. 무난하고 평범한 삶이 행복한 거란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32p,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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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브
31페이지를 읽고 엄마에게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를 꼽으면 언제냐 물었더니 웃습니다. 제가 한번씩 본가에 가서 이것저것 질문을 퍼부으면 엄마는 늘 어려워합니다. 늘 같은 대답이고요. ‘아우 몰라 엄마는 그런거 몰라’ 딸은 이토록 자신의 삶을 부르짖으며 사는데 엄마는 어찌된 것이 늘 모른다고…
평생 서울서 자기 집 하나 없이 살다가 서울서 한 두 시간 떨어진 경기도로 이사오면서야 집을 살 수 있었는데요. 엄마는 집 걱정 없고 자식들 다 독립해 밥 벌이 하며 살고 있고 아빠 건강 회복한 (길게 병원 신세를 지면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이 제일 좋다고 하세요. 지금? 이게 엄마의 가장 좋은 때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 딸은 자꾸 의심하듯 되묻고 싶고요. ‘이것보다 더 좋은 때가 진짜 없었다고?’
엄마는 살면서 늘 힘든 순간을 회피하는 것으로 삶을 보호해왔는데 딸은 자꾸 질문을 던져 직면하라하니, 불편하답니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또 ‘그렇구나’ 말을 끝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이 생길까요.
느려터진달팽이
제목이 강렬하네요! 오늘 어버이날이지만.
무슨
제목만 놓고 보면 그렇지요.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하는 책인가 싶고.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이 책 표지를 보고 강렬한 궁금증을 나누다 들춰보곤 하십니다. ㅎㅎ
겨울매미
[75쪽]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다.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중략)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저자의 경험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저 역시,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던, 그런 채로 부당한 일을 당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 순간들은 오래 남아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아무 일 없었던 듯 마음속에 구겨 넣어 두지 말고, 끄집어내 이름을 붙여 줘야겠습니다.
겨울매미
[84쪽]
세월이 지나 엄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가족 구성원, 특히 할머니를 비롯한 시가 친척들과 불화했다. 내가 실어의 시간을 경유해 다른 목소리로 말했을 때 나는 절친했던 몇몇 사람과 멀어졌다. 그것은 목소리와 불화의 상관관계를, 한 집안과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차단함으로써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존 체제는 약자의 침묵으로 고요한 평화를 유지한다.
인용한 부분 중 마지막 문장 ‘기존 체제는 약자의 침묵으로 고요한 평화를 유지한다.’에 거듭 밑줄을 긋습니다.
기존 체제(예: 가부장제)가 약자의 침묵을 발판 삼아 유지하고 있는 그 평화, 그 못 견디게 답답하고 숨 막히는 ‘폭력적인’ 평화를 저는 몹시 미워합니다. 사는 게 고달파지더라도 끊임없이 침묵을 깨고 반항하는 게 저의 길인 것 같아요. ^_^
무슨
확실히 침묵하면 고요한 평화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얇은 유리막 같은 평화 가요. 결국엔 깨지고야 말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역시...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사유하고 해석하기 전에 정치인, 언론, 익명성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 나를 포위'(76p) 하기 때문일까요. 그 말들에 포위되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자기 검열에 빠지기 때문에. '목소리를 빼앗음으로써 세상이나 타인과 충돌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충돌하게 만든다'(82p) 같은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침묵을 깨려는 @겨울매미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덕분에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나는 침묵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무슨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75,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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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겨울매미 님께서 위에서 언급해 주셨지만, 너무도 공감한 부분이어서 다시 한번 수집해 봅니다.
후일에야 내가 겪은 일들의 '이름'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다.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 · 무관심 · 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75p)
벗어나고픈 혹은 잊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할 일을 이렇게 배웁니다.
그 일의 이름을 짓자. 그 일을, 그때 나의 감정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해보자.
무슨
이야기는 단지 우리의 과거, 경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이거나 해방일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4,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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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리베카 솔닛의 말을 읽으며 다시 서문의 글을 톺아봅니다.
하수오
“ 오랫동안 ‘성차별주의’는 나의 모국어였다. 모국어라는 말인 연상케 하는 이미지와 별개로 태어나면서부터 노출된다는 점에서, 그 언어를 버린 뒤에도 나의 정신이 지배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세계에서 가부장적 관습을 익히며 자란 나에게 성차별주의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드러나는 나의 일부였다. (중략) 성차별적 환경에서 성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왜 성차별주의자였는가?’가 아니다. ‘내가 어떻게 익숙한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웠는가?’이다. ”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77-79,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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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오
나 또한 모국어를 저절로 익히듯이 성차별주의자가 ‘되어’ 그 세계 안에서 사고했음을 깨닫습니다. 모국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국어 안에 내 이야기를 명명할 단어들이 없다면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새로운 단어들을 모국어에 심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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