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에 이르러 나는 책의 전반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 '고부 관계'는 페 미니즘의 언어로 엄마의 삶을 재구성하고자 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능한 회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아가면서 나는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깨달아갔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기, 미워하면서 사랑하기. 나에게 할머니는 애증의 대상이다. 이 글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이다. 할머니를 사랑하기에 두렵다. 나의 글쓰기로 우리의 사랑을 배반할까봐, 할머니를 단순하고 납작하게 '나쁜 시어머니'로 만들어버릴까 봐. 이미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94,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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