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하재영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같이 읽기

D-29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는 저희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네요.
모성에 덧씌워진 신화를 걷어낼 때 우리는 자신과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132쪽, 하재영
내 결심이 뭐였냐 하면 '포기하자'. 뭘 포기하느냐 하면 이야기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 둘은 연장선상에 있는 거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이 들어주고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거니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 나만 아프고 괴로워진다는 걸 깨달았지.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말하지도, 바라지도 말자.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62, 하재영
엄마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거부하고 싶은 일, 불만스러운 일, 불화를 일으킬 만한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목소리를 제거(당)함. 이것은 가부장제가 초래하는 부정적 측면 가운데 하나다. 목소리를 빼앗음으로써 세상이나 타인과 충돌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충돌하게 만든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82, 하재영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배운다. 날씬해야 한다고, 남들에게 예쁘게 보여야 한다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면 안 된다고. 여자는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안다. 더 마를 것, 더 눈에 띄지 않을 것, 종국에는 사라질 것. 솔닛의 말처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 소멸을 여러 방식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요구, 자리는 덜 차지하라는 요구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말라는 요구이자 소멸하라는 요구이다. '목소리'가 없는 존재는 다른 말로 '자리'가 없는 존재다. 몸에 관해서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 실제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119, 하재영
어쩌다 보니 페미니즘 관련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는 가르치려 든다>를 재독했고, <검은 시위>를 읽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생각합니다. 저자의 엄마처럼 저도 말하기를 그만 두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친정, 시댁,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말을 아예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해도 잘됐다 라는 말 한 마디뿐이었고 나쁜 일을 꺼내 놓아봤자 위로나 걱정의 말보다는 그러게 잘하지 그랬냐는 핀잔 때문이었죠. 말하지 못함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단계는 훌쩍 넘어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것 같아요. 이것이 여자라서 그런건지 제 성격 탓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책에서처럼 여자라는 이유 때문인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통쾌함을 느끼나 봐요.
하하하! 웃음 소리가 이곳까지 들리는 것만 같네요 하하하, 누가 웃으면 덩달아 웃게 된단 말이지요. 말로 쓴 웃음 소리인데도 제가 다 후련합니다. 다만,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을 마음에 계속 간직하시게 된 것, 간직해야만이 하하하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애석한 일입니다. 요즘 리베카 솔닛의 책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전 아직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터라 다음 모임을 솔닛의 책으로 해봐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검은 시위>는 처음 들어보는 책인데 궁금합니다. 언급해 주신 책들 제가 책장에 꽂아 봅니다. 여기 책장 꽂기 기능도 있거든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선정된 바 있는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가리키는 합성어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의
검은 시위유도제 4만 6,590개가 무상 공급됐습니다. 임신중지 시술도 3만 2,758건이 무상으로 수행됐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서보다도 급진적인 낙태죄 비범죄화를 이뤘는데도, 임신중지의 권리는 멈춰 서 있는 것일까요? 〈검은 시위〉는 이러한 물음을 갖고 낙태죄가 도입된 역사와 최근 이에 맞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대중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따라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이 ‘태아’를 이유로 임신중지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나는 (엄마가 평생 반복해온 무급 노동의 수혜자인) 딸이자, (무급 노동을 담당하는 성별이 주로 여성이라는 현실에 비판적인) 다음 세대 여성이다. (중략) 엄마의 노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의 이중성을 직시하는 일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147쪽, 하재영
다들 책은 다 읽어가시나요? 모임도 벌써 3일이면 마무리되는군요! 저는 책은 진즉에 다 읽었는데요. 서점일에 온 신경을 쏟느라 정작 그믐에 들어오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쓴 글도 어찌어찌 여유가 생겨 쓰고 있던 차에 손님 응대를 하게 되면서, 쓰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만.... 마포에서 동네 서점 축제(어랏 오브 동네책방페스타) 가 열리고 있거든요. 서점 오픈하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바쁨입니다ㅎㅎ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정신은 하나도 없지만요. 어제부터 내내 비가 오는 덕분에 이번 주말은 좀 여유로운듯합니다. 해서 그간 체크해두었던 부분들 밑줄 치고 가려고 들렀습니다.
설령 젊음과 아름다움이 노동 시장에서 일부 여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치더라도, 영속적이지 않은 한시적 자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시성은 이 자원의 가장 위험한 측면도 아니다. 자신의 성취가 실력에서 비롯한 것인지 여성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기회를 잡은 여성이 가십의 소재로 전락하며, 여성이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남성 고용자에게 향해야 할 화살이 엉뚱한 표적을 겨냥 하며, 그 결과 모든 비난이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더 문제적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55, 하재영
아름다우면 일을 못 해도 눈에 보인다. 일을 잘하는데 아름다우면 눈에 보여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일을 잘해도 아름답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실력이 소용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56, 하재영
이 책도 궁금해지는군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일어났던 제1의 물결, 1960년대 사회적 차별 문제 해결에 주력한 제2의 물결, 1990년대 백인 이외의 여성이나 동성애 문제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힌 제3의 물결로 나뉜다. 제3의 물결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출간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정치적, 상업적 음모와 ‘흠 없는 미인’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여성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수작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성격과 관점을 대표하는 혁명
물리적이거나 성적인 폭력에 비해 언어 폭력의 잔혹함은 자주 간과된다. 그러나 언어만으로도 누군가를 미치거나 죽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을 파괴하는 데에는 거대한 악이 필요하지 않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모욕과 조롱과 협박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62, 하재영
많은 앎이 그렇듯 '벗어남'과 '깨어남'은 고통스럽지만, 고통에 비할 수 없는 자유와 해방을 준다. 가해자의 목표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죽어있게 하는 것이었다면, 그는 실패했다.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은 나의 일이자, 내가 생존자임을 감각하는 행위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65, 하재영
이 장에 이르러 나는 책의 전반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 '고부 관계'는 페 미니즘의 언어로 엄마의 삶을 재구성하고자 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능한 회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아가면서 나는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깨달아갔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기, 미워하면서 사랑하기. 나에게 할머니는 애증의 대상이다. 이 글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이다. 할머니를 사랑하기에 두렵다. 나의 글쓰기로 우리의 사랑을 배반할까봐, 할머니를 단순하고 납작하게 '나쁜 시어머니'로 만들어버릴까 봐. 이미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94, 하재영
책 후반으로 갈수록 저 또한 할머니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네요. 사랑하면서 미워하기, 미워하면서 사랑하기...
반면 엄마의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묘사할 수 없다. 그런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나마 여유로웠던 시절, 우리는 계단으로 층이 분리되고 가족 구성원의 숫자보다 방의 개수가 더 많은 집에 살았지만, 그때도 엄마는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했다. 나는 결혼한 뒤에야 이 문제를 인식하고 엄마가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집 전체가 다 내 방이지." 나는 엄마의 이 말에 대해 전작에서 이렇게 썼다. "며느리-아내-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07, 하재영
엄마만의 공간이 없었다는 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 엄마도 결혼 후 내내 ‘자기만의 방’이 없으셨거든요. 결혼 전 엄마가 읽던 책들은 거실에 조금, 딸들 방에 조금 이렇게 흩어져 꽂혀 있었고 엄마는 주로 싱크대 옆에 밥상을 펴고 일기를 쓰셨지요. 아, 저희 엄마는 그 상황 속에서도 일기를 쓰셨었네요. 그 ‘쓰기’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몸짓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서점 입고 리스트에 하재영 작가의 이 책을 올려두었습니다. 계속 궁금하던 차, 위에 수집한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요.(얼마 전 서점에 들르신 이번 모임 참여자 분도 이 책도 함께 읽고 있다 하시더라고요!) 그간 저는 엄마의 공간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며 머리가 약간 멍해졌어요. 자식들이 모두 독립한 본가는 저와 동생 방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동생 방은 아버지의 작업실이 된지 오래지만, 제 방은 잡동사니 넣어두는 창고로 쓰시더군요. 우리 엄마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가 없으신 것인지, 가지려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것인지... 조만간 엄마를 만나면 여쭤보려합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단정을 꺼리는 엄마가 "잘 살아 왔어. 책임을 저버린 적도 없고, 자존감이 흔들린 적은 있을 지언정 무너지지 않았고, 나 자신에 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살아온 이의 긍지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11,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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