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은 결혼 초기에 많이 싸웠다. 올리브가 지금처럼 지긋지긋해하는 싸움도 많았다. 하지만 결혼 후 어느 시기가 되면, 어떤 종류의 싸움은 더는 하지 않게 된다고, 그 이유는 지나온 날이 남아 있는 날들보다 더 많아진 시점에서는 사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올리브는 생각했다. ”
『올리브 키터리지』 p.221,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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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당사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비극을 함께 겪어낸 부부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내겐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고나 사건이, 하지만 주변을 보면 종종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도 그렇고, 이태원사고도 그렇고... 살아남은 자들은 '우리가 그 아이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가 좀 일찍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등등의 의미없는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항상 따뜻한 것 같았고, 항상 시니컬한 것 같은 키터리지부부에게 그런 일이 닥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이 되어버립니다. 주변에서 심리상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게 그렇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의 현장에서는 차분할 수 없습니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있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협소할 겁니다. 그러면서 던진 이야기가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줄지도 모릅니다. 그 사건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들이 나눴던 대화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흥하리라
겨울음악회에는 훌턴 부부(밥, 제인), 그레인저 부부(엘런, 도나)가 주인공이 되고 우리의 키터리지 부부(헨리, 올리브)도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이웃이고 친한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뭔가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이웃이 주변에 상당히 많습니다.(저만 그런가요?) 만날 때 기쁘고, 헤어져서도 흐뭇한 친구라면 최상이겠죠. 어쩌면 만났을 때만이라도 괜찮으면 나름 좋은 친구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인은 겨울음악회에 가는 길에 도나 부부가 식사하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며 식당밖에서 손을 흔들며 반가워합니다. 두 가족의 딸 둘은 각각 서로 친구인 관계이니 많이 가까운 이웃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음악회가 열리는 교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마자 신경이 거슬리게 되고 삶의 방식의 차이를 비꼬는 단계에 이르러선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결국 대책없는 수다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다 제인과 밥 부부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데... (결국 두 부부 사이는 만나기 전까지만 친한 것 같다가 만나서 가볍게 던진 돌맹이가 개구리를 짓누 르는 듯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이든 부부에게는 배우자밖에 없습니다. 잘 지냅시다~~
흥하리라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실상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부부가 사고가 아닌 한은 누군가는 먼저 죽고, 누군가는 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혹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 중에 행복한 사람은 먼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노부부에게) 홀로 남은 자는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단 버티는 삶이 아닐까...
키터리지 부부에게도 시련이 찾아옵니다.
부부가 같이 장을 보러가서 남편 헨리가 장을 보는 동안 올리브는 차안에서 신문을 볼 계획이었고, (아마도 빙그레 웃으며) 헨리가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으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쿵...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상황이랑 너무 비슷하기도 해서 이번에 읽을 때 더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그리고 처음 읽을 때도 이 이야기가 정말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늘 회피하려고 했던 우리의 죽음에 대해 별 다른 수가 없음을 알고서요.)
정말 딱 한 순간이었고, 정확히 3년 전 일이었고 두 달 정도를 더 누워 계셨지만 코로나로 면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 그 후 약 1년 여를 더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올리브의 상황과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아까운 사람...'이라며 한탄도 하시던... 하루 하루 사는 게 고통이라고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 또한 혼자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그렇다고 먼저 가는 것도 할 짓이 못되는 것 같고, 정말 다행히도 비슷할 때 떠나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흥하리라
“ 방해할 사람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리브가 헨리를 향해 몸을 숙이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헨리, 이제 떠나도 돼. 가려면 가. 난 괜찮으니까. 갈 테면 가. 괜찮아."
하지만 그 여자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루이즈 라킨을 찾아간 것은 잘못이었다. 또한 가고 싶으면 가라고 헨리에게 말했다고 해서 그가 죽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
『올리브 키터리지』 p.290 p.292,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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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여행바구니"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밖에서 외도를 했지만 집에서 다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남편과 그런 외도는 없지만 집에서도 무뚝뚝하기만 한 남편이 있다면 외도 사실을 모르는 아내 입장에선 전자의 남편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고 남편을 믿으며 같이 미래의 어떤 계획을 세웠던 과거의 자신은 바보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왜 이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이 이런 과오를 저지를까요? 남편의 장례식이 치룬 날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될 아내의 입장은 어떨 지에 대해 생각을 못하는 걸까요? (이런 걸 두 번 죽이는 거라고 하지 않을까요?)
어떤 진실은 모두를 위해 죽을 때까지 밝히지 않아야 할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의 문화에선 늦게라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하나 봅니다.
흥하리라
“ 그녀는 오늘 왜 여기에 왔던가? 헨리가 에드 보니의 장례식에 꼭 가보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그녀는 누군가의 깊은 슬픔을 보며 자신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기를 바라며 왔다. ”
『올리브 키터리지』 p.310,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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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 "세상에 참, 올리브. 우린 거의 믿었어요. 그 사람은 계속 여위고 몸이 그렇게 약해지면서도 말했어요. '말린, 우리 여행 바구니 좀 가져와봐.' 그럼 전 가져가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해요. 올리브."
올리브는 자신과 헨리가 앞으로 갖게 될 손자들에 대해, 착한 며느리와의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을 말 린에게 들려주고 싶다. 물과 일 년여 전만 해도 두 사람이 크리스토퍼의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긴장감이 너무 팽배해서 한 손이 저절로 올라가며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낼 정도였다는 걸. 그래도 두 사람은 집에 돌아오면 며느리가 착하다고. 크리스토퍼에게 착한 아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만 싶다. ”
『올리브 키터리지』 p.325~326,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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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비
@흥하리라 아직 바쁜 업무일 정이 남은 시기지만 감기로 골골한 월요일 아침을 독서모임 가입(만?)과 함께 시작합니다. ^^
흥하리라
완전 환영합니다~~~!!!
다음 책에서 H를 뗄까, 클래식기타를 뗄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번만 더 해보는 것으로....ㅋ
흥하리라
"병 속의 배"는 또 한 번 자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순간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되는(또는 떠나게 되는) 시기는 오기 마련입니다. 잔잔히 떠나가는지, 아니면 격동적으로 떠나가는 지의 차이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이야기의 제목의 의미는 뭘까 생각해봅니다. 이야기의 주된 가족의 아빠인 짐은 지하실에서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매인주는 미국의 동북쪽-보스턴보다 위쪽에 있는 해안입니다.) 짐은 설계도로는 다 만든 후 적당히 배를 기울이면 지하실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짐과 둘째 위니는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을거라고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바다로 나가야하는 배를 안정적인 장소인 지하실에서 만들고 있는데 완성된 후에 그 배를 바다로 내보내지 못한다면... 이게 자식에 대한 입장 아닐까 싶습니다. 계속 붙들어 두고 싶지만 또 한 편으론 나갈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생각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여진게 아닐까 생각해봅니.
결국 배는 바다로 나가야죠..
흥하리라
"불안"을 읽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정답이란게 있을까요? 설사 정답이 있더라도 그대로 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요.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첫 며느리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올리브, 결국 가까이 살던 아들부부는 메인주와는 정반대의 캘리포니아로 이사해버렸죠. 그리곤 이혼. 이혼을 했으니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계속 거기에 남는다는 아들의 말에 올리브는 할 말을 잃고 부모가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크리스토퍼로부터 뉴욕에 좀 와달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두 아이를 갖고 있던 앤과 재혼을 한 크리스토퍼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고생하고 있는 앤의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그렇게 뉴욕에 도착한 올리브는 여러가지로 혼란스럽습니다. 언제 뉴욕으로 이사를 왔는지, 재혼은 언제 했는지, 자신의 아들의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신세는 또 어찌할 것인지... 등등등
그리고 첫 번째 며느리와는 완전히 반대 스타일의 두 번째 며느리에 대한 감정도 허탈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들만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맞이하게 될 며느리들-30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해 미리 많은 것들의 기준을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의 첫 번째 결혼과 이혼, 그리고 두 번째 결혼에 올리브의 영향이 있었을까요? 크리스토퍼나 앤은 심리상담을 통해 상당한 정도로 그렇다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다르게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실제로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도 같지만 올리브에겐 그런 상담이 못마땅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올리브와 같은 입장이기도 합니다. '너에겐 잘못이 없다.',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라는게 정말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거의 막판에 다다르니 처음 "약국"편을 읽을 때는 (위에 @꾸비 님처럼) 헨리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었는데 읽을수록 별로 탐탁치않은 캐릭터인 올리브의 마음에 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적나라하게 본심을 드러내는 태도가 어떻게 보면 예의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제 속마음 같아서요. 너그러운 헨리와 솔직한 올리브... 모두 여러 사람들의 마음의 일부이겠지요.
흥하리라
“ 올리브는 그때,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크리스토퍼는 처음엔 명령조에 성질이 못된 여자와 결혼했지만 이번에는 맹하고 착한 여자와 결혼했다. 뭐, 올리브가 관여할 바는 아 니었다. 아들의 인생이니. ”
『올리브 키터리지』 p.401,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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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 하지만 아들 뒤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올리브는 때로 이 모든 일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던 걸 기억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 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 ("키터리지 부인, 괜찮으세요?" 치과 의사는 물었다.) ”
『올리브 키터리지』 p.403,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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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5월 마지막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어제 "범죄자"편와 오늘 "강"편을 이어서 읽었습니다.
우선 '범죄자'의 이야기를 떠올려봅니다.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범죄자는 어떤 의미가 올 듯 올 듯 하다가 그냥 희미해져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레베카는 목사의 딸로 자랐고 자라는 동안 엄격한 통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이단에 빠져 집을 나가버렸고(목사의 딸이고, 목사의 아내인데 말이죠.), 레베카는 식사할 때 이야기도 하지 못하게 하고, 목사의 딸이어서 작은 동네에서 누군가와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것도 조심하도록 지도를 받고, 친구에 집에 가지고, 친구를 집에 데려오지도 못합니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의 레베카를 만들었을까요? 통신판매원과 사적인 대화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인터뷰에선 쓸데없는 이야기를 떠낸 게 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
홀로 남은 레베카를 진정으로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까요?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짝을 구할 때는 그 집안이 사랑이 가득한 집인지 (알 수만 있다면) 알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엄격함, 주변의 친구도 없었던 레베카에게 이야기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통신판매상담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가능하면 상담자의 이야기에 응대해주는게 훈련이 되었을 수 있지만) 그 상담원의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괜찮아요!!" 등의 대화에 용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레베카가 뭔가를 결심한 듯 라이타와 집나간 엄마로부터 왔던 엽서와 남자친구를 위해 통신판매로 구입한 티셔츠를 들고 나가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경찰로부터 미란다원칙을 듣는 장면을 떠올리는데 그래도 좋다고 하는 걸 보면서 뭔가 짠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레베카가 원하는 그런 대화에는 경찰로부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류의 대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레베카와 관련한 에피소드 중 병원에 찾아가는 일과 메일락스라는 위장약(끈끈해서 메일락스를 퍼먹는 스푼에 약이 덕지덕지 붙고, 또 그 스푼이 집 안 여기저기를 끈적하게 만들고, 잘 씻겨지지도 않는)과 관련해서도 뭔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대학시절 남자친구였던 제이스(현 남자친구인 데이비드를 위해 구입한 티셔츠가 사실은 데이비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제이스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와의 일화도 뭔가 의미가 있어보이는데 이러한 일화들은 다음에 읽을 때 더 집중해서 읽어볼까 합니다.
흥하리라
"강"은 어쩌면 제가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은 가장 강력한 동인인 듯 합니다.
혼자된 올리브의 삶으로부터 (이제 돌아가셨지만) 노년의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였고, 또 미래의 제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헨리는 요양원에서 아무런 인지능력없이 수 년을 지내다 죽었고, 아들은 결혼한 후 며느리의 꼬임(올리브의 입장입니다.)으로 멀리 이사갔다 결혼한지 1년도 안되어 이혼하고 애 둘 딸린 여자와 결혼하면서 알리지도 않았으며 현재 연락도 뜸합니다.
아침 일찍 가는데 3마일, 오는 데 3마일이 소요되는 (거의 10km가 되네요.) 강변을 걷고, 던킨도너츠에 들러 구멍난 도너츠 2개를 주문하면 친절한 필리핀계 점원이 3개를 담아주고, 우유를 섞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대목에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요즘은 잘 안가지만 40대엔 일하러 나갈 때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던킨에 들러 도넛에 오리지널 커피-이게 바로 커피에 우유를 탄 그 음료인데 요즘은 안파는 것 같습니다.-를 마시며 잠깐 책 읽곤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강변을 걷다 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살다가 은퇴해서 메인주로 이사온 잭 케니슨입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을 하다 부자로 은퇴하여 시골을 찾아가면 알게 모르게 갈등이 있기 마련이죠. 그 따뜻했던 헨리도 케니슨부부가 이사왔을 때 거부감을 드러냈으니...) 이 대목을 처음 읽었을 때 잭의 짧은 단 한 줄의 대화에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리 같이 이 책을 읽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대화는 옮겨놓지 않으렵니다.)
그리고 노년의 아름다운 대화의 향연입니다. (아마도 아들 부시에 투표한) 잭에 대해 "당신 공화당지지자냐?"고 치를 떨지만 정치성향의 차이나 외부인에게 느꼈던 이질감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몇 개월전 아내를 읽은 잭이 또 쓰러져서 혼자 어쩔 수 없는 상황에나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하고, 끝내 데이트는 거부하지만 봉사활동차 잭과 저녁을 먹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보기 드물게 둘 간의 관계가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그 친절했던 헨리와 살던 올리브는 그 당시 헨리에게 굉장히 시니컬하게 대했었죠. 뭐 지금도 그 성격이 어디로 가진 않았지만 그 때보단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쯤되니 다시 올리브가 그리워집니다. 후속작인 '다시, 올리브'도 있고, 언젠가 다시 이 책도 읽겠지만 딱 이 순간에 올리브가 죽도록 힘겨운 홀로살기를 그래도 조금은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흥하리라
“ 집으로 돌아온 후, 올리브는 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점심이나 하러 가시려우?"
"나는 저녁이 더 좋은데요." 잭이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종일 고대하게 되잖아요. 점심은 헤어지고 나면 아직 하루가 많이 남지만." ”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 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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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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