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혼자 읽기

D-29
전 유럽과 미국의 일반 시중은행들과 연기금들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른 문제국가들에서 수백억 유로의 자금을 빼내고 있었다. 일단 유로존 국가들이 안전자산을 발행하는 위상을 잃는다면 기관 투자자들로서는 자산 구성을 새로 조정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유럽 은행들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2011년 여름이 되자 도매자금시장에서 자금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6장 G-제로 시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력의 규모를 감안해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시위는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유럽의 엄청난 시위 규모와 비교하면 보잘것없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2011년 10월 15일 동시에 일어난 전 세계적인 “점령하라” 시위에는 스페인에서는 100만 명이, 이탈리아에서는 20만~40만 명이, 그리고 포르투갈에서는 수만 명이 참여했다. 뉴욕에서는 3만 5000명에서 5만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그렇지만 뉴욕 점령은 규모와는 상관없는 훨씬 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인 반대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6장 G-제로 시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미국의 경우 어디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진행되는가에 상관없이 FBI나 심지어 미국 대테러 당국의 감시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작은 규모와 부실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급진적인 비주류들의 분노에 대해 미국의 주류 여론이 크게 공감했다는 건 분명하고도 불안한 사실임에 틀림없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6장 G-제로 시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지나친 일반화이긴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말은 2011년 가을에 찾아온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징후를 보여주었다. 불과 3주 동안 독일 총리는 언론에는 정치인이 시장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교황에게는 정치인이 시장과는 상관없이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모순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정치가들이 은밀하게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시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런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뜻일까?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유럽중앙은행은 또한 노동시장 정책에 대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노조의 권리를 침해할 정도의 극적인 변화도 요구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줄이려면 그러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유럽중앙은행의 주장이었다. 통화정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권력과 정치권력의 균형을 뒤집겠다는 참으로 노골적인 시도였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사회적 안정망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단서를 추가함으로써 이런 의중을 애써 감추려고 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유로존 위기를 전 세계적인 우려의 대상으로 만든 건 스페인과 그리스의 청년실업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가 “포퓰리스트들의 위험”이라고 불릴 만한 상황에 뒤늦게 빠져든 것이다. 2011년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전망은 각국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만일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은행들의 조 단위 대차대조표가 위기에 빠진다면 런던의 시티도 뉴욕의 월스트리트도 더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과 마찬가지로 그 파급력은 양방향으로 전파될 것이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11년 가을 유로존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이끌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어차피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규모의 유럽 방어벽 구축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아니 최소한 독일 정부로부터의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2011년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를 무너트린 건 정부간 협력주의에 대한 독일 측의 끈질긴 고집과 거대한 재정적 통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합된 결과였다. 위기로 인해 불거진 불균형을 타개할 중요한 방안들의 부족으로 각 국가들은 재정 정직성에 대한 독일의 계획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이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베를린의 총리 주변에서는 어느 누구도 시장의 강압적인 위력에 대해 비통해하지 않았다.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미국보다 정권교체를 더 잘해낸다”는 자랑 섞인 이야기가 나돌았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유로존 위기에 대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의 변수들을 결정짓는 건 독일연방공화국의 헌법과 독일 중앙은행의 자치권과 독일 중도우파의 정치적 이해관계였다. 만일 메르켈이 간절하게 이야기했던 좌절감의 이런 근본 이유를 알게 된다면 미국은 분명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48년 당시 서독의 기반을 이루는 기관으로서 분데스방크의 초석을 다져준 게 다름 아닌 미국이었으니 말이다. 2011년 11월 칸의 상황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처럼 완전히 새로운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시코르스키 장관은 오늘날 폴란드의 안전과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테러행위도 아니고 이슬람 과격분자들도 아니며 당연히 독일의 군사력도 아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핵미사일도 상관이 없다.” 당시 러시아는 유럽연합의 동부 국경을 따라 부대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하던 중이었다. 시코르스키 장관에게 가장 암울한 미래는 바로 유로존의 붕괴였다. 유로존에서도 변방에 있는 약소국들이 함께 무너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는 계속해서 주장했다. “나는 독일에 자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유로존이 살아남아 번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이렇게 요청한다. 독일 말고는 어떤 국가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역사상 첫 폴란드 외무부 장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나는 독일의 세력 확장보다 독일의 무기력함이 훨씬 더 두렵다. 독일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니 유럽을 앞장서서 이끄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마리오 드라기의 회상에 따르면 1970년대 MIT 대학원 시절 미국인 지도교수들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임금을 주려는” 유럽의 의지를 대단히 기이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 유럽중앙은행의 새로운 수장에게 노동시장 개혁과 재정 긴축 사이에는 “어떤 거래나 교환의 여지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재정 목표에 대한 포기는 즉각적인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었다.” 마리오 드라기는 거기에 덧붙여 자신은 그런 원칙들을 완화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7장 경제 악순환,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12년 2월 25~26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재무부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담에 대한 IMF 보고서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험”은 세계적으로 심화된 “절약의 역설”이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가계와 기업과 정부가 한꺼번에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고 나섰고 그 때문에 경기침체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8장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06년 오바마는 해밀턴프로젝트에 관계된 높으신 분들에게 끔찍한 실상을 일깨워주었다. “일리노이주의 디테이터나 게일즈버그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실상을 아십니까. …… 정말로 피눈물을 흘리고들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재임기간에 골몰한 경제정책은 대부분 그런 지역과는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월스트리트와 글로벌 금융업계를 구해내는 싸움이 더 급했던 것이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9장 아메리칸 고딕,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부동산 시장이 위험할 정도로 과열되었지만 2008년 무렵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1950년대나 1960년대와 비교해보면 성장세가 한참 느렸고 디트로이트 같은 지역들이 그런 불안한 상황에 놓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실업률은 결코 인상적일 정도로 낮아지지 않았고 물가는 완전히 그대로였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심지어 그런 엄청난 거품조차도 전체적인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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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근 경제사가 놀라운 변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래리 서머스는 적어도 지난 20여 년 동안의 미국 경제성장이 취약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단지 “보통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금융 거품에 의존해왔다는 것이다. 최근 몇 십 년을 돌이켜보며 래리 서머스는 이렇게 질문했다.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여건 속에서 경제가 만족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이 지속되던 시절을 찾을 수 있는가? 물론 그런 시절을 찾을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19장 아메리칸 고딕,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세금 납부 내역을 바탕으로 계산해본 결과 2009년 이후 경제회복을 통해 이룬 성장세에서 미국 국민들 중 1퍼센트가 성장으로 인한 혜택의 95퍼센트를 독점했다. 이 극소수의 사람들은 수입이 무려 31.4퍼센트나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했다. 반면에 미국 국민들의 99퍼센트는 금융위기 이후 실질적인 수입 증가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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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인종이 아니라 사회적 계층이 삶의 기회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맞아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는 미국 외곽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이 느끼는 절망감이었다. 특히 애팔래치아산맥 주변의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켄터키주 등은 구조적 변화와 교육 문제, 그리고 일종의 계층이동 불가능성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값싼 헤로인과 싸구려 합성마약의 치명적 조합으로 상징되는 유행성 약물중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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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이자 억만장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사회 계층들 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내가 속한 계층이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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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워런 버핏의 개인적 양심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21세기 미국의 권력균형이 철저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개선을 위한 방안들은 결국 미국 사회의 더 큰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내어주려는 의식 있는 부자들에 의해서 실행에 옮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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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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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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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와 백년의 고독 읽기]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IMF외환위기 다시 보기1]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요.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사랑의 이해" / 책 vs 드라마 / 다 좋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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