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D-29
9-1.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장 낯선 내용이 많은 장이었다. 익숙한 서양 중심적인 사고의 오만함을 새삼 깨달았다. 9-2. "여기에서는 오지의 혹독한 삶을 견뎌야 합니다. 그들은 한번의 폭우나 불시의 일격이 모든 것을 일거에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사실, 오랜 기근이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삶의 냉엄함에 익숙해 있습니다. '목숨을 헐값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라." "법정이 정의를 실현하고 지켜주리라고 기대하는 아프리카인은 거의 없다. 그들에게 정의는 아주 사소한 문제다." "아프리카의 시간 개념은 사실상 현재로부터 과거로 거꾸로 거슬러가고 있다. 겨울이 없는 지역에서는 과거나 현재와 달리 결코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를 위해 미리 계획을 짜야 할 절실함이 없는 것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0장 & 후기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읽기 ■■■■ 이제 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10장입니다. 그동안 <유인원과의 산책>을 읽으며 세 명의 과학자들 그리고 유인원과 함께 산책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쉽습니다. ‘외교: 비루테 갈디카스의 변신’ 이 장에서는 환경보호를 하기 어려운 인도네시아에서 비루테 갈디카스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그들과 소통하며 환경보호를 했는지 자세히 적혀 있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10장 이후의 후기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에서도 인상 깊은 지점들 같이 나눠주세요. 다음주 화요일이면 그믐북클럽도 종료됩니다. 아직 책을 많이 못 읽으셨거나 답변을 하지 못 하신 분들도, 주말 동안 그리고 현충일인 화요일까지 읽고 나서 어떠셨는지 생각 많이 나눠주세요:) 10-1. 여러분은 이 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10-2. 이 장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10-1. 앞선 9장의 아프리카인 이야기처럼 마지막 장인 10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인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비루테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해서 읽었습니다. 후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는 세 명의 과학자와 유인원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 되짚으며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드네요. 10-2. 10장 p.377 리키 재단의 전 단장 네드 멍거는 난감하다는 듯이 “그녀는 이제 본토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그녀의 강점이다. p.380 “내가 거기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 절대로 억측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나는 이 사실을 어렸을 적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유고슬라비아에서도 배웠고,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더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달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뜻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p.395 마침내 그녀가 푸사카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녀 머리 위로 마른 쌀이 뿌려졌다. 후기 p.399 생명은 동물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으로 나뉠 수 없다. 생명은 연속적이고 상호작용하며 상호 의존적이다. 인간과 동물은 삶이라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동료 연기자인 것이다. p.406 표명된 것이었든, 무의식적인 것이었든, 끝까지 고수한 것이었든, 중도에 포기한 것이었든 그 여성들은 모두 자신의 동물과 하나되기를 끈질기게 소망했다. p.412~413 동물 국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 선을 넘을 수 있을까? 그들 국가를 여행할 때 당신은 어떤 점에 주력할 것인가? 당신은 무엇이 될 것인가?
10-1. 여러분은 이 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10장에서는 비루테 갈디카스의 전략도 전략이지만, 제게는 낯선 인도네시아의 문화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서구 문명 사회의 눈으로는, 그리고 서구 문명의 큰 영향을 받은 한국인인 저의 눈으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때로는 잔혹하고 미묘한 문화적인 특징이 놀랍고 오랑우탄을 지키기 위해 서구 출신의 비루테가 그것들을 모조리 흡수했다는 점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10-2. 이 장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377 야생 오랑우탄이 살아가는 곳은 여기 인도네시아이기에, 그들의 운명은 바로 이곳 이웃들 손에 달려 있기에, 그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소는 달콤한 차를 마시며 날씨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바로 여기여야 한다. 형광등 불이 켜진 마을 관리 사무실에서, 그리고 롱하우스의 등불 아래에서 그녀는 지위를 높여 가고 있다. 서양인의 눈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라 해도 비루테는 꾸준히 자신의 권력을 만들고 굳히고 압력을 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81 연구 대상 동물이 제 눈앞에서 도살당하는 꼴을 지켜보아야 했던 다이앤은 남의 말을 통 들으려 하지 않는 외곬이었던 반면 비루테는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을 오래오래 가졌다. 423 서양 과학에서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 감정 이입이나 직관 같은 정신적 도구는 은폐된 것, 암시적인 것, 무언의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비밀스럽게 암호화되었다. 우리가 과거에 우리 세계를 설명할 때 사용하던 진실, 예로부터 전승되는 신화가 이야기해 주는 진실은 과학적 객관성을 주장하는 열정 없는 목소리에 눌려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 432 작가는 세 유인원 여인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도리어 너무 신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들 삶에 대해 대단히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비난도 옹호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 세 여인에 대해 미움과 분노 같은 감정도 품게 된다. 그런데 작가가 하필 그 일을 ‘세 유인원 여인’을 상대로 했다는 사실은 그녀들 삶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사랑법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평전의 묘미는 한 사람의 삶을 촘촘하게 들여다 봄으로써 그를 깊이 이해하고 긍정하고, 결국에 가서는 사랑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가 꼭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10-1 - 인도네시아라는 같은 아시아에 속해있기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라의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관계하며 살아가야하는 이방인의 적응력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10-2 - 375 강도 살인은 20년 동안 옥살이를 하지만 모욕에 의한 살인은 1년 반 정도의 옥살이로 그치는 게 보통이다. - 383 예의범절과 부정부패가 공존하고 패러독스와 복잡한 의식이 횡행하는 나라, 말과 행동이 모호한 의미에 휩싸여 있는 나라, 이것이 인도네시아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 387 인도네시아인에게 서양인은 마치 열린 책처럼 분명하게 읽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10-1 아, 이번 질문이 후기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읽기까지 포함이었군요. 10장까지만인줄 알고 뒷부분을 누락했네요. 개인적으로 10장 보다는 후기의 부분에서 구미호와 선녀와 나무꾼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인류의 원형 신화 등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밑줄 그은 문장들을 마저 올립니다. 10-2 400 부족민들이 인류학자 제임스 워커에게 전해 준 바에 따르면 그 동물은 많은 것을 듣고 알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지혜로운 여성 같은 거북일 수도 있고 약초 의학에 관해서는 동물 가운데 으뜸인 곰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과 동물을 명명하는 자인 거미일 수도 있고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독수리일 수도 있다. 402 반인반수 개념은 인간 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친숙한 것으로 구석기시대의 믿음을 반영한다. 408 인간의 영혼 어딘가에서 우리는 여성이야말로 동물 세계에 다가가는 데 최적임자임을 본래부터 알고 있는 것 같다. 수천 년 동안 지상에는 동물로 변신한 여성, 여성으로 변신한 동물에 관한 숱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래브라도 에스키모의 여우 여성 이야기에서는 한 남성이 자기 집 쪽에 생긴 여우 족적을 따라가서 벽에 여우 외투를 걸고 있는 한 아리따운 여성을 발견한다. 그들은 부부 연을 맺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오두막에서 사향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린다. 아내는 이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여우 외투를 찾아 입더니 유유히 사라져 버리고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전설은 한결같이 여성의 변화력을 보여준다. 411 선도적인 연구자 로널드 슈스터먼은 언어의 구성 요소는 모든 척추동물에서 십중팔구 존재하며 모든 포유류 동물과 조류에서는 100퍼센트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422 동물로 변신한 여성에 관해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설에서 그 여성은 결국 모두 원래의 동물 형상으로 되돌아간다. 이들 이야기에서 또한가지 공통점은 남은 남성이 모두 분기탱천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이야기에서 여성은 마지막에 동물로 변신한 후 그 남성에게 사냥당하거나 살해된다. 이것이 정확히 다이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는 또한 일부 사람들이 비루테나 제인에게 거북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래 길이 가장 잘 들어 있던 존재인 여성이 변신해서 우리 곁을 떠나 야생으로 가 버렸다는 거북함. 424 마사오는 고학자들에게 고대 샤먼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즉 동물과 같은 느김을 맛볼 것을 그들의 국가를 다녀볼 것을 우리의 변신을 허락할 것을 보통사람이 일상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경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10-1 인도네시아의 문화의 두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비루테가 인도네시아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는 방식은 다이앤 포시와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다이앤 포시와 비루테가 장소가 바꾸어서 연구했다면 어땠을끼 궁금해집니다. 10-2 P. 380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닿거나 뜻이 통화 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그것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P.381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뛰어들 듯이 덤벼서는 결코 그 일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예법을 주시하고 관계를 꾸리고 조화를 꾀하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당신이 자꾸 문제를 만들려 하고 있지 않음을 확신시켜야 합니다. 나는 내가 요구하는 바를 전달하는데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들 일에 주제넘게 나선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아야 했습니다. 나의 본능적인 느낌은 내가 누군가의 방문을 열고 들어설 때 그들이 '아, 저기 문제가 하나 걸어오고 있구먼.'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 저기 친구가 하나 걸어오고 있구나' 하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10-1 차분히 주도면밀하게 쌓아올린, 비루테 갈디카스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저도 인도네시아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읽을 만한 책이 없나 찾아보기도 했어요. '후기-샤먼들'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치 예전에는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 같았어요. 저는 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그러네요. 이 부분을 읽은 후에 새소리가 달리 들리고 길고양이가 달리 보여요ㅠ 그리고 이 세 여성이 동물들을 위해 헌신했다(한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물들이 이들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동물들을 필요로 했다는 생각에 '엄청난 반전이네' 싶었습니다. 토템이나 신화의 관점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더 자세히 나오겠지요.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기대돼요. 10-2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닿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뜻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380쪽) "그들 작업은 근대인이 인간과 동물 사이에 벌려 놓은 커다란 틈새의 가장자리를 더듬는 신성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그 가장자리에 다다라 그곳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세 여인은 할 수만 있다면 그 틈을 훌쩍 뛰어넘으려고 덤볐다. "(404쪽)
10-1. 비루테는 그 나라, 그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었던 것 같아요. 간접적이라고 하지만 그 방법이 가장 실속있는 방법이었던 것같아요. 비루테가 다이앤을 아프리카인 이라고 말했든, 비루테도 인도네시아 인이되었네요. 그 나라의 동물을 연구하는 이에게 그 나라와 그 대상과 하나가 되었기에 오랜 기간 연구가 가능한 것 같아요. 10-2. 야생 오랑우탄이 살아가는 곳은 여기 인도네시아이임에, 그들의 운명은 바로 이곳 이웃들 손에 달려 있기에, 그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소는 달콤한 차를 미시며 날씨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바로 여기여야 한다. 377쪽 "내가 거기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은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 절대로 억측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닿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은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뜻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380쪽 다이앤은 자신의 고릴라를 보호하려고 손에 벌채용 칼을 들었다. 제인은 챔팬지를 지키려고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비루테의 전략은 그것보다 훨씬 간접적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당겨 앉아 함께 차를 마시는 방식으로 다가갔다.
10-1. 서양인으로서 인도네시아에 동화되기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가선 비루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10장이었어요. 제인도 다이앤도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비루테가 아니었으면 특히나 오랑우탄을 인도네시아에서 연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의 문화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10-2. "내가 거기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 절대로 억측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닿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뜻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380쪽) 권력은 한 번 몰락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인은 항상 지도자가 지닌 약점의 징후나 권력이 스러져 가는 조짐 따위를 예의주시하고 은근히 기다린다. (391쪽)
10-1. 비루테의 영리한 태도가 돋보였던 장이었습니다. 인류학자로서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서 오랑우탄을 위해 다이앤의 칼이나 제인의 마이크와는 다른 방식을 택하며 그들을 향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 인류학자로서 영장류를 연구하는 과학자. 다이앤과 제인의 상위버전같아서 흐뭇하고 유쾌했습니다. 10-2. p.386. 비루테는 캠프에서 항상 인도네시아 학생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다이앤은 말년까지 르완다 학생을 한 명도 지도한 바가 없으며, 서양 학생의 장기 연구가 정책적으로 금지되기 전까지는 제인 역시 서양인을 가르쳤다.) 30명이 넘는 인도네시아인 학생이 탄중푸팅에서 수집한 자료로 하자나 학위를 취득했다. 그들은 비루테에게 명망 있는 훈련을 받은 뒤 종종 권력자 지위에 오르기도 한다. 그녀의 지도 학생 가운데 몇은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일한다. 또 몇은 지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한 학생은 내각 수상의 고문 역할을 하면서 유명한 인도네시아 환경보호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10-3. 평전인 지 모르고 읽다가 후기에서 알게 된 이 책의 정체. '평전이었구나' 하니 몽고메리의 서술 방식이 조금 받아들여졌습니다만 그 전에는 너무 속속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어 불편했습니다. 영장류 연구와 크게 관계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몽고메리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며 그녀들의 업적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대로 또 의미있고 즐거운 면이 있었습니다. 다른 평전과의 차이도 있으며, 한 권 안에 세 명의 이야기이니 좀 더 '다름'을 짚어볼 이유도 되겠고요. 아울러 루이스의 이야기도 흥미있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평전은 이종욱 평전입니다. 예수처럼 밖에서 더 이름을 남긴 분. 우리나라에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10-4. 제인의 시작과 다이앤의 분투, 비루테의 버전 업. 다이앤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웠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기 때문일텐데요, 고릴라 연구에 대한 성과보다 다이앤 자체가 더 이슈였던 것이 아쉽네요.
10-1. 그녀는 어쩌면 겉모습만 서양인인 인도네시아인이었던건 아닐까요. 그들의 문화와 습성과 전반적인 태도들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그곳에서 연구하고 지내며, 그 나라 사람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랑우탄 만큼이나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통찰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그렇게 존경받으며 지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솝우화에서 해와 구름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내기를 했을 때, 구름은 비를 내리고 바람을 불게 하여 오히려 그가 옷깃을 더 여미게 했지만, 해는 따뜻한 햇살을 비춰주어 자연스레 나그네가 옷을 벗도록 하였죠. 시련과 고통이 아닌 회유와 존중과 따스함이 사람의 행동을 달라지게 하는 것처럼 비루테도 그러한 사실을 이미 통달했던건 아닐까요. 10-2. 내가 거기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 절대로 억측하면 안된다는 점이었어요. 나는 이 사실을 어렸을 적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유고슬라비아에서도 배웠도,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더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전혀 이치에 닿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하게 이치에 닿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그것이 완전하게 이치에 닿고 뜻이 통하는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380p) 미국에서는 솔직함과 정직을 최고 미덕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문화적인 가치는 바로 간접성에 있습니다. 세련되고 교양있는 인간이 되려면 그 간접성을 극도로 정교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능하고 진정한 인간은 바로 이 정교한 예법 유형에 숙달된 자입니다. (382p) 나에게는 권위가 전혀 없다. 다만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387p)
10-1 제인. 다이앤. 비루테의 선택이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이 연구하는 유인원과 환경을 위해 취한 방법과 이유가 다른 것을 보면서...삶속에서도 다른 문화와 방법. 다른 가치들을 이해하는것이 중요하구나 다시 느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후기에서는 동물에 관한 그리고 여성과 과학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 흥미로왔습니다. 10-2 내가 거기서 배운것은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 절대로 억측하면 안된다는 점이었어요. 마사오는 과학자들에게 고대 샤먼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즉 동물과 같은 느낌을 맛볼것을. 그들의 국가를 다녀볼것을. 우리의 변신을 허락할것을. 보통 사람이 일상적으로 볼수없는 것을 경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략) 이 여성들은 감히 우리가 아닌 타자에게 다시 다가가려 했으며 우리가 그들 과 이 세계라는 단일체를 함께 공유하는 존재임을 기꺼이 인정하려 했던 것이다. 10-3 세명의 인물을 함께 볼 수 있는것이 좋았습니다. 비교하며 오히려 각 인물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것 같습니다. 10-4 제인구달은 익히 들어온터라 다이앤과 비루테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것이 좋았습니다. 특히 다이앤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다만 큰 에너지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용하지 못한점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다이앤의 묘비 사진은 잊히지 않을것 같습니다. 함께여서 끝까지 완독할수 있었습니다. ^^
10-1. 후반부로 갈수록, 사이 몽고메리는 세 연구자들이 '놀라운 용기'로 '역경을 딛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구자들을 막아서는 현실의 악당들은 차고 넘칩니다. 제인구달이 있던 탄자니아 곰베의 열악한 환경과 연구를 방해하는 테러리스트를 언급하고, 말년에 다이앤 포시가 보였던 비이성적인 광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밀렵꾼들의 잔인함을 성토하고, 비루테 갈디카스의 오랑우탄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부패와 관료사회의 무질서함과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는 식입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비루테 갈디카스가 누릴 수도 있었던(?) 지위와 안정된 삶을 가정형으로 줄줄이 열거하는 동시에 주변 과학자들은 세상 만물을 정량화하려는 과학지상주의자처럼 묘사합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세 연구자들의 주변을 두 부류로 나눕니다. '분해하고 해부하는 오만한 주류 남성 과학자들'과 '주술과 마술에 빠져 있고 부패한 야만인'. 이는 지난 세기 서구가 인디아나 존스라는 탐험가의 시선을 빌려 야만과 제삼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겹칩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절벽에서 자신만만한 자세로 내려다보면서, 탐험지의 야만을 자신만만하게 묘사합니다. 헐리웃의 권선징악 서사, 탐험과 모험의 서사에서는 언제나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깔끔한 의복을 갖춰 입은 코카서스인종이 꾀죄죄한 모습으로(또는 자신만만한 포즈로), 야만과 오물이 넘치는 거리를 주파하는 장면(또는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요. 따라서 시청자와 독자들은 인디아나 존스가 보여주는 야만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따지기 이전에, 그곳을 공중위생과 치안유지의 논리로 바로잡으려는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영화적 재현 속에서, 토착민들은 자신의 고향 땅에서도 침략자의 모습으로 재현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땅에서도 마치 침략자처럼 이빨을 번뜩이고 야만적으로 피를 마시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과연 그 묘사는 사실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야만적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 렌즈 자체가 이미 제국의 지문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73) 군중들은 연신 기세 좋게 소리를 질러 대고 있다. 어떤 노인이 비루테를 향해 얼굴을 돌려 파안대소한다. 그의 잇몸은 검붉은 액체로 번들거리고 이빨은 검은색이다. 그가 빈랑 열매의 즙을 내뱉자 진흙이 핏빛으로 얼룩졌다. 마침내 칼 휘두르는 일은 끝났다. 노인들이 조각된 학 형상처럼 관절을 구부리며 근육을 치밀하게 움직이는 느린 동작의 춤을 추는 동안 그 도살당한 동물의 피는 결혼식에서 쓰이는 쌀처럼 물에 희석되어 군중들에게 뿌려졌다. 그날 밤에는 곡주를 곁들인 맛있는 음식과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튿날 새벽 3시에 연회 집전자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등불에 의지해 인간 사냥용 검 만다우를 칼집에서 뽑는다. 집전자들이 차례차례 그 칼날에 입을 맞춘다. 만다우를 머리 위에 올리고 있으면 그들에게는 투악이라는 의식용 곡주가 한 잔씩 돌아간다. 그들이 입에 대고 마시는 사발은 인간 두개골이다.
유인원과의 산책 373쪽, 사이 몽고메리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질문 시간인만큼, 특별 질문도 두 가지 준비했습니다. 아래 두 질문 가운데 원하시는 질문을 골라 답변해 주세요. 물론 두 가지 모두 답변해주셔도 좋습니다. 10-3. <유인원과의 산책>에서 사이 몽고메리 작가가 세 사람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이 어떻게 읽히셨나요? 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린 것이 평전인데 좋은 평전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과거에 인상깊게 읽은 평전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10-4. 이 책을 다 읽고난 우리들은 등장하는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을 나름대로 비교할 수 있었어요. 세 사람의 삶의 모습에서 어떤 이의 삶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저는 10-4의 질문에 답을 해보려 합니다. 10-4. 다이앤 포시의 삶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삶과 삶 속의 이야기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끌어 계속 곱씹게 됩니다. 돌이켜보니 책을 읽으면서 관련 영상이나 칼럼을 제일 먼저 찾아봤던 인물도 다이앤 포시였네요. 6장을 읽었을 때 남겼던 댓글 내용처럼 그의 많은 모습이 제 내면을 건드렸던 것 같습니다.
10-3. <유인원과의 산책>에서 사이 몽고메리 작가가 세 사람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이 어떻게 읽히셨나요? 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린 것이 평전인데 좋은 평전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과거에 인상깊게 읽은 평전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옮긴이의 말에 역자가 쓴 것처럼, 사이 몽고메리는 세 여성을 미화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도전과 성취와 실패와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그들과 유인원만이 아니라 유인원을 둘러싼 우리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만큼의 노고가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좋은 평전의 한 전범을 본 느낌입니다. 10-4. 이 책을 다 읽고난 우리들은 등장하는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을 나름대로 비교할 수 있었어요. 세 사람의 삶의 모습에서 어떤 이의 삶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제인 구달의 경우에는 곰베의 침팬지만이 아니라 전체 침팬지에 대한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게 된 '변화'가 인상깊었어요. 다이앤 포시는 특유의 성격 탓에 뜨겁게 사랑하고 또 누구보다 외로운 삶을 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는 점이 마음 아팠습니다. 비루테 갈디카스의 경우에는 세 사람 중에 가장 현지 사회와 그곳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오랑우탄을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협상력을 갖추어간 부분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녀를 보면 모든 영장류학자는 우선 인류학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세 여성을 편견 없는 눈으로 볼 수 있게 훌륭한 책을 쓴 저자 사이 몽고메리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10-3 - 세 명의 여과학자들의 기질과 그로 인해 이루게 된 성취의 차이가 이번 평전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루테는 세 명 가운데 가장 밸런스 잡힌 모습으로 특별한 성취를 이뤄낸 게 아닌가 싶었고요. 10-4 - 다이앤 포시는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구체성을 읽으면서 오히려 영화보다 실제 삶이 더 드라마틱했다는 뻔한 수사여구를 붙여보게 되네요.
10-3. 좋은 평전은 기본적으로 저자가 인물에 대한 깊고 폭넓은 연구와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야겠죠. 그리고 그 인물이 살던 시대상, 문화 또한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인물이 어떤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았는지 잘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책장에 잘 알려진 <체 게바라 평전>이 있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곧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10-4 저는 제인 구달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루테 갈디카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랑우탄을 연구하기 위해 이렇게 끈기와 기다림이 필요한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문화 속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면서 비루테라는 인물의 면모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비루테 스스로 말했듯이 그녀는 정말 오랑우탄을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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