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D-29
5-1. 제인 구달과 함께 했을 때의 침팬지와 테러(납치)가 일어났을 때의 침팬지의 행동이 다른 부분이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사회적 현상에 따라 인간들이 행동이 달라지듯 침팬지 역시 그저 종족 번식을 하는 동물의 생태계의 삶이 아닌 주변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동물이었나 싶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영장류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5-2. 맑은 물이 흐르고 서늘한 그늘이 드리워지며 태양빛이 쾌청한 이곳 정글 천국에 들어오자 마치 어렴풋이 기억나는 꿈처럼 낯익은 고향에 온 듯한 따사로움이 느껴졌다.(155p) 하지만 제인은 그날 밤 노천에서 잠을 자면서 아무런 실험도,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연구는 오직 신뢰만을 무기 삼아 접근했다. 제인은 침팬지가 침묵하는 그녀를 자신들 삶으로 받아들여 주기만 바랐다.(157p) 거기에서 늘상 똑같은 칙칙한 색깔의 옷을 입은 채 제인ㅇㄴ 한 번 앉으면 정물처럼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제인은 침팬지에게 약속을, 주문을, 헌사를 반복했다.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너희들을 해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161p)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169p) 제인은 자기에게 조언하는 말에 모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따. 그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처음에는 노트에 적고 나중에는 녹음기에 담아 두는 식으로 주로 내레이터로서 기록하는 일을 이어 갔따. 또 계속 개체 간 차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연구 대상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여 나갔다.(174-175p) 그녀 이야기는 만남에 관한 드라마, 접촉에 관한 드라마, 종간 평등에 관한 드라마다.(183p)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에 따르면, "남성은 다른 사마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 생명권과 자아실현권을 개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도덕적 의무로 삼는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여성은 이 세상의 '실질적이고 인식 가능한 난제'를 분별해 내고 누그러뜨리는 그 문제를 완화하는 방식의 책이감과 보살핌을 도덕적 의무로 여긴다."(190-191p)
화제로 지정된 대화
5-1. 여러분은 이 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5-2. 이 장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5-1 이 장은 제법 길었는데, 단숨에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사이 몽고메리의 서술방식은 제 취향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반성하면서요. 이 장에 제가 궁금해했던 것이 다 나와 있었어요! 영장류의 자연적인 삶을 연구한 배경, 그 당시의 사정, 제인 구달의 연구가 왜 뛰어난지,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곰베의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제가 마치 거기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침팬지의 평화로움도요. 제인과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와의 소통과 그리고 미스터 맥그리거와의 작별 장면에서는 울컥하기도 했습니다.(제인 구달의 저서를 읽어 보고 싶어요.) 물론, 작가는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그중에서 동족 살해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제인 구달의 태도가요. 그리고 유인원을 연구하는 일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만약에 수컷에게서 호전적인 성향을 추론했듯이, 암컷에게서 동족 살해의 성향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동족 살해의 원인에 대해서 제인 구달은 설명하지 않지만(못하지만), 사이 몽고메리는 패션이 폼을 낳았을 때 무능하고 냉담했다는 에피소드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새끼를 낳으면서 모성이 회복되었다고도 하고요. 이런 식의 연결이 저는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그리고 사소한 건데, 어머니가 보호자로 따라가야 했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고, 요리사가 밥을 해주고 관리인이 빨래를 해줬다는 것도 놀라웠어요.(이건 좀 부럽네요ㅠ) 5-2 제인은 붉은 야자수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워 들어 그에게 건넸다. 그는 처음에는 머리를 돌려 외면했다. 하지만 그녀가 더 가까이 손을 내밀자 "열매를 쳐다보고 다시 나를 쳐다보더니 그것을 받아들면서 동시에 부드럽게 내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내 손을 놓고는 그 열매를 내려다보더니 땅에 떨어뜨렸다."(117쪽)
5-1. 당시의 연구가 주로 ‘자연적인 삶을 고의로 조작하고 통제’하는 방식이었고 그와 관련된 실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제인의 연구는 ‘학계에서 거부당했고 바로 그 이유로 개성적인 것이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개성’으로 인정받기까지 제인이 보냈던 시간, 연구에 대한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인 구달이 직접 써 내려간 책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에 정말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194페이지에 나오는 게자의 이야기였는데요. ‘게자는 자신과 야생동물 사이에도 그런 관계가 가능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물론 제인이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플로, 미스터 맥그리거, 그 밖의 침팬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게자는 스스로 경험해 본 후에야 비로소 제인이 놓은 다리가 다른 사람도 너끈히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였음을 절감했다.’ 이 부분에서 제인만 ‘그런 관계’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점이 확 와닿았고 새삼 신기했습니다. 저도 침팬지든, 오랑우탄이든, 고릴라든 관계없이 그런 경험을 해 보고 싶네요. 전에 @돌고래출판사 에서 고릴라들 사이에서 같이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남겨주셨던 부분이 이제 완전히 공감됩니다. 5-2. p.155 제인은 그 첫날밤 맛본 이상하리만치 경이롭고 초연한 느낌을 기억한다. “정부 소유의 배 위에 청바지 차림으로 서 있던 나는 불과 며칠 내로 야생 침팬지를 찾아 저 산을 뒤적이게 될 여성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녀는 『인간의 그늘에서』에 이렇게 적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날 밤 그녀는 텐트에서 간이침대를 끌고 나와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p.157 하지만 제인은 그날 밤 노천에서 잠을 자면서 아무런 실험도, 조작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연구는 오직 신뢰만을 무기 삼아 접근했다. 제인은 침팬지가 침묵하는 그녀를 자신들 삶으로 받아들여 주기만 바랐다. p.161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제인은 침팬지에게 약속을, 주문을, 헌사를 반복했다.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너희들을 해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p.209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제인의 『인간의 그늘에서』 1980년 개정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조작, 실험, 양적 연구로서 과학을 생각한다. 하지만 고유성을 박탈하고 수량화가 가능한 최소 공통분모만을 찾아내는 실험실용기술은 실제 역사가 지닌 풍부함을 결코 온전하게 포착할 수 없다.”
어머나!🥰 게자의 이야기 저도 따로 표시해 두었는데...!! 남겨 주신 문장들도 다시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오네요. 공유 감사합니다! :) 🐬💙
5-1 침팬지들의 폭력성, 동족살해사건과 곰베에서 일어난 무장게라들의 납치사건을 읽다보니 인간의 폭력성이 침팬지들의 폭력성과 다를바 없다는데 공감됩니다. 제인의 개인사도 좀 더 알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5-2 P.157 '자연주의적' 연구도 히말라야 원숭이 뇌에 실험적으로 전극을 주입하거나 수컷을 거세 하는 인위적인 개입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인은 그날 밤 노천에서 잠을 자면서 아무런 실험도,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연구는 오직 신뢰만을 무기 삼아 접근했다. 제인은 침팬지가 침묵하는 그녀를 자신들 삶으로 받아들여 주기만 바랐다. P.186 자연환경을 다룰 때 올바른 일을 하는것 P. 204 "한 인간이 그 부족이나 공동체 역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한 침팬지 역시 그의 공동체 역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제인은 말했다.
5-1. 소제목 '권위적인 과학을 넘어서'의 의미를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네요. 여성 과학자도 귀했지만, 여성적인 태도로 임하는 과학은 당시에 하나의 도전과 같은 일 같았어요. 당시 주류 과학이 실험실에서 통제에 진행되어 틀 속에 이론을 채우려는 데 반해 제인 구달은 동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줌으로 여성적인 과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것 같았어요. 제인구달의 모습을 통해 겸손한 과학이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5-2. 처음부터 제인은 개체 간 차이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성은 범주화에 반대하고 구체적인 것을 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는 캐럴 길리건의 지적처럼 이것 역시 여성적 특성이다. 남성은 사물을 이론, 법칙, 규칙에 따라 분명하게 배열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여성이 내리는 의사결정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특정 시기와 특정 장소에 국한된 판단이다. "172쪽 "대다수 과학자는 여러 이론으로 무장해 있고 그 이론에 동물들을 억지로 꿰어 맞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인이 추구한 과학은 겸손한 과학입니다. 그녀는 동물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기다립니다."208쪽 제인의 힘은 바로 통제를 멈추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이는 이전의 남성들이 지적했던 대로 수동적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성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녀는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볼 수 있었으며 떠나자 않고 오래 머무르도록 자신을 격려 할 수 이었다. 209쪽 많은 여성 동물행동학자가 제인의 방침에 따라 연구 대상 동물과 장기적인 관계에 정서적으로 몰입하고 그에 감정이입했다. 그들 대다수는 제인처럼 접근, 평등, 구성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러들이다. 209쪽
5-1. 여러분은 이 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 대형 유인원 연구의 선구자로서 제인 구달의 업적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녀가 기존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인 접근법을 고집한 가장 놀랍습니다. 하지만 제인 이전에는 제인과 같이 유인원과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연구한 사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기존 동물행동학의 연구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인의 힘은 바로 통제를 멈추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문장이야말로 그녀가 한 연구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아요. "자연환경을 다룰 때에는 무엇보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세 여성 연구자가 모두 공통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윤리의식이 세 사람 개인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유인원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생각인지 궁금해져요. 5-2. 이 장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 169 초기 18개월 동안 제인은 측량으로 연구를 수량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숫자가 아니라 언어를 기록했다. 어떤 이론을 가지고 시작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 앞에 펼쳐지는 드라마를 기꺼이 수용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었다. 그녀는 어떤 일반적인 전형이 아니라 각 개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인의 침팬지는 숫자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각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173 당시의 동물행동학은 상이한 반응을 낳는 개체들의 동기보다 주로 보편적인 행동의 기저를 이루는 ‘메커니즘’을 찾는 데 골몰했다. 연구 대상 동물을 생각하고 느끼는 개체보다 하나의 ‘모델‘로 간주했기 때문에 그들은 대개 개체별로 이름이 붙여진다기보다 총량으로 수량화되었다. 제인이 연구 대상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 준 최초의 연구자가 아니었음에도(어빈 드 보레가 일찍이 1958년에 연구 대상 개코원숭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 주류 과학자들은 그녀가 그렇게 하는 것에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186 “그건 제인 구달이 어떤 인물인지 단숨에 알게 해 준 말이었어요. ‘다른 건 모두 덜 중요하다. 경력도 성공도 명성도 덜 중요하다. 심지어 과학도 덜 중요하다. 자연환경을 다룰 때에는 무엇보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모든 관심이 전문가로서 경력을 시작하는 데 있는 사람에게 이런 일은 전혀 원하던 바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이 메시지는 지난 20년 동안 내 삶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209 제인의 힘은 바로 통제를 멈추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이는 이전의 남성들이 지적했던 대로 수동적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성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녀는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볼 수 있었으며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무르도록 자신을 격려할 수 있었다. 『곰베의 침팬지』에서 제인은 “나는 즉시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개체 침팬지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도록 스스로 허용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연구는 훨씬 이전에 끝났을 것이다.”
5-1 - 일단 이번 장을 읽으면서 루이스 리키에 대해 들었던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진 느낌입니다. 인사이트가 있고 노련한 고고학자였네요. 질병이나 기근 상황에서 관찰 대상에 대한 인류학자 혹은 과학자로서의 개입은 트롤리 딜레마처럼 쉽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여성성의 어떤 부분들이 이 미묘한 문제를 어떤 골디락스 존에 가까운 선택으로 이끈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5-2 - 150 흙먼지가 엄청나게 일고 날아서 일과를 마치고 난 후 코를 풀면 콧속에서 진흙이 나올 정도다. 이런 악조건에서는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며 경직된다. 오직 뼈만이 이런 토질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 168 나는 이런 정의를 고수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이제 다음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재정의하든가, 도구를 재정의하든가, 정의상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이든가… - 169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 170 힌데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숫자만이 과학적인 진실을 말해 줄 수 있으며, 직관이 아니라 통계만이 경험적 실재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 185 결국 거기에서 도출된 메시지는 너는 먼저 과학자가 되고 그러고 나서 인간이 되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과학을 대문자로 시작하는 권위적인 과학으로 보는 것은 나로서는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그건 사람을 기계로 만드는 과학입니다. - 190 마을에 질병이나 기근이 덮쳤을 때 인류학자는 행동할 것이냐 아니면 서양적 개입으로 그 집단을 오염시키지 않고 단지 지켜보거나 기록만 할 것이냐 이 둘의 기로에서 고민에 빠진다. - 190 나는 인간이 대개는 아주 부정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왔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긍정적인 개입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5-1. 제인 구달 전 남성 과학자들의 동물 실험 내용에 경악을 했습니다. 하물며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픕니다. 사람을 제일 우위에 놓고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아무리 인류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반갑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제인 구달의 동물과 맺은 수평적 관계와 그 위에 쌓아 올린 성과가 빛을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5-2. P.183 "이것은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귀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단지 평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평등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민권이 아니라 천부 적인 자연권에 관한 이야기이다."
5-1. 제인이 현실적인 문제와 연구 사이에서 어떻게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왔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특히 동족 새끼를 먹이로 삼는 부분은 테러리스트의 습격이 원인이었다고 해도 되새기면서 강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연구자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5-2. 인간과 침팬지가 각각 상이한 진화를 겪었던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 동안 두 종 사이에 가로 놓인 장벽이 그 몇 초 동안만큼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177쪽) 어미가 태생적으로 고통을 주고 악독할 때조차 새끼는 어미의 위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함을 보여주었다. (184쪽) 인간이 여러 장소에서 많은 동물에게 이미 상당 정도로, 그것도 대개는 아주 부정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왔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긍정적인 개입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90쪽)
5-1. 이 장은 읽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세 연구가를 칭찬할 때는 소위 개체성에 집중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비판하는 대상은 굉장히 뭉뚱그려서 '남성 과학자', '권위적인 과학'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특정인을 추켜올리기 위해서 불특정 다수의 행위를 깎아내리는 수사는 전기 작가가 가장 빠지기 쉬운 덫인데도 사이 몽고메리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사이 몽고메리의 자의적이거나 근거없는 비판에 책을 몇번이나 덮었다가 다시 펼쳤습니다. 이전에도 남성은 모험가 유형으로서 늘 "새로운 분야를 찾아 옮겨"다닌다고(136쪽) 말할 때 무슨 근거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장에서는 더욱 심했습니다. 여성은 "범주화에 반대하고 구체적인 것을 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다른 연구자의 말을 인용하면서(172쪽), 그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나 배경은 보태지 않습니다. 정작 성별을 나누고 그 특성이 정해진 것처럼 범주화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이 몽고메리 아니었던가요. '남성'은 대상과 거리를 둔 채 관찰하고 염탐하고 해부하는 창백한 모더니스트로, '여성'은 대상과 거리를 좁히고 관계를 맺고 유대를 쌓는 모성으로 범주화하는 사이 몽고메리의 시각이 누구보다 범주화의 덫에 걸려 있지 않은가요? 특정인을 칭송하기 위해서 불특정 다수를 비판할 만한 대상으로 깎아내리는 수사에 손쉬운 이항대립 동원됩니다. '남성-여성', '염탐하기-관계맺기', '관찰하는 모더니스트-관계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 '사실관계-내러티브', '이성-감성', '정량-정성', '냉정-열정', '밀렵꾼-애호가', 그 외에도 사이 몽고메리의 이분법은 열거하자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사이 몽고메리가 본문에서 내내 비판적으로 지적한 '남성적인 범주화'의 대표 사례이지 않은지 묻고 싶었습니다.
5-1. 5장의 제목이 "제인 구달, 권위적인 과학을 넘어서" 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 특히 자연주의 연구를 위한 인공적 개입, 개체보다는 전형에 대한 서술과 처음부터 다른 길로 걸은 제인의 시도와 노력이 놀랍고 감사한 장이었습니다. 제인 구달이 다이앤과 비루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것은 물론 과학자들에게도 전에 없던 영향을 주었음을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취라는 것이 좋았습니다. 5-2. p.155 인류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영장류를 연구한다는 것은 그 기원이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발상이다. ((빛을 이야기 하기 위해 어둠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할까. 인류를 알기 위해 비슷하지만 다른 영장류를 연구하면서 차이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꽤 합리적인 방법으로 느껴진다. )) p.169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그믐북클럽에서는 여태까지 그믐이 선정한 좋은 책을 읽었는데요, 다가오는 5기에서는 함께 읽을 책을 우리 손으로 직접 골라보려 합니다. 1순위로 제일 많이 골라 주신 책을 최종 선정하고 같이 읽겠습니다. 북클럽 4기에 참여하고 계신 여러분들의 의견도 기다릴게요! :) 아래 링크에서 책 소개글을 읽어보시고, 댓글로 선호하는 책 번호와 의견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https://www.gmeum.com/meet/523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중에게는 5기 그믐북클럽 멤버 선정 시 우선권을 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3-1 제가 처음으로 다이앤의 이름을 접했던 것은..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였습니다. (링크를 남길려고 했는데, 어떤 영상이었는 지 찾을 수가 없네요. 누가 아시면 링크를 대신 남겨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연구하는 고릴라를 위해 밀렵꾼과의 투쟁 과정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비운의 영장류학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언제가 되었건, 그 이야기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기서 만나게 되었 네요. 유년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게 되니, 더욱 더 감정 이입이 되었습니다. 3-2 사랑한다는 것, 연인이 된다는 것에서 가장 친밀 한 형태는 독점 관계다. 이것은 서양 문화가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랑이다. 사람들은 오직 한 명의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의 남편, 한 명의 아 내, 그리고 유일신을 선택한다. 심지어 우리의 신 조차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라고 외 치는 배타적인 신이다. 이것은 자신을 최우선으로 꼽지 않는 부모를 두었으며 연거푸 유부남을 사랑 한 비운의 정부로서 다이앤이 늘상 추구하고 갈망 해 온 사랑이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추구한 사 랑은 모든 존재를 향한 영적이고 아가페적(종교 적인 무조건적 사랑)인 신의 사랑도 아니고 불변 하는 형제애, 필리아적인 사랑도 아닌 질투심에 불타는 사랑, 독점적인 사랑이었다. 다이앤이 원 하는 사랑은 여럿 중 오직 하나를 선택한 사랑이 었다. 디짓은 다이앤을 선택했다. 아홉 살 때쯤 디짓은 다이앤이 알고 있는 다른 어떤 고릴라보 다 그녀에게 더 강력하게 매혹되었다. 끄르렁하 고 토해 내는 다이앤의 인사가 들리면 디짓은 동 행 하던 무리에서 벗어나 재빨리 그녀를 맞이했 다. 다이앤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이미지를 아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디짓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이앤은 어릴 적에 놀이친구가 거의 없 었다. 그녀는 반려동물을 원했지만 계부는 '더럽 다'는 이유로 햄스터조차 사주지 않 았다. 달랑 금붕어 한 마리를 안겨 준 게 고작이었다. 금붕어 가 죽자 다이앤은 망연자실했지만 계부가 그 이상 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짓은 결코 반려동 물이 아니었다. "다이앤이 고릴라와 맺은 관계는 인간과 동물이 맺을 수 있는 관계에서 진정 최고 형태"라고 이언은 말했다. 3-3 저는 영장류 중에서는 침팬지와 보노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오랑우탄 과 고릴라의 특성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오랑우탄이 꽤나 외로 운 생활을 한다는 것과, 눈 흰자위가 사람과 흡사하다는 점. 그리고 고릴라는 집단생활을 한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 서 예전에 인스타그램 피드로 지나가듯 봤던 영상이 하나 떠올랐어요. 동물원의 고릴라 무 리였는데, 비를 안맞으려고 지붕으로 슬금슬금 조심조심 피하는 영상이었어요. JTBC 뉴스에서 나왔던 영상 링크 함께 남길게요. 어찌 보면, 고릴라가 가장 난폭할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가장 귀여운 구석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https://youtu.be/SLLT9NdvZd8
안녕하세요, 돌고래 출판사입니다. 🐬💓 모두 상쾌한 월요일 시작하셨나요? 어느덧 그믐북클럽 여정의 반 정도를 함께해 오고 있는데요. 여러분들께 들려 드릴 기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바로! 『유인원과의 산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강양구, 김혼비 작가님과 6월 1일 (목) 저녁 북토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양구 작가님께서는 얼마 전 이곳에 '이 책은 정말 꼭, 꼭,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귀한 말씀도 남겨 주셨지요.🥺❣ 감사합니다. @YG ) 북토크는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를 확인해 주시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히 신청 바랄게요. :) https://www.gmeum.com/blog/dolgoraebooks/1343 이번 주엔 2부 [과학자들]을 함께 읽지요. 천천히 읽고 또 이야기 나눕시다...!!🙈
5-1. 살아있는 존재가 지닌 애정과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때론 무자비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생명의 모습이구나 하구요. 하지만 사랑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이 더 많기에 모두가 살아갈 수 있겠지요. 제인이 연구대상과 통제없이 함께 지내는 삶을 선택하고 무섭다고 여겨지던 침팬지에게서 사랑과 가족애, 우정을 발견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침팬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일련의 과정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전쟁처럼 우두머리를 공격하거나 새끼를 잡아먹는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광포함을 맞닥뜨렸을 때 제인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는 부분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구요. 생명의 아이러니와 관찰 과학자에 태도에 관해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5-2 '그녀는 어떤 일반적인 전형이 아니라 각 개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인의 침팬지는 숫자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각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169p - 인정받지 못하는 방식임에도 자신의 길을 고집하고 의연하게 역할을 해내는 제인 구달의 태도는 여성과 모성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여겨져요.
개인 사정으로 진도가 늦었어요. 그래도 천천히 늦지 않게 뒤따라 가보도록 할게요. 2-1. 제인 구달이 침팬지의 생활, 특히 플로라는 어미 침팬지의 모습을 보며 모성애와 아이의 생애 초기 엄마의 역할의 중요성을 발견했다는 게 신선했어요. 동물 연구라는 전문 분야의 일이 있고 거기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낸 여성이기에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여성, 희생적 어머니 역할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 의외로 느껴졌는데요. 침팬지의 세계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거기서 얻은 지혜로 아이의 생애 초기 엄마가 전폭적인 사랑으로 아이와 관계를 쌓는 것이 이후의 삶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죠. 동물 사회에서 발견한 지혜임에도 자신의 삶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열린 자세를 지녔기 때문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제인이 노련한 플로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여성이 제인이나, 침팬지 사회의 플로처럼 전적으로 아이의 초기 생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닐 테지만, 단지 자신의 일을 위해서만 헌신하지 않고 인생에서 쌓는모든 관계(자신이 관찰하는 동물과 가족 관계 등)에 진심어린 사랑을 기울였던 것이 제인이 침팬지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나 싶어요.
나이 많은 플로는 역사에 대한 감각을 지녔다. 그녀는 제인이 그때껏 상상할 수 없던 수십 년간의 고통, 출생과 죽음, 승리와 슬픔을 경험했다.
유인원과의 산책 61p, 사이 몽고메리
제인은 인간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특성들, 즉 인간의 상상력, 인간의 유희, 접촉하며 서로 맺는 관계 등의 기원을 바로 이들 침팬지에게서 보았다. 곰베 침팬지의 삶에서 제인은 인간의 유산을 보았고 우리 혈통의 먼 과거를 보았다.
유인원과의 산책 66p, 사이 몽고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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