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번역가 윤석헌입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 <젊은 남자>를 함께 읽는 모입니다. 우선 별책부록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먼저 읽고, <젊은 남자>를 아주 천천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니 에르노는 출간 직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젊은 남자>에서는 모든 단어가 중요합니다. 저는 그와의 관계가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열정의 범주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제했습니다. (...) 매우 정치적이며 페미니즘적인 이 책이 피할 수 없는 이야기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어가며, <젊은 남자>를 통해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을 함께 탐험해 보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아니 에르노 <젊은 남자> 그믐 독서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번역가의 인생책’이라는 타이틀로 몇 분의 번역가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오역을 먼저 이야기하게 되어 송구한 마음입니다. <젊은 남자> 별책 부록으로 나간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 중요한 문장인데, 제가 실수로 오역을 했습니다. 오역을 바로잡은 연설 전문을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uKBrby1z6d3hMrqoXQ3iqpggCWK52lU4/view?usp=drivesdk 예고 했던 것처럼, 3일 동안 먼저 이 글을 읽고 아니 에르노 글쓰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연설문을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아, 어떤 부분이 오역이었는지 찾아보느라 책이랑 비교해봤습니다. 종을 배신하는 게 아니라 종을 위한 복수라니 차이가 크긴 하네요. (하지만 읽으면서는 오역인지 몰랐음다) 다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젊은 남자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 『젊은 남자』가 번역 출간되었다. 『젊은 남자』는 작가가 오십 대 시절 만났던 젊은 남자와의 만남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로,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던 원고를 2022년 5월 보완해서 출간했다. 『여자아이 기억』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으로 출간 당시 프랑스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시간과 글쓰기의 관계에서 볼 때, 『젊은 남자』는 아니 에르노 작품 전체를 읽기 위한 키포인트가 된다’라는
저도, 편집자 선생님도 모두 속았습니다. ㅠㅠ 아니 에르노에게는 계급을 배신했다는 변절자 이미지가 있어서, 제가 오역을 한 것 같아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한 발 늦었지만, 함께 읽어보고 싶어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천천히 깊이 있게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춤추는바람 안녕하세요! 이제 시작이라 늦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아니 에르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아니 에르노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소설로 쓰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그렇게 많은 소설을 썼다는게 대단해요. 그러나 한편으로 내용들이 좀 겹쳐지는 것들이 있어요. 새 작품을 읽어도 아주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것 같아요. 임신중절, 피임, 등.. 자주 나오는 얘기들이 책을 가로질러 떠오르기도 하고요.
맞아요, 아니 에르노 작품에는 겹치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그러한 지점을 비판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경험한 것만을 쓰겠다는 작가의 다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반복해서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좋게 보면, 이런 부분은 독자들에게 아니 에르노의 작품에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가령 부모가 운영했던 카페 겸 식품점의 이미지는 여러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만큼, 세대와 문화의 차이가 큰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작품에서 언급되지 않은 유일한 사건을 다룬 책이 <여자아이 기억>입니다.)
안녕하세요. 혼자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아니 에르노의 작품읽기를 함께할 수 있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은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여러 번 읽었습니다. 아니 에르노 문장이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천천히 곱씹어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이 연설문이 총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9쪽 첫 단락까지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문학을 공부하겠다고 '선택'한 여자 아이의 세계관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마지막 단편소설 <디어 라이프>를 보면 온타리오의 시골 마을에서 성장한 아이의 눈에 비친 세계가 세밀하고도 내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그가 집착하듯이 읽어온 책을 나열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아니 에르노의 연설문 앞부분을 읽으며 어쩐지 <디어 라이프>가 연상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앨리스 먼로와 아니 에르노 모두 노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데, 작가이자 여성으로서의 살아온 이의 눈에 비친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부분에서 내적인 친밀감과 공감을 얻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사흘 동안 연설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으니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또 적어보겠습니다! 뜻깊은 모임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연설문은 작가의 글쓰기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읽자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번역에도 책임이 있겠죠.)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들의 자서전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전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아니 에르노의 경우에는 엄마와 함께 읽던 대중 소설과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 많이 하곤 합니다. (대중 소설들은 어린 시절의 작가에게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심어주었고, 현실에서는 끔찍한 고통으로 이어졌고요.) 게다가 아니 에르노는 막상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동안 자신을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던 작품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지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받은 모욕과 굴욕을 이야기 할 수 없었으니까요.
안녕하세요. 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부끄러움』을 읽었고 『단순한 열정』,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연달아 읽었습니다. 『남자의 자리』와 『여자 아이 기억』은 구매만 하고 아직 읽진 못한 채로 『젊은 남자』를 그믐을 통해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열정』을 읽던 때를 기억합니다.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얇은 책이기도 했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 들어 주변을 살피며 읽어내려 갔습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에 소설인데도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노벨 문학상을 탄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저에게는 작품들 모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쁘고 그럴 듯한 문장들이 아닌 직설적이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그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수상 연설문도 쉽게 읽히지 않을 정도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여러 번 읽어봐야 이해가 되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책들이 인생의 동반자였다는 내용만큼은 크게 공감합니다. 내일 차분하게 연설문을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부분에서 아! 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아니 에르노 작품에 자전적 소설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자전적 글이라고 해야 합니다. 초기의 작품인 <빈 옷장>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얼어붙은 여자>까지만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자신이 체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작가의 선언처럼 허구적인 장치들은 작품 속에서 사라집니다. 이러한 글쓰기의 계기가 된 작품이 <남자의 자리>입니다. 아버지의 삶을 소설로 쓰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허구를 배제한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지요. 그 작품부터 가장 최근작인 <젊은 남자>까지 모두 소설이라는 분류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점에 도서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편의상 에세이 혹은 소설로 분류를 할 뿐입니다. 말 그대로 아니 에르노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셈이죠. 저는 이런 의미에서 ‘오토 픽션(자전적 허구)’라고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규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저도 처음 읽은 책이 '남자의 자리'인데 그 책에도 허구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나와서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좀 헷갈렸어요. 복복서가에서 나온 '완벽한 아이'도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마치 소설처럼 읽혔지만 에세이로 분류됐거든요. (에세이라서 놀랐지만요) 지금은 그냥 쟝르를 굳이 따진다면 아니 에르노라고 말하는게 낫겠군요. 그리고 수정된 번역본에서는 혹시 종의 복수를 위해 이 부분만 수정된건가요? 저는 종이본으로 있어서요.
아니 에르노뿐만 아니라, 요즘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글을 많이들 쓰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실화냐 허구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허구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고, 실화라고 해서 더욱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서요. 델핀 드 비강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실화를 바탕으로>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게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권 모두 현재 절판 상태고, 레모에서 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기는 아직 미정입니다.) 연설문에서 수정한 사항은 그 문장 하나입니다만, 총 네 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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