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5.20 토요일 / 오늘 읽은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었어요. '그들은 우리가 아니라, 어렴풋하게 근친상간을 보고 있었다' 라는 문장과 'A는 우리가 동성 커플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고 바로 열여덟 살이던 때의 일화를 보여주는 흐름.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승리감'은 어떤 종류의 승리감인지 궁금해지네요.
아마도 타인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걷는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린 시절 느낀 수치심이 떠올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때는 의문의 1패를 당해서…
그 옆에서 나의 기억은 끝이 없어 보였다. 우리를 갈라놓았던 이 시간의 두께는 너무나 감미로워서 현재의 시간을 더 강렬하게 해주었다.
젊은 남자 p. 37-38, 아니 에르노
5/22 월요일 다른 시간의 경험이 현실을 강렬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의 순기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38p' ..그는 나의 죽음이었다. 내 아들들이 나의 죽음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내가 내 어머니의 죽음이었던 것처럼...' 죽음의 상징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의미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어딘가를 헤매게 되는 구절입니다. 굳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를 궁리해봅니다.
문장은 명료한데 번역하면서 어렵게 이해를 했어요. 말 그대로, 자신의 죽음 이후 삶을 이어갈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중쇄를 하게 된다면, (어쩌다 2쇄와 3쇄를 동시에 진행해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폐경’을 ‘완경’으로 수정하겠습니다.
5.24 수요일 '이 순간은 단지 지독한 추억의 틀이라는 점에서만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두 번째 기억이 될 것이다.' 42p 사랑이 저물어 가고 있음을 알고 있네요. 그저 그런 추억이 아닌 지독한 추억임에 감사할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붙들어서, 글로 옮겨 박제하기까지 아니 에르노의 차가운 자기검열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하루 빨리 읽으셨네요! 이 부분도 힘들게 번역한 기억이 납니다. 누구든 어떤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겠죠. 그리고 그 추억이 강렬할수록, 그 노래는 그 사람만 떠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노래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의 수는 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것도 어쩌면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기억의 속성이 아닐까요? 프루스트가 말하는 자발적이지 않은 기억. 이 작품 속 ‘젊은 남자’는 그런 기억을 촉발한 프루스트의 마들렌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안녕하세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비록 댓글은 달지 않았지만, 올라오는 글을 함께 읽으며 책도 따라 읽어갔습니다. 올라온 글들이 제가 느낀 부분들과 맞닿아 있어 공감도 많이 되더라고요. 어제 모임도 잘 하셨길 바라며, 특별한 경험같이 책을 함께 잘 읽은 기분입니다. 이 책으로 다른 책들도 궁금해져서 꾸준히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본문도 좋았지만, 뒤에 나오는 번역가님의 글과 추천글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편안하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 아직 며칠 더 남았습니다. 워낙 짧은 책이라 조금씩 나누어도 그믐이 되지를 않았네요. 남은 며칠간은 ‘옮긴이의 말’과 이슬아 작가님의 추천사, 그리고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저는 그동안 젊은 남자와 여자아이 기억, 사건, 단순한 열정 까지 함께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에게 빠져서 지냈어요. 그믐이 처음이었는데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여러 번, 깊게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번역가님의 상세하고 유머러스한 코멘트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닿을 수 없는 번역의 모호함이 사라지는 짜릿함도 난생처음 느꼈습니다. 우문현답 감사했어요. 저의 소소하고 얕은 감상을 읽어주신 참여자분들과 번역가님!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젊은 남자>를 통해 작가의 다른 책들을 함께 읽으셨다니, 아니 에르노 작가의 책들을 소개하는 입장에서는 기쁘네요. 같이 읽는 동안 흔적을 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옮긴이의 말이 매우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여행간 곳에서 친구에게 책을 주고 와서 지금 다시 확인을 못하고 있지만, 소설 본문보다 역자 후기에 더 많은 밑줄을 그은 기억이 납니다 ㅎㅎ 덕분에 <사건>도 읽게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에르노의 작품을 읽어가야만 마치 세계지도의 퍼즐을 맞추듯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렵게 쓴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본문의 내용이 좋았기에 그렇게 읽었을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받은 증여품을 되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 자신의 경험과 트라우마, 욕망, 상처까지 글쓰기를 통해 독자에게 ‘증여’한다.
젊은 남자 p.90-91, 아니 에르노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니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올라요. 좀 당혹스러웠달까요. 굳이 독자인 내가 작가의 이런 내밀함까지 알아도 되는 건가 싶은. 하지만 글에서 보여지는 사춘기의 충동성, 가난한 청춘, 사랑, 지적이지 못한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여성으로서 겪어야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 위축등을 접하면서 자꾸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 지나온 시간들을 선명하게 떠올리고 거기서 작가의 상처와 나의 상처가 겹쳐지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증여품’이라는 단어가 참 좋네요. 애쓰지않고 덤으로 무언갈 더 받은 것 같은 만족감요.
아니 에르노의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느끼는 거부감을 제대로 표현해 주셨어요. 어쩌면 그렇게까지 다 이야기해서 더 깊숙이 읽는 사람과 연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증여품’이라는 표현은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서 알게 되었고, 그 단어가 <단순한 열정>에도 나왔다는 것도 확인했어요. 그다음은 제멋대로 해석을 했던 겁니다. ☺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도 증여(?) 하게 되었고요.
첫 방문이었지만 초콜릿 책방의 알찬 큐레이션과 충성스러운 단골에 반하였습니다 번역가님, 소설가님, 책방지기님과 명함을 나누고 인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책을 좋아해 직접 제안하고 번역하여 펴낸 분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었어요 『사건』을 영화화한 『레벤느망』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젊은 남자』는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에르노의 생애, 글쓰기에 대한 소신,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러 활동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름만 들었던 ‘수북강녕’의 대표님을 만나서 더 반가웠습니다. 아름다운 한옥 서점에서도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요.
그믐 밤 수북강녕에서 진행하는 러시아 소설 읽기 모임 지켜보고 있었는데 참가하지는 못했습니다. 한데 초콜릿책방에서 대표님을 뵐 수 있어 반갑고 기뻤습니다~ 조만간 좋은 자리에서 또 인사드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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